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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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필독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무슨 책을 읽었는가에 대하여. 그리고 내가 학교다닐적의 필독서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책이 좋아서 무조건적으로 도서관에 틀어박힌채 살았던 것 같다. 세계문학쪽을 더 많이 읽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우리의 고전쪽에는 늘상 대하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뿐이라고 허접한 그리고 못나빠진 생각을 했을 것이다. 순정만화에도 엄청 빠졌던 것 같고..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나의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박완서라는 작가.. 내가 작가의 책을 언제, 아니 얼마나 많이 만났을까 생각한다. <엄마의 말뚝>, <휘청거리는 오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쯤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수많은 작품중에서 고작 몇 편뿐이라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나왔을때 싱아가 무엇인지 궁금해 묻고 다녔으면서도 나는 왠지 그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그 강한 느낌이 너무도 싫었던 탓도 있지만 왠지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만날 것만 같아 두려웠던 까닭도 있었을것이다. 학창시절 선배였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을 통하여 수도없이 많이 들었던 작가의 이름.. 내가 다시 그이름을 부른다.

이 책을 대하게 된 것은 순전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때문이었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책장을 덮으면서 얼핏 교과서적(?)인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랬는데 책띠에 정말 그렇다고 써 있다. 초등학교,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아하, 그러면 그렇지. 우리의 정서를 어찌 무시하랴 싶기도 하다. 하나 하나 콕집어서 말해봐야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다 인정하는 교훈적 메세지가 가득하다. 교과서에 실릴만 하다 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한송이 꽃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후욱~ 숨을 들이마시면 그 꽃송이가 전해주는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이런류의 책이 좋다. 작가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책이라고 말하는, 소설로는 못 풀어 낼 답답한 심정을 동화라는 형식에 의탁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아련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람의 냄새를 잃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오직 작가의 마음뿐일까?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잘 안되는 아이러니가 현실이다. 문제점은 콕콕 잘도 찍어내면서 나는 아닐것이라고 외면해버리고 만다. 끝없는 아집과 고집불통들.. 오직 하나뿐인, 저만을 위한 법을 지켜야 했던 <마지막 임금님>같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 모두가 자신보다 더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하나뿐인 법을 지켜내기 위하여 끝내는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했던 마지막 임금님.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감옥에서 나오려하지 않았던 마지막 임금님.. 서글픈 그 현실이 우리의 현실은 아닐까 싶다. 속삭여도 들리지 않고 확성기를 통해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 제 코가 막혀 향기를 맡지 못하는데 향기 없는 꽃이라고 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일 것이다. 아픈 현실 비켜가기.. 그래서 나는 작가의 이름을 다시 부를 것 같다. <세가지 소원>을 통하여..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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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걷다 - 2009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 Nobless Club 11
김정률 외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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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걷다?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이라고? 제목부터가 난해했다. 일단은 경계문학이란 말이 의심스러웠다. 경계문학이라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선을 긋는 경계를 말하는 것일까? 순전히 그런 뜻으로만 이해를 했다는 것이 솔직한 내 대답이다. 그랬는데 또 꿈을 걷잔다. 꿈속을 걷는게 아니라 꿈을 걷는다라는 표현에 왠지 쏠림 현상을 느꼈다는 것도 솔직한 내 심정이다. 이래저래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받아들었는데 어라? 이건 또 두께가 예상을 넘어섰다. 문득 한때 즐겨보았던 <이상문학전집>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를 설레임이 다가왔다. 책장을 펼친다. 그리고 열세편의 이야기.. 정말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까 싶었다. 처음부터 긴장.. 오래전에 읽었던 <영웅문>을 다시 읽는것 같은 착각.. 오래전에 보았던 <신용문객잔>이나 <백발마녀전>이란 영화를 다시 보고 있는 것만 같은 환상.. 그랬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무엇으로부터의 경계인가를 알게 되면서 책을 읽는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 우리가 꿈꾸는 어떤 것들로부터 시작하여 현실로, 혹은 현실로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모든 것들에게로의 경계.. 그 선을 그어놓는 것 또한 우리겠지만 그 선을 넘어서고 싶어하는 것 또한 우리일게다. 환타지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건 무슨 까닭일까? 내 좁은 식견으로 그냥 환타지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왜그런지는 묻지 마시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경계를 넘나들며 이상속에서 현실을 보고 현실속에서 이상을 본다. 행과 불행이, 기쁨과 슬픔이, 즐거움과 괴로움이 늘 함께 이듯이 어쩌면 현실과 이상도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억지일까? 그 이상이 현실속에서 잉태되고 그 현실이 이상의 날개를 타고 날아가니 억지라고도 할 수 없을듯 싶다.

