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가는 길
밥 그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푸른숲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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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Ⅰ.
 누군들 자신의 영혼을 보여주지 않아도 모든 걸 이해하는 벗 하나 없으랴만 굳이 꺼내어 헤집어보면 뜻밖에도 그런 오래된 나랑 같으면서도 또다른 그런 녀석이 흔치는 않음을 알게된다. 허나, 나는 정말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그런 오래된 벗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33년, 서른 세 해나 묵은, 벗이라는 이름조차 거추장스러운, 그런 녀석 하나 있다.
 
 첫 친구이자 가장 오래된 친구, 그런 친구는 꼭 같은 도시에 살 필요도, 매일 만나야 할 필요도 없다. 우정, 특히 오랜 우정에는 그런 조건이 없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런 친구가 오랫동안 곁에 있을 것이다. (12)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는 이 글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지난해 10월 녀석의 아버님이, 우리들의 아버님이 홀연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한답시고 나는 서울에서 고향에 내려와 喪을 치르는 녀석의 곁에서 24시간 붙어있지 못하고 겨우 하루는 저녁에 간단히 문상만 하고, 하루는 밤을 세우는 것으로 곁을 지켰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녀석은 서울의 직장과 집으로 돌아갔고 나 역시 바쁜 일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가 새해도 되었고 하여 오랜만에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냥 별일 없다는 간단한 안부전화만으로도 왠지 뿌듯한 시간이었다. ''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지은이 '밥'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11살, 다른 반이었던 내가 우연한 기회에 엄마 손에 끌려 녀석의 집에 가서 책을 빌려온 것이 우리 둘의 첫만남이자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5,6학년 같은 반이 되어 생활하면서 우리는 누가보아도 단짝으로 자랐다. 이후 중학교,고등학교도 다른 곳에서 졸업하고 심지어 대학은 다른 지방에서 다녔슴에도 우리는 늘 함께였다. 얼굴을 자주 보고 말고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 해에 두어 번 만날지라도 우리는 '밥''잭'에 결코 뒤지지 않는 우정을 쌓아왔던 것이다. 
 
Ⅱ.
  여러 벗들과는 다르게 자라오면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여 나갔던 주인공 '잭'처럼 녀석도 나도 나이가 들어가며 그처럼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 그가, 그런 녀석이 33년만에 처음으로 힘들다는 전화를 바로 어제 내게 하였다. 몇 년전 내가 녀석에게 하였던 그 전화처럼 말이다. 그 뒷이야기는 생략하련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말고 건강한 몸 하나로 버팅기자고, 우리는 웃으며 이야기하였다. 살아보니 어떠한 어려움도 '다 지나간다'는 것을 우리는 알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가족과 벗들과 남은 삶을 굳세게 살아가기 위한 '튼튼한 몸과 마음'임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수명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추억이 되고, 마침내 아름다워진다. (116)
 
 '밥'이 힘든 시간이었을 때 '잭''밥'이 있는 시카고까지 날아가 필요해서 불러줄 때까지 근처에서 대기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잭'이 떠나가는 곁에 '밥'이 머무르는 시간들이다.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벗을 떠나보내는 '밥'의 그 이야기가 이 책의 전부이다. 그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비록 이제는 '잭'이 곁에 없다하나 그와 함께한 시간들에 아로새겨진 추억들은 '밥'을 비롯한 벗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니….
 
 그래, 이럴줄 알았는데, 제목만으로도 이런 아프고 슬픈 이야기리라 짐작을 하였는데 결국 손에 들고 냅다 읽어내려가다 목이 메이고 눈물을 삼킨다. 문득 또 녀석이 생각난다. 곁에 있었다면 오늘 밤도 소주 한 잔 하며 서로를 다독였으리라. 술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지만 언제든 내가 원하면 곁에서 묵묵히 잔을 따라주곤 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곧 우리 겨레의 큰 명절, 설이다. 설 전날 밤, 우리는 옛날처럼 오래지는 않더라도 꼭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어깨동무를 하곤 하니까, 가까운 날에 녀석을 만날 수 있으리니…. 내 곁에는 아직은 오래된 벗이 있으니…. 물론 '밥''잭'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헤어질 날이 올테지만 그 때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동안 우리는 우리네 삶을 열심히, 기쁘게 살아내면 되리니…
 
 '밥'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오래된 벗, 영원한 친구, '잭'은 다른 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 힘듬에도 더 어려운 이들에게도 관심을 쏟을 줄 아는 그런 따듯한 사람이었다. 그랬으리라. 그러니까 그의 죽음에 각지에서 많은 친구들이 그를 애도하러 달려왔으리라. 그래, 우리도 언제 떠날지 모르는 날들이지만 하루하루를 따듯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리라.
 
