원소스 멀티유징이라고 하나의 원천 시나리오를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하는걸 말하는데요. 이와 관련된 자료를 찾고 있어요. 국회도서관과 학술정보검색, 뉴스를 다 섭렵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안 찾아지네요. 그래서 서지 검색도 해봤는데 달랑 세개에 그것도 마케팅 관련된 책 밖에 찾아지질 않네요. 그러다 좀 웃겼던게 

 원소스, OSMU, 멀티유즈 이렇게 쭉 검색을 하다가 멀티를 넣고 찾다가 글쎄, 이게 걸리지 뭡니까. 

^^ 이런거 그냥 지나치질 못하다보니 클릭해서 봤죠. 저는 뭐 여자의 오르가즘을 찾는 남자 얘기 이런, 재미 드럽게 없는건줄 알았는데 남자가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는거라네요. 그것도 저자 약력이 딱 한줄이에요. 섹스에 대해 도교쪽으로 공부한 사람.  

 시간이 나지 않더라도 좀 읽어줘야할 것만 같은 책. 커플편도 있다니 언제 시간이 나면 같이 읽어봐야겠어요. 명상을 통해 오르가즘의 경지에 도달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혹시 그런쪽이 아닐까란 생각도 살랑살랑 들고 말이죠. 

 그나저나 이 자료는 어디서 찾으면 좋을까요. 혹시 자료찾기의 달인 알라디너가 있다면 서슴치 말고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귀여운 눈망울이 초롱초롱거리는 고양이 사진이라도 달고 싶지만 그것까지 근무시간에 해대면 아마 사수가 절 목 조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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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30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카마수트라 부터 검색해 보심이......^^

Arch 2008-12-30 15:19   좋아요 0 | URL
에잇, 뻬빠도 안 읽고 댓글 다신거죠? 카마수트라는 초년병 시절 뗀거구요. 제가 찾고 있는건 OSMU랍지요. 일다라고 하셨네.(오타쟁이)

Mephistopheles 2008-12-30 15:31   좋아요 0 | URL
아 난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게 보였기에...OSMU라면 일본 애니메이션쪽 한번 뒤져보세요..
닌텐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던지...^^ 건담이라던지...^^ 그리고 그리 성공하지 못했지만 메트릭스 역시 원소스멀티유즈를 시도했었어요. 다만 영화만 대박나고 애니과 게임은 쪽박이지만..^^

http://reportworld.co.kr/paper/view.html?no=2559706

이건 찾으셨겠죠 당연히.??

Arch 2008-12-30 15:39   좋아요 0 | URL
역시 다재다능 메피님^^ 레포트며 논문도 다 검색해봤죠. 그러다 OSMU말고 문화콘텐츠로 다시 해보니까 생각보다 범위망이 넓어지네요. 아무튼튼 고마워요. 메피님 밖에 없어요. 사실 누구누구 더 있긴해요(이건 또 뭐?)

조선인 2008-12-3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례로 따지자면 중앙일보가 단연 일등이죠.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164621
이외에도 '열려라 공부'라든지 '레나테 홍' 건도 유명하죠. 그런데 좋게 말해 osmu지, 제가 보기엔 우려먹기의 극대화라는 생각이... 쿨럭...

조선인 2008-12-3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또, 사례가 필요하신 거라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검색하면 꽤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Arch 2008-12-30 22:40   좋아요 0 | URL
아, 조선인님 감사해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벌써 검색해봤구요. 열려라공부와 레나테 홍은 좀 낯선데요. 그래서 검색을 해봤는데 뭔지 감이 잘 안 잡히네요. 교육관련해서 사례를 찾고있긴 한데 우려먹기 극대화를 몸소 실천하는 중앙일보의 사례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어요. 열려라공부는 조인스다사컴에서 밀고 있는 무늬만 대안 교육인 프로그램 같고, '레나테 홍'건은 OSMU이기 보다는 언론내 뉴스거리 독점하기 위한 띄우기의 일환 같아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하루 아침에 눈이 먼 사람들은 집단 수용소에 다른 아닌 감호소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눈뜬 자들이 분배하는 식량을 먹는다. 초반에는 그럭저럭 협력이 되지만 구역이 나뉘고 권력을 향한 탐욕이 커지자 무기를 가진 다른 구역의 사람이 값비싼 물건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눈먼 자들에게 값진 물건이 무슨 소용일지 모르나 그들은 마구잡이로 쓸 수 있는 총을 갖고 있었으므로 다들 군소리없이 명령에 복종한다. 물건이 바닥이 날 즈음 그들은 여성의 몸을 원하고, 식량을 위해 눈먼 여인들은 그들의 요구를 수락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이 부분은 생존한 세 여인이 빗물에 목욕하는 장면으로 화해되지만 그녀들이 성욕의 대상인 작은 덩어리들로 취급되는 위치는 여러가지 상념을 떠오르게 했다.

