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살면서 어떠한 이유에서건 일탈을 꿈꿀 때가 있다. 그것이 재충전을 위한 시간일 수도 있고, 도피일 수도 있지만 꿈으로만 끝나기도 하며 혹은 아니기도 하다. 한순간의 모험이나 일탈이 때로는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기도 한다는 사실을 한번은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환경이다. 여건도 그렇고 쉽게 박차고 나가기가 어렵다.  

 모험을 좋아해서 나도 뜬금없는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나름의 경험이 다 고스란히 몸과 마음에 결을 만들었기에 나를 이루는 무엇인가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여행에 있어서는 조금 주저하는 편이다. 그래서 대학생 때 계획했던 유럽 배낭여행은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지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뒤늦게 파리여행을 다녀왔는데 이 책은 저자의 파리 가이드 도전기라 그때의 기억을 새삼 떠오르게 해서 즐거웠다.  

 개그작가를 하던 저자는 모처럼 만의 휴가로 생애 처음 외국여행을 가는데 그곳이 파리였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이드를 맡은 분과의 인연으로 막연하게 하고 싶다고 가슴 뛰게 한 가이드란 직업을 하기까지의 내용이 담겼다. 그렇다, 정말 막연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저자는 프랑스어는 물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역사나 예술에 대해서도 전혀 무지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와 파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였다. 나이도 30살이 넘었고 무언가 다른 분야로 이직하기에는 소위 말하는 늦지 않았나라는 우려를 들을만했다.  

 가이드 회사 사장에게는 적성에 맞지 않는 거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고 발로 뛰어다니는 적극성을 보였다. 일 년의 파리 가이드 생활을 따라가며 유명한 미술 작품과 화가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파리 여행 팁도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루브르 박물관 입장권은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종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같은 것이다. 오전에 갔다가 오후에 시간이 나면 다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루브르 박물관은 넓어서 길을 잃기 쉽상이며 전부를 둘러보려면 일주일도 더 걸린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예전에 파리 갔을 때 미술관을 제대로 못 가서 아쉬웠는데 책을 읽으며 다음에는 꼭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시종일관 옆집 언니처럼 글이 친근하다. 무수하게 쏟아지는 여행서에서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이 책은 파리여행을 위해 읽기보다는 파리를 사랑한 한 사람의 열정이 담긴 책으로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좀 더 차별화해서 가이드하면서 발견한 알려지지 않은 곳이나 에피소드를 더 많이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언급한 곳은 대부분 알려진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모험을 좋아했던 나는 책을 덮으며 지금의 나를 돌아보았다. 그 가슴 벅찬 떨림을 오래도록 잊고 안락하게만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떠나고 싶다는 갈망과 현실의 무게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지금의 내가 낯설다. 결혼해도 변하지 않고 싶은 부분들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마음은 이미 떠났는데 몸은 이곳 울타리에 있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자꾸 찾는 거 같다. 손으로 하는 일들에 관심이 생기고 혼자서 뚝딱뚝딱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파리 여행 사진을 짧은 가을이 지기 전에는 끝내야겠다. 

 타인의 도전기에서 접점을 느끼는 순간은 대리만족의 탈출구적 희열만은 아니다. 기억 속 어딘가에 묻혀 있던 시간을 다시 돌려보고 그때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여러 번 재생할 수 있다는 여유가 생긴 거 같아 나름 만족스럽다. 제목의 빠담 빠담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라고 한다. 빠담 빠담, 파리! 두근두근,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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