Ⅲ.
 그날 종업원들이 장애 청년에게 건넨 말 한마디로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그건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친절하라.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도우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내민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라. 전날 밤 자신의 고통을 완전히 잊은 채 주변의 고통 받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했던 의 말이 떠올랐다. (152)
 
 

2009.1.9. 밤, 그렇지요. '간절히 보고 싶은 영화란 늘

                             우리의 손이 닿는 범위 너머에 있는 법' (182) 이지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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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일기 : 잠명편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이지누 지음 / 호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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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2009년 책읽기와 관련한 목표설정을 이 자리에 하여 둔다.
 
 먼저 "1日1作-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글을 쓴다"는 지난해의 목표는 올해도 이어진다. 지은이의 표현대로라면 "1日1作,시즌2"인 셈이다. ('관독일기,시즌6', 315)
 
 다음은 "고전읽기", 지난 해 목표였지만 발만 담그고 실패하였던 [열하일기-완역본]에 재도전한다. 더하여 쉽게 씌어진 [열하일기]관련 첵들도 최대한 만나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마지막, "원서읽기"에 도전한다. 책은 [시친의 지구연대기 3부]이다. 1,2부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는데 여태 3부에 대한 소식이 없어 올 한해 반드시 원서로 3부를 만나보기로 한다. 조금씩,조금씩 산전과 함께 걷다보면 길이 보이리라 믿는다.
 
 새해를 맞이하여 스스로 세운 올 한 해 독서목표를 정리하여두는 까닭은 이 책 [관독일기]를 읽으며 한가지 목표를 더하게 되어서다. 무엇인가하면 나도 "책일기"를 쓰는 것이다. 주의해서 보아야할 것은 "독서일기"가 아니라 "책일기"라는 것, 책을 비록 읽지는 못하더라도 나의 책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를 하루하루 차곡차곡 적어보는 것이다. 半공개적인 일기가 되리라. 나의 책읽기와 관련된 많은 부분들이 "책일기"에 담겨지리라.
 
Ⅱ.
 지은이의 90일간의 독서일기,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고전읽기의 기록, 그것도 여섯 번째라니, 놀랍고 또 놀랍다. 한 해중 특정한 날과 기한을 정하여 두고 옛 성현들의 '잠(箴)'과 '명(銘)'에 관한 글들을 집중적으로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들이라니, 참으로 놀랍고 부럽고 대단한 일이다. 
 
 그 때문에 다시 확신한다. 삶에 있어서 나아가거나 되돌아서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멈출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저어하며 멈칫거리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17)
 
 책을 읽는 내내 줄을 긋다 지쳐버렸다. 옛 선비들의 말씀은 만날수록 들을수록 옳고 당연한 말씀들이지만 그 길을 따라가는 나의 발걸음은 느려도 한참을 느리기에 그저 지은이가 선비들을 만나는 그 언저리만 따라감에도 벅차고 기쁘다. 하지만 지은이가 느끼는 고통의 일부분을 나도 느낀다. 멀어도 한참을 멀리 있기에.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마라'(100)고까지 말씀하시는데 나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술을 마실 때는 그 잔을 적게 들고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그 횟수를 많이 하라 (이덕무) (197) 
 
 최근에 우리네 '선비'와 연관된 책들을 두어 권 읽었다.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에서 만나던 '선비'정신과 그 '선비'의 길이 이 책에 집약되어 있다, 결국 우리는 '선비와 한량 사이'에서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는 보통내기들이기에 이처럼 좋은 말씀들과 이야기들을 만나면 정신이 번쩍 들다가도 술 한 잔 걸치면 또 그냥 '싸구려 커피'처럼 식어 버리는 것이다.
 
 지은이가 가려뽑은 이 책에 등장하는 '잠'과 '명'들을 다 외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워낙 좋은 말씀들이 많으므로 나는 이 책의 목차를 복사하여  곁에 두고 보기로 한다. '먼 길 가려면 긴 채찍이 필요하다', '홀로 갈 때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말하지 말아야 할 것들', '길을 막아 버리고 틈 또한 막아라'…. 옛어른들은 오늘도 이렇게 곁에와 우리에게 '참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일러주시는데 겨울밤, 이깟 추위에 웅크리고 앉아 책만 읽다니...
 
