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언제부터 날 사랑했어?
안니 아고피앙 지음, 클레르 프라네크 그림, 염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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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에 읽으니 더 좋네요. 그림, 내용 모두 행복하고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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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시다 - 100권기념 발간시집 세계사 시인선 100
최승호 지음 / 세계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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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내는 출판사에서 기념시집을 낼 때마다 기쁨이 앞선다. 아무튼, 끝끝내 시는 이어져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안도감 때문이리라. <내 몸이 시다>는 세계사 시인선 100권 발간 기념시집인데 2000년에 나왔으니 제법 되었다. 1989년부터 발간되기 시작한 세계사의 시집을 많이는 아니지만 여러 권 갖고 있는데 이들 시인의 공통점은 젊고 대중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은 유명하지 않다는 말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진이정을 비롯하여 최승호, 함민복, 김승희, 유안진 등 유명한 시인이 있으나 그럼에도 세계사 시선집은 대중적이지 않다. 분명히 그렇다. 
 시집의 특성을 살펴보자면 달콤한 시이기보다 어둡고 축축한 시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느낌에서 자유로울 이는 없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사실은 시는 몽상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거울처럼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격동의 시대를 지나 자본주의 시대를 살며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노라면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젊은 시인들은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투철한 비판의식을 무기 삼아 말한다. 이들이 있어 새로운 시 세계. 독자에게 퍼지는 확장성을 고려할 때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시인들의 몸통 전체는 詩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보다. 

 좋아하는 진이정의 <등대지기>를 읽는 시간도 행복했지만, 이 시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박남철의 <권투>였다. 입은 웃지만, 가슴으로는 웃을 수 없는 시였다. 이런 형식은 생생하지만 파격적이다. 더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직접 시의 전문을 올려본다. 
 

알라딘사이트에서 지원되지 않는 양식이라 시의 전문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 http://jazzyrain.egloos.com/4982699 

 6 다음에 7과 8이 없고 바로 9로 넘어간다. 9의 끝 부분을 키보드로 칠 수 없어 9는 전체를 사진으로 올렸다. 7과 8은 일부러 쓰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진 책이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9의 윗부분 여백이 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의도했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이 시는 파격적이지만 마음에 든다. 시집제목이 <반시대적 고찰>이라니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어쩌면 요즘 필요한 게 이런 시가 아닐까 싶다. 시인의 시가 이제 내 몸이 될 차례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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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 풍경 1 -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 서정적 풍경 1
복거일 지음, 조이스 진 그림 / 북마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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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 아래쪽에 자리 잡은 2003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애써 꺼내게 된 건 복거일 때문이었다. 그의 책은 읽지 않았지만, 글은 읽었던 기억이 나서인데 바로 2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의 추천 우수작인 복거일의 <내 얼굴에 어린 꽃>이다. 당시에는 대상 수상작인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 그리고 특별상인 전상국의 <플라나리아> 등이 인상깊었다. 그래서 거의 잊고 있다가 다시 읽어버렸다. 그렇게 복거일의 글은 편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복거일이 수필과 시에 대해 구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삽화는 그의 딸이 보나르 풍으로 그렸다. 그래서 제목이 조금 길다. 서정적 풍경은 복거일의 수필과 시 때문이며,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은 딸의 삽화를 배려한 제목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 궁금한 보나르 풍이라는 그림은 찾아보니 삽화와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 자체가 몽환적이며 전체적으로 차분해서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참 예쁜 책이 만들어졌다.

 저자는 독자들이 수필을 읽으며 시도 음미할 수 있도록 거리 좁히기를 시도했다. 책머리에서부터 나타난 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 시와 산문의 거리를 좁히며 독자에게 편안하게 들려준다. 물론 그의 생각과 기호에 맞게 썼기에 주관적이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시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 학창시절에 심취했던 시인인 윌리엄 워즈워스, 테니슨, 키츠, 휘트먼, 황동규부터 교과서에서 만났던 박목월, 김소월, 서정주, 박성룡 그리고 관심 있는 김수영, 김춘수, 노천명, 프로스트, 육유에다 새롭게 발견한 담백한 시인 박이문까지.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다. 

 잔잔하고 때로 가슴이 뛰며 또는 뭉클해지기까지 한 수많은 시를 데려온 저자는 마치 여행을 떠나는 독자에게 미지의 장소로 안내하는 사람 같았다. 느리게 가는 옛날 기차에 앉아 창밖을 보듯 수필과 시로 이어진 끝없는 길을 보여주었다. 구름으로 뜬 조각의 시들, 우뚝 솟은 산봉우리와 스쳐가는 나무 같은 글들. 그래서 복거일이 안내하는 기차는 완행열차일 수밖에 없다. 

