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인생의 진실 - 인생의 행복과 풍족함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아우름 26
혼다 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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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연애 초반, 오빠가 예전에 운영했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봤다. <내가 로또에 당첨되었다!> 
금액은 생각이 안 나지만, 엄청난 금액에 당첨된 자신의 심정을 써낸 에세이 같은 글이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마는 순전히 상상만으로 쓰인 글이었다(풋). 너무 생생하게 심리 묘사가 돼있어서 블로그에 들렀던 사람들이 진짜냐고 묻는 댓글도 몇 개 달려있었다. 살면서 생각도 못 해본 금액이 손에 들어왔을 때의 설레는 기분,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사고, 누리고 싶었던 것들을 누리는 상황 뒤의 마지막에는 뜻밖에도 허무하다는 말로 끝맺고 있었다. 내 손으로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로또가 대신 다 이뤄줘서 꿈과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꿈과 목표를 잃어비리든 말든 로또 한번 당첨 되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일견 들긴 하지만, 오빠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끄덕거렸던 기억이 난다. 돈은 많을수록 좋긴 하지만, 너무 많은 건 좀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거기다 내 힘으로 번 돈이 아니라 운 좋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라면 더더욱.

<돈과 인생의 진실>은 돈이란 것이 무엇인지, 돈에 휘둘리지 않고 사는 삶이란 어떤 삶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말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혼다 켄은 잘 나가는 세무사 아버지 밑에서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감각을 익혀왔다고 한다. 엄청나게 가난한 생활부터 6000평 대지의 대저택에서의 호화생활까지 다 겪어본 사람이다. 돈에 관심이 많아서 돈을 많이 벌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은 무조건 찾아가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봤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돈의 생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깨달은 게 아닐까 싶다. 

똑같은 돈을 두고 사람마다 쓰는 방식이나 경제관념은 제각각 다른 편이다. 개인이 돈을 다루는 방식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가족이나 형제, 친구에게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고 한다. 내 동생과 나는 같은 집에서 자랐음에도, 크고 나서 보니 경제관념이 자못 다른 편이다. 동생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싶은 장난감은 땅바닥을 뒹굴어서라도 무조건 받아내는 타입인 반면에, 나는 장난감을 별로 사달라고 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집안엔 항상 동생 장난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난 동생 장난감을 같이 가지고 놀며, 로보트 비디오를 보면서 자라났던 것 같다. 크고 나서도 동생은 고가의 프라모델을 여러 개 사서 모으고,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좋은 차를 끌고 다닌다. 반면에 나는 내가 꼭 가지고 싶은 책이나 문구, 전자제품 외에는 크게 욕심을 부려본 기억이 없는 듯하다.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비싼 옷이나 가방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대신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금액이 커도 대범하게 지르는 편이라 통장이 뭉텅뭉텅 깎여나가는 일이 있긴 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가지각색의 방식으로 돈을 벌고 쓰면서 살아간다. 