  고정된 성관념을 전시해놓는 것에 불과하더란 거친 비유는 직면한 생존 앞에서도 여성의 육체는 단지 성적으로만 소비될 뿐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색계에서 탕웨이가 일본 쪽에 투항하든 독립군으로 남든 변하지 않는건 여성이란 지위였던 것처럼. 약을  삼키려던 순간, 그녀가 떠올린건 인형의 집은 지금과는 맞지 않다며 다른 연극을 하자고 하던 친구들이 이쪽(상징적인 의미)으로 오라고 하던 모습이었다. 이런 식의 배치는 색,계를 가로지르는 주제이다. 일본식 술집에서 탕웨이가 몸을 파는 여종업원으로 오해를 받던가 아무리 독립 운동을 위해 경계 안팎을 드나들어도 동료에게는 언제 맘이 변할지 모르는 '그저 여성'인 것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늘 궁금했던게 있다. 그토록 바람 피우는 남편과 매맞거나 감정노동,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재현은 현실을 반영하는 말로 다 설명될 수 있을까란. 흔한말로 복수와 사랑, 변신등의 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으면 드라마로서의 메리트가 떨어진단 소리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현과 대단원의 화해는 현실을 변화시키거나 의식에 자극을 주는가. 아니, 왜 착한 드라마라 일컫는 이야기들의 싱싱한 날것의 맛보다 이런 구태의연한 상황설정을 더 땡겨하는걸까. 복수와 화해의 대단원에 익숙한 사람들은 유독 현실의 재현에 대해서는 극적인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며 관대하게 대한다. 그래서 돈이 없으면 그게 어떤 사람이든지간에 호텔 커피숍에서 물세례를 받아야하며 그런 주제에 당장 돈이 필요해도 돈봉투를 자신있게 거절할 수 있는 배짱을 지녀야 한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면 당연히 가문을 위해 일신을 봉사해야하고, 사회적인 성공이나 자부심과는 별개로 결혼 단 하나로 인해 모든걸 재배치하는 과감한 모험성도 지녀야 한다. 한술 더떠 모든 여자들은 곰인형과 꽃다발을 선물 받는걸 즐거워하고, 남편이 아무리 바람을 펴도 시어머니한테는 꼼짝도 못해야 한다. 되려 맞바람의 기미라도 보이면 당장에라도 주인공을 물어뜯어줄 '시'자 들어가는 무리에게까지 충성을 다해야 한다. 이게 소위 말하는 현실재현 드라마의 유구한 내러티브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뻔한 전시에 불과했던 여성의 몸이 착취 당하는 장면은 그후의 화해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이란 지위에 똑바로 눈뜨며 직면했다는 사실, 현실의 재현이지만 현실을 뛰어넘는 사유와 해석을 보여줬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녀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서로의 존재를 번호를 붙여가며 헤아리고 있을 때 영화 밖의 현실재현 매체들은 못생긴 여자에게 굴욕감을 주고(개콘을 즐겨보면서도 동의할 수 없게 만드는 지점 중에 하나, 박지선이 내겐 정말 예쁘기도 하지만, 남녀 대결 구도나 못생긴 사람을 곯리는걸로 웃기려는 수작은 너무 뻔해보여서.) 예쁘지만 내숭을 떨지 않는 여자들에게 온갖 자막을 동원해 창피를 주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현실 재현의 도구로 사용되는 많은 것들은 반어적인 의미로서 꿈에서도 보지 못한 빛깔로 다가올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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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3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담이지만.. 눈 먼 자들의 도시 라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책 띠지에 영화 포스터에 쓰인 이미지가 떡 박혀있는 걸 보고 참...싼티나 보였습니다.^^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많이 읽히고 유명한 책인데 말입니다.

Arch 2008-12-30 14:50   좋아요 0 | URL
정말 잡담이군요^^ 농담인거 아시죠? 그럼요.. 저처럼 문외한인 사람도 읽은걸 보면.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판매가 되지않아 출판사측에서 도발을 한게 아닐까란 생각도 드네요. 도발의 긍정적인 측면은 어필과 호기심이겠지만 이게 조금만 엇나가도 촌스럽거나 식상하니까요. 아쉽게도 눈먼 자들의 도시는 후자인 듯. 그러고보니 눈 먼일 수도 있군요, 라고 하고선 검색을 해봤는데 붙여쓰기가 되어 있고. 심정적으론 띄어쓰는게 맞는거 같고. 뭘까요.

