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전집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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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스티브 킹, 클라이브 바커 등이 극찬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말 때문이었다. 스티브 킹은 두말할 필요없이 좋아하는 작가이고, 클라이브 바커는 <피의 책>만 읽어보았지만, 공포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중에게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를 비롯해 낯설지만, 아직도 미지의 많은 작가와 만나게 되었다.러브 크래프트도 그랬다. 현대 공포 문학의 아버지란 수식어답게 이 책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공포란 순수한 감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숨길 수 없으며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절로 참아내기 어려운 감정이다. 특히나 고딕적인 느낌의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러브 크래프트의 작품 또한 그랬다. 그러면서 원초적이라 태고 때부터 존재한 감정의 하나일 것이란 생각도 든다.

 

 어딘가에서 들었을듯한 혹은 보거나 읽은 느낌은 그만큼 작가의 영향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영화 <좀비오> 원작도 여기서 만날 수 있었다. <허버터 웨스트 - 리애니메이터>란 작품이었는데 책으로만 읽어도 흥미진진했다.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숨겨져 있던 작품이 재평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야말로 많았다. 

 

 러브 크래프트 자신이 뽑은 최고의 작품은 1권의 <애리히 잔의 선율>과 2권의 <우주에서 온 색채>인데 개인적으로 후자가 마음에 든다. 무언가 자극적이고 시각적인데 의존한 현대 공포물과 다르게 그의 작품에는 묘한 분위기가 흐리고 흡인력이 있다. 단 몇 장의 짧은 작품에도 강렬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기도 하는데 공포뿐 아니라 판타지적이라 그런 이유도 있다.

 

 작가의 내면세계를 느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독특한 그의 성장배경을 빼놓을 수 없을 거 같다. 유복했지만 세 살 때 아버지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소년은 학창시절부터 습작하고 많은 양의 책을 읽으며 성장한다. 외조부 사망 후 발작을 일으키고 이후 더욱 폐쇄적이 되어버렸다니 은둔하는 동안도 내내 글을 썼을 것이다. 20대에는 이혼과 어머니의 사망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질병으로 고통 속에서 죽었다 한다. 그가 침잠한 세계의 퍼즐이 맞춰진 게 이 책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러브 크래프트 전집을 읽다 보면 원초적이고 고딕적인 공포의 향기 속에서 무언가에 몰두한 채 은둔한 작가의 자화상이 겹쳐진다.

 

 공포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여전히 나는 스티븐 킹의 열렬한 독자이지만 러브 크래프트도 잊지 못할 거 같다. 인기 많은 미드(미국 드라마)의 다양함처럼 미국의 작가이니 러브 크래프트의 작품으로 짧게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라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 또한 뒤집어 보면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이며 뻔히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무서운 법이다. 왠지 이 작가는 범우주적 공포를 몸에서 느끼고 우리에게 안내하는 길잡이와 같았다. 가장 재미있는 작품을 꼽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아서 포기했다. 아무튼,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만나는 건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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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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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어떠한 이유에서건 일탈을 꿈꿀 때가 있다. 그것이 재충전을 위한 시간일 수도 있고, 도피일 수도 있지만 꿈으로만 끝나기도 하며 혹은 아니기도 하다. 한순간의 모험이나 일탈이 때로는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을 한번은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환경이다. 여건도 그렇고 쉽게 박차고 나가기가 어렵다.  

 모험을 좋아해서 나도 뜬금없는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나름의 경험이 다 고스란히 몸과 마음에 결을 만들었기에 나를 이루는 무엇인가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여행에 있어서는 조금 주저하는 편이다. 그래서 대학생 때 계획했던 유럽 배낭여행은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지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뒤늦게 파리여행을 다녀왔는데 이 책은 저자의 파리 가이드 도전기라 그때의 기억을 새삼 떠오르게 해서 즐거웠다.  

 개그작가를 하던 저자는 모처럼 만의 휴가로 생애 처음 외국여행을 가는데 그곳이 파리였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이드를 맡은 분과의 인연으로 막연하게 하고 싶다고 가슴 뛰게 한 가이드란 직업을 하기까지의 내용이 담겼다. 그렇다, 정말 막연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저자는 프랑스어는 물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역사나 예술에 대해서도 전혀 무지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와 파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였다. 나이도 30살이 넘었고 무언가 다른 분야로 이직하기에는 소위 말하는 늦지 않았나라는 우려를 들을만했다.  