 시집을 읽으려 하지만 다소 주저하는 중이라면 이런 책도 괜찮을 거 같다. 아름다운 삽화와 편안한 글, 다양한 시를 만나다 보면 굳이 시와 산문을 구분할 필요도 없어지니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가 시인만을 위한 게 아니듯 독자도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를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실은, 시간 죽이기는
 시간이 우리를 죽이는 다양한 가운데
 단지 또 하나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In reality, killing time
  Is only the name for another of the multifarious ways
  By which Time kills us.

  -영국 시인 오스버트 시트웰의 시에서. 68쪽.

 
 * 책에는 좋은 시구가 많은데 하필이면 이게 기억에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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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힘 - 제3의 시 시인세계 시인선 12
함민복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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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함민복의 시를 만난 것은 지인을 통해서였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시집)>, <눈물은 왜 짠가(산문집)>를 읽으며 단숨에 시인에게 빠져들었다. 시인이기 전에 이 사람 정말이지 마음결이 곱지 않은가 싶어서였다. 억지로 아름답게 꾸미지도 않고 덥석덥석 내려두는 말들이 이다지도 정겹고 포근할 수 없었다. 마음이 메마른 날 그의 글과 만나면 단비를 촉촉이 머금은 순한 마음이 되리라.  
 그렇다면, 어떤 점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일까. 현대적이거나 세련미와는 다르게 친근함을 들 수 있겠다. 눈물이 날만큼 슬프지는 않지만, 가슴 한구석이 짠해지는 느낌. 이것이 특징이라 생각된다. 어려운 말, 지독히도 형이상학적인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분명히 그만의 언어로 들려주지만,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게 좋았다. 그래서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이번 시집에는 유난히 짧은 시가 와 닿았다.
"천만 결 물살에도 배 그림자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움(64쪽.)이란 시의 전문인데도 단 한 줄이다. 시집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단 한 줄의 시가 여백을 가득 남기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살면서 우리네 눈에서는 얼마나 많은 물살이 일어날까. 눈 물살 만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삶의 고난을 겪어보았다면,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간절히 그리워한 적이 있었다면 충분한 공감을 할 것이다.  

 사실 함민복이란 이름만으로 기대가 큰데 <김수영 문학상>까지 수상한 시집이라 시를 시만으로 읽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고 늘 외치면서도 정작 그 타이틀 때문에 신경 쓰게 된 것이다. 못마땅한 내 태도를 반성했다. 그래서 처음 읽을 때는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보다 감동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함민복이지 않느냐고 자신을 다독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다시 읽을수록 교만했음을 알았다. 곱씹을수록 잔잔해져서 마음이 편해졌다. 시집의 후반(4 뻘)으로 가면 섬에 대해 쓴 글들이 나타난다. 서정시인의 계보를 이어가는 시인의 정수가 이 책에 가득하다. 어민후계자 함현수(110쪽.) 같은 시는 구수하고 정겹다. 그리고 이어지는 섬에 대한 글들은 그가 사는 강화도의 바다, 뻘이 숨 쉰다. 짧은 시와 더불어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섬이 하나면 섬은 섬이 될 수 없다(-섬이 섬에게 보내는 편지) 편에서 그가 풀어둔 섬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며 언제였더라. 몇 해 전 섬에 대해 한참 생각해 보던 때가 떠올랐다. 지방에서 혼자 직장생활을 할 때였는데 날마다 작은 섬에 갇혀 지내던 때였다. 일 중독에 빠져서 회사에서 밤을 넘기기가 허다했는데 그러다 집에 돌아오면 빈집 이상한 공간의 섬에 착륙하고는 했다. 우울함으로 나무를 가꿔서 기묘하게 자라기만 했는데 그 시절에 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글을 읽으며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다. 킹크림슨의 <아일랜드>라는 곡을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지구라는 큰 섬에 사는 나를 되돌아 보았다.  


배 언저리만 보이는 안개에 갇혀 있는 상황과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무엇이 다른가. 내 삶을 좀 먼 시간 밖에서 바라다보면 결국 안개에 갇혀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현재란 시간의 섬이다. 세월이 가는 길 시간은 현재의 뭍이다. (129쪽. 3.뱃길의 일부.) 

달빛이 우는 소리를 오랫동안 들었습니다. 물결 위에서, 물을 끌어당겼다가 놓았다가 반복하는 달의 힘 위에 올라앉아, 달의 힘을 느끼며, 달빛을 타며……, 내륙의 한복판 중원 땅에서 태어나 바다 한가운데까지 오게 된 내 지나온 길들을 낚싯줄처럼 풀어도 보고 그물처럼 엮어도 보았습니다. (130쪽. 4.그물터의 일부.) 