2008-12-30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8-12-3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같은 댓글, 이 긁어부스럼이라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농담
행복한 한해 되시길 바래요 :)

모르고 있었는데 어제 밤에 자다가 갑자기 동냥아치의 '아치'로 바꾸시겠다고 하신 시니에님의 글이 급 떠올랐어요.
지나쳐가면서 봐서 몰르고 있다가 어제 잠결에 문득 생각이 나더라구요 ㅋ 히히ㅋ
그러니깐 원래 시니에님은 알고 있었는데(혼자) 시니에=아치 인것은 모르고 있었단거죵..

밤이 되니 말이 많아져요~ ㅎㅎ

Arch 2009-01-01 12:22   좋아요 0 | URL
^^ 아침인데도 말 많은 전 어쩌라고!
forgettable님도 즐거운 새해되세요.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시길!!
 

 시니에란 이름을 행여 오프에서 부르게 되면 센발음에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게 계기가 되어 닉을 바꾸고 싶어졌다. 중성적이면서 재미있고 앞뒤 발음의 길이와 숨쉬기 등으로 다른 의미들이 나올 수 있는 욕심많은 닉을 만들고 싶었다. 후보군으로 오른건 여러가지인데 다들 별다른 의미없이 떠오른 낱말들의 조합에 불과했다. 말괄량이 삐삐에서 삐삐가 아무 의미없는 말을 중얼거리듯이. 사실 내가 말괄량이 같다고 전에 아주 오래 전에 누가 흘리듯이 말한걸 주워먹은적이 있어서 이러는건 절대로 아니다. 예쁘단 말보다 말괄량이 같다는 말이 애 좋았을꼬. 

 아무튼, 

 원령공주에 나왔던 야크란 동물 이름으로 할까, 옐로? 엘로이즈. 디봉은? 그러고보니 다 캐릭터 이름이잖아. 아냐, 너무 밍밍해. 그래서 생각한게 아치란 이름인데 아취와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리 아빠의 예화 덕분에 아치로 낙찰. 

 어느날  

새로 산 모자를 쓰고선 아빠 나 이쁘냐고 주접을 떨고 있는 내게 

울 아빠 하시는 말씀, 

-응, 아치같다. 

-응? 아치? 양아치? 

-(말 안 하고 빙긋 웃으심) 

-양아치란 말도 알아? 워~ 대단한데. 정말 양아치 같아? 그러니까 좀 튀긴 하는데 예쁘단 소리 그런거야? 

-아니. 동냥아치 

 앞으로 시니에는 아치입니다. 동냥아치는 아니고, 간단하게 아치, 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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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2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급한 단어 앞에 "생"을 첨부하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3=3=3=3
(암튼 메리메리 크리스마스~)

마노아 2008-12-2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소니와 경합(?)을 벌인 친구 이름이 아치 아닌가요? 스테판도 나온 것 같고... 전 그 이름이 먼저 떠올랐어요. 그 3명 중에 가장 오래 살아남잖아요^^ㅎㅎㅎ

다락방 2008-12-24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 아치님. 이제 아치님이 잎에 붙어야겠군요. 그렇다면 저기 저 [알콩달콩 뒤죽박죽] 폴더의 게시판도 cinie가 아니라 아치로 바꿔야 되는거 아닐까요. 흐흣.

익숙해지도록 열심히 불러야겠어요. 아치,아치,아치,아치님.
:)

Arch 2008-12-2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이 원하신다면~ ^^ 그런데 이건 오프에서만 부르는거에요. 마님과 주니어와 메리 크리스마스 보내셨겠죠?

마노아님 바뀐 것 역시 동냥아치 뭐 이렇게 밀어붙여도 식상함을 벗어나긴 어려울 듯. 차라리 식상으로 지을걸 그랬나~

다락방님. 히히... 몰라요 몰라. 아치 브리핑 이러면 이상하잖아요. 이러다 요새 활동도 잘 안 하다 또 바꾼다고 폼잡을라^^

노이에자이트 2008-12-2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리에서 생긴 일에 댓글 달아주신 시니에 님이 아치가 되셨군요.

Arch 2008-12-29 20:41   좋아요 0 | URL
히히^^ 네 그래요.
 

 감히 이따위 제목을 달아도 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소심하게 '아니, 그게 그냥 그 날 있었던 일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걸 생각한건데...'라고 우물댈 것이고, 재차 다그치듯이 물으면 (아주 세게!) 미잘씨에게 아직 동의는 받지 않았지만, 그분은 미모만큼이나 맘이 넓으니 봐주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씨부리면서 '압축'이란 구호와 함께 주머니 속으로 쏭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무려, 일주일씩이나 껴안고 삭힌 후기란게 분절된 대화와 터무니없이 늘어지기만 하는 분위기만 쏟아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래도 오늘은 월요일이란 작은 외침. 그러다 그만 몰라몰라, 담엔 쓴다고 큰소리치나 봐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깩깩대는데까지 이르렀다.

