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 알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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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230703 베르너 바르텐스.

이 책을 집어든 건 감각의 박물학 읽다가 근시들에게 빨간색이 제일 도드라지게 보인다는 식의 서술을 본 뒤였다. 안경을 살짝 내리고 보니까, 정말 뒤태가 시뻘건 이 책이 먼저 보이더라…

제목에 ‘두려운’ 같은 말도 들어가고, 책표지도 막 피처럼 새빨갛게 해놓고, 왠지 선정주의 마케팅에 걸려든 것 같아…하면서 독일어 원제를 번역기 돌려 보니까…das ärztehasserbuch ein insider packt aus: 내부자가 풀어낸 의사 혐오책… ㅋㅋㅋㅋㅋㅋ오랜만에 번역서가 훨씬 제목 순화한 편이었다.

살면서 크고 작은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 누군들 안 그렇겠어. 생전 병원 한 번 안 찾고 튼튼해, 자신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말 하면 역신이 셈내서 아프다고들, 건강에 대해 자신하는 태도를 금기시하는 문화도 있다. 병원 경험을 풀어내자면 끝도 없겠다. 진짜 이상한 의사 선생님(어릴 때 열성 경련으로 동네 의원 갔는데, 할머니 의사 선생님이 손에 스테플러 같은 침기구 들고 부위 안 가리고 전신을 마구 따고 주사를 두 대나 놓았다…연세 생각하면 이미 돌아가셨겠지만 나는 이름도 안 잊어버렸다…)도 있었고, 다정하게 치료 단계와 방향 차근차근 설명해주시고 실제로 치료에 도움이 되신 선생님(피부과 월급 의사 선생님이셨는데, 거의 평생 앓던 아토피성 피부염과 스테로이드 연고 부작용으로 내가 엄청 힘들어 하니까 달래면서 스테로이드 복용이랑 사용 지침도 자세히 알려주고, 항생제 치료까지 마치고 호전되니까 프로토픽 처방도 천천히 해주시고 그랬다…엄마가 아토피면 아기도 그럴텐데 하면서 자기 나온 대학병원에서 잘 봐주시는 은사 교수님도 알려주고 자기가 처방 안 하더라도 대학병원에서 요청할 수 있는 대안적 치료들도 알려주고…)까지… 의사 선생님을 만난 전문 진료 과목도, 선생님들의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친절함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었다.

그래도, 결국 치료에 가장 도움이 되고 끝까지 권하는대로 병원에 나가고 처방약을 순응도 높게 마저 먹게 만드는 것은, 의사 선생님의 질환과 치료에 관한 상세한 설명, 환자의 고통에 대해 귀기울이는 태도, 친절함이었다. 오진도 문제고 원인과 질환을 제대로 파악해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러니까 많은 경험과 숙련도와 지식과 전문성 등등등 능력 측면도 매우 중요하지만, 중증 질환 아닌 삶의 행복도를 낮추는 만성 질환들은 저런 부분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부상부터 합병증으로 이어진 비교적 중증질환을 올해 겪으면서, 중간에 아쉬운 진료나 상황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의료체계가 제대로 가동해서 진료의뢰도 적정 과목으로 이루어지고, 시간도 그리 지연되지 않아서 잘 살아 있고 치료 계속 잘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증질환이라 그런가 비싼 치료비 중 많은 비율을 의료보험이 부담하고, 오래 납입하던 실손보험에서 의약품 비용도 지원하는 걸 처음 알았고… 뭐 운이 좋은 시대를 산다. 잘못 타고났으면 돌연사 각인 것을…

어쨌거나 병원 겪을 일 많아져서 관련 주제 다룬 이 책도 궁금했을 것이다. 독일은 환자의 공보험 사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병원 수익이 많이 달라지고 그래서 환자 대우도 매우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종합병원 의사 하다가 관두고 저널리스트가 된 저자는 작정한 듯 자신이 겪었던, 지켜봤던, 취재해 알게된 수많은 의료사고, 태만하고 환자를 질색하는 의사들, 잘못된 의료관행들을 풀어놓는다. 그런 사례들만 엄청 모아놓아서 처음 읽을 땐 아 나 왜 이거 읽음…하고 조금 좌절하는 기분을 느꼈다. 혈전증으로 입원한 환자가 걱정하면서 “선생님, 전 죽게 되나요?” 하는 질문에 저자는 성의 없이 대꾸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게 뭐 문제냐…싶었다면 이 책도 안 나왔을 거고 저자도 의사 계속 잘 했을텐데 뒤늦게나마 스스로를 돌아보고 회의를 느낀 덕에 나도 저런 일이 있었구만…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주로 나쁜 의사들 이야기 들려주면서 저자가 의사님들 이러지 말자…하는 식이라 뭐 내가 이거 봐서 어쩔 건가 ㅋㅋㅋ싶지만 그냥 야 여기는 독일 아니고 저 책도 벌써 나온지 십오년은 넘었고 앞으로는 아프지 말자…이럴 건 아니고 아이참 읽고도 그냥 운 좋길 바래야지 환자로서 뭘 할 수 있는게 참 없구나, 무력감이 많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런저런 괴로운 사례 나열까지는 그냥 뭐 세상에 이런일이 보듯 읽을 만 했는데, 맨 마지막에 의사의 생존지침, 하면서 비꼬듯이 의사들의 나쁜 면모를 권유문 형태로 쓴 거는 이거는 뭐 재미도 감동도 없고 풍자와 해학이라기에는 사족 같았다. 환자의 생존 지침, 이건 의사들이 자기들끼리만 쓰는 은어 같은 것, 환자 뒷담화 같은 거를 모아놨는데 독일어 그대로 써 놔서 뭐 어쩌라고…싶었다.
모두 건강합시다…의사 선생님들 환자 미워하지 마시고 가엾게 여겨주시고 잘 부탁드립니다…

+ 독자를 꼬시는 뒤태…시뻘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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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03 1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토피 인생이라 유열님 고생이 남일 같지가 않네요. ㅠㅠ 어릴때부터 앓았다가 고딩때부터 한 스물하나까진 잠잠하더니 막 사니까 다시 올라옴. 지금도 입술 따가워서 프로토픽 바르고 번들거리는 상태로 이 페이퍼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유열님 독서 스펙트럼 참 넓으시네요 ㅋㅋㅋ 이 책 좀 궁금하다. 근데 환자 뒷담화 제일 궁금한데 번역 안한거 성의 뭐야?