<돈과 인생의 진실>에서 나오는 '경제 자유인'이라는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돈을 계속해서 벌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이다. 이에 따르면 회사를 다니거나, 혹은 변호사나 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이라 할지라도 매일 출근을 해야 하므로 경제 자유인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없어도 자산이 불어나도록 캐시 플로를 만들어놓은 사람은 온전히 자유롭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저자는 그 기준을 자산 1억엔, 연봉 3000만 엔 이라고 잡고 있다는데, 환율을 대충 계산해보면 자산 10억에, 연봉 3억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굳이 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온전한 경제 자유인으로 살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우선 돈의 노예로 살지 않으려면 너무 낭비하지도, 너무 인색하지도 않으면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얼마 전에 오빠랑 이런 얘기를 했다.
"지금 여기서 우리한테 20억 정도가 더 생기면 어떤 상태가 될까?"
물론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이 하고 좋겠지, 근데 함께 목표를 잡고 알콩달콩 모아가는 재미가 없어져서 허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혹은 지금보다 더 돈독이 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가지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돈이 얼마나 있든 그 돈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 돈도 필요한 것인데, 요즘 세상은 돈을 위해 행복을 버리는 사례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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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25
서민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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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xx 충'이라는 욕이 참 많다. 맘충, 급식충, 코인충, 설명충 등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충'을 들먹이면서 욕을 만들어낸다. 단어 끝에 단지 '충'자만 붙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확 기분이 나빠지는 글자다. 곤충, 기생충이라는 글자에서 풍기는 느낌은 꽤 부정적이다. 특히 기생충은 사람 몸속에 기생하는 징그럽게 생긴 긴 벌레라는 인식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상상이 되는 바람에 괜히 몸이 근질거리는 느낌이었다. 리뷰를 쓰기 전 기생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구글에서 한번 검색해봤는데, 괜히 찾아봤다ㅠ 역시나 기생충 연구자가 가진 무한 애정이 아니라면 나에겐 한낱 징그러운 벌레에 불과하구나...
서민 교수는 특이하게도 의대를 졸업하고 평생을 기생충을 연구하는데 바친 사람이다. 요즘 세상에도 기생충이 있나 싶은 생각을 했는데 책 속에 나오는 사례를 보니 심심찮게 사람 몸속에서 나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한번 생겨나면 5m 넘게 자라나는 기생충들은 존재만으로도 살 떨리게 한다. 어느 날 내시경을 하다가 내 몸속에서 기생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최소 까무러치지 않을까 싶다ㅠ 

서민 교수는 <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책을 통해 기생충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주고 싶었나 보다. 기생충들에게 '회순이', '광절이' 같은 이름을 붙여주면서까지 친근하게 기생충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기생충 얘기 중에 흥미로웠던 이야기 중 하나는 숙주의 뇌를 조정하는 기생충이었다. 

「숙주를 조정하는 또 다른 기생충은 '톡소포자충'이다. 주로 쥐에 사는 이 기생충의 종숙주는 고양이인데, 톡소포자충은 쥐로 하여금 고양이를 덜 무서워하게 만듦으로써 종숙주로 가려는 자기 욕구를 충족시킨다. 추후 연구를 통해 톡소포자충이 쥐의 뇌 중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부위에 기생하고, 이것이 쥐가 고양이를 덜 무서워하게 되는 이유라고 밝혀진 바가 있다.」 <p.32~33>

최종 숙주에 도달하기 위해 쥐의 뇌를 조절해서 겁 없이 덤비다가 고양이한테 잡아먹히게 만든다니, 꽤 똑똑하고 무서운 아이들이다. 하지만 몇몇 종들을 제외한 기생충들은 숙주의 몸에 오래오래 기생하기 위해 숙주에게 최대한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고 한단다. 기생충 여러 마리가 함께 있어도 자기들끼리 싸우는 일 없이 사이좋게 식량을 나눠먹고, 순진한 기생충들은 내성조차 만들어내지 못한 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약 한 알에 죽어버린다. 서민 교수는 기생충들을 설명하면서 어떻게서든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나 보다. 한 꼭지당 기생충의 다양한 특징을 설명하면서 인간이 본받아야 할 점을 뽑아내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아쉽게도 너무 억지스럽고 인위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냥 기생충의 특징만 흥미롭게 서술하면 될 것을, 생뚱맞은 결론 때문에 오히려 신뢰가 살짝 떨어지는 면도 있었다. 

