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큰댁에 큰아버님 제사다.
시어머님이 오지 말라고 하셔서 나는 겉으로는 "죄송해서~~%^%^" 하면서 속으로는 은근히 반가워하고 있다...쩝~
어머님과 아버님이 이제 식사를 마치시고 큰댁으로 다니러 가신다고 하신다.
큰댁의 장손며느리이신 형님은 며느리가 그형님 한 분 뿐이셔서 제사준비를 혼자서 다 하셔야한다.
큰어머님이 현재 당뇨 합병증으로 몸이 안좋으셔서 제사음식 차리시는 것에 손을 놓으신지 이,삼 년 되셨다.
그래서 항상 명절때나 제사때 좀 죄송스럽다. 처음 결혼을 하고 한 삼 년동안은 우리 시댁의 제사 음식은 시어머님께 맡기고 나는 매번 큰댁에 가서 일을 거들어 드렸다. 뭐 별로 할줄 아는게 없어서 전 부치고 설거지만 냅다 하고 오곤 했더랬는데....내집에 제사가 있고 시어머님도 이제 연세가 드시니 힘이 부치시는 것같아 사 년째부터는 큰댁에 가질 않고 우리 시댁제사를 도와드리기로 했다.
만약 밑에 시동생이 장가를 간다면 나는 아마도 계속 큰댁에 가서 일을 도와드려야하지 않을까? 싶다.
암튼....형님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 마음에 쓰여 챙겨드리려고 노력하는데 이것도 자꾸 꾀가 생긴다. 이쪽으로 이사를 오고선 애 키우고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자꾸 빠지게 되면서 요즘은 거의 제사때 못가본 것같다.
오늘은 특히나 큰아버님 제사라서 여섯 명의 시누이들이 대거 모이실텐데 내욕을 안하시려나 모르겠다.
그래도 시누이들이 형님을 많이 거들어 드리시니 걱정은 덜하다.
울시어머님은 그래도 내며느리를 챙기시느라 그러신지 이쪽으로 이사를 오고선 피곤하니까 제사때 오지 말라고 하신다. 나를 배려해주시는 것도 있으시고, 당신 아들 왔다, 갔다 하면서 새벽 출근하는게 마음에 쓰여 부러 오지 말라고 하시는 것도 같다. 후자쪽을 염려하시는 것이 더 크겠지만 여튼 나는 임신한 덕분에 이제부터 제사를 빠지게 생겼다..쩝~~
그리고 오늘은 또 친정쪽에도 제사가 있다.
친정엄마는 제사음식 가져가서 반찬으로 먹으라고 매번 오라고 하신다. 좋다고 이 년을 찾아갔더랬는데...큰댁의 올케언니들이 모두 다 음식을 알아서 척척 하시고 나더러는 하지 말라고 애나 돌보라고 하시니 이거 원~~ 차라리 일을 하는게 낫지! 가만히 앉아만 있자니 영 바늘방석이더란 말이다.
친정과 시댁은 또 이렇게 차이가 난다. 시댁은 식구들이 많아 설거지를 도와드리는 것도 설거지를 해도 해도 끝이 없어 허리가 다 아픈데...친정은 별로 할일이 없어서 탱자 탱자 놀자니 올케언니들 눈치가 보이고..
ㅠ.ㅠ 노는 것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친정엄마한테 제사때 가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올케언니들한테 미안해서 못가겠다고 했더니 엄마는 너 편한대로 하라고 하신다.
아이를 임신하고, 어린 아가를 키우는 일이 가끔은 집안 행사에서 떳떳하게 빠질 수 있으니 때론 좋은 장점도 있긴 있구나!..^^ 첫 애 임신했을때는 영 죄송스럽고 눈치가 보이고 그러더니 둘째는 그냥 마음 편하게 당연하게 안가도 되는 것이로구나~~ 하고 있는 내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제 약고 약은 며느리가 다되어감을 느낀다.
헌데 좀 마음 한 구석이 께림칙하긴 하다. 한 달여전에 어떤 쪽진 할머니가 우리 조상들 묘자리를 옮겨야 한다고 하시면서 터를 옮겨서 봉분을 세웠는데 신랑과 나를 보고 그산소에다 절을 하라고 명령을 하여 급하게 제사를 드리는 꿈을 꾼적이 있어서 조상님들께 좀 많이 죄송스럽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