반유행열반인 2023-07-03 20:07   좋아요 2 | URL
이 책 드릴게요(책 막 드림) 가져가요 가져 가 (신종 알라디너 꼬시기 유괴범 느낌…엄마가 모르는 사람이 주는 책 읽지 말라 그랬지!!!) 그냥 진지한 듯 썼지만 가십모음집에 가까워요 별로 깊이 없고 한국이랑도 물정 다르고 시대도 너무 오래 되어 버림… 아토피 진짜 평생 동반자에요 저는 거기에 무좀도 추가…(TMI 무좀 있는 여자한텐 안 반하겠지)

은오 2023-07-03 23:40   좋아요 1 | URL
그럼 이건 안받을게요!! ㅋㅋㅋㅋ (나중에 다른 책 노려야지....) 아니 저 반하고 다니는거 유열님한테도 소문났나요? 근데 이미 반함..... 이미 반했으니 무좀따위 뭐 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tmi긴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소통의 잡설 - 박상륭 꼼꼼히 읽기
채기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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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 채기병.

누가 씹어 떠먹여주는 걸 크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너무 어려운 고전들은 궁금은 한데, 내가 직접 원전 읽을 깜냥은 안 되니까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에서 이진경 선생님 도움으로 자본론 조금, 고병권 선생님 도움으로 니체도 조금, 맛만 보고 죄다 까먹었다. 대학원 생활 최고 위기(?)였던 정치철학 수업에서는, 그래도 리처드 로티를 좀 이해해보고 싶어서 이유선 선생님의 해설서들도 조금 보았다. 이렇게 고집탱이다보니 거저 떠먹여준다는 일타 인터넷 강사들의 훌륭한 수업도 잘 못 따라가고…아직도 배움에 서툰데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나보고 누구를 가르치라 그러니까 나는 힘들어요 힘들어…

그래도 칠조어론 1권은 한자어와 칠조의 설법이 많이 힘들었는지 ㅋㅋㅋㅋ 우연히 채기병 선생님이 쓰신 ‘소통의 잡설’을 알게 되고 냉큼 모셨다.

이 책의 가장 먼저 느낀 좋은 점은, 종이질이 좋다. ㅋㅋㅋㅋㅋㅋ아니 진짜로…종이가 뭔가 평량 묵직하면서 매끈매끈해가지고 고급스럽다. 박상륭 전집 종이가 잠자리 날개 같은 것에 비하면 뭔가 전도된 느낌이기도 하지만…거 성경책에 말씀 담긴 거 보면 거기는 잠자리 날개 넘어서 모기날개장 같으니까… 좋은 종이는 그냥 기분 좋은 거지 종이질 때문에 말씀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좋은 종이 아깝지 않게, 부제로 붙은 ‘박상륭 꼼꼼히 읽기’에 어울리는 책이었다. 먼저 읽었다고 으스대지 않으시고, 차분하게 독서하고 공부하면서 박상륭의 우주론(세계관, 유니버스?), 대표 상징, 문체 이렇게 세 주제를 이백페이지 남짓 과하지 않게 묶으셨다. 사실 박상륭 선생님이 한자 그대로 낸 거 말고는 쓰실 때 그렇게 불친절하지 않으시다. 본인이 만든 말은 괄호나 -라는 즉슨, 하고서 부연해주실 때 많고, 얘도라 나 개그친 건데 못 웃을까 봐, 하고 셀프 주석 느낌으로 개그 설명도 잘 해주시고 그렇다. 그렇대도 이렇게 체계적으로 (조금의 반복은 있지만) 책 한 권에 박상륭 유니버스 관통하는 공통의 부분들 엮어주시니, 뭔가 거친 산길에 먼저 밟고간 인적마냥, 낙엽도 슥슥 치워지고 솔잎도 눌려서 덜 미끄러운 기분이라 감사히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 읽는 중인 ’칠조어론‘ 스포일러를 많이 당해서 잠시 뭐얏! (스포 싫어하는 편)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예를 들면 가장 마지막 글을 그대로 옮겨오기도 하고, 장로의 손녀가 구조라는, 어맛 그랬구만… 뭐 그런 것들… 그러니 스포 싫어하는 사람은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원전을 다 읽고 와서 다시 꼼꼼히 읽기 책을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만… 그래도 궁금증 해결에 도움(?)이 된 스포일러도 조금 있는데, 이전에 칠조어론2 읽고 독후감 쓰면서 칠조랑 장로손녀랑 육조 영실에서 왜 비역으로 맺어짐??? 왜 멀쩡한 데 놔두고??? 하고 궁금했던 장면을 처용가의 역신-처용처-처용 이런 비유와 연결지어 친절하게 설명한 점이었다. 아니 그런 깊은 뜻이… (이것도 뭐 칠조어론 4권의 스포이기는 하지만 ㅋㅋㅋ)

-한편 유리에서는, ‘육조-장로의 손녀-칠조’의 관계가 ‘이양일음’의 구조를 이루게 되는데, 칠조는 육조의 영실에서 육조가 비역을 통해 자신의 배 속에 넣어준 ‘불의 씨앗(팔조)’을 다시 비역을 통해 장로의 손녀에게 전수한다. ‘불의 씨앗’의 이전은 조의 전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손녀는 이렇게 해서 팔조를 임신하게 된다. 저 손녀는 육조의 영실에서 오래전에 죽은 낭군(육조)과 육교를 하고 있는데(“저런 육교는 그래서, 무교화한다”), 살아 있는 ‘객귀’인 칠조가 여기에 개입하는 형국이어서, ‘처용가’의 역현상(객귀[살이 있는 칠조]+각시[손녀]+처용[죽은 육조])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때 저 손녀가 ‘좀비’ 역을 담당하게 되는데, 손녀의 중요성은 저 좀비가 팔조의 탄생을 위한 ‘살아 있는 제단’이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유리에서 저 ‘좀비’는 ’해골‘과 상사를 이룬다.(152-153)

워, 그리고 아직 해설서 보기 전에 박상륭 작품 특징-인물의 이름 없음- 내 나름대로 정리한 거 있는데 이 책에도 비슷하게 적혀 있어서 뿌듯했다. 선생님덜, 저 잘 따라 읽고 있지라우? 하고 ㅋㅋㅋ

-박상륭 작품의 작중 인물들은 어떤 특정한 이름을 갖지 않는다. 대체로 작중 인물의 호칭은 그 인물의 신분상의 특성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대치된다. 예를 들면, 작품 ‘죽음의 한 연구’에서 작중 인물들은 ‘육조’, ‘칠조’, ‘장로’, ‘손녀딸’, ‘존자 스님’, ‘십장’, ‘수도부’ 등으로 호칭되고 있다. 이러한 호칭 방법은 호칭의 상징성을 강화하여 작중인물을 어떤 특정 인물로 개별화하기보다는 한 범주의 인물로 보편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작가는 또한 각 인물들의 외모나 성격 등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지 않아 각 인물들은 다분히 추상성을 띠게 되는데, 이러한 사실도 같은 의도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작중 인물들의 어투(사투리)를 차별화함으로써 인물들을 구별하는 방법을 사용합습지…ㅋㅋㅋ(170-171, 맨 마지막은 제가 촛불승 흉내 한 번 내 봄…죄송…)

