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 컬트의 제왕이 들려주는 창조와 직관의 비밀
데이빗 린치 지음, 곽한주 옮김 / 그책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데이빗 린치, 이름은 익히 들어본 영화감독이지만 솔직히 그의 명성에 비하여 아는 바가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책을 선뜻 손에 든 까닭은 딱 한가지, 엄청 유명하고 독특하다고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세계만큼 색다른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다른 면에서 이뤄졌다.
 
  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인정받는, 작품성 있는, 존재감 있는 감독이라는 지은이의 글을 읽으며 받는 느낌은 참으로 오묘하다. 모던한, 아니 포스트모던까지를 뛰어넘는 그의 영화세계를 고려할 때 - 물론 그의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알게된 바이지만 - 그가 "명상", "초월명상"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대상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다. 현대 물리학은 그곳을 '통일장 the Unified Field' 이라고 부른다. 당신은 의식을 확장하면 할수록 그 원천을 향해 더 깊이 내려갈 수 있고,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18)
 
 우리는 여러 일에 매우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일단 이제부터 명상을 시작해 일과의 하나로 삼아보라. 그러면 명상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 된다. (71)
 
 책을 읽는 곳곳에 등장하는 '명상'에 관한 이야기는 무려 33년간이나 '초월명상법'을 수행해온 지은이의 경력이 제대로 스며있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으로서의 '명상예찬론'이다. 책 제목을 데이비드 린치의 "명상예찬"이라고 하여 출간되었다면 오히려 자유로운 상상력을 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었으리라. 그만큼 이 책에는 명상을 통한 삶의 안정과 발전, 창의력의 개발효과들이 지은이의 실제 경험속에 녹아들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 책은 지은이의 수필집이다. 명상예찬에 관한 소설집이나 단행본이 아닌 것이다. 하여 우리가 이 책을 통하여 만나고 즐겨 맛볼 내용들은 명상의 당연한 효용 예찬이 아니라 그런 명상을 통하여서 피어나는 상상과 창의의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아이디어에서 욕망은 미끼와 같다. 낚시를 할 때, 당신은 끈질기게 기다려야 한다. 바늘에 미끼를 꿰어 던져 놓고 나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욕망은 다른 아이디어를 끌어들이는 미끼다. (43)
 
 이처럼 관련성 없는 것들이 함께 어우러짐을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147)
 
 더하여 영화제작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과 에피소드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역시 명상과 함께 하는 모습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또 '관련성 없는 것들이 함께 어우러짐'으로서 빚어지는 아름다움을 만난다. 최근의 트렌드이자 시대의 화두인 '통찰','직관','통섭', 그리고 '가로지르기'가 이 책에도 이야기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얘기들의 요약이 지은이도 일찌감치 언급한 물리학의 최신 이야기 '통일장'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정신과 육체의 어우러짐이 별개가 아니라는 증거이리라.
 
  정신적 영역의 극점이라 할 '명상'과 현대 물리학의 연결점이라니…이는 아직 모르던 분야이다. 앞으로의 독서를 '뇌 과학'의 최신 연구분야랑 연결지어 해야만 하는 또 한 까닭을 더하게 된 색다른 책읽기였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꼭 린치의 영화들을 제대로 만나 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뒤에는 덧붙임으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영화들에 대한 [간추린 영화연보](183~185), 와 [용어/인명 설명](188~191) 이 있어 영화와 데이빗 린치에 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이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해놓았다. 그러니 짬을 내어 한 번씩 만나보시기를,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니....
 
 

2009. 1. 3. 새해,  [1日1作]

            그 첫 발을 이제야 내딛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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