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뻔한 이야기부터 하련다. 가깝고도 먼나라라고 일컫는 일본 이야기이니  뭐, 쉽게 만나고 이해할 수 있으려니 했다. 비록 1946년의 저작물이지만 그런 까닭으로 재미있게, 수월하게 이야기를 쫓아갈 수 있으려니 하였다. 그런데 이 책, 그게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하고프다.
 
 만나보기 전부터 워낙 지명도가 있던 책이었다. 일본인의 특성에 관한한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책으로 알려져 있는 [국화와 칼]은 일본인의 이중성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연구로, 게다가 지은이가 일본에 한번도 가지 않고 써낸 대단한 저작물로, 내가 만난 이 책도 1974년 1판 1쇄 번역이 출간된 이후 34년이 지난 지금에도 새롭게 출간이 되고 있을 정도다. 당연히 대단한 책이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아주 힘겹게 읽어냈다. 부끄러운 고백인 셈이다. 그 까닭, 몇 가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정리해 두련다. 그렇지만 지은이의 기본적인 저술시각, 일본인과 일본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분석에 대하여 얕은 내 지식으로 왈가왈부할 단계는 분명 아님을 먼저 밝혀두련다. 다만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불편함을 짚어보는 것이다.
 
 먼저 번역,낱말의 문제이다. 미국인인 지은이의 저작을 우리말로 옮겼으니 영어를 우리말로 옮겼을 터인데 무슨 문제가 있으랴만 이야기의 핵심 주제가 일본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 이상한 느낌의 말투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일본인들의 표현을 영어로 옮겨놓은 것을 다시 우리말로 옮기는 셈인데 역자들이 그 단계만 밟지는 않았을 터이다. 일본어를 알만한 역자(김윤식)를 고려할 때 원작에 등장하는 일본어를 제대로 알았을 것이고 그 낱말을 제대로 살려내어 옮겼을 것이다, 하여 차라리 일어를 몰랐으면 더 잘 전달되었을 말들이 일본어 발음 그대로 책 속에 계속 등장하는 것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적지않이 좋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한자어를 우리말로 옮기거나 할 때에도 최근에야 발음대로 '마오쩌뚱'이라고 하지 예전에는 '모택동'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책에 등장하는 무수한 일본어 원어 발음? 그대로의 표기들이 시대를 앞선 번역이었을까? 아니면 원저작에도 그 발음 그대로 그렇게 표기가 되어 있었던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신토,사케,가미카제,온,주,하지,기무,기리', 등이 우리말로 옮겨져서는 그 뜻이 전달이 불가능한 말들인지도 궁금하다. 꼭 그처럼 표기되어야할 까닭이 있었는지, 우리가 아는 쉬운 말로 바뀌면 안되는 것인지? 
 
 책을 읽어가다 보니 '온'(恩-은혜 은)과  '기무'(義務-의무), '주'(忠-충성 충) 같은 단어들이 어떤 뜻을, 어떤 말을 전하는지 헷갈리곤 하였다. 아예 계속하여 뜻풀이를 하여주든지 하였다면 좋았을 터인데 최초 등장 시점에 한자어? 일본어?를 붙여놓았을 뿐이다. 그 한자의 뜻을 잘 모르면 전하고자 하는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거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1944년에 적군=일본인에 대한 연구를 국무부=미국의 위촉을 받아 연구한 책이고 지은이도 당연히 미국인인데 마치 일본인이 쓴 것처럼 너무도 자상하고 친절하다. 제대로 이해한 것이면서 거의 '친일파!'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천황은 사절단이 중국에서 배워온 관직 제도와 법령을 채용했다. 세계사에서 어떤 주권국가도 일본만큼 계획적으로 문명을 훌륭하게 수입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87)
 
 그후 2세기 반 동안 ~~이렇게 긴 도쿠가와 시대는 여러가지 점에서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시대이다. (90)
 
 물론 위의 글들이 당시의 시대적 한계가 반영된 탓이라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 조선왕조 5백년의 역사 등이 미처 다 비교,반영되지 못한 것이 정상참작 되어야겠지만 속좁게도 나는 이런 글들이 싫어지는 것이다. 최근에 접하는 우리 고대사와 관련한 연구결과들 속에서 만나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까지 겹쳐지며 일본과 관련한 사안들에 예민한 탓도 있겠지만 뭐,어쩌랴.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지….
 
  지은이가 일본인의 특성이라고 이야기한 여러가지는 우리 겨레의 삶속에도 적잖이 녹아들어와 있는 부분들이 많기에 일본인만의 특성으로 판단하기에는 조금은 망설여지곤 하였다. 특히 '기무'(義務)와 '기리'(義理)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예의'(禮義)와 어울려 어슷비슷한 느낌들이 오가서 더욱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하기가 힘든 사례였다.
 
 하지만 지은이가 딱 집어서 말한 일본인의 좌우명!인 '모든 것을 알맞은 장소에 둔다'(122)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제 4장 메이지유신" 부분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질만큼 그들만의 도덕체계에 대한 핵심을 잘 짚어주고 있다. 결국 사람, 그 곳,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과 대중들의 삶을 통하여 추출되는 이러한 결과물들만이 그네들만의, 그리고 우리들만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내리라. 뭐, 그렇다고 하여도 일정부분은 어차피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을 '가깝고도 먼나라'이겠지만.....
 
 
2009. 1.4. 새벽, 잃어버린 한일고대사(古代史)도 제자리로 두고싶은~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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