이 책 덕분에 ‘박상륭 어휘사전’이라는 책의 존재도 알게 되어 찾아 보았다. 세상에…한 권 당 900페이지 넘는 게 상하권으로 둘다 갖추면 십만원이 꼴딱 넘어버리고… 알라딘에서 새 책 값과 중고책 값(별로 차이 안 남) 뒤져보는 나새끼를 정신차려, 뭐 국문과 논문 쓸 거도 아니고, 정신적 싸대기를 두 대 치고 도서관 검색을 해보니, 오, 서울도서관에도 없는 ‘박상륭 어휘사전’이 관악도서관에는 있다. 상권만이래도. 대출 불가래도. 우리 동네는 이런 고급책도 있다요 으쓱. 그런데 도서대출증 만들고 전자책만 겁나 빌리고 정작 관악도서관에서는 한 번도 대출 안 해본 유사 관악구민아… 나중에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서가가서 대출 불가 사전님을 한 번 알현하고 오고 싶었다. 근데 또 채기병 선생님은 친절하게 수록 어휘 몇 개를 두 쪽 정도에 옮겨 주셨다. 아이참 난 친절한 선생님들을 정말 존경합니다…

채기병 선생님 블로그 찾아 보니
https:// m.blog.naver.com/chaekbsj
이 책 쓰시면서 발췌해 둔 박상륭 선생님 작품들을 또 공유까지 해 주셨다. 한자 병용 같은 거 직접 쓸라면 거 진짜 짜증날텐데…후학 연구자들을 위한 밑거름까지…눙물… 존경… 일단 이 책 자체에도 작품 발췌가 많이 실려 있어서 막 밑줄 긋고 플래그 안 하고도 발췌록 삼아 가끔 봐도 좋지 싶었다. 원래는 프랑스 문학 전공하시고 말라르메로 논문 쓰신 선생님이라 와, 나 말라르메 시집 한 권 봤어요 ㅋㅋㅋ 그런데 프랑스 시 어려워요…ㅋㅋㅋ 여러모로 독서 선지자인 분들의 가르침을… 난 해설서 안 봐 하고 깝치던 새끼가 저도 모르게 많이 도움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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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 진화인류학자, 사랑의 스펙트럼을 탐구하다
애나 마친 지음, 제효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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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 애나 마친.


말도 안 되게 어마어마한 제목을 가진 번역서들을 보면 꼭 원제를 확인한다. 원제는 Why We Love. 단순명료한 질문을 던지는 책을 ‘모든 것’ 발라서 기대를 부풀리거나 뻥이 세다고 욕먹게 만드는 짓이 합당한가? 초반에는 그런 걱정을 했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제목이 어디서 나왔는지 짐작할만 했다.

-사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너무 명확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모든 것이다.

저자는 내가 사랑에 관한 모든 걸 알려줄게! 하고 약속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읽을 수록 아, 모든 것 까지는 아니어도 아주 넓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랑에 관한 연구들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형태의 사랑에 관한 설명을 시도한다. 수를 셀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연구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읽다보면 심리학 하는 요즘 놈들, fMRI랑 PET빼면 이제 연구 못하냐?(예전엔 설문지랑 인터뷰가 주된 방법이었겠지만…과학기술 발달 덕분에 우리도 사회‘과학’다워졌다규!!) 싶게 해당 기술 활용하는 연구가 아주 많이 나온다. 뭐 객관적으로 뇌활성 부위 찍는 거 만큼 확실한 분석이 어디있겠냐… 그런데 뇌는 아니지만 인대파열 본다고 발목 MRI 30분 찍는 거도 아주 뭣같던데…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연구를 위해 웅웅 거리는 폐소공포증 도가니 속을 견딘 참가자들의 평안을 빕니다… ㅋㅋㅋㅋ

단순히 이성간, 혹은 동성간 성애적인 사랑 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간, 친구를 향한, 신, 유명인사, 카리스마적 정치인, 다자연애, 무성애, 반려동물(주파일까진 안 나옴…지면 한계상 반려견 연구에 한정), 사랑에 영향 주는 유전자와 호르몬과 약물, 사랑의 그늘진 면(학대, 통제, 어둠의 3요소? 마키아벨리즘, 싸이코패스, 나르시시즘, 근데 나 이거 세 개 암만 봐도 구별 잘 못하겠는데 뭔 국룰처럼 설문지 요소로 쓰더만…), 사랑이 생존과 생식에 기여하는 방식, 사랑에 관한 사회적 허용, 캬 진짜 내가 더 빼먹은 거도 있을 건데 하여간에 ‘모든 것’ 붙일 만큼 야 이런 거도 연구하냐 싶게 다양한 사례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이쯤되면 저자는… 사랑에 진심인 편이로군…하고 이 정도 정리했으면 중간에 좀 재미없어도 뭐라고 못 하겠다 싶은 느낌이었다. 일단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느낌이라 읽다보면 흥미가 생기는 꼭지가 없을 수가 없었다.

저자는 예전에 ’아버지의 생애‘라는 책을 저술해서 아버지가 된 사람들을 10년 간 조사 연구한 결과를 정리했다. 진화심리학이나 사회생물학(아..둘이 비슷한 건가?), 문화인류학 쪽에서 성차나 성별 간 유의미한 차이 언급하는 연구 보면 되게 불쾌해하고 또 그것에 관해 반박하는 연구나 저술도 많은 걸로 안다. 인종간 차이도 마찬가지고…그런 탓에 관련 전공 연구자들은 그런 결과 언급할 때마다 유의미한 차이- 뭐 이런 거 한 마디 쓰려고 앞뒤로 우리가 이런 차이를 차별을 정당화하는데 쓰려는 거 아니고 니들 빡치라고 이러는 거도 아니고 하여간에 이러쿵저러쿵 그렇게 말이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ㅋㅋㅋ 아니 뭐 많이들 좋아하는 (그래서 오히려 이거 싫다고 말하는 게 개성 요소가 되기도 하는) 엠비티아이도 그렇고 우리는 다 다르고 그러다보니 또 비슷한 놈들끼리 경향성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으니 진정하고…싸우지 말고 ㅅㅅ해…나는 이말을 꽤 좋아하는데 보노보가 부럽기도 한데 무성애나 그레이섹슈얼도 있고 하고 싶어도 상대가 없는 (그럼 스스로랑 해…) 사람도 있으니까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정도로 순화하기로 한다.