Ⅲ.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선비들도, 이 책의 지은이도, 갈망하는 것은 '참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 바탕에 '마음, 그것이 전부'(316)인 그 '마음'이 있으리라. 오늘도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거울처럼 비춰보고 갈고 닦아서 '선비'의 길에 함께 서야하리라. 
 
 
2009.1.5. 새벽, '밥 먹는 시간말고는 책상에서 내려가지 않았다.'(120)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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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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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뻔한 이야기부터 하련다. 가깝고도 먼나라라고 일컫는 일본 이야기이니  뭐, 쉽게 만나고 이해할 수 있으려니 했다. 비록 1946년의 저작물이지만 그런 까닭으로 재미있게, 수월하게 이야기를 쫓아갈 수 있으려니 하였다. 그런데 이 책, 그게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하고프다.
 
 만나보기 전부터 워낙 지명도가 있던 책이었다. 일본인의 특성에 관한한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책으로 알려져 있는 [국화와 칼]은 일본인의 이중성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연구로, 게다가 지은이가 일본에 한번도 가지 않고 써낸 대단한 저작물로, 내가 만난 이 책도 1974년 1판 1쇄 번역이 출간된 이후 34년이 지난 지금에도 새롭게 출간이 되고 있을 정도다. 당연히 대단한 책이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아주 힘겹게 읽어냈다. 부끄러운 고백인 셈이다. 그 까닭, 몇 가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 두련다. 그렇지만 지은이의 기본적인 저술시각, 일본인과 일본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분석에 대하여 얕은 내 지식으로 왈가왈부할 단계는 분명 아님을 먼저 밝혀두련다. 다만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불편함을 짚어보는 것이다.
 
 먼저 번역,낱말의 문제이다. 미국인인 지은이의 저작을 우리말로 옮겼으니 영어를 우리말로 옮겼을 터인데 무슨 문제가 있으랴만 이야기의 핵심 주제가 일본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 이상한 느낌의 말투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일본인들의 표현을 영어로 옮겨놓은 것을 다시 우리말로 옮기는 셈인데 역자들이 그 단계만 밟지는 않았을 터이다. 일본어를 알만한 역자(김윤식)를 고려할 때 원작에 등장하는 일본어를 제대로 알았을 것이고 그 낱말을 제대로 살려내어 옮겼을 것이다, 하여 차라리 일어를 몰랐으면 더 잘 전달되었을 말들이 일본어 발음 그대로 책 속에 계속 등장하는 것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적지않이 좋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한자어를 우리말로 옮기거나 할 때에도 최근에야 발음대로 '마오쩌뚱'이라고 하지 예전에는 '모택동'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책에 등장하는 무수한 일본어 원어 발음? 그대로의 표기들이 시대를 앞선 번역이었을까? 아니면 원저작에도 그 발음 그대로 그렇게 표기가 되어 있었던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신토,사케,가미카제,온,주,하지,기무,기리', 등이 우리말로 옮겨져서는 그 뜻이 전달이 불가능한 말들인지도 궁금하다. 꼭 그처럼 표기되어야할 까닭이 있었는지, 우리가 아는 쉬운 말로 바뀌면 안되는 것인지? 
 
 책을 읽어가다 보니 '온'(恩-은혜 은)과  '기무'(義務-의무), '주'(忠-충성 충) 같은 단어들이 어떤 뜻을, 어떤 말을 전하는지 헷갈리곤 하였다. 아예 계속하여 뜻풀이를 하여주든지 하였다면 좋았을 터인데 최초 등장 시점에 한자어? 일본어?를 붙여놓았을 뿐이다. 그 한자의 뜻을 잘 모르면 전하고자 하는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거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1944년에 적군=일본인에 대한 연구를 국무부=미국의 위촉을 받아 연구한 책이고 지은이도 당연히 미국인인데 마치 일본인이 쓴 것처럼 너무도 자상하고 친절하다. 제대로 이해한 것이면서 거의 '친일파!'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천황은 사절단이 중국에서 배워온 관직 제도와 법령을 채용했다. 세계사에서 어떤 주권국가도 일본만큼 계획적으로 문명을 훌륭하게 수입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87)
 
