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가 지금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던가, 또는 현실이던가 아니면 개똥 밭이던가. 그런 흔하디 흔하고 지겹도록 굴려먹고 있는 연인의 이야기를 켄 로치가 한다면 이런 것이다.
켄 로치를 익히 알아 온 팬들이라면 의외라고 단박에 말하겠지. 사실 <<빵과 장미>>에서 노조원 샘과 멕시코 이민자 마야의 사랑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왠지 불편했었다. 연대에서 자연스럽게 뻗어진 친밀감인지, 동정에서 시작된 이타애인지 의문이 갈 정도였니까.하지만 계속 바닥으로 떨어지는 인권에 떠밀려 에피소드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런 켄 로치가 연인을 소재로 사랑의 떨림을 웃기지만 로맨틱한 연출로 살려내고 있지만  연인의 이야기로 단정싶고 싶지 않은 많은 것들이 욕심나게 담겨 있는 영화 <<다정한 입맞춤>>

사랑은 익숙한 단어만큼도 간단하지 않다. 나와 같아서 사랑하고, 나와 달라서 사랑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오래 사랑하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오래라는 것은 각각의 타인에게 얼마쯤의 시간을 말하는걸까? 얼마쯤 이라는 약속을 사랑이라는 감정에 묶어두기 위해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묶여 온 제도에 서로를 갖다 맞춘다. 그리고 그 제도는 형식마저 제각각 틀리다. 인종, 나라와 역사, 문화와 관습, 가치관, 그리고 기호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연인이 결혼을 한다. 내가 아닌 타인을 끌어 안을 수 있다면 얼마까지 가능할까? 혹시나 내가 버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얼마만큼 일까? '당신을 사랑해, 목숨까지 다 바쳐서' 그러나 우리에겐 목숨을 다 바쳐도 사랑과 흥정할 수 없는 일들이 많기에 일어나는 많은 갈등을 알고 있다.
그 대표적인 몇몇을 들추는 두 연인의 다정한 입맞춤에서 발견한다.

카심의 여동생은 수업시간의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키스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신의 종교에 대해 아주 당당하다. 그것은 그 지역의 유수한 대학에서 정치학을 수료한 카심의 누나도 마찬가지다. 아들 카심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최근 DJ로 일하다 친구와 동업해서 클럽을 차릴 꿈에 부풀어 있다. 자식들의 안정된 결혼만이 최대의 관심사인 아버지는 아들의 집을 증축하는 즐거움으로 살며, 어머니는 딸의 혼사를 두고 자식들 자랑에 여념이 없는 우리와 별 다를바 없는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이 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영국의 글래스고라는 것.
여동생은 사람들의 문화적 편견으로 따돌림과 놀림을 당하고, 부모님이 경영하시는 슈퍼만 해도 백인의 애완견이 볼일 보는 변소와 다를 바 없다.

그러한 환경의 카심은 어느 날 동생이 다니는 미션스쿨의 음악 선생 로신과 사랑에 빠진다. 누군가를 만나고, 설레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붙잡을 구실을 만들고, 키스하고, 섹스하고 이 둘의 사랑은 여느 연인들 못지않게 달콤하다. 사랑할 때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카심의 결혼 계획은 카심이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진도가 더 빨라지고 급기야 두 사람의 만남은 문화의 충돌이자 인종과 종교의 범위까지 이어져 모든 것이 문제화 된다.

카심이 사랑한 그녀 로신이 미션스쿨의 선생이고, 별거중인 카톨릭 교도에, 카심보다 몇살 많은 영국 본토박이 백인이라는 것과 부모는 없는데다 순종적인 성격은 없지만 자립심 강하다는 것, 카심 또한 가부장적인 가족 분위기에서 애지중지 길러진 아들이라는 것과, 무슬림 교도로서의 지역적인 평판을 중시하는 문화, 그의 모태신앙인 종교, 우유부단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이 서양사회보다 더 두터운 것 뿐이라는 것 등등이 그들을 괴롭힌다. 가족을 사랑한 나머지 여성을 사회로 진출시키지 않는 <<슈팅라이크 베컴>>의 일화들이 여기서도 발견된다. 그래도 <<슈팅..>>과 차별되는 켄 로치의 시선은 이들의 관습을 비하하고 수준 낮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데 있다. 그가 주력하는 것은 낯선 관습이 서로 부딪히는데서 오는 것이지, 한 쪽의 관습이나 문화가 다른 문화에 종속되어야 할 이유를 역설하는데 있지 않았다.