사랑에 빠져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든, 사랑을 잃거나 관계를 망칠까 봐 불안한 사람이든,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 휘둘리는 상황에 힘든 사람이든, 사랑이 잘 안 돼 빡치는 사람이든, 나는 사랑 필요 없는데 자꾸 사랑 타령인 몇몇 놈들(죄송합니다) 때문에 짜증나는 사람이든, 실체가 뭔지 설명해줄 수 있는 도구 하나 더 살펴보고 흠 일리있네, 하든 어이가 없네, 하든 관점과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는 아니고 가끔은 지루했지만 자주 흥미로운 책이었고 밑줄도 대빵 많이 쳐서 출판사가 너님 고소 할까 봐 두렵지만 아니 이 책이 이런 좋은 문장이 이렇게 많다고요…하고 일단 그어두고 혼나면 죄송합니다 하고 내릴 생각입니다…


+밑줄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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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할 기회를 빼앗겼다. 그러나 친구나 부모님과 나누는 포옹부터 식량, 물, 치료 등 꼭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사람들을 향한 마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가장 깊고 본능적인 ‘욕구’인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의 의미가 전면에 드러났다. 의료보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떨어져 지내야 하는 희생을 감수했다. 인간의 협력, 인간의 사랑은 숭고하다. 나는 그것이 인류를 정의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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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아기는 태어나 수년 동안 돌봐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내 아이들도 이제 1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누군가 계속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나는 마흔다섯 살인데도 우리 부모님은 지금도 내가 걱정되고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주장하시곤 한다. 여기에다 인간의 능력으로 기술이 눈 깜짝할 사이에 발달하고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아이가 성인으로 살아남아 잘 살기 위해서는 아이를 보살펴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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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화 능력은 상대의 거짓을 알아채고, 여러 사람이 대화할 때 말을 시작할 타이밍을 찾고, 자신의 행동이 동일한 네트워크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는 데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언어 사용에도 필수요소다. 우리가 대화할 때 전하고 싶은 뜻을 정확하게 말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그보다는 서로 공감하는 농담, 은유, 표현 방식에 의존하므로 상대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해석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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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기분이 한껏 고조된 상태가 된다. 만족감을 얻으려는 강렬한 욕구가 다른 모든 관심을 사로잡는다. 신체적・정서적으로 고통스러운 금단 증상을 겪는다.” 관찰과 개인의 진술로만 도출한 결과였지만, 사랑을 할 때 인체에서 생겨나는 일종의 ‘약물’이 약물 중독자의 갈망을 채워주는 마약과 비슷하다는 리보비츠의 견해는 신경생물학계가 사랑의 신경화학적인 특징을 연구하기 시작한 촉진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를 통해 실제로 우리는 사랑에 중독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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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생물종 전체로 봤을 때 여성 대다수에게 자율권이 부여되어야만 짝짓기 행동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렇지 않다.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페미니즘이 닿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짝짓기 대상을 선택할 때 선호하는 기준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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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말이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라 사실임이 밝혀진 충격적인 결과였다. 실제로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그 관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며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도 떨어져 정서적・물리적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니 상대를 잘못 골랐을 때는 자신의 판단보다는 친구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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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행동학적 동시성은 이스라엘의 신경과학자 루스 펠드먼이 처음 만들어낸 용어다. 서로 친밀한 유대와 애착이 형성된 사람들은 행동에서 동시성이 나타난다는 것이 이 개념의 기본 토대다. 아마 대부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 때 오가는 행동이나 연인끼리 몸짓이나 목소리 높낮이, 언어적인 특징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떠올려보라. 그런데 인체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동시성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리학적 수준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인끼리, 또는 부모와 자식이 상호작용할 때는 혈압과 체온, 심장 박동이 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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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선택한 가족의 역할이 생물학적 가족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선택한 가족은 정서적・지적 지지와 조언을 얻는 존재인 반면, 생물학적 가족이 제공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과 교육에 필요한 도움이 가장 크고 정서적 지지는 이 두 가지와 한참 떨어진 세 번째로 나타났다. 성 정체성을 찾고 싶은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는 선택한 가족이 특히 중요한 존재였다. 자신이 성전환자, 사회적 성별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 또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반대하는 사람(젠더퀴어)이라고 밝힌 청소년은 생물학적 가족(59.1퍼센트)보다 선택한 가족(81퍼센트)에게 이러한 성적 취향에 관해 털어놓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성애자 청소년은 이 차이가 20퍼센트와 80퍼센트로 더 크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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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장의 이 모든 내용과 앞서 다른 장에서 살펴본 내용을 통해 여러분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을 경험할 기회가 얼마나 방대한지 깨달았기를 바란다. 가끔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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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고정된 요소가 아니다. 우리는 유전자가 무언가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굉장히 부정확한 설명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전자는 환경과 상호작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유전자와도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어떤 특징이나 행동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 유전자가 발현될 가능성, 즉 표현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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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특정한 결과를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유전자는 극히 드물다. 복잡한 특성이나 행동일수록 영향을 주는 유전자도 많고, 그중 어느 한 가지가 결과를 좌우할 만큼 강력한 영향을 발휘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사랑과 유전적 요소의 관계도 이 경우에 해당하지만, 사랑의 게임에서 큰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있다. 바로 옥시토신 수용체(OXTR) 유전자다.
OXTR 유전자는 다양성이 굉장히 크다. 전문 용어로는 다형성이라고 한다. 유전자의 다형성이란 유전자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이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를 띠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사랑에 신경화학적인 영향을 주거나 사랑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다른 유전자에 비해 OXTR 유전자의 영향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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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의 사소한 정보는 그렇게 시시콜콜 기억하면서 수학 실력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
뇌의 신피질 기능이 대부분 사회적 인식에 쏠려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생물의 신피질 크기와 그 생물의 사회적 집단 규모는 비례한다. 그렇다면 뇌의 기능과 에너지가 왜 이런 기능에 그토록 대거 할애될까? 1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적 네트워크는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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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우리가 헤어진 것에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사귀기로 했지만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었어요. 다시 만나는 걸 숨긴 가장 큰 이유는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서였죠.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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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 사회에서 열정적인 사랑은 부정적이고 위험한 것으로 인식될 때가 많다. 