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역사 21세기
마이클 화이트.젠트리 리 지음, 이순호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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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제 장문의 리뷰를 날려먹어서 사실 지금 기운이 너무 없습니다. 잔뜩 멋부려 쓴 리뷰였는데......그걸 그대로 되살릴 자신은 없고 그냥 이제 나오는대로 얘기하겠습니다.

이 책이 묘사한 21세기가 실제의 21세기와 얼마나 맞아 떨어질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 자신이 별 아는 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일단 과학기술 진보의 방향 면에서는 어느 정도 동의할 만 합니다. 지금도 인간 게놈을 해독했다 어쨌다, 복제인간을 만들었다 어쨌다 하고 있으니 백년 사이에 이 책에서 말한 생물학 혁명이라는 게 일어나기는 하겠죠. 진짜 부모가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어 맞춤형 아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넷 없이 살아가는 건 점점 생각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온실효과 점점 증대되어 환경문제 심각해질 것이며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우주로 쉽게 나갈 수 있겠죠.

그러나 세부사항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유전자 조작의 부작용에 대해 저자들이 너무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이야 물론 유전자 조작 농사법과 관련된 윤리문제가 대부분 해결되었다. 기술의 발달로 동식물의 유전자 조작도 백 퍼센트 정확성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 본문 중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너무 교만하지 않은가요? 인간이 만들어내어 그동안 열심히 병을 치료하는데 이용해 왔던 약품도 몇십년이 지나서야 부작용이 알려져 사용이 금지되곤 하는데 하물며 유전자에 직접 손을 대면서 백퍼센트 정확성을 확신하다니요.

이 책에 나오는 과학기술 진보의 속도를 체크하다 보면 저자들은 '인간은 계속 진보하며 그것도 점점 가속도가 붙어 진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21세기 후반이래야 지금보다 겨우 백년이 지난 미래일 뿐인데 그들은 항성간 우주여행, 우주 엘리베이터, 로봇과 컴퓨터에 의해 전자동화된 가정과 직장의 모습('주부'는 시대착오적 개념이라네요), 1시간만에 지구 어디든지 오갈 수 있는 교통망 등등 과학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발전상을 묘사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다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그것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면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모든 편리함에는 에너지란 댓가가 따른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즉, 등가교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입니다. 위에 묘사한 저런 것들이 전 지구적으로 일상화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얼마만큼일까요? 지구에 그만한 에너지가 있을까요? 책에서는 핵융합 에너지를 얘기합니다만, 그것이 과연 부작용 없는 깨끗한 에너지인지는 의문입니다.

에너지가 충분하여 그것이 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인간은 그리 살아서는 안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점점 더 편하게, 점점 더 빠르게 가 인간의 지향점이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육체적 노동은 다 기계가 대신해주고 사람들은 정신노동과 휴식과 오락과 문화만을 향유하는 것에 절대 반대합니다. 그건 인간을 위하는 길이 아닙니다.

지구에 닥친 환경문제라든지, 불평등 분배의 문제, 전쟁, 기아 등등에 대해서도 저자들은 문제점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해결방법이 너무 안이하고 낭만적인 것 같습니다. 어느 한 뛰어난 인물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전 지구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이 책에는 이런 상황이 많은데 플레이보이에다가 재벌2세인 한 미남자가 한 순간 눈이 번쩍 뜨여 온힘을 다바쳐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하였다, 는 그야말로 소설입니다. 이 세계가 그렇게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리고 설사 이 책의 예상이 다 현실이 된다 하더라도 그건 제가 원하는 미래가 아닙니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커지는 것, 그것 말고 지금보다 더 적은 파이로도 좀더 골고루 사이좋게 나눠 가지는 것이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저야말로 '공상과학 개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걸 여기 다 옮겨놓지 못해 참 안타깝고요, 이 책의 세계관과 철학에는 도무지 동의할 수 없으나 생각의 여지를 주었다는 점에서 읽은 보람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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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4-1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어어, 책 하나를 놓고 리뷰를 두번이나 쓰다니, 정말 힘겨운 경험이었어요ㅠ.ㅠ

비로그인 2005-04-1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경험은 참 아픈 일이지요....(--!!)