카심의 어머니는 병으로 쓰러진다고 위협을 하고, 정혼자인 사촌 재스민은 영국으로 날아오고,
아버지는 아들의 신혼집 증축을 끝내고, 누나는 카심이 이방인과 결혼하는 것 때문에 파혼 당하게 되었다고 울고, 급기야는 로신을 불러내 로신 없이도 카심이 가족과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려 한다. 로신은 상처받은 자존심을 수습하기도 전에 이교도와 동거를 하고 있다는 문제로 학교 위원회로부터 해고를 당한다.
이러한 문화적 문제들을 산적해 두고도 우리에게 이 영화가 다정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두 연인의 다툼과 사랑, 헤어짐과 재화, 일상적인 순간들을 스크린에 열심히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카심에게 일방적으로 가족을 버리고 자신을 선택하라고 종용하는 로신을 보고 백인의 우위의식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그런 권한처럼 보이게 만드니까. 사업의 사활이 걸린 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버리고 가족에게 달려갔을 거라고 믿으며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은 보통의 연애가 아닌가.

과거의 켄 로치처럼 영화에 나타낸 좌파적 행동으로 무장한 영화화는 아니지만, 은유적으로 배어 나오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종교와 인종에 대해서, 가족과 문화에 대해서, 사람과 사람에 대해서 그가 말하는 것들은 여실히 묻어나고 있다. 세상이 금방 바뀔 턱은 없지만, 무엇 때문에 바뀌어야 하는지, 왜 혁명을 꿈꿀 수 밖에 없는지 우리의 생활을 들춰내며 그가 조용히 묻고 있다.

마지막 수업에서 로신은 Billie Holiday의 "Strange Fruit"이 흐르는 가운데 1930년대의 흑인린치 참상이 담긴 스틸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다정한 입맞춤을 영화 마지막에 보았건만, 잔상으로 남는 것은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행복했다'가 아니라 그들이, 아니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를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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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피프에 내가 기대한 영화 중 일제로는 무라카미 류 원작의 <<69>>, 기타노 다케시와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애니 << 애플시드>>, 그리고 단지 재즈가 소재라는 이유만으로 <<세상 밖으로>>.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와 시간대를 맞추려다 보니 <<세상 밖으로>>는 볼 수 있겠는데, 치열한 예매 전쟁 당시 빔 벤더스와 호 샤오시엔에게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예매 실적은 전무했다. 맨땅에 헤딩 하더라도 방법은 있는 것이다. 피프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최고의 노하우는 죽치거나 끼어드는 것이다.

자, 용케 거머진 표를 들고 들어 갔으나 영화 초반 부터 나는 슬슬 짜증이 나고 있었다. 감독은 어깨에 힘을 빼도 너무 뺐다. '이러 이러한 시절이 있었다'라는 요지로 썰을 푸는 것도 어느 정도 아닌가.
일본 패전 2년 후 전쟁이 끝났다는 삐라를 들고 그가 돌아온 고향의 모습은 참혹하다.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식의 폐허의 한 가운데서 복구의 땀을 흘리고 있는 풍경들이 전반을 줄창 잡아먹고 있었다. 슬며시 재미와 완성도와는 별개로 <<반딧불의 묘지>>에서 느꼈던 그 이상한 울분과 찝찝함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이다. 이러한 기분은 내내 지속됐다, 클럽에서 술을 마시는 패잔병에서, 미군정 하에서 수모를 받는 일본인의 빈번한 클로즈업에서, 시시콜콜 등장하는 폐허의 모습에서, 변두리의 한 고물상에서 빈병 때문에 아이들을 나무라는 모자란 한국 사람의 모습에서,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미군 병사의 출정 모습에서.그래서 꽤 코믹한 장면이 많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식 피식 콧방귀를 뀌고 말았나보다.

