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와 두칠이 삽사리문고 17
김우경 지음 / 지식산업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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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경 선생님이랑 같이 일을 하게 됐다.
사실 난 김우경 선생님 책을 한 권도 다 읽었다.
이번 연재 동화는 가르치겠다는 심사도 약간 보였지만, 그 세계가 보여주는 환상적인 모습이 괜찮아보였다.
그래서 너무 유명한 <머피와 두칠이>를 이제야 읽었다.

1
앞에 이오덕 선생님 추천사처럼 개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을 훌륭하게 비판했다.
정말로 어떤 사람도 개들 편이 되어 주지 못했다.
두칠이 주인(?)인 선희는 착하지만  힘이 없고, 선희 엄마는 그냥 보통 사람이다. 개들에게는 몰인정한.
문장들도 깔끔해서 읽기 편했다. 인간 세상을 보는 관점, 문장에서 권정생 선생님하고 비슷하다.

2
머피 묘사에서 57년생 아저씨가 생각하는 여자는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하고 얌전하고, 이따금은 현명하지만, 결국은 주인 품이 더 나은. 뭐, 사실 머피는 애완견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렇게 키워졌으니.

3
이때부터 자연의 식물이나 나무들을 움직이고 싶어했구나. 이번에 연재할 동화에서 식물들은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고 움직인다. <머피와 두칠이>에서도 몸이 근질근질해 한다.
난 이 묘사가 신선했는데 어떤 사람은 너무 흔한 설정 아니냐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환타지물을 별로 안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개고기를 먹는 것, 기르던 개를 잡아먹는 것.
개 심사에서 생각해보질 못했다. 아예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을바에 다른 가축보다 개를 우대하는 것 같아, 굳이 그럴게 있나 싶었는데, 헷갈린다. 기르던 돼지를, 송아지(소는 집에서 잘 안 잡구나.)를 잡아먹어도 그럴까. 개는 어떻게 다른가. 동물은 야생에 있는 게 더 행복한가. 밥 주고 집있는 사육장의 개들. 곧 죽어도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하며 저항하지 않는 개.

4
시간에 대한 글이 좋았다.
'시간은 어떻게 해서 흐를까. 누가 다스릴까. 누가 시간을 맡아서 늘 똑같은 빠르기로 움직이게 할까.
세상의 많고 많은 시계들이 그 일을 할까. 그러면 시계가 없었던 아주 옛날에는 누가 시간을 맡아서 움직이게 했지? 시계가 없었던 그 때에도 시간은 늘 똑같은 빠르기로 흘렀을까. 또깍또깍, 그 때도 지금처럼 한 치의 쉴 틈도 없이 쫓기듯 그렇게 달려가야 했을까.
혹시 시계가 있기 전에는 시간이 빠르게도 흐르다가 느리게도 흐르다가, 하여튼 시간에게도 나름대로 자유가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시간이 자기만의 자유를 갖는다? 그래. 시간이 시계 속에 갇히기 전에는 지금과 달리 아주 자유스러웠는지도 몰라. 가고 싶으면 가다가 쉬고 싶으면 쉬다가, 좋은 일이 있으면 천천히 머물렀다 가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맞아. 언제나 사람들이 문제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을 사람들이 시계 속에다 가두어 버린 거야. 소나 말을 우리에 가두어 길들이듯이 시계 속에다 가두어 놓고 억지로 길들인 거야. 그래 놓고 사람들은 툭하면 시간이 없네, 시간이 모자라네 하면서 엄살을 떨지. 제가 놓은 덫에 제가 걸린다더니.'

진짜 뭐든 사람이 문제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으면? 다른 생명체들은 정말 지구에 해를 안 끼치나.
9시 30분쯤 잠이 들어서 (미친 듯이 졸려서 4,50쪽 남은 <머피와 두칠이>만 읽고 잤다.) 12시에 일어나서 신문을 봤다. 시계가 너무 똑딱거려서 시계를 옆방에 치우고, 신문을 보는데 시간이 무진장 궁금했다. 어차피 한 두 시간 걸린다는 걸 체감으로도 아는데, 불안불안.
낼 쉬고, 특별히 바쁜 일도 없고 자면 없어졌을 시간인데도 불안불안.
이 책도 보고, 저 책도 보고, 이 드라마도 보고, 이것도 보고. 너무 할 일이 많다고 항상 생각한다.
이 사람도 만나고, 이 사람이랑도 술 한 잔 해야 하고....즐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바쁘다고 생각한다.
자주자주 마음에 평정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자주 놓친다. (200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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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친구하기
에스메이의 일기
에스메이 코델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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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상상과 비교할 만한 인생은 어디에도 없어. 상상 속에서, 너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거야.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하기만 한다면." -진 와일더(윌리 원카와 초콜릿 공장 중 윌리 원카) (97)

