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
- 이 이야기는 100% 실화'이다.
4월이 오면 늘 병원’을 찾는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피부 발진에 의한 열꽃이 피어서 피부과’를 찾았다. 더군다나 감기로 고생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의사는 피부 상태 대신 내 눈동자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내과 진찰이 필요하다며 빠른 시일 안에 검사를 받도록 조치를 취했다. 며칠 후 나는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아,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말들이 오고가겠지 ? 간암 말기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십시오. 말랑말랑한 감성은 개나 주시구요. 일주일 후 진찰 결과를 받기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의사가 말했다. “ 음... 별다른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습니다. 간 수치 정상이고요, 당도 정상입니다. 혈압도 정상이군요. “ 의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말이 이어졌다. “ 다.. 정상인데 한 가지 조금 우려되는 상황이 있군요. 뭐,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 의사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 심장이 뛰지 않아요. 혹시 독신이신가요 ?“
내가 네, 라고 답하자 의사는 부럽다는 듯 입을 오므리며 오, 라는 감탄사를 흘렸다. 오므린 입술이 마치 괄약근 같았다. 의사는 3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이미 머리는 다 빠져서 문어처럼 반들반들했다. 갑자기 아랫배에서 묵직한 통증이 왔다. “ 혹시 그동안 은행 대출 이자를 꼬박꼬박 내셨나요 ? 앞으로는 내지 마십시오. 무단 횡단을 하거나, 거리에 침을 뱉거나, 한밤중에 주차된 자동차 백미러’를 발로 차서 부러뜨린 적 있으신가요 ? 아, 오해하지 마세요. 그건 아니고요. 네,네네.. 없으시다고요. 그렇다면 오늘 밤 주차된 자동차 백미러를 발로 차도 됩니다. “ 농담도 잘하셔. 크크크크. 내가 웃자 의사도 지지 않으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내가 하하 하고 웃으면, 그는 하하하하 하고 웃었다. 내가 다시 하하하하하하 하고 웃었더니 그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고 더 길게 웃었다. 나중에는 서로 섞여서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 그럼 저는 살아 있는 시체'네요. 크크.
- 자기 비하는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 사실... 일주일 동안 검진 결과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이렇게 화기애애한 농담을 하셔서 긴장이 싹 풀렸어요.
- ( 정색을 하며 ) 농담이라뇨 ?
- 네에 ?!
- 농담이라뇨. 선생님의 심장은 정말 뛰지 않습니다. 심 ! 장 ! 이 ! 뛰 ! 지 ! 않 ! 는 ! 다 ! 고 ! 요 !
- 뭐요 ? 아니... 의사라는 양반이 진료 환자 앞에 두고 쌍말을 하네. 이보슈, 심장이 멈췄는데
어떻게 이렇게 살아서 돌아다닙니까 !
나는 벌떡 일어났다. 뭐 이런 개 같은 ! 아, 어......어어어어이 없어. 나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심장이 뛰지 않아?! 하하하. 집에 돌아와 뜨거운 방바닥에 등을 지지고 누워 오늘 낮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곰곰 생각해 보았다. 심장이 멈추면 곧바로 죽는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손바닥에 전해지지 않았다. 두꺼운 가을 후드를 입고 있어서 그러리라. 옷을 벗고 다시 손을 얹었다. 이러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그런데, 정말 심장이 뛰지 않는 것 같았다. 심장이 오른쪽으로 이사를 했나?!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 그지 깽깽이 같은 돌팔이 새끼 때문에 별 걱정을 다 하는군 ! 에이, 시부럴 ! 그래 나 그냥 곰곰 생각하는 시체’다, 쌍 ! "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청계천 의료 기구 상가’를 찾아 < 청진기 > 를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 그지 깽깽이 돌팔이이며 해삼 멍게 말미잘 문어 같은 의사가 못내 괘씸한 거라. 좋아, 내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당신을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리라.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두고 시체라고 비아냥거리다니 ! 몽돌처럼 생글생글 웃는 그 의사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짐에, 다짐에, 다짐을 했다. 두고 봅시다잉 ! 집 현관문을 열자마자 상자를 뜯어 청진기를 왼쪽 심장 위치에 대 보았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라 ?! 고장인가 ? 메이드 인 차이나 ? 차이나는 국산 제품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나’지. 불량품인가? 하지만... 청진기는 고장이 아니었다. 시험삼아 마당에 엎드려서 잠을 자고 있는 개에게 청진기를 대 보니 펄떡거리는 심장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그러나 내 심장은 뛰지 않았다. 그렇다, 내 심장은 의사가 시큰둥하게 말한 경고처럼 뛰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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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의사를 다시 찾았다. 의사는 나를 보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 올 줄 알았습니다.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말하면 대부분은 같은 반응을 보이고는 하죠. 위는 음식물을 분해하는 기능을 하죠. 폐는 숨을 쉬는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간은 독소를 분해합니다. 그렇다면 심장은 ? 섣불리 대답을 못하시는군요. 심장은 맹장처럼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장기랍니다. 맹장처럼 떼어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 포르노 여배우를 케스팅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항문입니다. 항문이 예뻐야 하거든요. 국화 무늬'를 최고로 치죠. 그런데 사실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는 항문이 보기 흉하든 예쁘든 어떻든, 항문이 어떻게 생겼나 전혀 궁금하지 않아요. 심장도 마찬가지죠. 속에 있으니 쓸모없다고 굳이 떼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심장이 가장 중요한 장기라구요 ? 후후,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어요.
