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인생의 진실 - 인생의 행복과 풍족함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아우름 26
혼다 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연애 초반, 오빠가 예전에 운영했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봤다. <내가 로또에 당첨되었다!> 
금액은 생각이 안 나지만, 엄청난 금액에 당첨된 자신의 심정을 써낸 에세이 같은 글이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마는 순전히 상상만으로 쓰인 글이었다(풋). 너무 생생하게 심리 묘사가 돼있어서 블로그에 들렀던 사람들이 진짜냐고 묻는 댓글도 몇 개 달려있었다. 살면서 생각도 못 해본 금액이 손에 들어왔을 때의 설레는 기분,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사고, 누리고 싶었던 것들을 누리는 상황 뒤의 마지막에는 뜻밖에도 허무하다는 말로 끝맺고 있었다. 내 손으로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로또가 대신 다 이뤄줘서 꿈과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꿈과 목표를 잃어비리든 말든 로또 한번 당첨 되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일견 들긴 하지만, 오빠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끄덕거렸던 기억이 난다. 돈은 많을수록 좋긴 하지만, 너무 많은 건 좀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거기다 내 힘으로 번 돈이 아니라 운 좋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라면 더더욱.

<돈과 인생의 진실>은 돈이란 것이 무엇인지, 돈에 휘둘리지 않고 사는 삶이란 어떤 삶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말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혼다 켄은 잘 나가는 세무사 아버지 밑에서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감각을 익혀왔다고 한다. 엄청나게 가난한 생활부터 6000평 대지의 대저택에서의 호화생활까지 다 겪어본 사람이다. 돈에 관심이 많아서 돈을 많이 벌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은 무조건 찾아가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봤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돈의 생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깨달은 게 아닐까 싶다. 

똑같은 돈을 두고 사람마다 쓰는 방식이나 경제관념은 제각각 다른 편이다. 개인이 돈을 다루는 방식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가족이나 형제, 친구에게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고 한다. 내 동생과 나는 같은 집에서 자랐음에도, 크고 나서 보니 경제관념이 자못 다른 편이다. 동생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싶은 장난감은 땅바닥을 뒹굴어서라도 무조건 받아내는 타입인 반면에, 나는 장난감을 별로 사달라고 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집안엔 항상 동생 장난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난 동생 장난감을 같이 가지고 놀며, 로보트 비디오를 보면서 자라났던 것 같다. 크고 나서도 동생은 고가의 프라모델을 여러 개 사서 모으고,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좋은 차를 끌고 다닌다. 반면에 나는 내가 꼭 가지고 싶은 책이나 문구, 전자제품 외에는 크게 욕심을 부려본 기억이 없는 듯하다.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비싼 옷이나 가방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대신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금액이 커도 대범하게 지르는 편이라 통장이 뭉텅뭉텅 깎여나가는 일이 있긴 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가지각색의 방식으로 돈을 벌고 쓰면서 살아간다. 

<돈과 인생의 진실>에서 나오는 '경제 자유인'이라는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돈을 계속해서 벌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이다. 이에 따르면 회사를 다니거나, 혹은 변호사나 의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이라 할지라도 매일 출근을 해야 하므로 경제 자유인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없어도 자산이 불어나도록 캐시 플로를 만들어놓은 사람은 온전히 자유롭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저자는 그 기준을 자산 1억엔, 연봉 3000만 엔 이라고 잡고 있다는데, 환율을 대충 계산해보면 자산 10억에, 연봉 3억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굳이 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온전한 경제 자유인으로 살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우선 돈의 노예로 살지 않으려면 너무 낭비하지도, 너무 인색하지도 않으면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얼마 전에 오빠랑 이런 얘기를 했다.
"지금 여기서 우리한테 20억 정도가 더 생기면 어떤 상태가 될까?"
물론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이 하고 좋겠지, 근데 함께 목표를 잡고 알콩달콩 모아가는 재미가 없어져서 허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혹은 지금보다 더 돈독이 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가지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돈이 얼마나 있든 그 돈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 돈도 필요한 것인데, 요즘 세상은 돈을 위해 행복을 버리는 사례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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