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보라
마이클 무어콕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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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남편에게 줄거리를 듣고 읽고 싶어진 책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예수를 찾으러 간다니 어찌나 솔깃해지는지 말이다. 마이클 무어콕이라는 작가는 처음이었지만 위대한 영국작가 50에 속하는 유명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런 저자가 27살 젊은 시절 쓴 날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소설이다.
 
 줄거리는 주인공 글로거가 여자친구와 이별 후 타임머신을 타고 서기 28년으로 가서 예수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글로거는 외로운 청년이다. 어릴 때부터 그 누구에게 사랑받지 못한 채 컸고 유일하게 사랑해준 여자친구와는 결별했다. 그런 그녀는 그와의 언쟁 중 예수는 사람들이 그저 만들어낸 존재일 뿐이라며 말했다. 종교는 없지만 예수를 믿는 주인공은 그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예수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 소설은 글로거의 내면묘사에 많은 부분을 내준다. 외롭고 방황하고 융에 심취했으며 신비 사상 등에도 관심 있지만 근본적인 외로움에 발목 잡힌 가련한 청춘이다. 책은 그의 유년기부터의 이야기와 서기 28년으로 간 후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되어 있다. 그의 삶과 성경구절 인용의 교차처럼 말이다.
 
 신앙인이 읽기에는 어쩌면 불편하고 불쾌한 부분도 있을 테지만 글로거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따라가다 보면 그의 믿음이 이끄는 여정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거 같다. 번역자는 아무래도 종교가 없거나 그 부분은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모든 번역에서 하느님으로 쓰여있었다. 개신교와 가톨릭에서는 다르게 부른다. 전자가 하나님, 후자가 하느님으로 말이다. 이런 미묘한 차이는 사실 책을 읽는 것과는 관계가 없겠지만 마리아, 예수의 설정은 정말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읽고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장 1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쉬운 성경으로 풀자면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서 확신하는 것입니다. 또한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사실임을 아는 것입니다` 예수를 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은 믿는다. 물론 반대로 그래서 믿지 않기도 하지만. 

 

 나는 글로거의 선택을 너무도 쉽고 빠르게 예측했다. 그래서 싱거운 감은 있었지만 그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스포일러라 자세하게는 쓰지 않겠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구원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구원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둘 다이거나 그런 구별은 가치가 없다는 게 결론이다.

 

 책을 읽으며 종교적인 부분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글로거처럼 20대에 저자가 쓴 사실을 보자면 이해가 간다. 그 시절은 피끓는 청춘인 동시에 현명하기보다 도전적이며 비판적이다. 사람과의 관계나 가치관도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은 시절이란 뜻이다. 반대로 그래서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타임머신을 누가 태워준다 해도 서기 28년으로 가서 예수를 찾을 생각은 꿈에도 못할 거 같다. 내심 기대했는데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내용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역량 있는 작가인 거 같아서 이후에 쓴 다른 책을 읽고 싶어졌다.

 

  주인공 글로거가 그토록 예수증명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융에 빠지고 기타 다른 심리적 위안을 주거나 혹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쪽에 빠졌던 걸로 보아서는 근본적 외로움을 빼고도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을 어디선가 위안 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만약 그가 제대로 종교생활을 했었더라도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은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삶으로 믿음을 보여주라는 말이 있다. 글로거의 믿음은 삶이 되었다. 측은한 청년 칼 글로거의 선택을 통해 나 자신의 믿음에 대해서 잠시 돌아보았다.

 

 

 

■간단 서평: 타임슬립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예수를 찾으러 떠난 청년의 모험기(?). 결말이 쉽게 예측되었고 불안한 내부심리와 성경 구절의 교차편집으로 이루어진 내용. 젊은 혈기의 작가가 썼던 날것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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