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피아
케르스틴 기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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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만 고상한 엄마들이여,물러가라!'(뒷표지)고 자신있게 외치는 이 책, 읽고나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지은이도 옮긴이도 여자들이니 주부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가고 옮겨놓았나보다. 읽어가는 내내 가벼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꽤나 통쾌하다. 어, 그런데, 이 책,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닌데, 우리나라 강남 주부들 이야기가 아닌데, 왜 이리도 우리 이야기 같을까? 역시 사람살이 세상살이 어디든 똑같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검사장!의 아내에서 졸지에 이혼당한 싱글맘이 되어버린 주인공이 두 아이랑 주거지를 옮겨 겪게되는 파란만장, 좌충우돌 엄마들 이야기인데 남자인 내가 보아도 재미있고 흐뭇하다.
 
 "애들이 다 그렇지유.~ 겨우 네 살인데 벌써 이렇게 철이 들었으니. 새댁은 참 젊고 훌륭한 엄마여유. 호감도 가게 생겼네유. 이런 일로 괜히 창피해 허지 마유." 난 갑자기 마이어 부인의 품에 몸을 던지고, 나를 입양하지 않겠냐고 애원하고 싶었다. (17) 
 
 이런 유머, 좋다, 가볍게 몸을 풀어주면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큰 줄거리는 몇 가지이다. 주인공의 남편이 저지른 비열한 바람과 그에 따른 결과물인 이혼이야기, 그리고 막내 율리우스의 학교에서 부딪히는 잘난 체 하는 교양있는 엄마들의 모임-곤충마을 엄마 협회-과 대척점에 서게되는 지은이와 친구들의 모임-엄마 마피아! - ,마피아라는 이름도 좋다, 기존의 권위나 허례허식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듯한 이런 역발상의 이름….웃자고 하는 모임이아니듯이 그들의 맹활약은 나중에 나타나는데....
 
 책을 읽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이혼, 그것도 남편의 바람질에 속아서 당한 주인공, 코니 - 콘스탄체 비쉬네브스키 - 가 보여주는 쾌활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하는 의문이다. 전업주부 십 여년에 가진 돈도 없다시피 쫓겨났음에도 그녀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자라온 환경자체가 싱글맘이니, 이혼이니 하는 것들이 별 다름의 의미가 없기때문이리라. 게다가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알아보고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한 사람, 트루디만을 제외하고는 갇 사귄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척척 죽이 맞는다. 이 역시 자라온 환경 탓일까? 
 
 그리고 뒤쪽에 등장하는 한 아이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성숙한 움직임도 부러움을 살만한 이들의 생활상이다. '소아애호증'환자를 차근차근 준비하여 경찰서로 제대로 넘겨주는 엄마들의 맹활약을 보면서 나라면, 우리라면 저렇듯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아찔해지면서 자신이 없어진다. 피해자인 여학생의 엄마도 무시하는 일이었다는 것도 있을 법한 설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돌이켜 이야기를 짚어보니 찌질한 짓을 하는 인간들은 주인공의 못난 배신자 남편과 20여년전 연애중에도 바람질이나 일삼던 주인공의 첫사랑, 그리고  성추행범 음악강사인 '사내새끼' 등이 주된 인물이다.  그리고 이들은 아니나다를까 역시나 남자라는 족속들이다. ..쩝..같은 남자로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인 잘난 엄친아 '막스'도 있고,주인공의 새로운 사랑이 될 것이 분명한 변호사 '재규어맨' 안톤도 있으니 뭐, 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내놈들의 성적표는..... 그러니 ~
 
 자,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인생에서 문이 하나 닫히면 다른 문이 열려.  운명이 너를 위해 무슨 일을 준비하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 이젠 넌 큰 모험을 하게 되는 거야.대단하지 않아? ('트루디'가 '코니'에게) (41)
 
 450쪽의 이야기가 순식간에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충분한 까닭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이 책 전반에 흐르는 넉넉한 삶에 대한 태도- 긍정적이면서 유머를 잃지않는 - 가 우리가 더 배우고 익혀야할 좋은 꺼리이리라. 하여 '엄마 마피아'를 '우리'가 '총공격'하여 접수해야 할 것이다.
 
2008.12.30. 새벽, 한 해가 저무는 겨울, 흔들리며 버팅기며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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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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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부터 이 먹먹한 이야기를 시작하여야하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증오하던 슬픈 역사의 한 복판에서도 끝끝내 사람다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 놀라움이 넘쳐나던 이 이야기를 어떻게 소개하여야 할까?  책을 덮은 뒤 며칠을 뒤척이다 겨우 찾아든 말꼬리는 그 '놀라움'이다. 이제 무엇이 나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놀라움의 세계로 이끌어가는지 만나보자.
 
