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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살아가면서 거짓말 한번 안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살아가면서 남을 한번도 속인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오직 정직과 청렴함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많은 물음표들이 내 머릿속에서 서성거렸다. 과연 이 복잡하고 미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진정 필요한 속임수는 무엇일까? 저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먼저 바보가 된다면 과연 이 세상은 맑고 향기로워질까? 그렇다면 나는 누구에게 얼만큼이나 속고 있으며 나 또한 누구를 얼만큼이나 속이고 있는 것일까? 지금 나를 속이고 있는 상황은 어떤 것이며 내가 속이고 있는 상황은 또 어떤 것일까? 그런데 나는 되묻고 싶었다. 그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를 누가 만들었느냐고..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라는 소제목으로 이 책의 첫장은 시작되어진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속고 속이며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내가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고 있다. 나만 정직하게 살면 왠지 바보가 된 것 같고 왠지 억울하게 느껴지고 왠지 손해보는 것만 같은 세상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런 행위자체에 아무런 죄의식조차 갖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고... 총 여덟장으로 구분지어진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참으로 많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고 가슴 뜨끔하게 다가오는 부분들도 꽤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도 그렇게 했다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죄책감조차 들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뭐.. 누구나 그런일 한번쯤은, 아니 몇번씩은 겪으면서 살아갈텐데 뭐.. 아니 나보다 더 심한 사람도 얼마나 많다고? 했었다.
"공명정대한 판단을 해야 할 경우, 사람들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자신의 이익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판단할 확률이 높다" (187쪽)
그렇다면 왜 그렇게 비양심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떠도는 것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자신의 출세와 욕심, 남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더 나은 환경속에서 잘살고 싶다는 욕망때문이다. 내가 일한만큼 댓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일리속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모순점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누가 뭐래도 그것은 나 혼자만의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거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해주는데 당신이 나에게 월급 조금 올려주는 건 당연한일 아니야? 하는 식이다. 자신만의 당위성에 빠져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듯하고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렇게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도 하고, 은근슬쩍 겉으로는 표시나지 않게 자신의 욕구를 채워가기도 한다. 남이야 어찌되든 말든 나하고는 상관없다.
최고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갈수록 커지면서 점점 많은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불사하려 든다. 이미 남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압박과 불안감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극심하다. (114쪽)
너 왜그렇게 사느냐고, 너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사람이냐고 들이대며 그 한사람의 인격을 따지기 이전에 셀수도 없이 많은 유혹의 손짓과 달콤한 속삭임을 이해해야만 한다. 남보다 잘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 불현듯 내게 들려왔던 저자의 목소리가 있었다. 책속에서 만연하는 거짓과 편법들을 행하는 인간의 심리적인 모순보다는 그 거짓과 편법이 만들어져야만 했던 사회적인 병폐를 먼저 꼬집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구나, 저자는 우리 하나하나의 그런 심리적인 것을 탓하고자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수많은 예로 들어주었던 일들(거짓과 편법)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는 말이었구나 싶었다. 아무리 많은 유혹이 난무한다해도, 아무리 많은 부패가 우리 사회속에서 확산된다고 해도 우리가 그것을 막아내지 않으면 없어지지 않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세청이 덜 부유한 납세자의 탈세 추적에 비중을 두는 이유는 그들이 쉬운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 미국인은 국세청을 상대로 길게 싸울 여력이 없다. (196족)
죄는 있으나 처벌은 없는 공직사회나 기업의 행태들앞에서 오직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만이 세금의 먹이가 되고 있다는 말에는 아마도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 한군데 억울함을 호소할곳도 없는 사람들, 지금까지 잘 살아오다가 그야말로 별것도 아닌 일로 구속이 되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의 예와 정말 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크게 해먹은 사람들은 몇푼의 벌금만으로도 그들의 죄가 면해지는 현상황을 예로 들었던 대목에서는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나 역시도 그런 일을 한번 호되게 겪어본 경험이 있었던 까닭이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중에 정말 그렇게 되었던 사람도 많이 보아왔던 까닭이다. 재수없어서 걸렸다는 우스개소리가 생각난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나만 재수없어서 걸렸다는 그 말이...
사람들이 규칙에 따르지 않을 경우 몇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우선 성공하는 계층의 사기가 급증한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갈수록 보상은 커지고 처벌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같은 이유에서 종종 속임수를 사용한다. 성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속임수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은 정직해야 한다는 동료 집단의 압력이 거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10쪽)
우리는 왜 그런 사회를 만들었을까? 출세지향주의.. 자신이 살아왔던 삶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아주기 원하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기대.. 겉으로 보여지는 모든 것들로 판단하는 우리들의 가치관.. 그 모든 것들이 이미 어린시절부터 시작되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좀 더 좋은 대학의 졸업장이 좀 더 좋은 직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세상속에서 아이들에게 우리가 가르치는 것들은 불보듯 뻔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속임수는 시작되어진다고.. 말로는 그렇게 살지마라 하면서도 이미 우리는 아이들을 속임수의 수렁속으로 밀어넣고 있는거라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그야말로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깃발을 꽂지 못하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저자의 말을 빌어보자면 결론은 이렇다. 속임수를 사용하거나 속임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충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계속 밀고 나가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엉덩이를 걷어차이길 주저하지 말하는 것이다. (354쪽) 속임수 문화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우리가 바보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 무료로 음악을 다운받을 수 있다고 해도 가게에서 돈을 주고 CD를 사는 바보가 되어야 하고,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고 남보다 앞서갈 수는 없다고 말하는 바보가 되어야 하고,기회가 생길 때마다 부패를 눈감아주기 보다는 고발하는 바보가 되어야 하고... 끝도없이 바보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는 과연 정말 바보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단연코 말하건데 나는 그런 바보가 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다. 속임수를 줄이려면 '다들 그렇게 한다'라는 인식을 바꾸는 작업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도 백프로 공감한다. 우선 '나'부터 속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몇몇 사람'으로, "소수 몇몇'으로, 그리고 '다들' 속이지 않게 될 것이라는 계몽적인 말에도 공감한다. 문제는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거다.
재미있는 것은 후기에 나와 있는 <치팅컬처> 출간 이후의 변화였다. 거짓과 편법의 예로 지적당했으나 처벌이 미미했던 사람들에 대하여 다시한번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을 보고 쓴웃음이 났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사람 역시도 많았다고 하니 저자의 외침에 동조를 해야하는 것인지 모른척 해야 하는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말인즉슨 옳다. 그런데 내가 바보가 되기는 싫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니 어찌하랴.. 나 먼저 바보가 되기보다는 너 먼저 바보가 되어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어찌하랴.. /아이비생각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기억해두기로 한다. 바보가 되기는 싫지만 바보스러울수는 있을 것 같으니까..
다음은 특별히 부모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만약 부모라면 교육 체계가 인성 교육 프로그램이나 진지한 명예 규범을 채택할 때까지 기다리지 마라. 가정에서 윤리 교육을 실시하라. 아이들에게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규칙에는 정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가르쳐라. 아이들의 삶에서 돈과 지위가 최고의 선이 아닌 환경을 만들어라. (3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