2부에서는 서민 자신의 글쓰기 방법과 기생충 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어린 시절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어린 시절 못생긴 외모 때문에 왕따 당하고 미움받았던 자신이 어떻게 공부에 매진하여 의대에 진학하고, 기생충학을 연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흥미롭게 쓰여있긴 하지만, 부모님이나 전처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도 여과 없이 쓰여있어서 이래도 되나 싶긴 했다. 서민 교수는 최근 TV에도 자주 등장하고 책도 많이 내길래 이 책은 어떤 책일까 기대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전체적인 글의 깊이에 다소 실망스러운 면이 있긴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여전히 기생충이 싫어요!
조만간 기생충 약 한 알 먹어야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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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대한민국 스토리DNA 16
전상국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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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숨겨진 광기를 지켜보는 일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코너에 몰렸을 때 고양이를 무는 쥐처럼 폭발하듯 쏟아져나오기도 하고, 속에서 몰래 이글이글 타오르기도 한다. 특히나 격동적인 70년대, 또 그보다 거슬러 올라가 전쟁이 있었던 50년대를 겪었던 이들은 생의 많은 것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무서운 광기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으리라. <우상의 눈물>은 전상국 작가가 자신의 작품 들 중 특별히 엄선하여 뽑은 단편 9편을 묶은 선집이다. 비교적 최근에 쓰여진 <플라나리아>(2002년)를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들은 대부분 197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이다. 어둡고 혼란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니 만큼 전체적으로 소설은 어둡고 음침하다. 그럼에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가는 기술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작품을 읽어갈 수 있었다. 특히나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70년대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독서의 즐거움이라 하겠다.

작품들 중 특히나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뽑아보자면 <우상의 눈물>, <우리들의 날개>,<전야>, <아베의 가족> , <투석> 같은 작품들이다.  스토리 라인이 재미있어서 흥미진진하기도 했지만 사람 마음 속에 숨겨진 속내를 드러내는 방식이라던가 가족간의 일그러진 관계들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 좋았다. 특히 <우리들의 날개>에 드러나는 미신을 믿는 가족들이 행하는 비이성적인 행동들은 꽤 공포스럽기도 했다. 손이 귀한 집안에 태어난 막내아들 두호는 귀한 자식 임에도 왠지 하는 짓이 미운 아이다. 거기다 어머니는 어느 날 점을 보러 갔다가 두호가 집안의 액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문제는 두호였다. 두호가 사라는 것이었다. 한 집안에 살이 낀 사람이 둘 있으면 그렇게 안좋다는 얘기였다. 손이 귀한 집일수록 그런 일이 흔하다고 했다. 
"느 아버지하고 두호가 바로 상극이란 거여!"
고모가 말했다. 
"그럼 액땜을 하면 될거 아냐?"
내가 비꼬는 투로 묻자 고모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다. 
"딴 방법은 없다더라. 두 사람 중에 하나가 죽는 수 밖에..."
그 말을 어렵잖게 해내는 고모의 얼굴에 개기름이 번지르르 했다. 」 
< 『우리들의 날개』 중에서 p.111>

둘 중에 한명이 죽어야 한다면, 그것은 두호라고 믿는 어른들의 생각. 하지만 그들은 그 속내는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두호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하는 대신 두호가 죽고 나서도 죄책감을 덜 느끼기 위해 두호에게 엄청나게 많은 장난감을 사준다. 두호의 형인 '나'는 부모님들이 두호에게만 보여주는 편애 때문에 두호에게 살의를 느끼기 시작하는데...  

이런 가족간의 살의는 <아베의 가족>이라는 단편에서도 나타난다. 태어날 때부터 심한 장애아로 태어나 제대로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아,아, 아베" 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큰 형의 존재는 가족을 침울함으로 몰아넣는 원인이었다. 형을 인간이 아닌 냄새나는 짐승 정도로만 대했던 형제들, 그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가족들, 그들은 결국 아베를 혼자 한국에 내버려두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지만, 아베가 한국 어디에 있는지만은 어머니 만이 알고 있다. 어머니는 아베를 어떻게 했던 것일까. 

