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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ㅣ 네버랜드 클래식 12
진 웹스터 글 그림,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내 생각에 모든 순정만화는 신데렐라 아니면 키다리 아저씨가 그 원조이다.
주인공이 청순가련에 고생 무지하고 주위의 구박을 받다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신데렐라.
주인공이 명랑쾌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손이 뒤에서 도와주는데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손은 주위에 있는 누구다, 나중에 그와 사랑에 빠진다 - 키다리 아저씨.
때로는 저 둘이 섞여 있을 때도 있다.
키다리 아저씨가 순정만화의 원조가 되는 건 그만큼 그 이야기가 여자애들의 심리와 희망사항을 효과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일거다.
2.
주디는 어찌보면 건방지다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는 주관이 뚜렷한 소녀다.(처녀인가?) 그럼에도 밉지 않은 건 너무 솔직하고 위선적이지 않고 자기 장점과 단점을 잘 알면서 그걸 이용해먹으려고 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자기 단점을 인정하거나, 장점을 드러내면서도 잘난척하거나 겸손한척(둘 다 싫다) 하지 않기가 참 어렵다는 걸 알기에 이런 인물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디와 비슷한 여러 여주인공들이 떠오른다. 빨강머리 앤, 캔디, 폴리아나..... 틴에이저 시절에 동경하며 읽었던 책들....인생을 긍정적으로 살고 에너지가 충만한 여자애들....
3.
완역본으로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주디와 키다리 아저씨는 점진적 사회주의자다. (옛날 책엔 이거 없었다. 사회주의자=빨갱이 이던 시절에 아마 번역하면서 빼먹었을 것이다)
주디는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던 시절에 신식교육에 눈을 뜬, 말하자면 신여성이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 작가의 정치적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주디는 다 큰 처녀였다.(난 지금까지 주디가 중고등학생 쯤 되는 소녀인줄 알았다. 내가 읽었던 옛날 책이라고 해서 나이를 틀리게 번역했을 리는 없고 이건 아마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주디를 동일시했기 때문이 아닐까)
4.
나이 들어서 읽으니 다소 만화 같은 내용이긴 하지만 완역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서 새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