영화는 감동의 최고조를 향해 달리기 위해 각계 계층의 감상적인 캐릭터들을 대표적으로 버무리기 시작한다. 태평양의 한 섬에서 시체들 사이를 굴르다 뒤늦게 일본에 돌아온 악기상점의 아들 켄타로, 시대를 책임 없이 산다고 해서 사회주의자인 형과 대치 관계에 놓여 벽장속으로 피해 재즈를 들어왔던 죠~ 상, 밴드 보다, 재즈 보다 전쟁 중에 읽은 이복 동생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키라, 원폭 피해를 입은 가족의 생계와 새로이 찾은 음악의 이끌림 때문에 갈등하는 쇼조, 끝간데 없이 트럼펫을 불지만 그 외의 시간엔 약을 부는 히로유키들은 물론 일본군에게 동생을 잃고 일본을 증오하는 미군 병사의 악몽, 아들을 잃어 온 어제들처럼 자신의 병사들을 계속 전장으로 보내야 하는 미군장교, 흑인과는 친구가 될 수 없는 백인, 미군대의 잔심부름을 하며 밀수를 하는 자칭 일본인 2세, 거머리처럼 미군에 붙어 몸을 파는 여자들과 그를 무시하는 여자 뮤지션, 미국식 라이프를 선망하는 술집 마담, 전쟁 고아, 패잔병, 외다리 병사, 상이군인회, 고물상 등 수많은 캐릭터가 재즈를 매개로 해서 얽기 섥기 엮어져 있지만, 자잘한 풍경과 과장된 코믹 씬에 치우친 나머지 어수선해지는 느낌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상당하다. JAZZ 때문이다. 미군의 유입과 함께 일본에 들어온 미국식 LIFE STYLE은 선풍적 인기를 타고 번져 나간다. 그런 붐에 편승해서 돈을 벌려고 일자 무식으로 JAZZ에 발을 담구는 초짜가 있고, 재즈와 마약에 절어 사는 천재가 있고, 세상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음악 속으로 도망간 혐의를 받는 뮤지션이 있고,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이들을 어설프게 재즈 한답시고 색소폰을 들고 다닌다며 일본의 국민성 자체를 업신여기던 한 미군병사는 재즈로 인해 마음을 열게 된다. 나 또한 흘러간 트롯트 마냥 오래된 스탠다드들이 흘러나왔지만 영화에 충분히 빠져들었다.

겉모양만 재즈 밴드처럼 대충 꾸려서 미군 부대의 클럽 무대에 올라가는 내국인과 그를 조소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자국의 최고 상품이었던 재즈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는 모습들이었다. 당시 미국에서의 재즈는 비밥과 쿨의 전성기였을 뿐만아니라, 최고로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었고, 흥에 겨운 젊은이들이 클럽을 거리를 메웠으니까. 그런 그들의 눈에 엉성한 밴드가 재즈를 한다고 깝죽댔으니 말이다.
그러한 풍경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전쟁이 재즈의 대중화를 가져왔고, 우리 나라의 재즈 뮤지션 제1세대 또한 그런 조소를 견디며 JAZZ의 뿌리를 길렀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어디나 시작은 있는 것이다. 영화 내내 엉성한 그들의 연주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세상을 피해서 음악에만 빠져든 주인공들을 멸시하는 이웃들이 있었지만, 음악 뿐이었던 그들의 세상도 음악으로 인해 세상 밖으로 넓혀진다.

미제 담배이름을 딴 "The Lucky Strakers"밴드로 미군 부대의 클럽의 무대에 섰던 퀸텟을 소개하자면,
<<까페 뤼미에르>>에서 요리사로 나오던 HAGIWARA Masato는 테너 색소폰,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의 ODAGIRI Jo는 스틱을 작대기라 하는데도 드럼을 치고, 밴드에서 그나마 오래된 경력을 맞고 있는 베이스는 <<프리즈미>>에의 덥수룩한 약혼자 MATSUOKA Shunske, 돈 버느라 혈안이 된 피아노는 <<바운스>>의 MURAKAMI Jun이 맡고 있으며, 컨츄리 밴드에서 픽업된 마약쟁이 트럼펫터는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MITHCH다. 그래서 영화에는 대기실 의자라든지, 페허의 언덕이라던지, 클럽에서등 솔로 연주를 하는 장면이 꽤 많이 나오는데 그 때 마다 관객에겐 멋진 선물인듯 여겨졌다.

<<세션 나인>><<쉘로우 그레이브>>의 Peter Mullan은 죽은 아들 때문에 "Danny Boy"만 연주하면 우는데, 영화에서 나오는 "Danny boy"는 구닥 느낌보다 애처로운 느낌이 많이 나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천재 소녀 가수의 신드롬은 꽤 많은 것을 시사했고, 위안잔치 스타일의 빅밴드도 재밌었다. 미군 러셀이 속한 기념 밴드에서 부르는 봄맞이 공연에선 소위 신식 스타일의 고급문화 대명사로 변모한 재즈를 즐기는 사교계의 풍경과 함께 감미로운 "Mona Lisa"를 들려준다.
bar 체리의 메뉴에 WHISKEY의 스펠이 틀렸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는러셀 Sheal Whigham과 켄타로 HAGIWARA Masato가 색소폰으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장면도 볼만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연주도중에 쳐들어가 '나도 이만은 하는데, 너보단 잘하지?'하는 식의 뽐내기식 battle보다, 러셀과 켄타로가 하나되어 벌어지는 Jam이었으면 더 근사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미군 부대 앞에서 한국전에 참전하러 떠나는 러셀과 이별하는 장면보다는 훨씬 나은 그림이 될것 같았는데 말이지, 왠일인지 너무나 친절한 감독 Sakamoto Junji는  러셀의 전사를 알리는 자리에서 켄타로로 하여금 theme "Out of This World"를 대미에 장식하게 한다. 섹스폰을 연주하며 노래를 하는 그의 '마그도나르도'식 영어는 적잖이 불편했지만,  가사와 재즈, 그리고 재즈에 빠져든 사람들은 충분히 마음을 적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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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THE WORLD CHANGE YOU...AND YOU CAN CHANGE THE WORLD