 내용은 대충이나마 정리가 됐다. 이제 앞으로 나가기만 하는데 다이어리엔 우리가 나눈 재미있는 말만 보이고, 해괴망칙한 그림들만 톡톡 튄다. 나는 민토와 블라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삽화들을 그렸고, 그들의 말을 메모했으며 그들의 숨소리 마디마디에 맞춰 귀를 기울렸다. 푸하님의 말처럼 나중에 노트북을 들고 서로 마주보며 채팅하자는 제안이 신선한 발상이란 생각이 들었음에도 별로였던건 이렇게 얼굴의 세세한 선까지 읽어가며 표정에 떠오른 문장부호들에 익숙해지고 싶어서였다. 그래, 이제 서론은 접어두고 본론을 얘기해야겠다. 본론이 있다면.

  토요일 한 시의 민토. 사람들로 북적댔고, 주문한 듯이 매끄러운 미소를 머금은 알바생들이 세련된 솜씨로 서빙을 하고 있었다. 알바생이 아프님과 내게 메뉴판을 던져주고 갈 때까진 미처 몰랐었다. 우리 역시 곧 사람들로 소란스러워질 테고, 우리도 곧 세미나실을 이용하는 일반의 사람들처럼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겠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기대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속성상 실망이 될만한 것들을 두루두루 두루치기하고 있다. 기대는 그렇게 영민한 편이 아니니까. 15분 뒤에 말미잘님이 상기된 얼굴로 도착했다. 멜기님의 일이 생겼다는 문자는 좀 전에 있었고. 승주나무님의 솟은 머리 스타일을 본건 말미잘님에게 나이를 물어보다 거부당한 아프님이 그저 웃지요 모드로 허허대고 있을 때였을까? 그때가 아마 2시쯤? 세미나실 분위기는 커녕 딱히 주제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흥겹게 얘기가 될 정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낯설음이 뚝뚝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래도 뭐 난 아스트랄계에서 추출된 전생을 가진 사람답게 헛짓거리를 잘 해냈고, 아프님과 말미잘님도 그다지 분위기에 신경을 안 쓰는 듯했다. 오래된 격언은 참으로 유효하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

 지나가고 지나가서 올 사람은 다 왔다. '괴물의 탄생'를 읽고 각자 느낀 점을 말했고, 승주나무님이 발제를 시작했다. 그의 성실한 발제가 끝나고 우리는 제3부분이 가능한 것인지,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괴물들과 어떤식으로 싸워야할지, 우석훈식의 호러 경제학의 문제점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나는 호러 경제학의 다른 무엇보다 커다란 맹점은 정말 그가 말한 엉망진창 경기가 어찌저찌 더 나아가다 그만, 집권말기에 스물스물 되살아나면 어쩌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의 예측이 틀렸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시민들이 박정희씨를 떠올리 듯이 '그래도 경제는 나았어 .'라고,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는 듯이 굴면 어떡하나 싶은 것. 무지몽매한 내 눈으로는 집값이 내려가니 좋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기적인건 위험하다. 집값이 내려감으로써 은행권이나 제2금융권의 파산과 실물경제가 위축된다. 세계의 모든 경제, 특히 미국에 많은 부분 의존하는데서 나온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의 구조 문제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다른 나라와는 상관이 없었던 것처럼. 그런데도 우리 명박씨는 다시 대운하 삽질에 매진하고. 애증의 만수씨는 그거 뭐 어렵겠냐며 삽을 날라오고. 아, 우석훈식의 선동은 정말 아니라고 해놓고 난 지금 여기서 무슨 선동을 하고 있는걸까.

 결국은 개인들이 주체적으로 제3부문을 개척하는 수 밖에 없다는건데, 드팀전님이 리뷰 쓰신 것처럼 우선은 한실림이나 생협에 가입하고 볼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비록 복잡하고, 번거롭고, 경쟁력도 없다지만 우선 해보고 다시 말하자. 희망 고문이 아니라 적어도 해보는데까지 하고선 다시 또 해봐야할거 아닐까. 그리고 해보는데까지 다 해보고 나서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현실에 뭉개기는 쉽지만 다시 엉덩이 털고 일어나는건 얼마나 어렵단 말인가. 그리고 우린 프레임의 틀을 한정시키는 사회와 투명하지 않은 정부와 기업,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한 장사에 능한 정치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건, 늘 밝히는 바이지만 조잡한 정리에 불과하다. 좀 더 성실한 '괴물의 탄생'은 승주나무님의 서재에서 볼 수 있다.