<투석>이라는 작품은 어느 날 부터인가 날벼락처럼 창문을 깨부수고 날아오는 돌팔매질 때문에 시작되는 이야기다. 가족 각자는 알 수 없는 죄의식을 느낀다. 혹시 저 돌이 나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자신이 지금껏 잘해왔다고 억지로 덮어두었던 과거 행적들을 한꺼풀 벗겨 생각해보게 한다. 전상국 작가는 <투석>을 이야기 짜임새등에 있어 자신의 대표작으로 삼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1970년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이야기 속에서는 꽤 불편한 장면들도 많다. 남자에게 유린당한 여성을 조사하는 경찰이 호기심을 가득 담은 얼굴로 어땟냐고 물어보는 장면이나 딸이 동네 청년에게 당하고 혼삿길이 막히자 나몰라라 하는 집안 분위기등 저땐 정말 저랬었나 하는 장면들이 많다. 특히나 여성들도 남성에게 과하게 순응적인 모습들이 담겨있어 이것은 남성의 시선에서 쓰여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땐 다들 그랬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간이 흘러 세대가 변할수록 그 전 시대가 어땠는지는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생생한 속내와 생활이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일일 것이다. 우리가 겪지 못한 일을 겪었던 그들의 특수한 상황에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를 더하면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하니까 말이다. 신기한 것은 아무리 세대가 변해도 환경은 변할 지언 정 인간의 깊은 속내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 다는 것, 형태를 달리해서 계속해서 계승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70년대의 향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소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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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손그림 일러스트 10000 일러스트 10000 2
페이러냐오 회화 스튜디오 지음, 권소현 옮김 / 글송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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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일러스트로 반듯하게 그려진 그림보다 손으로 직접 그린 듯한 삐뚤삐뚤한 그림이 더 좋다. 왠지 그 사람의 개성이 담겨있는 것 같고, 그림 그리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 듯한 느낌이라서랄까. 손재주가 정말 없어서 그림을 그리면 초등학생 수준을 못 벗어나는 나 같은 사람도 삐뚤삐뚤한 손그림은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용기가 난다. 그렇게 내 손에 오게 된 <귀여운 손그림 일러스트 10000>은 직접 보고 따라 그려볼 수 있도록 손그림에 최적화된 귀여운 그림들이 엄청 많이 들어있는 책이다. 손그림을 그려보고 싶은데 도저히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딱이다. 
책에는 인물부터 시작해서 귀여운 동물, 소품, 음식에 이르기까지 종류별로 매우 다양한 손그림을 담아놓고 있다. 책을 받고 책이 왜 이렇게 과하게 알록달록하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알고 보니 초등학생용 책이었다. 오 마이 갓! 그렇다고 별로 문제 될 건 없는 것이 아기들용 그림책처럼 과하게 단순하지 않고, 오히려 나 같은 그림 초보들도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는 수준의 그림들이 많아서 쉽고 좋았다.  

취미 그림그리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우선 준비물이 필요하겠지. 손그림 그리기에는 거창한 준비물이 필요 없어서 좋다. 그냥 흰 종이와 연필, 지우개, 시그노 0.28 펜, 색연필 정도의 준비물만 있어도 간단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림을 그리려면 일단 겁부터 나는 사람들은 우선 책 속에 나오는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린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기만 해도 자기 눈에는(?) 꽤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은 챕터별로 주제를 나누어 다양한 종류의 손그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서 마음대로 따라 그려볼 수 있다. <귀여운 손그림 일러스트 10000>은 그야말로 "니가 무슨 그림을 좋아할지 몰라서 종류별로 준비해봤어" 같은 컨셉의 책이다. 완성된 그림을 여러 개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떤 순서로 그려야 하는지 그리는 순서대로 보여주는 페이지도 있어 처음 뭐부터 그려야 할지 모르겠을 때에도 골라서 그려보기 좋다.





