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이 먹먹한 이야기를 시작하여야하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증오하던 슬픈 역사의 한 복판에서도 끝끝내 사람다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 놀라움이 넘쳐나던 이 이야기를 어떻게 소개하여야 할까? 책을 덮은 뒤 며칠을 뒤척이다 겨우 찾아든 말꼬리는 그 '놀라움'이다. 이제 무엇이 나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놀라움의 세계로 이끌어가는지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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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만나는 놀라움은 이 책의 화자(話者)이다. 누구야고? 우리식 표현대로라면 '저승사자'이다. 말 그대로 죽은 영혼을 저승세계로 인도하는 '저승사자'이다. '나는 폭력을 쓰지 않는다.나는 악의도 없다. 나는 결과일 뿐이다.'(16)라고 스스로 밝히고 [책도둑]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는 '죽음의 신' 저승사자, 바로 그 자신이다. 섬찟하지 않은가? [책도둑]이라하여 책과 관련한 어떤 추억거리를 찾아 따라왔다면 이쯤에서 발길을 돌리시라. 놀라운 일은 계속되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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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놀라움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다. 결국 이야기의 뿌리를 이루는 그 시절, 우리도 마땅히 악몽으로 기억하는 그 시절, 제 2차 세계대전중의 시간들이다. 특히나 더하여 장소는 독일이다. 바로 이어지는 유대인 학살 이야기..그렇다. 이 책은 그 유대인 학살이 이야기의 제재가 된다.더 끔찍하지 않은가? 또 책을 덮고 자리를 떠나는 당신을 '그'는 보고 있으리라. 하지만 잊지 마시라, '그'는 '결과일 뿐'임을. '원인'이 아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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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은 누구일까? 이 책의 주인공? 아니, 그(녀)는 마지막에 소개하련다. '죽음의 신'이 '책도둑'을 통하여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 놀라운 이야기의 핵심인물이자, 주인공의 아빠이자 영원한 사랑, 한스 후버만이 우리를 정말 놀라게 하는 사람이다. 그는 독일인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유대인의 아들을 보호하고자 수십년 전의 약속을 지켜낸다. 어떻게? 모든 유대인들이 수용소로 끌려가는 그 시기에 그는 그를 찾아온 유대인을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아무런 불평없이 받아들여 집안 지하실에서 두 해씩이나 보호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지나가는 유대인 행렬에 빵까지 던져주는 목숨을 건 행위를 하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이 부분은 지은이의 부모가 목격한 실화라는 사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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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한 놀라움을 더하는 이는 그의 아내 로자 후버만이다. 책의 전반부 내내 그녀는 주인공, 이제 이름을 이야기하자, 책도둑, 리젤을 양녀로 키우며 괄괄하고 무식하고 험한 엄마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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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위기에 강한 여자였다. (1권,313) , 그녀는 한 유대인 남자가 몰힝에서 맞이한 첫날 밤에 아무런 질문도 없이 그를 먹여준 사람이었다. (2권,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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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은 계속된다. 주인공 리젤, 책도둑의 첫사랑, 결국 그토록 원하던 리젤의 입맞춤을 죽고나서야 받았던 동갑내기 루디 슈타이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치를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스,로자,루디 모두 사람다운 사람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막스 판덴부르크, 한스 후버만의 속죄의 대상, 유대인, 리젤의 영원한 또 한사람, 그리고 마지막엔 리젤의 (스포일러), 단 두 권의 책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주요인물들이 모두다 놀라움과 경이의 대상이라니....또한 등장인물들인 주변의 시장부인에서 이웃들까지 모두 상식과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이웃들이었다. 그 널려있는 보편성이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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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멜 거리의 창문에서 별들이 내 눈에 불을 놓았다. 막스는 그렇게 썼다. (2권,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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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네, 그러니까 리젤의 집에서 지하실에 숨어 생활한지 스물 두 달만에 바라본 밤하늘, "별들이 있더군요. 제 눈을 태웠습니다"(2권,112)라고 소감을 묻는 한스네에게 막스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곳으로 도망가려다 붙잡혀 거리에서 리젤을 만나게 되고… 이야기는 자꾸만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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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은 책도둑이었다. 또 한 명은 하늘을 훔쳤다. (2권,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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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가 이야기하는 이 두사람의 주인공 리젤과 막스의 이야기는 끝에가서야 제대로 만나지는 셈인데 그 이야기는 삼가련다. 다음 이 책을 읽는 이들을 위하여…. 자, 그럼, 이 책에서 가장 큰 놀라움인 주인공 리젤을 만나보자. 아홉 살에 여섯 살난 남동생을 잃고 어머니랑도 헤어지고 입양되어 살아가지만 정말 척박한 그 환경 속에서도 우연히 만난 책-도둑질로 만난,을 계단삼아 스스로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삶이란 어떠해야하는지, 왜 우리가 악착같이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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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서 '죽음의 신'인 화자가 가장 먼저 만나보지만 가장 나중에 데려가는 인물이 되는 리젤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죽음의 신인 화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엄혹한 시절의 한 복판에서도 사람은 이렇게 아름다움으로 피어날 수 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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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똑같은 일이 그렇게 추한 동시에 그렇게 찬란할 수 있냐고, 말이라는 것이 어떻게 저주스러우면서도 반짝일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2권,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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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29. 깊은 밤, 뒤척일 수 밖에 없는 그 시절들 |
그 속에서 빛나는 말들을 찾아 흔들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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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