  우린 여행 까페, 웬디양님이 좋아하는 블라에 갔다. 신발을 벗고 편하게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아프님이 말미잘님에게 나이를 거듭 물어봐서 내가 연령주의자란 별칭을 붙여주었다. 배고프지 않냐며 푸하님이 계란빵과 떡볶이를 사왔다. 계란빵을 하나 더 먹은 아프님은 내게 전에 배 얘기 페이퍼를 잊은거냔 질책을 받았고, 나는 배근육주의자라 그런거에 예민하다고 했더니 푸하님은 시니에는 규정주의자라고 말해주셨다. 우린 하나씩의 '주의자'를 갖고 있다. 이건 주장이나 성향 문제이기도 하고 -하는데 주의해야할 사람 정도로 읽혀지기도 할 것 같다. 예컨대, 시니에는 규정을 좋아하니 주의할 것! 이런식으로. 일을 다 마치고 합류한 멜기님은 아침 드라마 얘기에서부터 영화 얘기, 취미, 이런저런 얘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그는 힘들이거나 번잡한 단어를 고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말의 더께 위에 모든게 들어차 있는 말들을 쏟아냈다. 말투는 조근조근했고 부드러웠지만 결코 무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번 후기는 멜기님이 '왜 저번 후기엔 내 얘기가 없어요'에 따른 심히 편파적인 후기 되시겠다.

 멜기님의 진지함 이면의 유머 코드 중에(지성인들의 자질 중 괄목할만한걸 난 유머라고 생각한다.) 몇가지는 두고두고 곱씹어 보며 혼자서 어깨를 들썩이게 할만한 내공이 있다. 예컨대

 푸하님이 맥주를 주문해서 들고 오는걸 본 멜기님은

-푸하님, 할아버지가 소주를 바지 뒷춤에 넣고 오는 것 같아요.

란 말을 해서 웬만하면 함부로 나대지 않는 내 어깨를 사정없이 움찔대며 웃게 만들었고, 그사세를 전파하려는 나의 노력도 헛되이

-아니, 뚝방씬에서 송혜교랑 현빈 키 차이가 너무 나더라고. 어른이랑 초등학생 같더라니까.

란 말 한마디로 '무작정 전파'의 맥을 제대로 톡톡 끊어주셨다. 그사세 전파도 까먹고 나는 발가락을 까닥까닥거리며 그의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 내가 멜기님 자체보다는 멜기님의 취향이랄까, 성향이 전 참 맘에 든다는 말을 했더니 모든 여자분들이 그런식으로 시작을 하더란 얘기를 했다. 어어 아닌데요 라며 뒷걸음 치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엉겁결에 덥썩 수긍하고야 말았다. 이런 내공은 칠갑산에서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알려준다고 써먹을 수는 있고? 뒤이어 멜기님의 연애관이랄까, 인기관이랄까. 나는 서재 곳곳에 포진해 있는  나르시즘은 저리 가란식의 멜기님의 막강함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멜기님이 다른 알라디너에 대해 얘기한 것도 외람되지만 귀여웠다. 푸하님을 반성할게 정말 없어서 남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걸 굳이 신경써야 할 정도로 '해맑은 푸하님'이라고 한다던가, 아프님을 가르켜 '아프는 우리의 삶이다.'라 일컫는 것 등등. 대체 누군가를 빗대 우리의 삶이라고 말을 할 때 뜬금없지 않은 사람이 멜기님 말고 또 있을까.

 아프님은 거의 눕다시피 비스듬히 기울어져선 멜기님이 한번씩 자기 얘기를 할 때마다 웃었다. 말미잘님은 아프님과 아주 대조적으로 단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가 조금 더 친해진다면 말미잘님은 아프님처럼 비스듬히 누우실까, 아니면 푸하님처럼 해맑은 채로 있을까, 아니면 아니면......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는 것만큼 잘 모르는 사람이 앞으로 어떤식의 포지셔닝을 하게 될지 상상하는 것도 꽤나 신나는 일이다. 그 출발점은 우리의 만남이 서로의 시간과 감정의 세심한 결을 따라 이어져야 하는거겠지만.

 그 사이 사이, 다른 모임을 갖던 웬디양님이 깜짝 등장해주셨고, 한참이나 지각을 해 우리쪽으로 피신해온 라주미힌님이 있었다. 아, 라주미힌님을 처음 보고선 그 미모에 사뭇 흐뭇해서 이러저러한 이유 빼놓고도 좋을 서재가 더 좋아졌는데 이건, 야근과 야식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두루 보여주는 피곤한 얼굴이라니. 그래도 부자 망해도 삼년 간다는 얘기처럼 예전만한 미모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우리 웬디양님. 조용한 드라마가 끝나고 신나는 광고가 툭툭 튀어나오듯이 생생하게 밝고 환한 우리 웬디양님. 웬디양님의 어린시절 사진을 며칠 전에 봐서인지 얼굴 곳곳에 귀염의 흔적이 엿보이고, 그 얼굴로 웃는데 이거 역시 외람되게도 깨물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시니에겠는가. 반갑단 말 대신 언제 올라왔단 소리나 해대고, 얼굴 보니까 너무 좋다는 말 대신 아까부터 지켜봤다는 소리만 해대고. 여기서 밝히지만 참 반가웠어요. 웬디양님. 