chika 2005-04-1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위로 삼으시길~!! (한껏 멋부리며 쓰셨다니... 저도 안타까워요!!)

moonnight 2005-04-1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수고하셨어요 ^^ 왠지 읽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고통스러워보이는데-_- 리뷰를 두번씩이나 쓰시다니요. ㅠㅠ 제가 이 책을 사게 된다면 온전히 깍두기님 때문일 겁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깍두기 2005-04-1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고맙습니다. 제가 지금 위로가 필요하긴 해요^^
치카님도 감사^^ 근데 추천을 열방은 받아야 아픈 속이 완전히 가라앉을라나요 헤헷.
비숍님, 처음 뵙죠? 그렇죠? 아, 반갑습니다. 슬픈 저를 위로해주러 오셨군요. 저도 님의 서재에 곧 가보겠습니다, 휙!

2005-04-15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4-15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님, 그걸 알았다면 이런 고생 안했을텐데요. 이제 잊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로드무비 2005-04-1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쓰셨네요.
어젠 훨씬 잘 썼다고 우기고 싶으신 거죠?흥=3
아무튼 추천이야요.^^

깍두기 2005-04-15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훨씬 잘 쓴 건 모르겠고 훨씬 길게는 썼어요. 그래서 좀 아까워요. 길게 쓴 리뷰 별로 없는데.(하긴 남들 리뷰 길게 쓰면 나도 잘 안 읽는데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모르죠 헤헷)

클리오 2005-04-1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원하시는 세상이 아니면, 제가 원하는 세상도 아닐겁니다. ^^

깍두기 2005-04-16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저를 그렇게 믿어주시다니 고마워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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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런 게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겁니까? 아주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태연한 듯이 사실과 섞어서 얘기하는군요. 그게 아주 매력적입니다. 주인공은 연인이 선물한 분홍색 장미를 꼭 껴안고 가시에 찔려 피를 흘려서 그걸 빨간 장미로 만든 후, 그 장미잎으로 요리를 만듭니다. 그 요리는 한 여자의 감정을 폭발시켜 그녀는 자기의 열기로 목욕통을 불태우고(비유가 아니고 진짜로 말입니다) 발가벗고 들판으로 나가 한 남자를 만나 말을 달리며 사랑을 나눈 후(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창녀가 되었다가 혁명군 장교가 되었다가. 이런 얘기를 별다른 수식도 변명도 없이 어제 옆집에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얘기합니다.

한두번이 아니고요, 시도때도 없이 그런다니까요. 주인공 티타가 태어날 때 흘린 눈물이 마른 후 말라붙은 소금을 쓸어모았더니 5kg 푸대자루로 한가득이었다, 티타가 결혼준비를 하면서 뜨게질로 뜨기 시작한 담요가 20년 후에 3헥타르나 되는 농장전체를 한바퀴 두르고도 남았다, 성냥을 먹고 뜨거웠던 추억으로 성냥에 불을 붙여 불타 죽었다, 언니와 결혼한 자기의 연인 페드로의 아이가 태어나자 처녀인 티타의 가슴에서 젖이 흘러넘쳤다, 이런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리얼한 감정묘사 중간중간에 태연자약하게 등장합니다.

제가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요, 이런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사실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너무도 적절하다는 사실입니다. 늙은 엄마의 노후를 보살피기 위해 평생 결혼하지 않고 살아야하는 막내로 태어나면 누구라도 5kg이 아니라 5톤은 되는 짠 눈물을 쏟아내고 싶을 것이며, 열몇살 때 부푼 가슴을 안고 혼수를 마련하고자 시작한 뜨게질로 2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의 기다림을 표현하자면 3헥타르가 아니라 지구를 한바퀴 두르고도 남을 것이고, 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아이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처녀의 가슴에서 젖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생산할 수 있지 않겠는가요. 리얼리즘이란 이런 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2. 진정한 에로틱이란 이런 것입니다. 