"어머, 이렇게 조용히 공부만 하다니! 날씨 때문인가 봐."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날씨 탓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이만큼 몰입하도록 이끌기까지 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평생 그 어느 때보다도 땀을 쏟았고, 이제 결실을 이루어가는 것 같다. 나는 아이들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공로를 인정받고 싶다. 또한 이 자리에까지 함께 달려온 아이들의 공로도 사람들이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나, 우리는 한 팀으로 똘똘 뭉쳐 노력해왔다.
여러 조각의 감정이 너무나 한꺼번에 밀려들어 말로 다 설명하긴 힘들다. 다만 날씨 때문이라는 둥, 남녀 학생의 비율이 적절하기 때문이라는 둥, 운이 좋아서라는 둥의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에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함께 손을 맞잡고, 머리를 맞대고, 밤새워 고민하고, 즐거움을 나누며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함께 노력하는 것. 그것이 교사와 학생의 기본이다. 아니, 사람과 사람이 맺어나가는 관계의 기본이다. 어쨌든 이 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이보다 더 즐거운 한 주는 없었다! (110)

"루벤, 넌 지금 내 공간을 침범하고 있어."
"죄송해요, 하지만 너무 부드러워서요." (113)

"선생님은 맨날 숙제만 내주고, 자유 시간은 주지 않잖아요! 선생님 싫어!"
"빌리, 원한다면 얼마든지 날 싫어해도 돼. 그건 네 특권이자 선택이니까. 하지만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난 언제나 너를 사랑한단다."
난 아이들이 반항할 때 주로 이렇게 말한다. 한창 열받을 때 사랑과 희생의 대사로 일관하면 아이들 속이 더 터지는 법이거든.(난 정말 노련한 교사야!) (116)

아침 회의 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자니, 새삼 '짐이 옳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교사라는 사람들이 어린이날을 지루할 대로 지루하고 의미없는 날로 만들 '음모'나 꾸미고 있다니. 회의란 게 늘 그렇듯, 매일매일 한 가지 테마를 이리저리 빙빙 돌린다. 어떤 교사 회의나 천편일률적으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똑같이' 만들고 '똑같은' 일을 하게 만들까, 그것만 의논한다. 어떤 의사 일정이든 지겹도록 똑, 같, 다.
줄을 만들고 아이들을 그 줄에 억지로 끼워맞추고, 아이들이 말을 너무 많이 할 때는 어떻게 그 말을 멈추게 할지를 논의하는 꼴이다. 교과서니, 주 당국의 목표니.. 왜 모든 아이들이 늘상 똑같은 것만 배워야 한단 말인가? (151)

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일을 걱정하지만, 결코 내가 발벗고 나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려 하거나 간섭하진 않는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너무 관망하는 태도를 취해선 안되겠지만, 어쨌든 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아이들을 대한다. 나는 그냥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도록 내버려둔다. 내가 그 시절을 살아내고 이겨냈듯이, 아이들도 스스로 겪어낼 시간이 필요하다. 내 역할은 시간이 좀 흐른 뒤, 두려움을 고스란히 껴안고 끝까지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든 그것을 훌륭히 극복하든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충고하는 것뿐이다. (210)

마담 에스메이!
선생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 첫 번째
-수학, 철자, 책 읽기를 즐기는 법, 과학, 미술, 음악, 더 적절한 단어로 글쓰고 말하기.
선생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 두 번째
-형제, 자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기, 머리를 꼿꼿이 드는 법, 그냥 대충 해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마담 에스메이! 내가 '괜찮게' 해왔을까 궁금하시죠?
대답은 '아니오'예요!
선생님은 '엄청나게' 잘하셨으니까요!!!

*재밌게 읽었다. 24살 새내기 선생님의 일 년 일기라는 데 재밌고, 신나게 사는 사람이다. 너무 애쓰지 않으면서 자기 재미있는대로 하는 사람. 우리 나라 선생님들 글처럼 너무 엄숙하지도 않고, 나도 더 느슨하게 읽게 됐다. 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그냥 대충 해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요샌 이런 말이 꽂힌다. (200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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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말자! 이 만화!!!
검은 대륙 - 만화로 세계읽기, 환경
에머슨.몽텔리에.베지앙.트롱댕.블러치&므뉘 지음, 이경아 옮김 / 현실문화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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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왕>과 같은 시리즈. 고흐도 그랬단다. '결국 자연과 화가는 하나다.'라고. 환경 문제를 다룬 만화들.

산책: 루이 트로댕:프랑스
저번에 어디 도서전가서 싸인 받구 나서 관심이 생긴 작가. 진보적인 시인을 환영하는 라소시아시옹 출판사 창립 멤버 라네. 출판사 소개가 재밌다.
-석도<화어록> 찾아보기.
굉장히 수다스러운 만화. 전형적인 파리지엔느들이 시골에 와서 산책하는 광경인데 그 수다가 전형적인 프랑스 사람 같다. 이 사람 만화는 시끄럽다. 지금까지 본 걸로는. 프랑스 역시 도시/ 시골 분리가 심하구나.

마법의 칼리: 헌트 에머슨: 영국
'기묘한 유머로 고전 각색' 한다기에 이 작품 역시 칼리박사(희미한 기억이지만 그런 제목의 흑백영화를 봤다.)
를 다룬 줄 알았는데, 인도의 파괴신 칼리의 칼리인가 보다. 얼척없고 웃기다.