  아주 먼길을 돌아서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보면, 말미잘님은 그랬다. 이건 자신의 첫경험이라고. 난 게걸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그를 쏘아봤다. 조선일보처럼 머릿 속에 타이핑 하듯이 타이틀이 떠올랐다. '그래그래, 내용은 그저 그렇게 제목만 좀 크게 박고, 인터뷰를 넣을까. 아냐아냐 그건 좀 식상하지?'  그는 이게 자신의 첫 오프모임이고 그래서 참 색다르다는 얘기를 꺼냈다. 사실 자신이 모임에 참여함으로써 미모를 높이려고 했는데 (날 쳐다보며, 미안미안, 월요일부터 술 먹은거 진짜 아니다. 두루두루 보셨다!) 그럴 필요가 없단 얘기를 했다. 알라딘의 미모에 따른 방문자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일조하지 않기 위해 말미잘님의 사진은 올리지 않겠지만 평소에 주장하시듯 무기가 될만한 외모의 소유자이셨다. 이건 밤길 무기, 이런 것과 차원이 다르단건 당근 아실테고. 말없이 미소짓고 공감하고 뭔가를 묻던 말미잘님.

 아주 허투로 내뱉고 갈기듯이 쓴 후기지만 방점은 역시 말미. 제 푼수끼에 급실망했거나 술도 별로 안 먹고 해서 별로야 이러시면 안 돼요. 제가 음주와 노숙으로 점점 미모를 갉아먹을테니 꼭 계속 나오셔서 저희 모임의 미모지수를 유지해주셔야해요^^ 아, 시니에는 잘생긴 남자에 너무 약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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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미잘의 첫 경험
    from What a wonderful world! 2008-12-29 01:35 
    #. 1 내 첫 키스는 열일곱 무렵이었다. 그 집 담벼락 아래서 그 아이는 내 목을 뱀처럼 휘감았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그 아이는 내 입술 틈으로 혓바닥을 밀어 넣었다. 입 천장을 훓는 혀. 순간 뭔가 찌릿한 것이 입 천장에서 척추를 타고 꼬리뼈까지 내려갔다. ‘..씨발’ 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게 내 첫 키스였다. #. 2 아무리 생각해도 ‘추카추카추’ 보다는 ‘삑삑삑 삐릭삐릭’에 가까운 모뎀 접속
 
 
멜기세덱 2008-12-15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나한테만 너무 쎄게 나온다 했어~~~ㅠㅠ;;

Arch 2008-12-15 15:12   좋아요 0 | URL
저, 어디서 맥을 짚어야 하는지 귀뜸이라도..^^

멜기세덱 2008-12-16 02:11   좋아요 0 | URL
"아, 시니에는 잘생긴 남자에 너무 약하답니다."(지가 써놓고도 몰라~~~~버럭!)

Arch 2008-12-16 09:31   좋아요 0 | URL
어어, 그래서 멜기님한테 약하게 군건데.. 그 정도에 세게 나온다고 오해를 하시다닛! 억울하다 정말 칫~ 자신감 좀 갖아도 돼요^^

Mephistopheles 2008-12-15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없.으.므.로.이.페.이.퍼.는.무.효.

뷰리풀말미잘 2008-12-15 19:46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님의 미모에 제 칩 전부와 손목 걸겠습니다. 메피스토님은 무얼 거시겠습니까? (시니에! 탁자에 메피스토 손목 묶어!)

Mephistopheles 2008-12-15 20:43   좋아요 0 | URL
아그야...알라딘에서 구라치면 손모가지 날라간다...(일단 장단 맞춰 주는 중)

Arch 2008-12-15 22:31   좋아요 0 | URL
사진 올리면 메피님의 신기주의가 연장되므로 무효! 그나저나 메피님은 감량 계획은 일단 접어두시고 언제 얼굴 좀 뵈주세요. 말미잘님 덕분에 미모지수가 높으니 굳이 감량 안 하셔도 돼요. 에 그리고 시니에는 반디지에 약합니다.

Mephistopheles 2008-12-15 23:12   좋아요 0 | URL
반디지가 뭘까나요??? 빈티지인가요?? 일단 제가 얼굴공개하면 미모지수가 더더욱 급상승..(퍼벅 닥쳐!)