페드로의 눈길이 티타의 가슴에 머무를 때까지 두 사람은 황홀경에 빠진 채 서로 마냥 바라보기만 했다. 티타는 맷돌질을 멈추고는 페드로가 잘 볼 수 있도록 몸을  꼿꼿하게 세워서 자랑스럽게 가슴을 펼쳤다. 이 뜨거운 탐색전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바뀌었다. 옷을 뚫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나눈 후로는 모든 게 전과 같지 않았다. 티타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모든 물질이 왜 불에 닿으면 변하는지, 평범한 반죽이 왜 토르티야가 되는지, 불 같은 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가슴은 왜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반죽 덩어리에 불과한 것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페드로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서도 티타의 가슴을 순수한 소녀의 가슴에서 관능적인 여인의 가슴으로 바꿔 놓았던 것이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에로틱이라니, 너무나 높은 경지 아닌가요? 읽다보면 정말 '섹시하다'고 느끼게 되는 장면이 많이 있습니다. 노골적인 표현도 없이 말이죠.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이야기의 처음부터 여러가지 음식에 대한 얘기로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고, 그런 것들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음식과 섹스'라니, 남들은 그 상관관계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난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 여겼는데 이렇게 연결이 되더군요. 난 몰랐지 뭡니까.

3. 근데 참 이 간악하게도 현실적인 아줌마는 이렇게 불타듯 뜨거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티타의 인생의 나중에 등장하여 그녀를 구원하여 주고 따뜻하게 보살펴 주며 모든 것을 알고도 이해하고 청혼하는 존이란 의사선생님을 보며 "티타, 존이 더 나아. 페드로랑 맺어져봤자 고생길이야. 존을 선택해!"라고 부르짖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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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30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밤에 읽기 좋은 에로틱한 리뷰군요.
추천하고 가요.^^

깍두기 2005-03-3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야하게 썼나요?^^ 고맙습니다요.

플레져 2005-03-3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드로 같은 남자, 딱 질색...! 그래도 사랑에 눈이 먼 자에게 그런게 보일리 없겠죠... 에스페란사, 한동안 그 이름을 잠시 잊었네요. 깍두기님이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배우 같아요. 멋진 리뷰여요. 추천!

깍두기 2005-03-3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플레져님! 페드로는 대체 뭐냐고요!! 그렇게 사랑하면 데리고 도망이라고 갈 것이지 바보냐고요. 그리고 언니랑 결혼했으면 언니랑 잘 살 일이지 마음은 여따 두고 몸은 거기다 두고, 사람이 비열해! 난 존, 무조건 존이라고!!^^

sooninara 2005-03-3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책은 안보고 영화로 봤었는데..영화에서도 죽이게 불타올랐죠^^
그눈빛...안어벙보다 뜨거웠어요

밀키웨이 2005-04-29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읽는다 읽는다 하면서 왜이리 안 읽어진답니까?
그런데 깍두기님 리뷰를 보고나니 갑자기 동합니다.
왜?
야하니까 ^^;;;;;;

깍두기 2005-04-2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ㅎㅎㅎ
이래 댓글에서 님 모습 보니 너무 반가워요!!!
 
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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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은 내가 생각하기로는 상당히 단순하고 낙천적이어서 즐거운 일이 있으면 시시덕거리며 삶의 고단함 같은 건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눈앞의 승부에 열중하며, 삶이란 재밌는 것, 신나는 것, 슬픈 것, 짜증나는 것 등등의 총합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깊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어느날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와, 벌어먹여 살려야 하는 부양가족과, 하루도 안할 수 없는 집안일과, 이제는 그야말로 가족이 되어버려 감정이라고는 일어나지 않는, 코를 드르렁거리며 옆자리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사는 게 뭐 이래, 뭐 특별한 거 없나, 나으 가련한 인생에 뭐 화끈한 전환점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안해보는 건 아니다.

나야 뭐 생각 뿐이지만, 실제로 그 전환점을 찾아 자기자신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너무도 우울하게 인간의 어떤 몸짓도 실은 끊임없이 쌓이는 모래를 퍼내고 또 퍼내어 기껏 현상을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우리 앞에서 중얼중얼 거린다.

경련.....똑같은 반복..........늘 다른 일을 꿈꾸면서 몸을 던지는 여전한 반복.....먹는 것, 걷는 것, 자는 것, 재채기, 고함, 성교.......