친애하는 초파리 귀하: 샹탈 몽텔리에
녹색당의 여성 총리 더러운 파리 무리로 6개월 만에 무너지다.

아른하임: 프레데릭 베지앙

라 프레지당트: 블러치와 므뉘
'노르파드칼레 지방 여성 지방장관 마리 크리스틴 블랑댕' 환경을 이슈로 내세운 정치인에 대해 취재한 걸 만화로.
'팔레스타인'처럼 취재한 과정 자체를 만화로 담아낸게 재밌다. (20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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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말자! 이 만화!!!
돈의 왕 - 만화로 세계읽기, 돈
보두앵.오트.델 바리오.프뮈르 지음, 이승재 옮김 / 현실문화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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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2 04 06 088 198 에드몽 보두앵:프랑스
-저번 형제만화공업사 갔을때 누가 보여준 만화 작가. 이름을 까먹었는데, 책을 펼치니 딱 나오네.
'거칠고도 유연한 붓그림'이라...만화의 범주가 넓구나. 캐테 콜비츠가 그린 사람 얼굴 같다.
제목의 숫자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격인 사회보장번호.
낙오자, 패배자 이야기.

백만장자의 꿈 : 토마스 오트: 스위스
두꺼운 종이를 긁어내는 방식이라...
대사 한 마디 없는데, 분위기 인물이 생생하다. 인물도 디게 많은데,
내용은 엮이고 꼬이는 영화 같다. 돈 가방 하나로 비롯된 사람 욕심. 돈이 불러온 꼬리를 무는 죽음.
요샌 영화에서 이런 내용이 많아서 흔하긴 하지만, 잘 그렸다.

포기: 페데리코 델 바리오: 스페인
돈을 가지고 천사와 악마의 말다툼. 대결도 아니고 천사가 일방적으로 당한다.
암, 상대도 안돼지...

다나에: 프뮈르:프랑스
동방박사의 재림-그림. 수십 마리 포유 동물이 한 놈을 죽어라 고문하는 그림. 고문 당한 동물의 상처에선 끊임없이 금화가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제우스는 다나에의 마음을 사기 위해 황금 소나기로 변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한 구절로 미친 짓을 하는 구두쇠 들루씨 이야기.
이 한 권에서 가장 재밌다. (20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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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고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 - 노래 만드는 사람 백창우의 아이들 노래 이야기
백창우 지음 / 보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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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 보았나
밥그릇의 밑바닥까지 먹어 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 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정호승, '밥그릇'

*정호승 시집을 본 적이 없다. 백창우 글에서만 본다.
그렇게 한 다리 건너서 맛본 시여서 더 좋다. 아마 시집을 봤으면 발견 못 했을 것 같다.

'마음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억지로 한잠 자고 일어나 방을 치운다. 어지르고 치우고 또 어지르고 또 치우고, 이 뻔하고 뻔한 되돌이표. 내 방이나 내 삶이나 뭐 다른 게 없다. 시도 노래도 삶도 사랑도 맨날 어지르고 또 치우고.
내 마음 하늘이 오늘도 캄캄하다.'
-'띄엄띄엄 쓰는 일기' 에서

*어떤 책은 읽고 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금요일 오후여선가. 훑어보겠다고 붙잡은 책을 읽어버리고 계속 이 책만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백창우 노래를 듣고, 시를 보고, 책을 봐야 할 것 같은.
근데, 시간을 보라. 근무 시간 아닌가. 미친게다. 이러면 안된다. 내 맘대로 하라고 월급 받는게 아니다.
근데, 내 맘대로 좀 하면 안되나. 아까 '안녕, 프란체스카' 작가가 한 말이 계속 남는다.
엘리자베스 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거였는데,
<패션감각이 뛰어나 출근길에 빨랫줄에 걸린 옷으로 슥슥 옷을 만들어 입는다는 설정도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알고 보면 프란체스카와 오랜 라이벌이다. 그런데 려원이는 정작 치마 입는 것도 화장도 좋아하지 않고 남자를 유혹하는 연기도 불편해 했다. 배우의 감성에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친 결과 지금의 엘리자베스는 남성 종족 전체에 대해 거만해져 있는 캐릭터다.> 그 배우를 최대한 보여주는 캐릭터.
작가를 만나면 실장님은 뭐에 관심있고, 뭘 하고 싶은지 묻는다. 나도 본따서 이 일이 하고 싶은 일인지, 관심있는지 물어본다. 예술가만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야 역량발휘가 잘 되나. 나도 마찬가지지 뭐. 어쨌든 이 말은 근무 중에 딴짓하는데에 대한 변....
또 하나의 변명을 하자면, 책에 이런 말도 있더라.

'시간은 멈춰 서지 않는다. 어떤 순간도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자꾸 잊는다. 스무 살에는 스무 살의 노래가 있고 스물아홉 살에는 스물아홉 살의 노래가 있다는 것을 자꾸 잊어버린다.'
(200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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