Arch 2008-12-15 23:40   좋아요 0 | URL
네이모 검색창에 반딧불을 치면 바로 나옵니다요. 아마도 그렇게 되면 미모지수의 정의부터가 달라지겠죠? (그거, 춘님꺼 아니에요? 저작권 뭐 이런거 없나? ^^)

뷰리풀말미잘 2008-12-1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니터에 뿜은 녹차 닦고 있습니다. 시니에님 덕분에 간만에 모니터 닦네요. 쿡쿡쿡.. 정말 즐거운 하루였죠?

Arch 2008-12-15 22:32   좋아요 0 | URL
모니터 녹차팩 하는 중? 히~ 어디에서 웃었는지 귀뜸이라도... 다들 별로였나봐~ 두리뭉실한 댓글만 달고 말야.

웽스북스 2008-12-1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뷰리풀 말미잘님의 미모는 저도 인정. 훤칠한 키에 백옥같은 피부에.
2. 라주미힌님을 처음 뵙던 날, 거기의 조명이 별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하하. 그리고, 불라도 조명이 썩 선명하지는 않죠? (응? 그럼 뷰리풀 말미잘님 미모는? ㅋㅋ) 라주미힌님은 피신 이후 다른 분들께 엄청 깨지셨습니다. ㅋㅋㅋ
3. 멜기님의 연애관이 갑자기 급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ㅋㅋㅋ
4. 다음엔 꼭 깨물어주세요. (아, 이거 점점 이상해진다 ㅎㅎㅎ)

혼자 번호붙이고 놀고 난리났다. ㅎㅎ

Arch 2008-12-15 23:43   좋아요 0 | URL
1. 그러니까요. 그리고 귀도 뚫으신데다 배도 안 나왔어요. 알라디너답지 않은 몸매죠.
2. 라주미힌님을 들었다 놓으시는 웬디양인겁니까? ^^ 라주미힌님의 대범함에 저는 깜딱 놀래서 새삼 살랑살랑 맘이 움직였답니다. 제가 거친 사람 흠모해요.
3. 음... 제가 좀 더 세게 나가야겠어요. 멜기님 이 정도로도 꿈쩍 안 하실 듯.
4. 앙! 하고?
나도 따라하고 난리났다. 술, 정말 안 먹었는데^^

멜기세덱 2008-12-16 02:10   좋아요 0 | URL
제 연애관은 한마디로 "다. 자. 망"
근데,
여기저기 구멍이 듬성듬성....
아무래도 그게 문제여~~ㅠㅠ;;

Arch 2008-12-16 09:33   좋아요 0 | URL
다자간 연애망? 다른 사람은 다 자 싫어 그러는데 나만 망설인다? 혼자 궁금해하고 난리여~
 

 부반장은 잠시 그야말로 멍을 때렸을 뿐이다. 뭘 하다가 다른 사람이 말을 거는 것도 모르고 열중하는 순간이 왜 다들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점심엔 이런 작은 순간까지도 반찬을 씹듯이 곱씹고 아삭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그만, 톡소리를 내고선 뻥튀기가 되는 것이다. 부반장의 잠시 잠깐의 멍때림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기억이 잠깐씩 나가서 저지른 실수 얘기가 나오더니 치매에는 고스톱이 좋다는 둥, 가끔씩 정신을 놓는 증상이 있는 부반장의 성향 분석에서, 자기 주위에 그러다 병원 들어갔다까지. 오늘의 백미는 누군가 조기 치매를 초록이 치매라고 부른다고 말하며 부반장을 아주 초록이 치매 환자로 만들어준거였다. 언니들! 정말 잠깐 딴생각을 했을 뿐이라구요! 부반장 자체도 약간 맹한 구석이 있어서 약올리는줄도 모르고 자기 얘기 한다고 신나선 싱글벙글이다. 누구 장단에 맞춰야할지, 그래도 악의없는 농담에 다들 신이 나긴 했다.

 오늘은 미선이가 밥이랑 반찬을 싸오는 날이었다. 두명씩 조를 짜서 9-10명분의 도시락을 싸오는데 오늘 반찬은 김치찌개와 김장 김치, 양념갈비였다. 묵은지를 살짝 씻어서 고추가루와 참치만 넣고 만든다는데 왜 이렇게 맛있는거야. 미선이는 나랑 같은 나이이다. 나보고 맨날 졸다가 가끔 두리번거리다 막 질문한다고 구박하긴 하지만 나를 은근히 좋아하는게 틀림없다. 뭔가 먹을게 생기면 자꾸 나를 불러대니 말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소리 딱 맞다. 내 배의 1인치는 미선이 공이 크다. 미선은 임신중인데도 항상 유쾌하고 긍정적이다. 나와 다툰 다른 언니를 끌어안은 것도 미선이고, 아지트를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무제한 안주 공급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미선이다.