늘 똑같은 일상이 지겨워서, 새로운 곤충의 변종을 찾아 자신의 이름을 곤충도감에 올리고 싶은 명예욕에 잠깐의 일탈과 모험을 꿈꾼 남자는 결국 모래로 뒤덮힌 마을에 갇혀 마을의 현상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모래 속에서 모래를 파내는 반복적인 노역에 종사하게 된다. 처음에는 탈출을 꿈꾸고 실제로 시도도 해보았던 남자는 점점 모래 속에서 모래에 동화되어 탈출시도는 그냥 '희망'이라는 무지개로 남겨두고 실제로 탈출이 가능한 시점에서는 정작 도주 수단은, 그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며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그도 깨달은 것이다. 탈출해서 간 다른 곳도 결국은 똑같은 곳일 거라는 것을.

본문에 이런 예가 나온다. 농촌 총각이 일해서 땅을 늘리면 일거리가 더 늘어나는 농부의 생활을  '더 이상을 참을 수가 없어서' 가출을 한 끝에 일자리를 얻었으나

그래서요? / 그러니까, 거기에 다니겠지..../ 그래서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뭐 월급날이 되면 월급을 받았을 테고, 일요일에는 옷을 입고 영화나 보러 가고 그랬겠지/ 그러고는요?..........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이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늘 다른 일을 꿈꾸면서 몸을 던지는 여전한 반복...... 그래, 사람이 하는 일 중 이 말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를 쓰고 돈을 모으고, 자기가 믿는 무언가에 자신을 바치고, 아이들과 남편과 복닥거리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혹은 이득을 보려고 안달복달하는 인간들에게 '너희가 하는 그 일, 사실은 모래에 파묻혀 가는 마을에서 끊임없이 모래를 파내는 일과 같은 것이야' 라는 말처럼 냉정하고 잔인한 말이 또 있을까. 하루라도 안 쓸고 닦으면 머리카락과 먼지로 뒤덮이는 집안꼴과 매일 나가서 노동하지 않으면 당장에 무너져 버릴 이 세상 대부분의 가정과, 감정 없이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섹스, 이 모든 것에 '무의미함'이라는 냉정한 판결을 가차없이 내려버리는 잔인무도함이라니!

그런데 참, 인간이란 것이 묘해서 이런 냉정한 선고를 받고도 발딱 일어나서 '그래서 어쨌단 말이야. 누가 당신에게 그런 의미부여해 달랬어? 맘대로 생각하시지. 난 하던 일 계속할테니' 라고 말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오기라고 생각해도 좋고, 깨달음이나 해탈의 경지라고 생각해도 상관없고, 바보니까 그런다고 해도 뭐라 말 안하겠다. 그냥 그 모든 게 설령 무의미하다 하더라도, 난 자진해서 내일도 직장에 나갈테고, 식구들에게 밥을 차려 줄 것이고, 투덜대면서 방바닥의 머리카락을 줏을 것이고, 애들과 남편에게 뽀뽀도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 목숨도 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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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1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파이팅!!
옳소옳소!^^

깍두기 2005-03-1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제가 무슨 웅변을 한 건가 봐요, 히히.

파란여우 2005-03-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나는 나, 내식대로 살죠 뭐..깍두기님은 깍두기 드시고, 여우는 털을 휘날리면서...^^

플레져 2005-03-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요. 의미부여할 필요없습니다!! 모래 퍼날르는 사람은 모래 퍼날르고 밥 차리는 사람은 밥 차리면 되지요. 암요!!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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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남자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800여년전에 살았던 자이다. 길가메쉬라고 했다. 왕이었다. 왕은 왕이로되 지혜롭고 너그러운 왕이 아닌 철부지 폭군이었다. 자기가 다스리는 도시의 모든 신부에게 초야권을 행사하고 솟구치는 기운을 주체 못해 아무에게나 자기 힘을 과시하며 폭력을 휘두르던 철없는 난봉꾼이었던 것이다.