"그래. 모든 것에는 이면이 존재하지"  
 "네루다의 시야?"   "아니 마르티"                                                                                    "빈 그물 같은 허공에서 허공으로 나는 거리를 대기를 거닌다"   "마르티의 시야?"    "아니 네루다"
그렇게 퀴즈 아닌 퀴즈놀이를 하며 두 사람은 낡은 노턴 오토바이 '포데로사 '와 함께 남미횡단의 여정에 있었다.

체 게바라를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했던 이가 사르트르였나. 아무튼 내게도 그러한 관념이 머리 깊숙이 박혀 있는 탓인지 영화 시작 전부터 괜시리 숙연해져 있었다.

그러나 왠걸 대책없이 떠난 그들의 여행은 시종일관 풋풋한 웃음을 들춰내는, 우리도 한 두번 해봤음직한 그런 무대뽀 여행이었다.

그와의 차이라면 여행으로 가슴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일궈낸 남자와 기껏 사진만 박다가 돌아와서 앨범에 장사 지낼뿐이었던  나의 근성없음 일것이다.

모든 것에는 이면이 존재하고,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는 것이다.  으흥. 수긍만 하고,오히려 무임승차 하려는 근성아닌 본능만 남은 내가 부끄러워진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나의 첫 대 여행;Mi Primer Gran Viaje』 과 『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즈-남미여행에 관한 기록』, 알베르토 그라나도의 여행일지인 『체와 함께한 남미여행;Con El Che Por Sudamerica』를 원작으로 했기에  익숙한 일화들이 틈틈히 등장하며, 두 사람의 여정을 내게도 대신 밟게 해주는 성의를 보인다.

 아르헨티나
일명 '푸셰'라고 불린 에르네스토와
그의 사촌 형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걱정스런 눈빛의 어머니와 권총을 찔러주는 아버지를 위시한 사랑스런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아르헨티나의 집에서부터 출발해 푸셰가 사랑했던 코르도바의 갑부 딸인 치치나의 집을 경유한다. 
사회주의자인 그를 질색하는 부모의 못마땅한 눈치와
치치나의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뒷 꽁무니에 달고 떠난다.

 

 
칠레
화전을 일굴때마다 지주에게 번번히 빼앗기며 살아논 산자락의 인디오, 페론주의자의 목장주에게 종양 진단을 내리고, 들판에서 먹을 것을 해결하며 도착한 커다란 거울의 호수 나우엘우아피.

치치나 수영복을 사줄 달러 때문에 번번히 입씨름을 벌이면서 여정을 계속해서
칠레의 신문에 자작 기고한 덕에 유명세와 배고픔을 동시에 해결하며,
마을 댄스파티에 몰려가 애정행각(^^;)을 벌이려다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종종 말썽을 피우던 오토바이가 소떼에 받히면서 운명을 다한다.
시골의 한 촌락에서 오토바이 장례를 치른 후 두 사람은 터덜 터덜 걸어서 여행을 계속한다.


치치나와 이별로 상처를 입었던 푸셰의 마음 한 켠에 추키카마타 구리광산에서 만났던 착취당하던 사람들과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던 부부의 비탄 어린 얼굴이 자리하게 된다.

 


페루
아따까마 사막, 그리고 쿠스코 도착.

그리고 그의 마추픽추.
과거 찬란했던 잉카 제국의 향기와 '세월을 아는 안내인'을 만나고,
폐쇄된 산 속의 마을에서 삶을 연명해 나가는 아낙네들의 주름을 만나고,
웅장한 운명을 피웠음에도 절망적인 삶을 감내해야만 하는지를 고민한다.


체 게바라 그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 중의 하나라고 기록하였던 마추픽추.
네루다의 시를 즐겨 암송하고 내일의 희망을 얘기하는 두 사람.
이 때 낙관론을 펼치는 알베르토에게 에르네스토는 예의 유명한 말을 던진다.
'무기도 없이 혁명을 이룰수 있다구?