심장은 매우 게으른 장기죠. 평생 팅가팅가 놀다가 일 년 정도만 일을 하죠. 간이 부지런한 개미라면 심장은 놀고 먹는 베짱이입니다. 심장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에만 두근 두근 움직이지요. 선생님은 최근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신 적 있으셨나요 ? 심장이 떨리고, 설레고, 기쁘고, 슬프고, 안아주고 싶은 누군가가 있었나요 ? 지금 사랑, 하는 사람 있습니까 ? “ 의사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모기가 내 검은 눈동자를 쏙 빼먹는, 그런 통증 같은 사랑을 한 적이 아득하구나. 멈춘 지 오래된 협궤열차였구나. 부끄러웠다. 눈물이 났다. 오래 전 헤어졌던 모서리 같던 여자가 생각났다. 그때 내 심장은 거칠게 뛰고 있었으리라. 눈물이 났다. 그가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 심장이 뛰고 있는 사람은 현재 전체 인구의 16.7%에 불과합니다. 거의 대부분 심장이 멈춘 상태죠. 사랑해서 결혼을 한 사람들의 심장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89% 정도는 뛰지 않아요. 사랑이 식었기 때문이죠.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외로운 건 당신만이 아니니까요. 심장 없이도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러니 사랑 없이도 살아갈 수 있죠. 하지만 10월의 연어처럼 펄떡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리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군요. 선생님 나이 때가 되면 단단한 심장보다는 딱딱한 페니스'에 신경을 쓰죠. 요즘 아이들은 우리 같은 세대'를 꼰대'라고 하더군요. 청춘과 꼰대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 청춘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꼰대는 페니스가 남근남근거리죠. 아, 미안해요 ! 취미로 힙합을 하다보니 라임에 늘 신경을 쓰게 되는군요. 사람들은 착각을 해요. 사랑과 섹스에 대해 말입니다. 제 심장도 멈춘 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외롭고, 쓸쓸했다. 심장이 사나운 야생 들짐승처럼 뛰던 옛날이 생각났다. 고운 여자였다. 착한 여자였다. 가난한 여자였다. 그 여자 생각만 하면 자주 심장이 아팠다. 남산을 오르는 길, 어느 모퉁이에서 나는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그 여자의 손을 잡았었다. 깡통 뚜껑을 열면 튀어나오는 삐에로 용수철 장난감’처럼, 내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자주 가슴을 쳤다. 하지만 이제는 다 옛일이 되었다. 그날 나는 의사가 농담삼아 던진 충고대로 주차된 자동차 백미러’를 발로 차서 부러뜨리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 못으로 주차된 차의 문들을 모두 긁어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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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길로 서울을 떠나 강원도 고성’에 터를 잡았다. 죽은 시체나 다름없는 나에게 속세에서의 출세와 부귀영화가 다 무엇이랴 ! 도시 속 좀비'로 사느니 차라리 자연 속에서 세월을 낚을 요량으로 선택한 길이었다. 직업도 구했다. 내 직업은 머구리’였다. 취미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했었는데 이 취미 활동이 요긴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우주복 같이 생긴 옛날 잠수복을 입고 물밑 바다에서 왕문어’를 잡는 일이었다. 이 머구리는 일반 잠수복과는 달랐다. 착용하는 장비만 해서 50kg에 달했다. 3,40미터 해저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중량이 필요했다. 일반 잠수복은 산소통을 지고 잠영을 하지만 머구리는 우주복 같이 생긴 잠수복 안에 공기를 공급하는 공기 튜브가 따로 있었다. 이 공기 튜브를 책임지는 사람을 줄잡이라고 불렀는데, 줄잡이는 머구리가 물밑 작업을 할 때 배 위에서 머구리에게 공기를 주입하는 튜브가 꼬이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일을 했다.
나는 물밑 작업을 끝내면 입에 물던 똥줄을 머구리 옷 속에 넣었다. 그러면 옷은 풍선처럼 부풀어올랐고, 그 부력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곳 사람들은 산소 공급을 하는 튜브'를 똥줄이라고 불렀다. 무게만 50kg인 머구리 장비를 지고 바다 밑바닥에서 작업하는 일은 말 그대로 똥줄이 타는 일이었다. 몹시 힘 들고, 마음 졸이는 작업이었다. 스크루'에 튜브가 잘리기라도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인생도 그닥 다르지 않으리라. 우리는 날마다 똥줄을 문다. 선주와 줄잡이 그리고 머구리는 그날 잡은 수확량을 서로 사이 좋게 나누었다. 선주가 4이고 줄잡이와 머구리가 각각 3를 챙겼다. 왕문어의 경우 20kg에 평균 40만 원 선에서 거래가 되어서 몇 마리만 잡아도 독신인 나는 며칠은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은 날은 하루에 왕문어를 다섯 마리나 잡고는 했다.