사진을 찍고 보니 왜 때문에 음식 그림 밖에 없는 거죠. 얼마 전에 블로그에서 자신이 먹은 음식들 위주로 그림을 그려서 간직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사진으로 남기는 것보다 자신만의 그림으로 남길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부러웠나 보다. 전반적으로 그림이 귀엽고 알록달록하다.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칠할 때 색연필이 아닌 사인펜 등으로 색을 칠해주면 책처럼 선명한 느낌의 손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드디어 대망의 내가 그린 그림....ㅋㅋ 난 선천적으로 그림 재주가 없다는 걸 감안하고 봐주셔야 할 것 같다. 그동안 그림을 그릴 때 뭘 믿고 펜으로 바로 그리려고 했는지, 이번에는 연필로 밑그림을 먼저 그려서 틀을 잡고 펜으로 선을 따서 그린 다음 연필선은 지우개로 지우고, 색연필로 채색했다. 초등학생용 손그림책인데도 내가 만만하게 그릴 수 있겠다 느껴지는 그림이 많이 없어서 그나마 쉬워 보이는 그림 위주로 따라 그려봐다. 귀여운 동물들, 맛있는 음식들, 사람 캐릭터까지!  



그림 그려놓고 멀리서 보니까 알록달록 예뻐서 꽤 그럴듯해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는 그림 실력이긴 하다 ㅋㅋㅋ  



손그림 그리면서 항상 느끼는 것, 동물이든 사람이든 얼굴 형 그리는 게 너무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한 번에 엄청 귀여우면서도 오동통한 얼굴형을 잘도 그리던데, 그 살짝의 차이가 귀여운 얼굴과 못생긴 얼굴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귀여운 소녀를 그려봤는데 역시나 얼굴이 너무 크게 그려져서 머리카락으로 섀딩을 줬다ㅋ 귀여운 소녀야 미안, 얼굴형 그리는 연습은 꽤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손그림은 못 그려도 용서가 된다. 못생기든 귀엽든, 다 그린 사람의 개성으로 여겨지니까. 그림을 잘 그리려면 잘 그리려는 생각을 접어두고 그리는거랬다. 일단 시작해서 꾸준히 그리다 보면 조금씩 실력이 늘지 않을까.  
열심히 따라 그리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캐릭터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야무진 꿈을 한번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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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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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매년 겨울이 될 때마다 길냥이들이 신경 쓰인다. 그렇게나 따뜻하고 포근한 걸 좋아하는 녀석들인데 얼마나 추울까. 
지금 나의 반려묘 다림이도 약 4년 전 겨울이 시작되던 12월 초, 집 앞 골목길에서 만났다. 지나가던 고양이에게 '야옹'하고 인사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엇, 나를 키워줄 사람 바로 너다!' 싶었는지 두 두두 달려와서 내 다리에 얼굴을 비벼댔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에게 이런 대접은 처음이라 움찔 놀랐는데, 이 녀석이 자기 발로 우리 집에 따라왔다. 아니, 나보다 앞장서서 우리 집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처음 겪어보는 신기한 일이었기에 바깥이 추우니 몸 좀 녹여주고 보내야겠다 싶었던 마음이 이렇게 4년이 되었다. 다림이가 집에 왔을 때, 처음 보는 내가 낯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내 무릎에 올라와서 내려가지 않았다. 나를 다시 내버리지 말라는 듯이 끈질기게 무릎 위에서 버텼다. 같이 있던 오빠가 얼른 나가서 급한 데로 고양이 사료를 사 와서 밥을 주자 허겁지겁 먹더니, 잠시 뒤 만족스러웠는지 '휴우' 한숨 한번 내뱉고는 다리를 쭉 뻗고 그대로 'ㄷ' 자로 잠들어버렸다. 바닥에서 자는 고양이를 고대로 들어서 옮겨도 꼼짝도 안 하는 걸 보고, 이 녀석 정말 피곤하고 무서웠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구는 걸 보면 분명히 사람 손을 탄 고양이 인가 본데, 누군가 일부러 버린 걸까, 집을 나온 걸까 궁금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다림이는 나와 한 가족이 되었다.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긴 했지만, 다림이를 만난 후로는 더더욱 길고양이들이 신경 쓰였다. 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더 눈에 밝히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언젠가는 사람을 잘 따르는 듯한 길냥이를 집에 데려오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아무 도구 없이 맨손으로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건 무리였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를 보니 길고양이들을 무조건 집에 데려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한다. 다치거나 병들어 구조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영역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밥과 물을 잘 챙겨주고 개체 수가 늘지 않도록 꾸준히 TNR(중성화 수술)을 시켜주는 것이 좋단다. 내가 즐겨보는 이웃 블로거 중에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밤낮으로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캣맘이 있다. 회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퇴근하는 길에 또 챙겨주고, 동네 고양이들의 상태와 신상을 훤히 꿰고 있는 그분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한두 번 안쓰러운 마음에 밥을 챙겨 주는 건 가능하겠지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사비를 털어가며, 동네 주민들의 눈총을 받아 가며 꾸준히 챙긴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고양이의 발라당 사진이 귀여웠다. 고양이는 발라당으로 신뢰와 유대감을 표현한다고 한다. 다림이도 툭하면 배를 만져달라고 발라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손을 슬쩍 빼서 등을 만지려고 해도 뒷다리로 다시 손을 감아서 배를 만지라고 강요한다. 고양이들이 발라당을 하더라도 배를 만지라는 의미는 아니므로 할퀴는 경우도 많다는데 요 녀석은 배를 쓰담쓰담 하는 것이 너무 좋은가 보다. 뱃살도 많아서 몰랑몰랑 부드럽고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건 고양이와 유대감을 가지는 사람들의 특권이 아닐까. 후훗. 