 가이드 회사 사장에게는 적성에 맞지 않는 거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고 발로 뛰어다니는 적극성을 보였다. 일 년의 파리 가이드 생활을 따라가며 유명한 미술 작품과 화가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파리 여행 팁도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루브르 박물관 입장권은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종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같은 것이다. 오전에 갔다가 오후에 시간이 나면 다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루브르 박물관은 넓어서 길을 잃기 쉽상이며 전부를 둘러보려면 일주일도 더 걸린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예전에 파리 갔을 때 미술관을 제대로 못 가서 아쉬웠는데 책을 읽으며 다음에는 꼭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시종일관 옆집 언니처럼 글이 친근하다. 무수하게 쏟아지는 여행서에서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이 책은 파리여행을 위해 읽기보다는 파리를 사랑한 한 사람의 열정이 담긴 책으로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좀 더 차별화해서 가이드하면서 발견한 알려지지 않은 곳이나 에피소드를 더 많이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언급한 곳은 대부분 알려진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모험을 좋아했던 나는 책을 덮으며 지금의 나를 돌아보았다. 그 가슴 벅찬 떨림을 오래도록 잊고 안락하게만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떠나고 싶다는 갈망과 현실의 무게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지금의 내가 낯설다. 결혼해도 변하지 않고 싶은 부분들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마음은 이미 떠났는데 몸은 이곳 울타리에 있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자꾸 찾는 거 같다. 손으로 하는 일들에 관심이 생기고 혼자서 뚝딱뚝딱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파리 여행 사진을 짧은 가을이 지기 전에는 끝내야겠다. 

 타인의 도전기에서 접점을 느끼는 순간은 대리만족의 탈출구적 희열만은 아니다. 기억 속 어딘가에 묻혀 있던 시간을 다시 돌려보고 그때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여러 번 재생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긴 거 같아 나름 만족스럽다. 제목의 빠담 빠담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라고 한다. 빠담 빠담, 파리! 두근두근,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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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못 읽는 남자 - 실서증 없는 실독증
하워드 엥겔 지음, 배현 옮김 / 알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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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못 읽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이런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하얗다 못해 결국에는 까매질 것만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동작 중에는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책의 저자 하워드 엥겔은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글을 쓸 수는 있으나 읽을 수는 없게 된다. 무슨 말이냐면 이것은 피아니스트에게 손을 못 쓴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쓰기만 하고 읽을 수 없으니 퇴고과정 자체를 직접 할 수 없는 불편은 물론 글에 중독된 베스트셀러 작가에게 신문의 단 한 줄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뇌의 시각영역 손상으로 읽는 능력을 잃었으니 그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작가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이 만들어졌다. 작가의 고군분투기를 옮긴 것이 아니라 나름의 방법으로 이를 극복하며 여전히 글을 쓰는 작가로 남은 것이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오디오북이나 녹음기를 최대활용하였을 거 같다. 그러나 고집스러운 노작가는 이를 거부한다. 책을 쓰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읽어달라고 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을 도맡는다. 즉, 그는 끈질기게도 시각을 통한 책읽기를 포기하진 않는다. 청각을 통한 책읽기는 마치 순수하지 않다는 듯 말이다. 대신 작가는 한 글자마다 초점을 맞춰 손가락으로 그리고 혀로 따라 하고 그 한 글자가 무슨 글자인지 맞추고 기억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모은 단어를 다시 또 문장으로 인식하는 일은 평범한 이들에게는 몇 초도 걸리지 않는 쉬운 일(ㅡ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그에게는 몇 번을 반복해야만 하는 끝없는 싸움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책을 써내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싶다. 물론 글을 쓸 수 있으니 그저 쓰기만 하면 될 거 같지만, 글을 쓴다는 자체가 한 번에 쭉 이어쓰면 끝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한 문단을 쓰고도 돌아보면 앞뒤가 맞지 않고, 오타 등 고칠 게 많으니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의 구성은 다소 자유분방하다. 문학적 작품으로 읽기보다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그의 작품을 직접 읽지 못해 안타깝지만, 자신에게 꼭 필요한 능력을 상실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야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평범한 사람들 이상으로 노력하여 정상에 우뚝 선 이들을 보면 감동한다.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을 넘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던진다. 하워드 엥겔 또한 뇌졸중으로 중요한 능력을 상실했지만, 그에게 작가적 역량까지는 빼앗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작가로 남을 수밖에 없는 사람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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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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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단어를 들을 때 저절로 떠오르는 이미지란 게 있다. 중세, 유럽, 고딕, 안개는 특히나 기묘할 정도로 잘 어울리는 단어들로 한 번씩은 보았을법한 영화 이미지가 생각날 것이다. 필름이 돌아가듯 그렇게 자연스레 이어지는 다소 무겁고 혼탁하지만, 몽환적인 기분까지 더해져 미스테리해지기도 한다. 한때 그 이미지에 반해 고딕적인 자료와 이미지를 찾기도 했었다. 자료를 찾다 보니 생각보다 많았으며 록의 장르 중 하나인 고딕메탈에도 심취했었다. 
 