신들은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만큼 기운이 센 자를 만들어 내어 그와 대적시키니 그의 이름은 엔키두라 했다. 그는 이 난폭한 왕을 초야권을 행사하려던 신부의 집 앞에서 무릎 꿇린다. 그 나이의 젊은이들이 흔히 그렇듯 크게 한판 싸우고 난 그들은 절친한 친구가 되고 길가메쉬는 이제 좀 철이 든 듯 보이는데, 좌충우돌 그의 삶엔 이제 하나의 목표가 생긴다. '명성'이다.

인간은 자신의 마지막 생명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저는 산속으로 떠나길 원합니다. 저는 제 명성을 세우겠습니다. 저는 어떤 명성도 세워지지 않은 그곳에 신들의 명성을 세우겠습니다.

명성을 위해 삼목산에 살고 있는 산지기 훔바바, 악이며 쳐다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운 존재를 죽이려 하는 길가메쉬를 엔키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뜯어말린다. 말리는 그들에게 겁없는 이 젊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이보게, 친구. 자네도 저들과 똑같은 말을 할 건가? '나는 죽음이 두렵다'라고. 응?

이 피끓는 젊은이에게는 죽음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나중의 걱정거리였던 것이다. 엔키두와 함께 훔바바를 죽이고 명성을 얻는데 성공하나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신들의 노여움은 길가메쉬와 함께 훔바바를 죽인 엔키두에게 돌아가 그는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친구의 죽음을 근척에서 보고 나서야 죽음이란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알게된 길가메쉬는 영생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큰소리 탕탕 치던 젊은이는 이제 이렇게 오열하며 대초원을 헤맨다.

나는 죽을 것이다! 나도 엔키두와 다를 바 없겠지?! 너무나 슬픈 생각이 내 몸속을 파고드는구나! 죽음이 두렵다. 그래서 지금 대초원을 헤매고 있고.....

인간은 몇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철없는 어린 시절엔 주변이 보이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는 명예나 돈같은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기 전까지는 자기가 천년을 살 것처럼 자신만만하다 막상 눈앞에 닥치면 받아들이기 힘들어 몸부림치는 것이.....

영생을 찾으려다 실패한 그에게 신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슬퍼해서도, 절망해서도, 의기소침해서도 안 된다. 너는 이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고난의 길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너는 이것이 너의 탯줄이 잘려진 순간부터 품고 있었던 일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날들이 이제 너를 기다린다.....그러나 너는 분노로 얽힌 마음을 갖고 저승에 가서는 안된다....

이 충고 역시 지금까지도 유용한 충고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다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하지 않던가. 나도 저 충고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고, 그로 인해 안타까워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지니.