사랑을 하면 개인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택하고 마음 가는 대로 하게 되는데 이는 집단주의 사회에 가장 유익한 방향이라고 여겨지는 것, 즉 계층이나 인종, 종교가 같은 사람끼리 결혼을 해서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개인주의가 강한 서구 사회에서는 그러한 시도를 터무니없는 통제라고 생각하며 사랑은 자유로운 것, 개인의 궁극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따라서 열정 없는 사랑은 장기적으로 행복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연애를 경험하지 않는 건 인생을 절반만 사는 것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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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전 세계 모든 대륙의 74개 사회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의 지위가 높을수록, 즉 여성의 지위가 최소한 남성과 동등하고 핵가족이 일반적인 사회일수록 연인 간의 사랑이 결혼의 기본 요소로 여겨지며 사회적으로 널리 수용되고 가치 있는 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의 지위가 낮고 가족의 범위에 먼 친족까지 포함되는 사회에서는 연인 간의 사랑이 적극적으로 억압되고 결혼의 기반으로 수용되지 않으며 심지어 위험한 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왜 그럴까? 연애는 두 사람이 각기 고유한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며 동등한 두 사람의 만남이 사랑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 사회에서는 그런 인식이 존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핵가족 사회에서는 부부가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사회적 활동을 하는 친밀함이 가족의 중심이 되고 자녀를 부부의 힘만으로 키우려면 강한 사랑으로 형성된 두 사람의 유대가 필요하지만, 대가족이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그러한 친밀함의 가치나 유대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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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모든 연애가 당연하게 여겨지진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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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성을 잃게 만드는 광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아무도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엄격한 규칙을 만든다. 진화의 관점에서는 그런 규칙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사회적 관계를 맺는 다른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계층에 따라 짝짓기 대상과 권력의 범위, 자원 접근성, 자손의 성공이 좌우된다. 모두 정해진 자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사랑에 관한 규칙을 만들면 사람들이 이 규칙을 이해하고 위협과 무력을 써서 규칙을 잘 지키도록 ‘독려’함으로써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구성원을 감시하는 일에 인지적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다.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성욕을 느끼고 아이를 낳고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체계적으로 나뉜 계층은 어떻게 될까? 인간의 뇌는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대처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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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Q+인 사람은 자신의 사랑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경우 최소한 가족으로부터, 더 넓게는 지역사회로부터 거부당할 위험이 있고 극단적인 경우 징역을 살거나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사랑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애하면서 생기는 즐거운 일이나 속상한 일을 가족이나 친구, 동료에게 말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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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취향을 공개해야만 한다면 누구에게 어떻게 공개해야 할까? 환경의 변화는 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까?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은 매 순간마다 바뀔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애자는 자신의 사랑이 수용될 것인지 이렇게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고민하거나 사랑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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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택지가 없어서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도 아니에요. 우리가 잘 맞으니까, 다른 사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서로의 삶을 향상시키니까 절 택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정말 좋아요. 누군가와 유대를 형성하는, 정말 순수한 방식인 것 같고요. 어떤 규칙의 지배를 받거나 보호를 받는 유대감이 아닌, 너무나 강하고 너무나 긍정적인 관계예요.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서로를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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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일대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사랑에 관해 하는 이야기에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면서도 다자간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모든 파트너에게 똑같이 연애 감정을 느낀다는 말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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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연애에 집착이라고 할 만큼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연애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무로맨틱aromantic’)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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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나와 함께할 ‘단 한 사람’은 어쩌면 없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일부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나와 인생을 함께할 사람이 ‘여러 사람’일 수도 있고, 그런 존재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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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사랑하는 종교인의 뇌 활성과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 활성이 똑같이 나타날까? 신과의 관계가 친구, 연인, 가족과의 관계와 무게가 똑같다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사랑을 통해 얻는 진정한 가치인 건강과 삶의 만족도도 똑같이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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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종교를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낀 점인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대학생들보다 신과 연인에 대한 애착이 더 확고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들은 이 두 가지 애착 모두 불안감과 회피성이 더 클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가 인생에서 맺는 다른 관계들과 마찬가지로, 신과의 관계 역시 생의 초기에는 그 관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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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는 무엇이든 다 말할 수 있고, 절대 거부당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가족, 친구, 연인과는 사이가 틀어질 수 있지만 신과의 관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위험이 없으며, 따라서 신의 사랑은 가장 안정적인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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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버의 말을 빌리자면, “방송에 나온 사람을 친근하게 여기고 유대감을 느끼는 경향은 비정상적이거나 병리학적 문제의 가능성을 암시하기보다는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익숙해진 사람의 얼굴, 목소리, 개성에 유대감을 느끼도록 진화해온 인간의 자연스러운 능력에서 비롯된 결과다. 실제로 인간은 이러한 적응 행동을 통해 안전을 확인하고 생식 활동을 해왔다.” 이러한 유대감에서 얻는 안전함과 확신, 든든함, 심지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는 기분은 실제 세상에 더욱 강인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우리는 좋아하는 유명인사를 친구나 연인을 선택할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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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나 유명인사와의 관계에서 애착이 형성되는 방식을 보면, 인간은 직접 닿을 수 없고 심지어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와도 연결되려는 열망을 끊임없이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상황에서도 이와 같이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의 사랑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삶에서 찾아내는 사랑의 가능성은 경이로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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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번식 성공에 가장 큰 위협은 여태 투자한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다. 그래서 성적 부정을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며, 그러한 상황에서 강력한 질투 반응을 보인다. 반대로 여성의 성공적인 번식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이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을 잃는 것이고, 정서적 부정이 발생하면 연인이 제공하는 식량과 보호막을 완전히 잃거나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할 위험이 생기므로 가장 강력한 질투 반응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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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면 저와 아이들에게 채찍을 휘둘러요. 가구와 냉장고, 탁자를 다 뒤집어놓고요. 아들 넷과 저를 전부 침대에 눕게 하고 사이사이를 총으로 쏴요.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말하면서 우리 사이에 있는 공간을 쏜다니까요. 그러면서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연습하는 거라고 말해요. 공포에 떨면서 사는 건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머리 염색도 못하게 해요. 어디든 절대로 못 가게 하고요. 항상 ‘나한테 N자는 꺼내지도 마’라고 하죠. 싫다No고 하지 말란 소리예요.