형은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군'

 나환자병원이 있는 산 빠블로로 가는 배 안에서 있는 자와 없는 자, 양극화된 풍경을 목도한다.
그 와중에도 아름다운 여자에 혹해 너스레를 떨어대는 알베르토.
강을 사이에 두고 환자와 의사,직원들로 양극화된 또 만나는 풍경.
나병환자들은 일상의 조그만 기쁨 하나 없이 그저 죽어가고 있었다.
머무르는 동안 정성껏 돌봐준 두 의사에게 생일 겸 환송 파티를 열어준다.

하나 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건배를 외치며 에르네스토는 감회어린 연설을 한다.

 

환자들이 만들어 준 뗏목, 일명 'MAMBO-TANGO'를 타고 콜롬비아로 향한다.
그들의 배에는 과일에 끼니거리인 닭들까지 승선해 있다.

일렁이며 그들의 뗏목에 참견을 해대는 파도를 보는 두 사람의 눈에는 그들의 여정 속에 있던 사람들의 스틸 컷이 펼쳐진다.
Gustavo Santaolalla의 " LA SALIDA DE LIMA" 는
흑백 스틸 속에 황망하게 자리잡은 민중의 얼굴들처럼 가슴을 덜컹덜컹 내려앉게 만든다.

 
그렇게 보고타를 지나 베네주엘라에 도착하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 에르네스토와 알베르토는
그들이 꾸려왔던 여행에 안녕을 고하고, 자신들의 달라질 꿈과 미래를 토닥거린다.

아르헨티나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의 푸셰는 이미 성장기를 끝내고 체 게바라의  얼굴로 변하고 있었다.

 

<<아모레스 페로스>>의 옥타비오, <<이투마마>>의 훌리오로 분했던 Gael Gargia Bernal는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스물두살을 우리에게 가감없이 보여준 듯 했고,

우리와 푸셰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사명이라도 타고 난듯 했던 Rodrigo De La Serna
내게 Gael Gargia Berna보다 더 큰 감흥을 주었다.
우리 곁의 친숙한 형이자 사랑스런 친구이자 행복을 주고자 했으며, 더도덜도 없이 솔직한 한 인간을 보여줬지만, 그런 웃음 뒤에 조용한 내면의 출렁임이 있는 듯 느껴지는 배우였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산 빠블로의 나환자촌에서 있었다던 게바라가 칭찬했던 그 연설을 듣지 못한 점이랄까, 물론 게바라는 힌트를 줬었지만.

Gustavo Santaolalla의 음악이 우리의 귀에 아주 적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배경음을 깔기를 주저하지 않는 가운데,
남미의 아름다운 풍광이 스쳐 지날 때는 조금이라도 그 아름다운 순간에 머물러있고 싶었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포데로사는 너무나 빨리 스쳐지나간다. 아마 '이것은 놀라운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냉소적인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했던 체 게바라와

영화의 운을 떼면서, 그리고 영화를 닫으면서 같은 말을 했던 감독의 의도를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르헨티나, 칠레, 펠루, 콜롬비아, 베네주엘라의 풍경에 도취되어 머물러 있기보다,
체 게바라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던 길위의 시간들, 사람들, 절망과 희망을 같은 눈으로 볼 수 있기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엑스트라 같지 않았던 고산지대의 인디오, 멸망한 잉카 제국의 소년, 산 빠블로의 나환자들,
퀘차어 밖에 모르던 아낙들과 자연스럽게 여정 속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효과는 대륙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Robert Redford와 Walter Salles의 영감이 십분 발휘 되었기 때문일 것이며,
체 게바라가 우리에게 우상으로, 닮고 싶은 희망으로 남아 있는 까닭이며,
그리고 거기가 바로 남미이기 때문이다. 50년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 개인적으로 모터사이클 다이어릴 보기 전에 기대한 것이 있었다.

안데스 산맥을 가로지를 때쯤 비올레따 빠라나 아타우알파 유판끼의 노래를 한 토막이나마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섭섭함이 들새도 없이 만들어 준 Gustavo Sataolalla. <<아모레스 페로스>>때도 그랬고, <<21그램>>에서 처럼 왠지 영혼을 건드리는 특별한 공기가 그의 음악에 있다.
그의 주옥같은 스코어들은 두 젊은이의 내면과 남미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녹여내기에 거침이 없고,
Maria의 "Chipi Chipi"와  Prado의 "Que Rico El Mambo"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댄스홀이 되고,
엔딩 크레딧의 "Al Otro Lado Del Rio"는 마추픽추, 산 빠블로,아따까마의 그 곳으로 연거푸 데리고 간다.
아마 한 동안은 길 위에서 이 OST만 돌리게 될 것 같다.

 ORIGINAL SOUNDTRACK "THE MOTORCYCLE DIARIES" 전곡을 들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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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4-11-2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ST리뷰 보고 왔습니다. 좋은 글 , 잘 읽고 갑니다.
 