최초의 신화라고 하지만, 이건 인간의 이야기이다. 3분의 2는 신이었던 이 대단한 젊은이는 결국, 지상의 모든 인간이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방황하는 여정의 전부를 자기의 일생에 녹여 보여준다. 인간이면 가질 수 밖에 없는 어리석음, 욕망, 좌절, 두려움이 이 4800여년전에 살았던 사내의 일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내게는 이 신화가, 혹은 영웅담이 호쾌한 서사시라기보다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인간들의 슬픈 자서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건 한 사람의 일생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역사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단군신화를 읽고 웅녀가 진짜 곰이었다고 믿지는 않듯이 사실 길가메쉬가 신의 아들은 아닐 것이다. 모든 신화가 만들어진 배경이 그러하듯이 자신의 민족의 조상을 신성시하고 백성에 대한 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 이야기의 곳곳에서 느껴진다. 나혼자 그걸 추리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예를 들어 엔키두는 길가메쉬를 힘으로 이겼고, 이야기 곳곳에서 묘사되는 걸 보면 지혜도, 힘도, 용기도 길가메쉬보다 나은데 왜 길가메쉬가 영웅이고 엔키두는 영웅의 친구에 불과한 걸까? 길가메쉬는 무모하고, 막상 두려움이 닥치면 엔키두의 뒤로 숨던데? 거기다 훔바바를 만나선 치사한 꼼수까지. 힘으로 정정당당하게 대적하는 것이 아닌 여자와 각종 공물을 바칠 것을 제시하며 훔바바의 능력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버리던데. 그것은 이 신화를 쓴 민족의 왕이 길가메쉬였고, 엔키두는 변방 다른 민족의 지도자나 장수였으며 둘이 연합하여 막강한 적국 훔바바를 계교로써 물리친 것을 비유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신화에 의하면 인간은 하급신들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신들이 만들어낸 '원시 노동자'였다. 이런 생각은 신의 대리인이라 칭하는 권력자들이 백성들을 부리는데 더 없이 좋은 세뇌도구였으리라. 그런데 신들은 자신들이 편하기 위해 인간이라는 '원시노동자'를 만들어놓고 그들이 지혜를 갖게 되자 두려워하며 홍수로 쓸어버리려 한다.이 이야기는 노아의 홍수 등 후대의 여러 홍수설화로 변주된다. 그리고 현재에도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인간은 자기들이 편하려고 자동기계인 로봇, 인조인간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인간을 대상으로 반란을 일으킨다 - SF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더니 길가메쉬 이야기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인류는, 이 최초의 신화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그리스 신화도, 게르만의 신화 <베어울프>도, 히브리족 창세기 <베레쉬트>도, 현대의 <반지의 제왕>까지 길가메쉬에 빚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많다. 오디세이아 이야기도, 노아의 홍수설화도, 바벨탑 전설도 그 원형은 이 최초의 신화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길가메쉬 이야기의 주인공인 수메르 민족은 7이란 수를 신성시 여겼는데, 혹 1주일이 7일인 것은 그래서는 아닐까? 그런데 이 최초의 이야기 길가메쉬가 최초임이 알려진 것은 겨우 200년도 안되었다. 그동안 그리스신화나 성서를 가지고 사람들은 최초를 논해왔다. 그런데 길가메쉬가 쓰여진 것은 그보다 무려 2000년 전인 것이다. 그리스신화나 성서가 지금부터 2000여년 전의 이야기임을 생각하면 참 아득한 이야기이다. 혹, 모른다. 수메르의 신화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가 땅 속 어딘가에 묻혀 있을지도.(실제 <신의 지문>이란 책을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전쟁을 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젊어지고자 기를 쓰고 불로초를 찾고, 술 먹으면 다른 사람 옷자락에 구토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화에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그 속에 우리의 모습이 있기에.

** 이 이야기는 수메르의 신화이며 수메르는 현재 이라크라 불리우는 곳이다. 수메르의 신화에 빚지고 있는 성경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누군가는 그곳에 폭탄을 퍼부었다. 슬프다.

** 4000년 전의 이야기를 우리가 지금의 소설인 것처럼 술술 읽을 수 있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피맺힌 노력이 있었다. 설형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많은 분들과 저자인 김산해 님께 감사한다. 아울러 이 책이 굉장히 읽기 쉽도록 편집되어 있으며 충분한 화보와 연표 등으로 먼 곳, 먼 옛날의 이야기를 한층 가깝게 만들어 주었음을 언급해야 하겠다. 여러 분들의 노력으로 이런 좋은 책이 나왔는데, 왜 저자분은 인터뷰를 거절하셨는지,  뜻은 충분히 존경하나 솔직히 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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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8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2-2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고마워요^^
근데 이 책 안 어려워요. 그림도 많고, 얘기도 재밌고, 그 얘기에서 생각할 거리도 많고 말이에요.

로드무비 2005-02-2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라잉넛 갔다오고 또 이런 회심의 리뷰는 언제 쓰셨소?
깍두기님 글은 쉽게 읽혀서 좋아요.
그나저나 이 책 너무 비싸서 포기했는데 회가 동하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깍두기 2005-02-2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이 쉽게 읽히는 건 쉽게 밖에는 못쓰기 때문이 아닐까요?^^
간만에 심혈을 기울여서 리뷰를 썼는데 반응이 없어 너무 슬퍼하고 있었어요. 땡스여요^^

하얀마녀 2005-03-0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이상합니다. 페이퍼엔 댓글쓰기 쉬운데 왜 리뷰엔 댓글 쓰기가 어려울까... 잘 쓰셨습니다라고 밖에 쓸 말이 없어서일까요?

딸기 2005-03-1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추천.
 
