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 이름은 익히 들어본 영화감독이지만 솔직히 그의 명성에 비하여 아는 바가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책을 선뜻 손에 든 까닭은 딱 한가지, 엄청 유명하고 독특하다고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세계만큼 색다른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다른 면에서 이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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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인정받는, 작품성 있는, 존재감 있는 감독이라는 지은이의 글을 읽으며 받는 느낌은 참으로 오묘하다. 모던한, 아니 포스트모던까지를 뛰어넘는 그의 영화세계를 고려할 때 - 물론 그의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알게된 바이지만 - 그가 "명상", "초월명상"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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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다. 현대 물리학은 그곳을 '통일장 the Unified Field' 이라고 부른다. 당신은 의식을 확장하면 할수록 그 원천을 향해 더 깊이 내려갈 수 있고,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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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일에 매우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일단 이제부터 명상을 시작해 일과의 하나로 삼아보라. 그러면 명상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 된다.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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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곳곳에 등장하는 '명상'에 관한 이야기는 무려 33년간이나 '초월명상법'을 수행해온 지은이의 경력이 제대로 스며있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으로서의 '명상예찬론'이다. 책 제목을 데이비드 린치의 "명상예찬"이라고 하여 출간되었다면 오히려 자유로운 상상력을 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었으리라. 그만큼 이 책에는 명상을 통한 삶의 안정과 발전, 창의력의 개발효과들이 지은이의 실제 경험속에 녹아들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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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은 지은이의 수필집이다. 명상예찬에 관한 소설집이나 단행본이 아닌 것이다. 하여 우리가 이 책을 통하여 만나고 즐겨 맛볼 내용들은 명상의 당연한 효용 예찬이 아니라 그런 명상을 통하여서 피어나는 상상과 창의의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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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에서 욕망은 미끼와 같다. 낚시를 할 때, 당신은 끈질기게 기다려야 한다. 바늘에 미끼를 꿰어 던져 놓고 나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욕망은 다른 아이디어를 끌어들이는 미끼다. (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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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관련성 없는 것들이 함께 어우러짐을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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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영화제작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과 에피소드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역시 명상과 함께 하는 모습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또 '관련성 없는 것들이 함께 어우러짐'으로서 빚어지는 아름다움을 만난다. 최근의 트렌드이자 시대의 화두인 '통찰','직관','통섭', 그리고 '가로지르기'가 이 책에도 이야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얘기들의 요약이 지은이도 일찌감치 언급한 물리학의 최신 이야기 '통일장'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정신과 육체의 어우러짐이 별개가 아니라는 증거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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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영역의 극점이라 할 '명상'과 현대 물리학의 연결점이라니…이는 아직 모르던 분야이다. 앞으로의 독서를 '뇌 과학'의 최신 연구분야랑 연결지어 해야만 하는 또 한 까닭을 더하게 된 색다른 책읽기였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꼭 린치의 영화들을 제대로 만나 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뒤에는 덧붙임으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영화들에 대한 [간추린 영화연보](183~185), 와 [용어/인명 설명](188~191) 이 있어 영화와 데이빗 린치에 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해놓았다. 그러니 짬을 내어 한 번씩 만나보시기를,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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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3. 새해, [1日1作]
그 첫 발을 이제야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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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