 성인이 1년에 평균 소설 한 권을 읽는 스페인에서 출간 40일 만에 100만 부가 팔렸다는 책이 <천사의 게임>이다. 이른바 작가 사폰 현상이라고 불릴 만큼의 기록이며 미국에서도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책을 읽은 적이 없어서 궁금하기 이를 때 없었다. 게다가 에드거 앨런 포와 보르헤스, 스티븐 킹이 섞인듯하다는 말에 기대가 컸다. 모두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설이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흥미롭다. 주인공 마르틴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책을 좋아하지만, 아버지 몰래 책을 읽어야 하는 어려움을 혹독하게 치르는 등 행복은 책과 함께일 때만 맛볼 정도이다. 유일한 도피처이자 낙원인 서점주인의 따뜻한 배려로 그는 책과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다 신문사에 취직하고 우연하게 글을 쓰게 되어 작가가 된다. 책, 서점, 신문사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눈치챌 것이다. 

 이제 거대한 미로에 갇힐 선택을 받은 마르틴의 운명은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까지 든다. 어느 날 분위기가 묘한 신사가 편집자라며 그의 삶에 뛰어든다. 마르틴에게 책을 써달라며 거액을 주는데 그때부터 이상한 사건으로 빨려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1권은 흥미진진하다는 느낌보다 약간 지루함을 주지만 모든 이야기는 쓸데없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연계된 이야기 속에서 2권에서는 그야말로 흥미진진(1권을 참고 읽어준 보상을 해주듯.)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잡자마자 그 자리에서 읽어치웠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을 보며 스티븐 킹의 탁월한 이야기꾼적 기질을 보여주며, 스릴러적 요소와 기괴함이 드는 부분은 과연 에드거 앨런 포였고, 환상과 현실의 뒤죽박죽인듯한 몽환은 보르헤스적 느낌이었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책과 글로 이루어진 소설이지만 확실히 이미지적이라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 거라는 확신 그리고 1권에서는 작가 사폰의 대단함을 느끼기에는 과장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2권까지 읽고서야 사폰 현상의 특징을 알아챈 것이다. 그래서 전작 <바람의 그림자>와 앞으로 나올 책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자로만 그의 소설을 쫓으면 맥이 빠질 수도 있으니 꼭 상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언하건대 상상력이란 강력한 독자의 창조력이 바탕이 될 때 사폰의 책은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는 책을 비롯한 매력적인 소재들이 많다. 운명, 사랑, 종교에 철학적 요소를 더했다. 그래서 사폰의 책을 차례로 다시 읽으면 굉장히 재미있을 거 같다. 솔직히 이 책의 줄거리는 여러 요소에서 힌트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될 만큼 새로울 게 없을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많아도 그것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낼 능력이 모두에게 있는 게 아니듯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발견은 바르셀로나의 재발견이다. 물론 가보지 못해서 그곳을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만나는 독자라면 바르셀로나가 어떻게 그려질지 짐작이 간다. 어떤 공간이 하나의 이미지로만 남을 수는 없겠지만(ㅡ다양성 때문에.) 안개에 쌓인 비밀의 도시라는 이미지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바르셀로나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든 도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수세기를 통해 전해진 역사와 전설 등이 혼합된 도시 속 이야기는 세부적으로 나누자면 끝도 없다. 그 이야기의 일부를 독자에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현해낸 사폰의 이름을 잊지 못할 거 같다.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은 작가이름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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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닉 혼비.조너선 샤프란 포어.닐 게이먼.레모니 스니켓 외 지음, 이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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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션>은 여러 작가의 단편모음이다. 그러나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그것도 너무도 극명하게 말이다. 우선 이름만 들어도 흥미진진한데 닉 혼비, 조너선 사프란 포어, 닐 게이먼 등을 포함한 독특한 작가들의 행렬이 그것이다. 다음으로는 작가마다 일러스트도 모두 다르다는 사실이다. 개성 있는 글에 그림도 모두 달라서 한마디로 이 책을 정의하기가 정말이지 어렵다.  