하울의 움직이는 성 2 - 양탄자 상인 압둘라 하울의 움직이는 성 2
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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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 이유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비슷하다. 영화를 봤는데 도무지 해석이 안되는 부분이 많아 원작을 참고하고 싶었고 더불어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나는 영상세대가 아닌지라 책과 영화를 둘 다 보고나면 주로 책 쪽에 점수를 많이 주는 편인데 이번에도 영락없이 그러하다.

그러나 1편은 영화의 이미지가 저절로 떠올려지면서 독서를 방해(?)하는 바람에 마음껏 즐겨지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생각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극적인 줄거리로 감탄하게 하는 내용은 아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전혀 영웅적이지 않은 개성만점의 주인공들이, 전혀 영웅적이지 않은 행동과 멋지지 않은 발언들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이다.

하울만 해도 디즈니식의 용감하고 근사한 정의의 사나이도 아니요, 그렇다고 우수에 찬 분위기 있는 남자도 아닌 것이, 외모지상주의 왕자병 말기에다가 될 수 있으면 어려운 일은 안 하려고 하고 예쁜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바람둥이인 것이다. 여주인공 소피도 예쁘지도 않으며 한성깔 하는데다가 맏이 컴플렉스까지 있고 거기다 결정적으로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할머니로 있어야 한다. 이런 둘의 로맨스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으나 우리가 로맨스에서 바라는 것이 어디 로맨틱 뿐이던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이 꾀까다로운 바람둥이 청년과 겉모습이 할머니인 소녀와의 치고 빠지는 투닥거림에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도 그런 종류이다.  

그런 매력은 2편에 이르러서 극대화되는데, 2편은 1편과는 전혀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양탄자 상인 압둘라와 공주 밤의꽃. 압둘라를 볼짝시면, 작은 가게를 차려놓고 매일 자기가 사실은 왕자라는 공상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는, 겉으로 보기에 전혀 매력적일 게 없는 인물이다. 이런 그가 공주를 구하는 방법은 죽음을 무릅쓴 용기와 뛰어난 무술실력이 아니라 '말빨'이다. 그가 사는 진지브라는 도시는 굉장히 예의와 체면을 차린 말투를 사용하는데 거기서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온 압둘라의 말솜씨는 너무도 화려하여, 나중에는 그의 언변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책장을 넘길 정도였다.

"아으, 정령 중에서도 자수정 같은 정령이시여, 팬지꽃보다 더 고운 빛깔의 정령이시여....."(호리병에서 나온 정령에게 한 말)

"아으, 길가의 보석이시여, 여인숙의 한떨기 꽃이시여...."(여인숙의 여주인에게 한 말)

"아으, 참으로 눈부신 양탄자야, 홍옥 같고 귀감람석 같은 양탄자야, 이 미천하고 얼빠진 촌놈이 네 고귀한 얼굴에 크림을 쏟고 말았으니 내 깊이 사죄하지 않을 수 없고...."(마법의 양탄자에게 한 말)

한마디로 말해서 이 소설은 우리에게 별다른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다. 영화는 여기에 뭔가 의미부여를 하려 했으나 나는 이대로가 좋다. 새롭고 신선한 인물들과 그들이 하는 결코 전형적이지 않은 행동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그리고 그들은 전혀 착한 척, 멋있는 척 하지 않으나 알고 보면 꽤 괜찮은 인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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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2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너무 좋아요.. 결론도 무지 맘에 들고요.. 추천하고 가요~~!!

깍두기 2005-02-2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날개님. 너무 오랜만에 리뷰를 써서 중간에 글이 많이 막히더군요. 할 이야기는 저것보다 많았는데 나중엔 머리 쥐어짜기 싫어서 얼른 끝내 버렸죠^^

sooninara 2005-03-2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지금 막 하울2권을 본 수니나라가 파란 지중해위에 떠있는 페리시아 고양이같은 깍두기님에게 존경을 바치옵니다. 어찌 이리 꽃향기와 웃음이 피어나는 리뷰를 쓰실수 있는지요. 미천한 소녀 물러가옵니다.

깍두기 2005-03-3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 이거 뭐야^^;;; 이제 봤잖아. 웃겨 미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