고양이는 볼수록 참 희한하고 신비한 매력을 가진 동물이다. 강아지처럼 사람에게 순종적이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구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래서 더 (고양이에게) 사랑받고 싶어진다. 최근 들어 고양이의 그 매력을 알아보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입양을 하고 있지만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중간에 유기하거나 보호소에 갖다 주는 사례도 많아서 안타깝다. 독자적으로 한 생명을 책임지게 된 건 다림이가 처음인데, 생각보다 그 책임의 무게가 무겁다. 예쁘고 귀여운 면이 더 많긴 하지만 책임지고 감수해야 할 부분도 만만치 않게 많다. 날리는 털을 매일 청소해야 하는 건 기본이요, 고양이 모래로 집안이 저벅저벅 사막화 되고, 스크레처 대신 소파를 긁어놓을 때도 있다. 거기다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오랜 기간 동안 혼자 남겨두고 여행을 가야 할 땐 돌봐줄 이도 찾아야 한다. 이 모든 책임을 질 자신이 없다면 다른 모든 동물도 마찬가지겠지만 고양이 입양은 하면 안 된다. 고양이는 길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더 쉽게 입양하고, 쉽게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몇 년 전에 길에서 페르시안 고양이를 발견해서 동네에서 유기묘를 받아주는 동물병원을 검색해서 가져다준 적이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굶은 건지 솜뭉치를 들어 올리는 것처럼 가벼워서 깜짝 놀랐다. 병원에서는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일주일 정도 주인이 나타나는지 기다리다가 이후에는 안락사를 시킨다고 했다. 그 고양이는 과연 주인을 찾았을까. 만나는 고양이마다 내가 책임을 질 수는 없기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한참 시간이 지나도록 마음의 짐으로 남기는 마찬가지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우리는 집에서 또는 길에서 고양이들과 공존하고 있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5년인데 반해 길고양이들은 2~3년 정도밖에 못 산다고 하는데 그 짧은 수명마저도 추위와 배고픔, 병에 시달리며 괴롭게 살다가 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그나마 남아 있는 삶을 덜 괴롭게 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작은 관심과 도움이 절실해 보인다. 그보다 앞서 고양이를 혐오하고 학대하는 정서적인 문제부터 먼저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제발 고양이를 버리지 마세요'
모든 고양이들이 부디 행복한 묘생을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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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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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0 0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