 단편을 좋아하는 내게는 즐거운 일이었다. 처음 단편을 접할 때는 무언가 끝맺음을 기대하는 심리에 부응하지 못하는 작품도 만났으며 그야말로 풍자적이거나 환상적인 작품도 만나 왔다. 이후 단편을 만날 때는 기대보다는 즐거움이 앞섰는데 사실 이 책은 기대가 앞섰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는데 책장을 덮고 나도 사실 괜찮았다. 물론 서문을 쓴 레모니 스니켓에 이어 모든 단편 그리고 마지막 옮긴이의 글까지 어쩌면 그리들 제각각인지 모르겠다. 개성이 강하다는 의미이다.  

 닉 혼비의 <작은 나라>로 시작하는데 얼마나 작으면 지도에 표시조차 되지 않는 챔피나라는 곳이다. 이곳은 축구경기를 하려면 나라대 나래로밖에 할 수 없다. 축구인원을 다 모아도 한 팀밖에 결성할 수 없는데다 동네처럼 작아도 나라이므로 다른 나라에 친선경기를 신청해도 결국 나라대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은 축구를 싫어하는 소년인데 어찌하다 축구팀에 참가하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특이하지 않아도 발상이 재미있다. 체스 경우의 수를 축구에 대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체스를 두어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물론 이론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 픽션과 논픽션처럼.  

 다음은 내게는 다소 생소한 작가인 조지 손더스의 <라스 파프, 겁나 소심한 아버지이자 남편> 편인데 여전히 재미있다. 한 번쯤 주위에서 만나 보았을(ㅡ혹은 자신일 수도 있겠다.) 소심한 사람의 심리반응이 결국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도 결코 밉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미 강박증 수준을 넘은 사람이지만 외적인 흥미로움 안에 비유적 내용이 들어있다.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양파처럼 한 꺼풀 벗기면 현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풍자적이다. 물론 이 책의 모든 단편을 그런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독자의 마음이기 때문이며 작가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도 않는다. 

 켈리 링크의 <괴물> 또한 마찬가지였다. 캠프장에 보내진 아이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괴물 혹은 동심의 세계에서 만나는 괴물 이야기 속에도 여러 가지 내용이 들어 있었다. 또래에서 겪는 일들이 하나의 헤프닝만이 아닌 이유이다. 그밖에 <시무어의 마지막 소원>, <그림블>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으면서도 외로움이 느껴진다. 

 닐 게이먼의 <태양새>는 지루한 내용인가 싶더니 이내 독특하고 환상적인 단편으로 탈바꿈한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정신없는 이야기의 연속이지만 달리 보면 이 책은 종이로만 엮은 책이 아니다. 바삭한 비스킷으로 만든 책장도 있고, 손에 묻어나는 초콜릿 책장이나 연기냄새가 나는 책장도 있겠다. 다만, 주의할 것은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거창하지 않은 소곤소곤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수다들이 때로 매우 흥미로울 수 있다는 걸 우리는 경험상 안다. 그러니 모두 픽션의 세계에 빠져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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