 첫 번째 만나는 놀라움은 이 책의 화자(話者)이다. 누구야고? 우리식 표현대로라면 '저승사자'이다. 말 그대로 죽은 영혼을 저승세계로 인도하는 '저승사자'이다. '나는 폭력을 쓰지 않는다.나는 악의도 없다. 나는 결과일 뿐이다.'(16)라고 스스로 밝히고 [책도둑]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는 '죽음의 신' 저승사자, 바로 그 자신이다. 섬찟하지 않은가? [책도둑]이라하여 책과 관련한 어떤 추억거리를 찾아 따라왔다면 이쯤에서 발길을 돌리시라. 놀라운 일은 계속되리니...
 
 다음 놀라움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다. 결국 이야기의 뿌리를 이루는 그 시절, 우리도 마땅히 악몽으로 기억하는 그 시절, 제 2차 세계대전중의 시간들이다. 특히나 더하여 장소는 독일이다. 바로 이어지는 유대인 학살 이야기..그렇다. 이 책은 그 유대인 학살이 이야기의 제재가 된다.더 끔찍하지 않은가? 또 책을 덮고 자리를 떠나는 당신을 '그'는 보고 있으리라. 하지만 잊지 마시라, '그'는 '결과일 뿐'임을. '원인'이 아님을….
 
 자, 다음은 누구일까? 이 책의 주인공? 아니, 그(녀)는 마지막에 소개하련다. '죽음의 신'이 '책도둑'을 통하여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 놀라운 이야기의 핵심인물이자, 주인공의 아빠이자 영원한 사랑, 한스 후버만이 우리를 정말 놀라게 하는 사람이다. 그는 독일인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유대인의 아들을 보호하고자 수십년 전의 약속을 지켜낸다. 어떻게? 모든 유대인들이 수용소로 끌려가는 그 시기에 그는 그를 찾아온 유대인을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아무런 불평없이 받아들여 집안 지하실에서 두 해씩이나 보호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지나가는 유대인 행렬에 빵까지 던져주는 목숨을 건 행위를 하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이 부분은 지은이의 부모가 목격한 실화라는 사실 !
 그리고 또한 놀라움을 더하는 이는 그의 아내 로자 후버만이다. 책의 전반부 내내 그녀는 주인공, 이제 이름을 이야기하자, 책도둑, 리젤을 양녀로 키우며 괄괄하고 무식하고 험한 엄마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엄마,~ 위기에 강한 여자였다. (1권,313) ,  그녀는 한 유대인 남자가 몰힝에서 맞이한 첫날 밤에 아무런 질문도 없이 그를 먹여준 사람이었다. (2권,326)
 
 놀라움은 계속된다. 주인공 리젤, 책도둑의 첫사랑, 결국 그토록 원하던 리젤의 입맞춤을 죽고나서야 받았던 동갑내기 루디 슈타이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치를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스,로자,루디 모두 사람다운 사람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막스 판덴부르크, 한스 후버만의 속죄의 대상, 유대인, 리젤의 영원한 또 한사람, 그리고 마지막엔 리젤의 (스포일러), 단 두 권의 책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주요인물들이 모두다 놀라움과 경이의 대상이라니....또한 등장인물들인 주변의 시장부인에서 이웃들까지 모두 상식과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이웃들이었다. 그 널려있는 보편성이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
 
 힘멜 거리의 창문에서 별들이 내 눈에 불을 놓았다. 막스는 그렇게 썼다. (2권,112)
 
 한스네, 그러니까 리젤의 집에서 지하실에 숨어 생활한지 스물 두 달만에 바라본 밤하늘, "별들이 있더군요. 제 눈을 태웠습니다"(2권,112)라고 소감을 묻는 한스네에게 막스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곳으로 도망가려다 붙잡혀 거리에서 리젤을 만나게 되고… 이야기는 자꾸만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한 명은 책도둑이었다. 또 한 명은 하늘을 훔쳤다. (2권,117)
 화자가 이야기하는 이 두사람의 주인공 리젤과 막스의 이야기는 끝에가서야 제대로 만나지는 셈인데 그 이야기는 삼가련다. 다음 이 책을 읽는 이들을 위하여…. 자, 그럼, 이 책에서 가장 큰 놀라움인 주인공 리젤을 만나보자. 아홉 살에 여섯 살난 남동생을 잃고 어머니랑도 헤어지고 입양되어 살아가지만 정말 척박한 그 환경 속에서도 우연히 만난 책-도둑질로 만난,을 계단삼아 스스로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삶이란 어떠해야하는지, 왜 우리가 악착같이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케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서 '죽음의 신'인 화자가 가장 먼저 만나보지만 가장 나중에 데려가는 인물이 되는 리젤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죽음의 신인 화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엄혹한 시절의 한 복판에서도 사람은 이렇게 아름다움으로 피어날 수 있음을....
 