섬은 외로워서 지상에서 가장 낮은 울타리, 물울타리를 치고 제가 품고 있는 그리운 마음 상할까 사방에 소금물을 둘렀습니다. 우주에 떠 있는 지구라는 섬에서 움직이고 있는 나라는 개체는 얼마나 작은 섬인가. 그리움에 가득 찬 존재인가. 영종도 공항 쪽에서 날아오른 물고기 닮은 비행기를 쳐다봅니다. (130쪽. 5.귀항의 일부.) 

 
 생각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또 반갑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라 만나지 않았어도 왠지 친숙하다. 그래서 함민복 시인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위의 마지막 귀항의 일부를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 나 또한 소금물 두르고 섬을 만들었지만, 시인처럼 표현하진 않았다. 다만, 힘든 시기였다. 일직선이 아닌 여러 각도의 선이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단조롭기만 할 텐데. 이렇게 혹은 저렇게 어디에선가 마주치는 것만으로 서로 위안을 주고 격려해줄 수 있어서 살만하지 않은가 싶다. 함민복, 정호승 등 이렇게 몇몇 시인에게 나는 빚을 진 셈이다. 고마워요, 이 시대의 위대한 시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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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도시의 즐거움 세계사 시인선 4
최승호 지음 / 세계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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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최승호를 처음 만난 건 '북어(시집「대설주의보」1983)'라는 시를 통해서였다. 귀가 먹먹하도록 말했던 '너도 북어지.'라는 물음에 차마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든 최승호는 강렬했다. 시 북어(北魚)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jazzyrain.egloos.com/4095858
   

 그리고 전에 읽은 그의 <눈사람>에서도 북어를 만났고, 이번 시집에서도 북어를 만났다. 말라 비틀어진 북어의 눈을 통해 그가 말하던 것들은 달콤하고 예쁜 언어가 아니었다. 물론 그의 시를 통틀어 달곰한 말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책장을 덮어버리고 싶을 만큼 어둡게 느껴지는 글이 그의 장점이니까. 그러나 그의 유모와 비판에 수긍할 수밖에 없기에 자꾸 손이 간다.  

 특히나 후에 쓴 시집인 <눈사람>과 비교하자면 더 진지하고 치열해서 회의적인 느낌까지 든다. 유모가 느껴지지 않지만, 비판적이고 안으로의 투쟁과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 한마디로 그로테스크하다고 정의된다. 거침없고 여과되지 않아 불편할 수 있지만, 문명을 비판하는 그의 도시와 정치는 제목처럼 역설적인 표현을 쓴다. 우리가 즐기는 자연에서 멀어진 세속도시. 그러나 거기서의 즐거움 속에 가려진 이면의 이야기. 시인이 들려주는 세계다. 전혀 낯설지 않은 이곳. 

 '그로테스크한 죽음 앞에서(50쪽.)'를 읽으며 죽어가면서 짖어야 할 말로 가득하지만, 가짜 눈물을 흘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았다. 그러니 평화의 죽음이 될 수 없다. 죽음은 뿔과 같이 딱딱하고, 뾰족하고, 노려보는 것이며 속이 텅 빈 것이라(80쪽, 뿔 돋친 벽에서 인용.) 했다. 코뿔소는 죽지 않는다(99쪽, 동명의 시 제목.)라고 말한 이유는 그래서였다. 애초에 뿔을, 죽음을 달고 있던 코뿔소는 비어 있으므로 죽음 자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북어 또한 그렇지 않을까. 말라서 딱딱하고, 뾰족해지고, 빈 눈은 허공을 노려본다. 그렇게 빈 북어이니 죽음 자체였고 그래서 우스꽝스럽게도 죽음 앞에서 토해내지 못한 말을 삼키며 한줄기 가짜 눈물을 보인 것. 이미 죽었는데 애써 죽은 체할 필요조차 없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서 죽음을 잉태하지만 죽은 채로 살지는 않는다. 다만, 그러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그래서 시인의 말은 입 안에서 꺼끌꺼끌하지만 자꾸 되씹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이외수의 책을 잡았었는데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문명비판을 들 수 있겠다. 소설가와 시인의 공통 화제. 그리고 다른 방식의 이야기. 나는 아직도 이 시집이 손에 착 감기지는 않지만, 내내 묵혀 둘 거 같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부분 포스트 잍을 붙이지 않은 곳에 시선이 닿는 날 잠시 멈춰 서 그 부분에서 먹어치워야 할 길이 있음을(96쪽. '묵은 책,' 끝 부분 인용.) 또한 알기 때문이다. 

 이로써 최승호 시집읽기는 계속된다. 그의 산문집 제목에서도 당기는 게 있어서 읽고 싶은 책이 또 늘었다. 그의 산문은 어떤 맛일지 기대하며 시집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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