물론 잡히지 않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왕문어를 잡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나는 왕문어 사냥 틈틈이 전복이나 해삼 따위를 잡아 어망에 담아서 시장에 내다팔았고, 남은 것은 술안주로 먹었다. 줄잡이인 왕씨'는 함경북도 출신으로 탈북해서 이곳 고성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새터민이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줄잡이를 하지만 왕년에는 꽤 유명한 머구리'였다고 한다. 그는 술만 마셨다 하면 전설 속에 등장하는 괴어 목격담을 말하고는 했다. " 으마으마한 기야. 내래, 고렇게 큰 놈은 첨 봤지비. 백두산 크기라면 믿갔어 ? 안 믿갔지. 안 믿갔지. 나라도 안 믿지. 하지만 내래 진짜 봤지비. 이보우, 내래 진짜 봤다니깐 !! " 그럴 때마다 나는 빙글빙글 웃었다. 줄잡이 왕씨가 말하는 괴어'는 크라켄'인 것 같았다. 전설 속 괴어'다.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난파된 선원들이 간신히 섬에 도착했더니 그곳은 섬이 아니라 수면 위로 떠오른 크라켄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해양 모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녀석이 바로 크라켄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 이야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닷속 생명체는 전체의 3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심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체가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줄잡이 왕씨가 본 것은 정말 크라켄이었을까 ?
*
운명의 날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그날따라 물질하기가 힘들었지만 먹고살려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거대한 바위 동굴을 발견했다. 어두컴컴했다. 그때 동굴 속에서 대왕문어 다리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리 굵기로 보아 족히 300kg은 되는 놈이었다. 어림잡아 계산하니 600만원의 몸값이 아닌가 ? 나는 작살로 다리를 냅다 찔렀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바위 동굴 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물체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것은 왕문어가 아니라 대왕오징어였다. 전설 속에서만 존재했던, 줄잡이 왕씨가 술만 마셨다 하면 흥분해서 말하던 바로 그 크라켄'이었다. 너무나 커서 전체를 볼 수도 없었다. 내 앞에 그놈이 있는 것이다. 잔뜩 화가 난 크라켄의 촉수가 내 몸을 감쌌다. 내 몸을 휘감은 촉수는 너무 강력해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내 몸은 발판에 감겨서 바닷속 깊숙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한편 튜브를 관리하던 줄잡이도 이상 증후를 발견했다. 줄 패’에 감긴 공기 튜브가 빠른 속도로 물 속으로 빠지자 줄잡이 왕씨가 성급하게 줄을 잡아당겼지만 거대한 크라켄을 이길 수는 없었다. 줄은 이내 끊어졌다. 왕씨'는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얼굴은 창백했다. 물 속에서 줄을 이렇게 빨리 끌어당길 수 있는 놈은 크라켄 밖에 없었다. 지금 바닷속에 그놈이 있는 것이다 ! 선주가 급히 뛰어왔다. " 무슨 일인겨 !!!! " 왕씨는 넉이 나간 사람처럼 촛점 없이 바닷속만 쳐다보았다. " 무슨 일인겨 !!!! " 선주가 다급하게 묻자 왕씨가 말했다. " 그, 그그그그놈이다..... " 선주가 물밑을 보자 거대한 검은 물빛이 출렁거렸다. 평상시 물빛이 아니었다.
*
줄이 끊어졌다는 사실은 내 생명줄이 끊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빠른 속도로 동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수압이 점점 높아졌다.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 몸은 수압에 의해 귀와 코 그리고 입에서 쉴 새 없이 검은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피’의 색이 검다는 사실은 산소가 거의 없다는 것을 뜻했다. 피의 주성분인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면 빨간색이 되는데 반대로 산소가 없으면 검은색이 된다. 정맥혈이 검실검실한 이유는 바로 산소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극한의 고통과 두려움이 다가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심해 속에서 나는 혼자였다. 외로웠다. 그때였다, 그때였다, 그때였다 ! 캄캄한 바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환해졌다.
환영이 보였다. 산소 결핍으로 죽어가는 잠수부들에게 종종 보이는 환영이었다. 수압과 무호흡에 따른 뇌의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 뇌는 종종 이상 반응을 보이고는 했다. 내 앞에는 화창한 봄날 내가 사랑하던 모서리’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 웃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 둥근 어깨, 엷은 입술, 웃을 때 쓸쓸하게 그늘이 지던 눈가의 주름. 그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와서 내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손으로 위를 가리켰다. 심해 속에서 바라본 수면은 아름다웠다. 에메랄드 빛 수면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여자를 향해 사랑해 라고 속으로 말했다. 그때 어디선가 북 소리가 들렸다. 낯익은 소리였다. 그것은 내 심장 소리였다. 멈췄던 심장이 뛰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그 여자를 사랑했었다.
다, 옛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