 나는 어떻게 똑같은 일이 그렇게 추한 동시에 그렇게 찬란할 수 있냐고, 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저주스러우면서도 반짝일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2권,349)
 
 
2008. 12. 29. 깊은 밤, 뒤척일 수 밖에 없는 그 시절들
             그 속에서 빛나는 말들을 찾아 흔들리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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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 - 지질학, 생태학, 생물학으로 본
유리 카스텔프란치.니코 피트렐리 지음, 박영민 옮김, 레오나르도 메치니 외 그림 / 세용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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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쥘 배른 원작의 [지구 속 여행]을 영화로 만든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가족과 함께 보았다. 스토리의 완결성이나 배우들의 연기랑은 아무 상관없이 무척 재미있게 영화를 즐길 수가 있었는데 그 까닭은 지구 내부의 모습을 형상화한 '잃어버린 세계'의 모습이었다.
 

 아직도 살아 있는 공룡은 물론, 반딧불이처럼 빛을 내는 새, 사람을 공격하는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식인식물들과 지하를 흐르는 뜨거운 강과 바람들.....보이는 것마다 경이롭고 신비한 것 투성이였다. 기회가된다면 진짜로 '잃어버린 세계'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그 시간이 다가왔다.

 

 

 


      -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지구의 중심에서~

 
 책값이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질학, 생태학, 생물학으로 본"  [지구의 역사]라니, 이 책이야말로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것이라 생각하며 만나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린 것이 아님을 커다란 책을 받아들고 한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책을 펼치면 일반적인 "목차" 곁에 "주제별 차례"가 따로 있다. '생명의 역사'는 생물학의 관점에서 본 역사이고, '생태 환경'은 생태학, '지질 및 기후'는 지질학과 연결된다. 세 가지 학문이 각각의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따로 또 같이' 어우러져 한 편의 박물誌를 보는 듯하다. 
 
 색깔별로 확연히 구분된 내용들에 더하여 깔끔하고 확실하게 드러나는 풍부한 그림들, 그리고 최근의 지식경향이나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식의 최전선'까지 이 책 한 권이면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하다. "제5장 인간과 지구" 이전의 "제1~제4장"까지는 내가 찾던 '잃어버린 세계'에 해당된다. 역사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연구와 지질학,생태학적 유물을 통하여 만나보는 우리 지구와 인류前의 역사라니. 너무도 기쁘고 반갑다.
 
 특히 각 장의 첫 쪽에 등장하는 "연대표"는 각 시대별 주요 사건을 한 눈에 만나보게 하는데 그 구분도 '누대'(시생-원생-현생)와 '대','시기','기' 등으로 세분화되어 옛날에 알았던 단편적인 지식들도 연대표 하나로 정리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일곱쪽에 이르는 상세한 "색인(Index)"은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상의 장점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책의 내용면에서는 '잃어버린 세계'의 이야기인 "제1~제4장"보다 오히려 "제5장 인간과 지구"에 등장하는 '생물권과 다양성','다음세대를 위한 지속적인 관리'이야기들이 더 좋았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환경및 현재상태를 더 나쁘게 하지 않아야한다는 기본적인 원칙들을 강조하여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하여 단지 지구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날들에 대하여도 생각하도록 배울 수가 있으니 역시 이 책 한 권으로 지구와 관련된 생태계,환경,생물학 공부의 기초는 수월하게 할 수 있으리라.
 
 책을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지구의 역사에 관한 백과사전 한 권을 만나본 기분이다. 아이도 나도, 곁에 두고 지구에 관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찾아보는 교재로 활용해야겠다. 제대로 만든 책은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읽는 이들을 기쁘게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여 기쁘다.
 
 
2008. 12. 27. 깊은 새벽,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 꿈속으로 떠나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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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ly Gibbons - Moanin'
폴리 기븐스 노래 / 강앤뮤직 (Kang & Music)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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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BBC 재즈 어워드 보컬 부문 신인상 수상자'라는 소개글만 보고는 바로 음반을 CD 플레이어에 꽂았다. 그리고 한 번, 두 번…자꾸 들으며 언뜻언뜻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들..…
 
 첫 번째, 신인 맞나?  물론 입상 후 한 두해 지나긴 하였지만 재즈보컬을 잘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대단히 풍부한 성량의 목소리이다. 그리고 앨범 재킷을 보지 않았더라면 흑인 혹은 혼혈로 생각했을 '소울'풍의 느낌, 뭐랄까 '허스키'하면서도 갖출 건 다 갖춘 그런 느낌의 목소리....놀라웠다.
 