조사에 참여한 여성들은 이러한 행동이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과 이해, 소통, 지지, 격려, 헌신, 충실함,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파트너에게 애착과 사랑을 느끼며 그것이 파트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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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가해자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파트너를 사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이 떠날 경우 아이가 혼자 그 상황을 감당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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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반 부그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2장에서 소개한 적합한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알고리즘과 다소 유사한 ‘리더십 지표’가 발달해서 누가 매력적인 리더 후보인지 신속히 가려낼 수 있다. 카리스마와 연관성이 있는 신체적 특징은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키와 힘, 매력적인 얼굴(관심을 끌어 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유창한 언변과 몸동작이다. 이와 함께 크고 탄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서 기능적인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고, 이미 확립되어 있는 이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은 새로운 구성원도 환영한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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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막 시작한 시기에는 새로운 파트너의 결함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최근 덴마크의 심리학자 우페 슈요트가 실시한 연구에서 우리가 카리스마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오류나 모순을 보고 듣는 기능을 관장하는 뇌 영역의 활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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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갈구하는 감정이 학대에 이용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열망과 자신을 이끌어줄 누군가를 바라는 마음은 사람의 마음을 강력히 끌어당기는 자의 이익에 이용될 수 있다. 실제로 북한 사람들은 최고지도자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겉으로는 자유의지로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며, 김정은과 그의 아내를 떠올리게 하는 헤어스타일(국가가 허락한 종류 중 하나)을 자랑스레 고수한다. 5년 주기로 실시되는 선거에서는 투표용지에 딱 하나밖에 없는 김정은의 이름 옆에 표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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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편향을 유발해서 같은 집단의 구성원을 편애하거나 다른 집단을 무시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옥시토신의 영향이 같은 집단의 구성원에게 집중되는 경우(집단이 가족, 같은 축구팀 팬, 국가 전체 등 무엇이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신뢰와 공감, 협력이 증가하고 옥시토신의 영향이 다른 집단의 구성원에 집중되는 경우에는 반대로 인종차별과 편협성, 공격성이 증대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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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 감소와 감정에 무감각해지는 것은 SSRI의 부작용에 속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덜 느끼고 연인의 감정도 덜 신경 쓰게 되므로 사랑의 감정이 약화되고 해로운 관계나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관계를 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상대방에게 집착하는 성향이 강하고 그로 인한 극단적인 질투로 평생 관계를 망치는 사람도 SSRI로 그러한 강박을 약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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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문을 열어젖히고 ‘사랑’에 도움이 되는 약이라고 대놓고 광고하기 시작하면, 억압적인 사회에서는 부도덕하다고 분류된 사랑을 없애버릴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도 동성애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국가가 72개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SSRI가 그런 ‘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이 지나친 우려는 아닐 것이다. 전환 치료(동성애자와 양성애자를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간주하고 이성애자로 바꾸기 위해 시도되는 치료법–옮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봐도 충분히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에도 이러한 약은 대인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자초하거나 균형이 기울어진 권력관계에 희생될 위험을 키울 수 있다. MDMA는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채는 능력을 약화시키므로 대인관계를 유지하려고 이 약물을 이용했다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결코 유익하다고 볼 수 없는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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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모두가 정해진 선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을 억압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그런 이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그러한 약물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경계가 무너지거나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 특히 ‘부도덕’하다고 평가된 사람들에게 사용하거나 연인에게 휘두르는 권력으로 활용되는 사태가 벌어져도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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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감정을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사랑이 인간의 주요 감정(혐오, 공포, 행복 등이 포함된다)은 분명 아니라는 데 동의하며 향수, 질투 같은 부차적인 감정도 아니라고 본다. 사랑은 복합적이고 평생 동안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굶주림, 갈증, 피로와 더 비슷하다. 즉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을 찾게 하는 동기 또는 의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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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술은 사랑을 표현하거나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서 탄생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설명한다. 인간이 가진 창의적이고 똑똑하고 섹시한 뇌를 연인이 될지 모르는 사람에게 어필하는 수단으로 예술이 활용되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영리한 진화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제 사랑을 상자에서 꺼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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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한다면, 도파민은 활기를 일으키는 호르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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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경험할 때 보상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신경화학물질인 도파민은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도파민이 없으면 무기력해지고 무엇에도 몰입하지 못할 수 있다.
사랑을 경험할 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신경 활성과 도파민의 작용으로 의욕이 생길 때 활성화되는 뇌 회로가 서로 밀접하게 겹친다는 사실은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 욕구라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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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나트는 중독의 특징은 특정한 대상이나 활동에 강한 의욕을 느끼고 그 욕구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 중독과 사랑이 밀접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사랑이 욕구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랑이 욕망, 공포, 분노, 행복을 포함한 광범위한 감정을 아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랑이 감정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고 보았다. 사랑의 수명도 감정으로 분류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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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변화의 과정이며 변화의 동인, 즉 변화의 동기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사랑은 그 사람이 가진 최고의 모습을 이끌어내고(앞 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사랑이 개인의 어두운 이면을 끄집어낼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무시하고) 그가 가진 잠재력을 전부 발휘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나, 가장 행복한 나를 끌어냅니다. 그리고 가장 즐거운 내가 되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면 ‘내가 당신과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내게 이런 모습이 있음을 알게 해줘서 좋다’라는 기분이 들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자기애가 생깁니다. — 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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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대상을 찾을 때, 또는 사랑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가 하는 행동의 근원 중 일부는 유전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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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년 넘게 처음 아빠가 된 남성들을 연구했는데, 그들이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이건 간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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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빠가 나쁜 짓도 저질렀지만, 널 위해 모든 걸 바꾸려고 노력했단다. 너는 나 같은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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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이 겪은 깊은 슬픔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말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슈라트는 1960년부터 망치와 끌로 산 너머 병원까지 가는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22년 만에 길이 110미터, 폭 9.1미터의 길이 완성되었다. 이제 마을에서 병원까지 가는 길은 70킬로미터에서 1킬로미터로 단축되었다. 처음에는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놀라운 결단력이 알려지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그의 얼굴이 찍힌 우표까지 나왔다. 다슈라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졌다. 이제는 누구도 그가 겪은 상실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2007년에 인도 정부는 그가 손으로 만든 길을 정비해서 제대로 된 도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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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는 예술이 성선택의 결과로 진화했고 목적은 유전자를 보여주는 것, 구체적으로는 우수한 인지능력과 높은 지능을 의미하는 창의력과 지능, 위트와 관련된 유전자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작에게 꼬리가 있다면 인간에게는 뇌가 있다.
제프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데이트 상대를 찾는 글에서 많은 여성들이 유머감각을 언급하고, 예술가들이 엄청나게 섹시하다는 말을 듣거나 실제로 생식 활동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사실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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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 어쩌면 남은 일생이 영원히 바뀔 수도 있는 가장 놀라운 일을 시도하도록 동기를 불어넣는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인생을 바꿔놓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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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너무 명확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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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7-01 2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진짜 많다.. 정말 다 올릴 만한 걸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회과학서일 때 반님이 더 쉽게 재밌게 책 소개해주시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