 그후 2세기 반 동안 ~~이렇게 긴 도쿠가와 시대는 여러가지 점에서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시대이다. (90)
 
 물론 위의 글들이 당시의 시대적 한계가 반영된 탓이라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 조선왕조 5백년의 역사 등이 미처 다 비교,반영되지 못한 것이 정상참작 되어야겠지만 속좁게도 나는 이런 글들이 싫어지는 것이다. 최근에 접하는 우리 고대사와 관련한 연구결과들 속에서 만나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까지 겹쳐지며 일본과 관련한 사안들에 예민한 탓도 있겠지만 뭐,어쩌랴.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지….
 
  지은이가 일본인의 특성이라고 이야기한 여러가지는 우리 겨레의 삶속에도 적잖이 녹아들어와 있는 부분들이 많기에 일본인만의 특성으로 판단하기에는 조금은 망설여지곤 하였다. 특히 '기무'(義務)와 '기리'(義理)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예의'(禮義)와 어울려 어슷비슷한 느낌들이 오가서 더욱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하기가 힘든 사례였다.
 
 하지만 지은이가 딱 집어서 말한 일본인의 좌우명!인 '모든 것을 알맞은 장소에 둔다'(122)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제 4장 메이지유신" 부분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질만큼 그들만의 도덕체계에 대한 핵심을 잘 짚어주고 있다. 결국 사람, 그 곳,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과 대중들의 삶을 통하여 추출되는 이러한 결과물들만이 그네들만의, 그리고 우리들만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내리라. 뭐, 그렇다고 하여도 일정부분은 어차피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을 '가깝고도 먼나라'이겠지만.....
 
 
2009. 1.4. 새벽, 잃어버린 한일고대사(古代史)도 제자리로 두고싶은~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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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 컬트의 제왕이 들려주는 창조와 직관의 비밀
데이빗 린치 지음, 곽한주 옮김 / 그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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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빗 린치, 이름은 익히 들어본 영화감독이지만 솔직히 그의 명성에 비하여 아는 바가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책을 선뜻 손에 든 까닭은 딱 한가지, 엄청 유명하고 독특하다고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세계만큼 색다른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다른 면에서 이뤄졌다.
 
  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인정받는, 작품성 있는, 존재감 있는 감독이라는 지은이의 글을 읽으며 받는 느낌은 참으로 오묘하다. 모던한, 아니 포스트모던까지를 뛰어넘는 그의 영화세계를 고려할 때 - 물론 그의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알게된 바이지만 - 그가 "명상", "초월명상"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대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다. 현대 물리학은 그곳을 '통일장 the Unified Field' 이라고 부른다. 당신은 의식을 확장하면 할수록 그 원천을 향해 더 깊이 내려갈 수 있고,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18)
 
 우리는 여러 일에 매우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일단 이제부터 명상을 시작해 일과의 하나로 삼아보라. 그러면 명상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 된다. (71)
 
 책을 읽는 곳곳에 등장하는 '명상'에 관한 이야기는 무려 33년간이나 '초월명상법'을 수행해온 지은이의 경력이 제대로 스며있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으로서의 '명상예찬론'이다. 책 제목을 데이비드 린치의 "명상예찬"이라고 하여 출간되었다면 오히려 자유로운 상상력을 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었으리라. 그만큼 이 책에는 명상을 통한 삶의 안정과 발전, 창의력의 개발효과들이 지은이의 실제 경험속에 녹아들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 책은 지은이의 수필집이다. 명상예찬에 관한 소설집이나 단행본이 아닌 것이다. 하여 우리가 이 책을 통하여 만나고 즐겨 맛볼 내용들은 명상의 당연한 효용 예찬이 아니라 그런 명상을 통하여서 피어나는 상상과 창의의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아이디어에서 욕망은 미끼와 같다. 낚시를 할 때, 당신은 끈질기게 기다려야 한다. 바늘에 미끼를 꿰어 던져 놓고 나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욕망은 다른 아이디어를 끌어들이는 미끼다. (43)
 
 이처럼 관련성 없는 것들이 함께 어우러짐을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147)
 
 더하여 영화제작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과 에피소드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역시 명상과 함께 하는 모습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또 '관련성 없는 것들이 함께 어우러짐'으로서 빚어지는 아름다움을 만난다. 최근의 트렌드이자 시대의 화두인 '통찰','직관','통섭', 그리고 '가로지르기'가 이 책에도 이야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얘기들의 요약이 지은이도 일찌감치 언급한 물리학의 최신 이야기 '통일장'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정신과 육체의 어우러짐이 별개가 아니라는 증거이리라.
 