책을 읽으면서 속으로 감춰야 했던 것은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색다름이었다. 왜그랬을까? 이런 경계문학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없는줄로만 알았다. 우리의 작가들은 이런걸 쓰지 않거나 쓰면 안되는건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내 편협하고도 짧고 얕은 식견을 탓해야 하리라..) 간혹 아주 가끔씩만 나타나는 어떤 신기루같은거라고 여기며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이처럼 멋진 경계문학이라는 게 있었구나 싶어 정말 놀랐다. 그리고 멋졌다. 단순히 만화속에서만 게임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치부했었던 내가 새삼 부끄러웠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넘기는 손끝이 조마조마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이상을 통하여 우리의 현실을 아주 통렬하게 비판하는 힘이 그들에게 있었다. 그 꿈같은 세상을 빌어 우리의 잘못된 삶에 대해 따끔하게 일갈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힘이 들어간 그들의 문체가 하나의 느낌처럼 내게 와 꽂힐때마다 움찔거린다. 사랑에 대하여, 욕심에 대하여,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정보에 대하여...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많은듯 하다. 처음 대하는 경계문학임에도 불구하고 김정률의 [이계의 구원자] 나,하지은의 [앵무새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다]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깊은 울림을 내게 전해주었다. 물론 그 이외의 글들도 상당했지만 말이다. 여러편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받아들이기 수월치않은 점도 있었지만 그건 사람마다 각자의 관심이 다 다를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읽고나니 나도 하나의 권법을 익힌 것 같다. 순간이동이나 공간이동같은 것 말이다. 책이란 매개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저쪽 세상으로 나만의 문을 통해 드나들 수 있었으니 그 또한 권법이 아니겠는가! 독을 잘 다루고 무술의 최고가 되지 않아도, 끝도없이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나는 이미 권법 하나를 익혔다. 책을 통해 다른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권법말이다. 멋지다. 아들녀석때문에 즐겨보았던 <이누야샤>라는 만화가 떠오른다. 가보지 못한, 혹은 가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김.. 꿈과 현실이 공존하는 세상.. 양다리를 걸친 우리모두가 살아가는 세상.. 그 세상속에서 만난 경계문학이란 낯설음이 한결 부드럽게 내게 남겨질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멋진 글들을 자주 만날 수 없었던거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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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어 측정기 나의 한국어 측정 1
김상규 외 지음 / GenBook(젠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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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말이 참 어렵긴 하다. 같은 말을 두고도 쓰는 상황에 따라 뜻이 달라지고, 같은 말인데도 불구하고 높낮이에 따라 또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말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아니 사랑하고 싶은 내가 이 책 '한국어 측정기'를 보면서 과연 나의 한국어 실력은 어느정도나 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려운 우리말의 쓰임새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 싶은 욕심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쓰고 있는 말들이 적절하게 잘 사용되어지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쉽게 생각하고 쓰는 말중에서도 틀리기 쉬운 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느끼는데로 썼지만 적절치않은 표현인지도 모른 체 쓰고 있는 말도 많았을 것이다. 내가 무슨 국어학자도 아니고 국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까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우리말을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었고 또 적절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이따가'는 '조금 후,잠시 뒤'의 의미이고, '있다가'는 '있다'에 조사 '가'가 붙은 형태일 뿐 부사어로는 쓰이지 않는다..처럼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말부터 시작하여 들판과 벌판처럼, 목숨과 생명처럼 그 뜻을 적절하게 사용하기가 애매할 수도 있는 말, '~든지'가 나열된 동작이나 상태 가운데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반면 '~던지'는 지난 일을 회상하여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것, '~(으)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며 '~(으)로써'는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 일의 수단이나 도구를 나타낸다..와 같이 조금씩은 주의해야 할 말들이 나의 주의를 다시한번 일깨워주기도 했다.
 
아울러 나 혼자서 우리말에 대한 어원을 찾아내기가 그리 쉽진 않을 것이기에 이 책을 통하여 우리말에 대한 어원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한국어 측정기를 살펴보면서 아이쿠, 이건 아닌데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답식으로 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우리말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책의 말미에 맞춤과 알짬을 덧붙여 주어 문제와 답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재미삼아 문제를 맞추며 하나둘씩 나의 실력을 측정해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좀 두껍더라도 시간을 투자해 볼 요량이었던 까닭이다. 가족과,연인과,친구와 함게하는 한국어 연습장이라고 미리 알려주었지만 내심 실망스러웠던 중에 함께 동행해 주었던 책 '우리 말에 빠지다'가 있어 너무나도 고마웠고 또 고마웠다.