이름 조차 생소한 인도 감독의 작품을 집어 들게 된 것은 <<오르>> 예매에 실패한 후 다른 영화 관람시간을 맞추기 위해 그냥 찍었기 때문이다.제목만 보고.

아침 10시, 제일 작은 상영장에서 단촐하니 모인 관객들을 보니 사정은 대략 비슷한 듯 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보는 내내 위장이 들썩거리는 듯한 고통으로 앉은 자리가 불편해지긴 했지만. 미하엘 하네케 만큼이나 보는 이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곤란한 취미를 가졌다, 이 감독은.

드룸. 그는 이 영화의 화자인 동시에 주인공이다. 어머니는 세살 때 바다에서 익사, 아버지는 정부의 토지 점유에 저항하다가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사망한다. 평소 아버지의 정치관과 종교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드룸은 아버지의 존재가 사라지자 필연적으로 도시로 나와버린다. 도시에서의 그는 피가 낭자한 폭력의 현장 사진을 전문으로 담는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소 도살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직업과 개인적인 비극의 이력들의 영향으로 여자를 난도질하는 연쇄살인범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자, 곧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 후 드룸은 자신과는 별개로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오던 아버지 친구와 벙어리 사촌이 정부측 관리에게 잡혀가자 우연히 만난 변호사 엔젤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러나 엔젤은 드룸의 책과 사진들이 사회를 오염시키고 신앙의 힘을 조롱한다고, 그에게 구원의 방법은 종교에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드룸은 그저 엔젤을 사랑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드룸이 최근 담아오던 아녀자 연쇄살인 사건이 차이나촌에서 발생하게 되고, 거기서 그는 난도질당해 죽은 자신의 연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 후 그가 한 일은 사진을 찍는 일. 그 사진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정도를 넘어 오히려 폭력적이다.

한편 드룸의 책으로 그의 가치관이 궁금해진 연구생 에어가 논문을 쓰고자 하는 목적으로 드룸의 곁을 기웃거리게 된다. 엔젤이 죽은 후 혼자 남은 벙어리 사촌과 집에 돌아와 있던 드룸은 자신의 생애 전체를 좀 먹었던 비극적인 역사로 되돌아가 있다. 그런 드룸을 찾아와 그가 찍은 사진들과 사진에서 나타난 인격만으로 현대 사회의 도덕을 무너뜨리고, 폭력 산업의 활성화를 도우며 그 밑에 기생하는 벌레 취급을 하게 된다. 주위의 위협 속에서도 나름대로 적응해왔던 드룸은 자신의 삶이 부정당할 입장이 되고, 폭력을 고발하는 자신의 역할이 폭력을 산업화시킨 주범인양 취급당하자 자신에게 내재해있던 폭력을 불러내 에어에게 앙갚음하는 것으로 화를 돌린다.


어떻게 보면 영화를 보고 와서 드는 감상이 줄거리의 나열일 뿐이라니. 이 정도도 나 스스로 흐뭇할 정도로  영화에서는 모호한 연출 투성이였다. 영화에서 'Be the Reds'티셔츠나 우리나라에선 이두 아이콘 총서로 나왔던 '무엇이 세계를 바꾸는가' 시리즈들이 등장해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지만, 영화는 철저히 혼잣말처럼 일방적인 얘기를 할 뿐이었다.
주인공 드롬에 있어서 바다는 아버지고, 어미니였지만, 치유랍시고 반복적으로 나열할 뿐이어서 그런 억지가 지겨워질 정도였는데, 그 순간 순간을 폭력적인 이미지들로 메꿔 관객의 사고를 일시정지 시켜 버린다.


관객을 의식을 혼돈시켜 놓고 감독이 하려고 했던 것은 어쩌면 따로 있었다. 신체의 모든 부분에 대해 보험을 파는 시장통의 상인,  선정적이고 가장 잔인한 사진을 파는 언론인들,  평범한 현대인의 일상속에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폭력의 모습들, 착하기만 하던 벙어리가 도끼로 부숴버린 타인의 머리, 그러한 것들을 우리는 어디로부터 배워 왔을까?
영화에서 내도록 보여준 그 선혈 범벅인 사진들, 충격적인 교통사고 장면에 도살장에서 신음을 흘리던 소, 흐르는 피, 찢어지는 고깃덩어리들이 영화속에 구겨져 있는 형태가 아니라 감독의 의도대로 수동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를 공격한다. 오죽하면 빈 속에 마신 블랙커피가 걱정되었을까.