반유행열반인 2023-07-01 22:28   좋아요 1 | URL
쉽고 재밌게 느껴지시는 건 유수님이 교양있는 한국어 사용자라서? ㅋㅋㅋㅋ휘뚜루마뚜루 좋아좋아 랄랄라 하는 글도 잘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유수 2023-07-01 22:31   좋아요 2 | URL
어렵게 느낄 때도 좀 있숴여.. 아 이해하고 싶다 이런 기분 ㅋㅋ
근데 예술이 성선택의 결과로 진화.. 새삼 충격이에요. 맞말이긴 한데 ㅋㅋ 번역도 아주 션션하시다. 예술가들이 실제로 생식활동에서 성공을 거둔다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1 22:35   좋아요 2 | URL
여자 또는 남자 또는 둘다 배로 꼬인다….예술하는 사람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어려서 과외하던 애기가 붙임머리 하고 나타나서 짧은 머리 때보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

2023-07-0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예쁘다고?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온그림책 8
황인찬 지음, 이명애 그림 / 봄볕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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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30 황인찬, 이명애.



 6월의 마지막 포트래치…ㅋㅋㅋ탑까지는 아니고…부도?(네이버국어사전 7번째 단어의 2번째 명사 뜻…ㅋㅋㅋ) 몸 성했으면 씩씩하게 걸어갔다 왔을 거리의 신림점에다 우주점 택배로 주문한 세 권. 이 중 2/3는 다 골백작님 때문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두산동아에서 나온, 한자 표기 안 하고 친절하게 한글 번역(?)해 준 원형의 전설은…아주아주 저렴하긴 했지만 세월의 흔적이 겁나 느껴져 버림…에비 지지 하면서 알코올 티슈로 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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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주문 내역을 확인하니 야 왜 그러고 사냐…왜 그렇게 사냐…조금만 사자 싶었다. 스티커북도 있고 커피도 있고 그렇긴 해도 하여간에 50종의 상품을 집에 들였다고 한다… 내 계정으로도 사고 쿠폰 없다고 자녀 계정으로도 사고 막 그랬다… 지난 달에는 아파가지고 병원비로 몽창 쓰더니 연옥에서 살아 돌아온 자는 덧없이 소비의 지옥으로 다시 빠지고 있다…책만 산 거 아니고 무지개망고랑 멜론도 엄청엄청 많이 사 먹고 키보드 등등 이거저거 하여간에 많이 사고 풀소유 돼지가 되었다…


 그래도 독서량은 구매량에 비례한다는 지론대로…만화책과 그림책과 시집 등등으로 권수 부풀리기가 적용되긴 했지만 6월에는 오랜만에 낙낙하게 17권을 보았다. 출근 안 하고, 공부도 면제하고, 그냥 읽고 노는 이 시간이 인생에 제일 좋은 때일지도 몰라…라고 하지만 앞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때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 늘 그랬다!!!


 마지막 주문에 포함된 황인찬 그림책을 보았다. 그림이랑 글이랑 왜 이렇게 귀여워가지고…

 누가 나더러 예쁘다고 하면, 나는 저 귀여운 아이만큼 고민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뭔 개소리야!! 미쳤구만 미쳤어!!!! 그러고는 대부분 그 말들을 믿지 않았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예쁘다고(진심이든 아니든 친밀하든 의례적이든) 말해주면 사람들이 어떤 모습이었나 돌아보면, 대개 엄청 수줍어하면서도 아이 참..이러고 그런데 또 엄청 좋아라 하는 게 느껴졌었다. 아니 수줍어하면서 아이 좋아라 하는 반응…그거 어떻게 하는 겁니까…ㅋㅋㅋㅋ 다들 믿었구나… 안 믿더라도 일단 좋긴 했구나…


 나는 날더러 안 예쁘다 하지만, 예쁘다고 해주는 사람들도 없지 않으니까, 헛살진 않았다.ㅎㅎㅎ 예쁘다,는 사랑한다,에 앞서는지 뒤따르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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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6-30 2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열님은 어떻게 페이퍼를 하루에 두세개씩도 올리리는 건가요? 사실 하루에 하나도 신기하고 대단합니다. 심지어 거의 다 장문에 고퀄임. ㅋㅋㅋㅋㅋ
저한테 어제 경고(?)하신 이유가 있었네요. 50종의 상품 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이랑 우주점이랑 회원직배송 아주 다양하게 ㅋㅋㅋㅋ
예쁘다는 말 믿어도 되지 않나요?! 말하는 사람은 사실 상대가 예쁠 때 예쁘다고 하잖아요. 빈말로 예쁘다고들 하나? 뭐 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 예쁨이 막 절대적인 예쁨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보기에 상대의 어떤 면이 예쁠 때 예쁘다고 하는 거니까! 믿어요! ㅋㅋㅋㅋㅋ 전 믿습니다. 아 예쁘게 보이는구나 하고

반유행열반인 2023-06-30 21:14   좋아요 3 | URL
믿어요 믿습니다=난 예뻐 예쁨 믿습니다 ㅋㅋㅋ 예쁜 은오님 안녕하세요
제가 삶의 전반적인 시간을 불신으로 점철하고 살아서 어쩔 수 없던 거도 있는데 나이가 드니까 이제 잃을 게(?)없어서 상대가
뭐라해도 뭐 가져갈게 있다고 하고 가드를 내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저 원래 하루에 페이퍼랑 리뷰 여러 개 올라오는 거 안 좋아했는데 ㅋㅋㅋ성취지향적인 인간이 갑자기 목표를 잃고 뭘 할게 없다 보니 알라딘 죽돌이(원래 진짜 죽돌이들 몇 있었는데 다 떠나고 빈집 지킴이로 ㅋㅋ)짓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었네요…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당분간은 죽돌이 할 거 같습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3-06-30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7권 ~! 왠지 의미심장한 권수 같습니다 ㅋㅋ 열반인님 앞으로 건강도 회복하고 더 좋은 날이 올거라 확신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6-30 21:4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ㅎㅎ17 무슨 의미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세븐틴? 열일곱살? 나는 고1이다? ㅋㅋㅋㅋ

Yeagene 2023-07-01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열반인님 17권!맞아요 출근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는 지금 이 순간이 열반인님 인생의 황금기(?)....(부럽습니다...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7-01 13:06   좋아요 1 | URL
저 그런데 출근하던 시절에도 이맘때는 뭐에 홀린듯 저거 비슷하게 읽었더라구요 ㅋㅋ저에겐 여름이 독서의 계절 ㅎㅎㅎ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51285&CustNo=1940574

정확히는 독서기록 아니고 구매기록ㅋㅋㅋㅋ독서기록과 구매기록은 괴리가 매우매우 크다…

알라딘 올해 24주년 이벤트 기획하면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왜냐하면 24주년 강조할수록 자꾸 경쟁업체 예스24를 도와주는 꼴이 될 우려가 크니까…ㅋㅋㅋ

영수증 뽑아주는 게 아날로그 갬성 돋고 자본주의도 돋고 그런데 디자인은 그럭저럭 귀엽고 매년 하는 건데도 그냥저냥 재미있었다.