 두 번째, 선곡된 곡들이 전체적으로 보컬에만 집중한다기보다는 사이사이 악기들의 연주를 충분히 살려주어 나같은, 초보로 듣는 이에게 오히려 더 접근하기가 편하게 연주들이 들려오는데 이 가수, 그 공간을 잘 갖고 논다는, 즐길 줄 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노래를 하다 중간중간 쉬었다 돌아오는 그 목소리들이 결코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자신있게 내지르는데 걸림없이 나아가는 목소리… 아침에도 저녁에도 듣기에 부담이 없다. 그만큼 귀에 잘 들어온다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아트 블랭키의 곡으로 기억하고 있는 여섯 번째의 ' Moanin' '이 귀에 익은 탓인지 쉽게 다가왔다. -그래서 앨범 제목이기도 한 것일까? -   그러나 이 앨범중 한 곡을 딱 꼽으라면 귓가에 은은히 울리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네 번째 곡 'Something real' 이  더 좋다. 리플렛의 가사를 보니 - 설핏 번역해보건데, 제대로 된 느낌으로 살아보자는, 너로부터 진실된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그런 내용도, 좋다. 뭐, 다른 나라의 음악을 즐기는 방법에 가사의 의미를 반드시 알 필요는 없는 법, 음악을 통하여 흘러나오는 분위기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곡과 곡을 흐르는 그녀의 목소리도, 그 곡들이 들려주는 약간은 애틋한 느낌과 목소리의 화음도 좋다. 꼴랑 좋다는 말밖에 할 순 없지만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감탄사에 이보다 더 원초적이고 만족스러운 표현법이 있으랴.  특히 이 음반은 한 곡만 들어도 괜찮지만 전체를 찬찬히 반복하여 들을 때에 느껴지는 그녀의 '놀이'- 목소리와 연주의 화음을 나는 즐거운 '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실력에 더 행복해진다. 좋다. 올 겨울, 당분간은 그녀와 함께 출퇴근이다.
 
 
2008. 12. 26. 늦은 겨울밤, 그녀의 목소리만으로도 버팅길 수 있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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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대런 심킨.대니얼 심킨 지음, 공경희 옮김 / 황소자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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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 자신의 시간을 몽땅 싸서, 완벽한 어떤 것에 자신의 시간을 다 쏟아 부으리라 다짐하며 길을 나서서 수 십년이 지나서야 다시 집으로, 고향으로, 벗들 곁으로 돌아와 그제서야 행복해지는 사람, 그의 짧지만 긴 이야기가 이 책, [여행자]의 전부입니다.
 
 그렇지요, 'Life is a journey'라는 겉표지의 소제목처럼 삶은, 누구에게나 이 지상에 다녀왔다 흘러가는 잠깐의 여행이겠지요. 물론 우리는 그 여행을 즐길 수도, 흘낏 흘려 보낼 수도, 함께 흘러갈 수도 있겠지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우리 삶의 여행자입니다. 그 누구도 이 사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찰리는 자신만의 시간을 들고 길을 나섰던 거지요. 결국 그 먼 발길도, 돌아오는 그 길도, 자신이 선택한 여행길이었지요. 하지만 그가 뒤늦게 깨달은 바처럼 행복은, 그의 표현을 빌자면 '내 시간을 다 쏟을 만한 완벽한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지요.
 
 아시는 분은 이제 다 아시는 비밀 같지 않은 비밀이지요.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여기 있다는 것, 다른 곳, 다른 때, 다른 사람들 속에 있지 않고, 지금, 바로 이 때, 내 속에서 행복이 생겨나고 유지된다는 사실, 그 사실을 찰리는 몰랐던 거지요. 그의 친구들과 집을 지키던 다른 이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답니다. 적어도 그러리라 생각은 하고 있던게지요.
 
 자, 이제 우리 이야기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 책, 이 이야기 너무 뻔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단순한 것이 진실이고 단순한 것이 최고라고는 하지만 이 책, 이 겨울에, 이 혹독한 시련의 겨울에 우리가 만나보는 이야기로는 너무 심심하지 않습니까? 좀 더 자극적이고 강렬하고 무언가 정신을 번쩍 깨우는 그런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요?
 
 제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아니면 그렇지 않다고 도리질 치십니까? 어느 쪽에 서 계셔도 우리는 여행자입니다. 비록 이쪽 저쪽을 선택함으로서 일시적으로는 떨어져 있겠지만 여행의 긴 흐름에서 보면 함께 만나 큰 길로 나아가야 할 우리는 모두 지구별 여행자입니다. 읽던 책을 덮으시고 보던 TV를 끄시고 밖으로 나갑시다. 그리고 저 하늘, 저 달빛 아래 흐르는 시간들을 만져봅시다. 그렇게 세월은 가는 겁니다. 그 시간들 따라 행복도 오고 가는 겁니다. 지금, 이 날, 이 때, 이 곳에서 말입니다.
 
 
2008. 12. 27. 맑은 새벽, 잠들지 않아 기분도 좋은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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