  정신적 영역의 극점이라 할 '명상'과 현대 물리학의 연결점이라니…이는 아직 모르던 분야이다. 앞으로의 독서를 '뇌 과학'의 최신 연구분야랑 연결지어 해야만 하는 또 한 까닭을 더하게 된 색다른 책읽기였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꼭 린치의 영화들을 제대로 만나 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뒤에는 덧붙임으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영화들에 대한 [간추린 영화연보](183~185), 와 [용어/인명 설명](188~191) 이 있어 영화와 데이빗 린치에 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해놓았다. 그러니 짬을 내어 한 번씩 만나보시기를,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니....
 
 

2009. 1. 3. 새해,  [1日1作]

            그 첫 발을 이제야 내딛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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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선생님 다산천자문 2 - 사람의 도리와 사회생활
이덕일 지음, 김혜란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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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기뻐할 일이다. 우리글 우리말을 익히는 학습서들이 다양한 스타일과 다양한 장점들을 갖추고 쏟아져나오고 있으니. 물론 여기서 말하는 우리글에는 수천년 빌려써온 한자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글만 쓰자!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자를 모르고서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생겨나니 한자도 당연히 알만큼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와중에 이 책, [다산 천자문]을 만난다.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우리 현실에 맞추어 가려뽑은 천자문을 200여년이 지난 오늘에 맞추어 다시 다듬었으니 지금 바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는 많이 놀란다. 학습만화가 아님에도 한 눈에 들어오는 짜임새에 감타하게 되는 것이다. 글쓴이도 이미 잘 알려진 이덕일 선생이시니 믿음도 더 가는 책이다.

 



 
 

  첫장을 펼치니 "이렇게 공부하세요"라고 상세히 설명이 잘 되어 있다, 네 글자와의 첫만남에서 듯과 훈을 새기는 방법, 그리고 사자성어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각 한자별로 다시 한 번 상세한 설명과 관련 낱말들까지…. 펼쳐든 두 쪽을 한 번만 보아도 네글자에 대하여는 확실히 익힐 수 있는 그런 꾸밈이다. 물론 외우는 것은 별도의 "익힘책"을 활용하여 가능하다. 딸아이에게 해보라고 구입해주었더니 제법 따라해놓았다.

 



 

 


 
 
 그리고 각 장의 끝에 이어지는 "번쩍/깔깔/쏙쏙 한자 이야기"는 역사 상식을 더하여 주어 한자와 더욱 친숙함을 쌓을 수 있도록 하여준다.특히 54쪽에 등장하는 "파자점(破字占)"은 글자로 사람과 인생을 다양하게 해석해내는 재미있는 사례였다. 아마도 그래서 "깔깔 한자 이야기"라고 하였나 보다. 
 
 이 책에서는 약 250여자의 한자를 각 장의 주제어(사람의 도리/시간/장소/감각/감정/움직임/사람사이/사회생활)에 따라 익힐 수 있게 되어 있다. 책을 보다 문득 더는 생각은 책과 익힘책이 따로 있으니 집에서는 본책으로 개념을 확실히 잡고 익힘책은 들고다니며 틈틈히 - 하루에 두 쪽씩- 연습하여 나간다면 넉넉잡고 5주면 책 한 권을 익힐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나처럼 얼추 읽을 줄은 아는데 이제는 한자 쓰는 법을 거의 다 잊어버린 어른들이라면 익힘책만 따로 구입하여 한자공부를 함도 효율적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여러모로 활용가치가 높은 한자공부 책이 출간되니 반가운 일이다. 끝으로 이 책에서 익힌 한자중 가장 맘에 들어오는 한자 한 번 옮겨보겠다.
 
 관망성고(觀望省顧) - 바라봄 그리고 살핌과 돌아봄 (96)이라는 뜻인데 연말을 보내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인 것 같아 가슴에 더욱 와닿았다. 올 한 해 갈무리도 찬찬히 잘 해야겠다.
 
2008.12.30. 새벽, 한 해가 저무는 겨울, 새 날을 기다리며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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