최근 만들어지는 뉴스를 포함한 모든 문화적 상품들을 보면 찰나의 시선을 잡기 위해 더 선정적이고, 더 폭력적이고, 더 참혹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런 홍수 속에 우리는 변별력 하나 없이 무뎌지고만 있는 것이다. 이 세계 한 모퉁이, 아니 바로 우리의 곁에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다.
이 시대의 공포가 부른 폭력 때문에 참수당하거나 유린 당한 주검들이 안전한 자신의 방에서 모니터로, 다시 안전한 우리들의 방으로 유린당한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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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프랑스 CG를 본 다음이라 비교도 할겸해서 일본 애니메이션 <<APPLE SEED>>에 대한 기대는 굉장히 컸다. 더구나 공각기동대의 SHIROW Masamune 원작이 아닌가. 나를 그냥 죽여주라 하는 심정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SHIROW Masamune의 메카닉들이 3D CG로 내 눈앞에서 그 위용을 화려하게 떨친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공각기동대>>의 다대포차 비슷한 탱크도 출연하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반가운 탄성이 나오더라.
초반 부폐지구에서 듀난과 싸우는 그 정체모를 랜드 메이트들도 멋있었지만, 캐릭터 듀냔은 과연 2D인가 싶을정도로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나중 가이드를 대충 보고서 모션 캡쳐를 이용한 3D 인걸 알았다)
얼핏 본 TV 시리즈에서의 캐릭터보다 훨씬 폼났다. 예쁘기도 하고.  바이오로이드로 나오는 히토미는 완전 공주병 바이오로이드^^ 고개를 옆으로 살짝 틀면서 인살 하거나 눈웃음을 짓는다. 그 큼직한 순정만화 모드 눈동자에 옆에 앉은 남정네는 숨을 몰아쉴 정도였다. 히토미는 로봇이라 그렇다 그래, 그렇지만 인간 듀난은 너무 이쁘잖아. 씻지도 못하고 대전중에 거리를 헤메고 다녔을 법한데, 먼지 한톨, 검댕 하나 안 묻었다. 그래. 너무 예뻐 보인다는데 문제가 있다. 움직임은 유려하지만 깎아 놓은 듯 너무 깔끔한 것이 영화내내 불편하다면 불만일까. SHIROW  Masamune의 그 터푸한 듀난의 이미지 때문인지 영 서먹하기도 하고, 영화 내내 몰아치는 화려한 CG때문에 2D를 그냥 갖다 붙여 놓은 어설픈 레터링 느낌이 나기까지 하는 거였다.

그래도 헬리콥터까지 출연하니깐 원망은 어디가고 감탄사만 절로 나왔다. 그리고 미려한 메카닉 기술로 압승을 보인 사이보그 브리아레오스 출연! 만화책보다 훨씬 근사해졌지만 <<바블검 시스터즈>>가 왜 생각났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근사한 올림푸스 시가지, 가이아 시스템이 있는 돔의 설계 또한 멋지다.
시가지에서 가는 광섬유로 로봇들을 작살내는 바이오로이드와 듀난, 브리아레오스의 전투 씬은 조금은 지루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이야기에 탄력을 줬다. 등장 캐릭터들의 이름이 입법원의 칠현노와 히토미를 빼고는 신화에서 따 온 것들도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E S.W.A.T의 브리아레오스, 듀난, 행정원의 행정원 아테나와 니케, 올림푸스 정규군의 우라노스 장군과 하데스 등이 그들이다.(랜드메이트를 정비하는 대원의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_-)
 그리고 종반의 기갑전차들과의 격투씬은 손에 땀을 낼 정도로 긴장감 어린 연출과 1호~8호(맞나?)기들이 다리를 쩔꺽거리며 돔을 오르는 장면은 매트릭스3에서 APU가 등장한 시온 전투씬 만큼이나 멋진 장면이었다. 그러나 내가 <<APPLE SEED>>에 쏟아붓고 싶은 감탄과 박수는 기술수준에 머무를 뿐이었다.

3차 세계대전 발발후 황폐해진 2131년의 지구. 홀로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르고 있던 듀난은 지구 재건 계획을 추진중인 올림푸스 시티로 본의 아닌 스카웃을 당한다.히토미라고 불리는 바이오로이드와 죽은 줄 알았던 연인 브리아레오스가 사이보그가 되어 나타나고,올림푸스 시티에서는 자신을 향한 영문 모를 공격에 듀난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인간의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태어난 바이오로이드로 대부분의 주민이 구성되어있고, 도시는 완벽한 낙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감정도 없고, 생명 잉태의 기능도 제거된 바이오로이드의 신인류화 염원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바이오로이드를 부정하는 올림푸스 정규군,  유토피아아 올림루스의 반대편에 있는 부폐지구의 테러리스트들, 올림푸스 내의 방위 책임을 맡아버린 E.SWAT 대원들, 가이아 시스템을 빙자해 세계에서 인간과 바이오로이드를 해체시키고 재편성하려는 야심으로 뭉친 입법원의 7명의 노인들의 암투가 얼기설기 엮여있다.
거기에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군을 움직이는 하데스, 연인 듀난을 돕기에 희생양이 되려는 브리아레오스, 사랑이라는 감정에 의문을 가진 채 소멸해 가는 히토미, 주인의 사명과 신인류 지향을 위해 가이아 시스템과 대치중인 행정원의 아테나 등 무수한 소망과 감정의 충돌들이 <<APPLE SEED>>의 스토리다.