퀴즈 잘 맞췄다고 만점의 전당에 올려줌

심심해서 어쩌다가 블라인드에서 알라딘커뮤니케이션 일하는 사람들 평점(?)같은 거 봤는데 평균3점 정도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다니면 다닐만 하고, 상사나 동료만 잘 만나면 워라벨 그럭저럭 맞고, 일하는 거 비해 돈 잘주는 편이고, 수평적 문화에 가깝고, 그런데 자기계발 안 되고, 회사 비전은 없고 ㅋㅋㅋ그런 거 보고 재미있었다. 뭐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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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6-30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발 권수로든 금액으로든 모두들 저를 이겨주세요 ㅋㅋㅋㅋㅋ

북깨비 2023-06-30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매기록과 독서기록간의 괴리.. 🤣 너~~무 와닿습니다. 저는 심각해요. 😭 가끔 안 읽고 다시 팔기도 해서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현타가 오곤 합니다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6-30 14:49   좋아요 1 | URL
북깨비님!! 구매하신 액수 보고 잠시 와 나보다 더 산 사람 있어!!하고 기뻐하다가 착각인 걸 알고 좌절했습니다…저는 막 몇 백원 몇 천원짜리 중고를 박박 긁어 모으다보니 이제부터 그만 사고 한 십년 읽어도 책이 남아돌 것 같습니다…그래도 책 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ㅋㅋㅋ

북깨비 2023-06-30 14:58   좋아요 2 | URL
괜찮아요. 다락방님이 올킬하셔서 이제 안심해도 괜찮아요. 🤣🤣🤣

반유행열반인 2023-06-30 15:09   좋아요 2 | URL
천상계는 절대 못 이기죠 ㅋㅋㅋㅋㅋ알라딘에서 책탑 쌓고 서로 잘한다 더 사라 하는 거 뭔가 포틀래치가 생각났습니다…ㅋㅋㅋㅋㅋ다들 하얗게 불태움…

하이드 2023-06-30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알라딘에 오래 있었을 뿐인거 아닌가 싶습니다. (먼산) 저도 저보다 많은 사람들 내심 찾고 있는데, 찾았어요. 손지상 작가님.

반유행열반인 2023-06-30 18:1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하이드님 ㅎㅎㅎ제가 독후감 올리기 시작한 게 2018년이라 얼마 안 됐다고 뉴비라고 우겨보려다 헤아려보니 벌써 6년 차 고인물이(어느새) 되어버렸네요…(먼산) 네이버블로그 태그로 검색하니 죄 몇백만원대이다가 알라딘서재 와 보니 역시 스케일이 다 차 한 대씩은 태우고 꼬라박고…내 이럴 줄 알았다… 하이드님도 작가님급의 천상계이시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6-30 2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진짜 여기 기본 천단위 차 한대값 저도 같은 생각 했어요 ㅋㅋㅋㅋㅋ 유열님도 거의 2천 태우셨네요 아아 ㅋㅋㅋ
알라딘 이런 이벤트 좀 귀여운 듯.... 그리고 고객센터가 친절하고 처리가 빠른게 장점 이부분은 교보 예사랑 확실히 비교됨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6-30 21:17   좋아요 2 | URL
아 제가 조금 이따가 며칠 후에 제 소원 성취되면 고객센터 관련 포스팅 하나 할 건데 ㅋㅋㅋ구매랑 관련 없구 돈 안 되는(북플 문의 같은 ㅋㅋ) 건 여유적적 일요일에 올린 거 목요일에 답변 해주시더라구요. (오타도 귀엽게 합니다 대신 하빈다 이런 답변으로ㅋㅋㅋ) 유도리 있는 알라딘입니다…교보는 뭐 깎아주는 거도 별로 없고 오프라인 매장 가면 휘둥그레지게 비싸고 그런데도 매출 1위 아닌가요 ㅋㅋㅋㅋㅋ

은오 2023-06-30 22:37   좋아요 2 | URL
아니 돈되는 것만 빨리 답변하는 알라딘 유도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이퍼 기대됩니다 기다릴게요!! 😆

새파랑 2023-06-30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 5위 ‘시리얼‘이 눈에들어옵니다 ㅋ 진짜 작가 이름이 시리얼인가요? ㅋ

구매 상위 0.1퍼센트의 열반인님, 내년에는 수능 상위 0.1퍼센트를 목표로 하시죠 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1 07:32   좋아요 1 | URL
저게 ㅋㅋㅋ마법천자문이라는 어린이 만화 작가인데 고정된 실체(?)인물은 아니고 팀처럼 사람 바꾸거나 프리랜서들 고용해서 그리는 거 같더라구요(그러니까 유령작가…그림체 맨날 바뀜)
최애에 꼽힌게 구매 다수인 어린이책들 관련인데 애들 책이 권수가 많아서 그렇게 됐습니다ㅎㅎ
올해 중반부터 놀아보니까 아니 공부 안 하는게 이렇게 좋은 거였군, 하고 재미들여버려서 걱정입니다 ㅎㅎㅎ신나게 놀다 질리면 한 번 만 더 도전해보겠숩니다 ㅎㅎㅎ감사합니다 새파랑님

Yeagene 2023-07-01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열반인님...전 총 결제금액이 3백만원인가 그렇던데 열반인님에 비하면 완죤 베이비네요 ㅎㅎ 책도 많이 사시고 음반도 많이 사시고 최애작가는 이빈이고 ㅎㅎㅎ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7-01 13:06   좋아요 1 | URL
이빈의 비밀이 애기 어릴 때 안녕 자두야 전 권 사줘서요 ㅋㅋㅋㅋㅋㅋ

아사나 2023-07-20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벤트 검색하다가 들어왔습니다
다행이 제가 조금 더 많이 구매했습니다
만화책이지만요.. ㅎㅎ
소설도 좋아합니다. 자주 들릴게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0 14:59   좋아요 0 | URL
참 잘했어요 :) 만화책으로 더 사시는 것도 대단...반갑습니다 아사나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