 느즈막히 학교에 온 숙자 언니(노숙자란 별명을 가진 언니, 손언니가 지어준 별명이다.)가 자기 한식자격증 있다며 샌드위치와 김밥을 해온데다(무슨 관련?) 성은 언니가 풀빵을 사와서 밥 말고도 먹을게 많았다. 미선이는 언니들, 밥 다 먹고 저거 먹자. 저거 먹자 하다가 손언니가 아예 밥그릇은 내동댕이치고 간식류에 손을 뻗치자 맘이 급해졌는지 성질을 내고야 말았다. 꾸역꾸역 갈비를 씹어대던 난 깜짝 놀래선 미선이 몫을 챙겨주고 다시 밥을 먹었는데 그 사이 손언니가 우리쪽으로 와선 다시 정신없이 음식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결국 손언니는 식탐주의자란 별명을 얻었다. 물론 별명 명명에 재미를 붙인 내가 지어준거다.  손언니는 얼굴이 벌개짐에도 불구하고 의연히 애초의 후식이었던 홍시까지도 다 먹어치워버렸다.

 내일은 라면을 먹는다고 부탄가스와 라면을 산다고 돈을 걷고 다녔는데 미경 언니가 부 반장 몫까지 내줬다. 왜 부반장만 편애하냐고 농담을 했더니 언니가 웃으면서 그럼 네것도 빼고 잔돈 주란 말을 한다. 음식솜씨가 남다르단 말엔 주부경력이 몇년차인데로 웃으며 넘기는 미경 언니. 많이 튀지도 않고, 쳐지지도 않고 어느 곳에서든 잘 어울리는 언니는 은근히 남을 배려하고 표 안나게 맘을 쓴다. 나는 언제쯤 저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뭐라도 해주면 표내고 싶어 안달하고, 조금이라도 눈에 띄길 바라고, 그놈의 존재감 운운에 도끼 자루 썩는줄도 몰랐는데... 사람경력 몇년인데 이 모양이람.

  점심 시간이면 뭘 먹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물론 나의 처량맞은 도시락도 맛있게 먹어주는 맘들이 있으니 가능한거겠지만.  그나저나 어제 얇은 돈까스만 먹는 손언니가 두꺼운 돈까스를 서슴없이 먹는걸 보고 고기를, 신념이 아니라 냄새 때문에 안 먹는 사람도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냄새 좀 나던데...... 손언니는 그러니까 그냥 채식주의자 이런거 아니고 식탐주의자가 제격인듯 싶다. 나 역시 꾸준히 식탐에 일가견이 있고.

 알라딘 모임 후기를 올리려다 행여 별로이거나, 그런건 앤간히 써, 혹은 너네들만 놀아서 나 삐질거야, 이러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망설이고 있어요. 혹 모임 후기에 알레르기 반응 있으신 분은 살짝 귓속말을. 저는 다른 후기는 모르겠는데 모임 후기 쓰는건 너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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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2-1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도록하세요~~~ 삐질때 삐지더라도 일단 후기는 봐야하니까요 오호호

웽스북스 2008-12-1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저저저는 환영이에요!!! ㅎㅎ 중간에 등장한 제 얘기도 써주세요~

Arch 2008-12-1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힛! 메피님은 더이상 신비주의를 고집하지 마시라! 마시라!
웬디양님, 저 과장이 심해서 사실왜곡을 할 수가 있는데 말이죠.

Mephistopheles 2008-12-10 17:13   좋아요 0 | URL
거 참...신비주의 아니라니까요..

신.기.주.의.

Arch 2008-12-10 19:15   좋아요 0 | URL
그럼 신기전? 신기하면 신기가 발휘되는건가요? 미안해요. 나도 웃기고 싶었어요. 흑

시비돌이 2008-12-1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나서 삐지든지, 말든지 결정할께요. ^^ 개인 블로그에 모임 후기를 쓰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테고, 기대치를 높이려고 지금 뜸을 들이시는 것 같은데요. ㅋㅋ

뷰리풀말미잘 2008-12-1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니에님 망설임주의자!

Arch 2008-12-1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비돌이님 정확하시네요. BG돌이, 아직 기억하세요? 히~ 기대치 높아지면 곤란해요. 사실 메모해둔걸 곰곰히 살펴봐도 뭔가가 안 떠올라 괜히 한번 이래본거에요.

말미잘님 ㅡ,.ㅜ;; 저는 그냥 규정주의자 할래요. 여러 사상주의면 머리 복잡해져요. 내가 무슨 주의였더라 혼자 이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