사실 이러한 줄거리는 ARAMAKI Shinji의 <<APPLE SEED>>의 중심축이 되지 못한다.  SHIROW MASAMUNE의 만화 <APPLE SEED>를 접하지 못했더라면 도대체 뭔 소린가 할 정도로 짧은 시간안에 사건의 전개가 아니라 대사와 해설로 (자막으로^^) 쏟아붓기 때문이다. 중반부터는 마구 의외의 비밀들이 하나 둘씩 터지게 된다. 가이아 시스템을 둘러싸고 듀난이 올림푸스로 초대된 이유와 듀난의 존재가 화근이 되는 모든 비밀 말이다.
급기야는 APPLE SEED의 행방을 둘러싸고 기가 막힌 촌극이 나온다. <<스타워즈>>의 '네가 니 애비야'씬에 버금가는 '네가 니 에미야'씬이 홀로그램으로 나온다. 크윽.뭐, 다행히 약간의 신파조 뉘앙스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신음을 흘리면서 동화되는 것이 보였다. 물론 나도.


인간과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라 인간과 신인류가 공존하는 세계를 지향하면서 영화는 끝이나는데,

화려한 CG에 다운된 내게도 불평은 산처럼 쌓인다.  한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담기엔 너무 방대한 스토리 때문이었는지,

피규어나 그딴 것들을 팔아먹기 위한 술책인지,

미래의 세계는 디스토피아로 각인되어 버린 그간의 간접적인 경험치들 때문인지 단언하긴 어렵지만

숙제가 남지 않는 단편적인 해피 엔딩으로는 성에 안 찬다는 것이다.

사이보그가 된 브리아레오스의 감정의 정리가 그다지 되어 있지 않고, 하데스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듯 구는데, 그 동기가 너무 부족해 보였다.

가이아 시스템을 멈추는 패스워드 입력 씬은 딸에 대한 모정이었는지, 인간에 대한 희망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되버렸고, 정작 엄마였던 사람은 딸 보다 바이오로이드의 신인류화 계획이 더 중요한 거였는지 말이다. 사실 이 장면은 <<APPLE SEED>>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기도 하였다. 뻔하긴 하지만 관객을  숨죽인 채로 조금만 조금만 더 하는 심정으로 매달리게도 했거던.

거기다 면면이 멋진 음악들이 많이 나오긴 했는데, 음악과 장면의 매칭이 너무 작위적이었다. 
내가 써놓고도 오리무중인 표현이 되어 버렸는데, 한 마디로 하면 왠지 뭔가 벌어질 법한 분위기에는 어김없이 쨔~잔 하는 음악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엔딩 크레딧 때 나온 정보를 보고 배가 아플 정도였다.
음악은 SAKAMOTO Ryuichi가 맡고,  Paul Oakenfold, Basement Jaxx, Carl Craig Vs Adult, Akufen들의 이름이 주루룩 나왔으니 말이다. 뭐, OST로 나오면 그건 죽여주겠지만, 영화에는 영~ 아니었다.
메인 주제곡은 Boom Boom satellites의 "Dive For You".

그래도 <<애플 시드>>를 보고 난 뒤 지금까지 나의 머리에 진득하게 남은 것이 하나 있다. 가이아 시스템을 꺼놓고 자기들이 현지자인척 굴던 입법원의 그 일곱 노인들에 관한 것이다. 죽어가는 노인인 까닭에 올림푸스에서 바이오로이드를 걷어내고 남은 인류 자체와 함께 자살하려던 것은 자신들을 대리인이 아니라 신(神)으로 착각한데서 나오는 행동이었다. 만화에서든 현실에서던 자신의 권위를 무제한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갓이든 마호멧이든 부처든 간에 신의 존재 유무를 놓고 가타부타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종교를 떠나 어디의 누구라도 흠 잡으려고 안달나지도 않았지만 어쨋든 덧붙이고 싶은 한 마디.
혼자의 논리만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구원하려고 맹목적으로 애쓰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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