우리말이어서 그럴까? 나는 이런 제목을 가진 책을 보면 괜시리 긴장된다. 무언가 엄청나게 큰 시험을 보는 것처럼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나의 한국어를 측정해보니 여간 많이 틀리는 게 아니었다. 분명히 이것일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답으로 나왔을 때의 실망감이라니...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아하! 이것이었구나 하며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말 우리말에 빠졌던 시간들은 행복했다. 일상생활속에서 습관처럼 쓰곤 했던 말의 어원을 알게 됨과 동시에 거기에 묻어있던 우리 문화와 역사까지 알게 된다는 것은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엇이랴 싶었다. 하나의 말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외래어로써 우리말처럼 사용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 우리가 우리말에 대해 조금씩만 관심을 갖고 배우려 한다면 그것쯤은 이겨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아름다운 우리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왜 모르고 살았을까? 알려고만 했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말이었는데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구나 싶어 자책감이 들기도 했고...

'머드러기'와 '지스러기'라는 말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평범한 사람들 중 특별히 뛰어난 사람을 나타낸다는 머드러기.. 한자어로 '군계일학'이란 말만 열심히 써댔지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지스러기는 그 반대말이다. 좋은 머드러기를 골라내고 난 나머지, 부스러기나 찌꺼기들을 말한단다. '사랑'이란 뜻의 우리말이 '다솜'인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게다. '누리꾼'이란 말도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동아리 모임이 '모꼬지'라는 우리말로 대체되었을 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듯이 좀 더 많은 우리말을 찾아내어 우리의 생활속에서 응용하며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우리말의 어원과 아름다운 뜻을 알려준 이 작은 책에 너무나도 감사한다.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말을 쓰기에 어색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부터라도...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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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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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라는 배우가 함경도 탄광마을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아버지로 열연을 했었던 <크로싱>이란 영화가 있었다. 원치도 않았던 탈북자가 되어 아들 준이를 만나기 위한 간절한 약속과 바램은 가질 수 없는 한남자의 욕심이었을까? 아직 '닫혀진'채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몫이라고 보기에 영화는 너무나도 간절했었다. 나는 사실 공산주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말따위의 속뜻은 잘 모르겠다. 이 나이 먹도록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이론과 우리의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겪어야 했던 경험담을 들었던 것이 고작이라고 말한다면 너무할까? 아니, 아니다. 정말 알 수 없는 눈물을 무던하게도 흘렸던 때가 있었다.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를 외쳐대면서 이 나라를 온통 눈물바다속에 빠뜨려버렸던 이산가족찾기의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사회주의를 말하라고 한다면, 민주주의를 말하라고 한다면 그저 무미건조한 낱말들만을 뇌까릴 뿐이다.

작가는 왜 이토록이나 이념과 싸우고 있는 것일까?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해본 것이 아마도 <태백산맥>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영화로 나온 뒤에 그 열권이나 되는 책을 다시 한번 읽었을 정도니 지금 생각해보아도 참 대단하다. 그만큼 파장이 컸다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이념전쟁을 떠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에 눈물이 났고, 그들이 어울어지는 그 한마당이 가슴깊이 다가왔을 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작가의 작품은 모두가 이념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아리랑>을 통해서 다시한번 만났지만 그 이후로 <한강>을 다시 만날 자신이 없었다. 왜그랬는지 모르지만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던 때문이기도 했다. 그랬으면서도 이 책 <인간연습>에게는 왜 딴 마음을 먹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이념이란 테두리안에서 아주 조금은 고개를 끄덕였던 것도 같다. 딱히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면서 교묘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그 끌림의 유혹이 왠지 싫지가 않았다.

남파간첩으로 내려와 온갖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하다가 끝내는 강제 전향자가 되어버린 윤혁. 그가 함께 했었던 마음의 동지 박동건. 시작은 박동건의 죽음으로 다가왔지만 그가 죽지않고 끝까지 윤혁의 가슴속에서 살아남아 있었다는 것을 내가 알겠다. 이념이라는 것이 어쩌면 인간이 숨쉬며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질고 질긴 삶의 굴곡을 견뎌내기 위한 하나의 썩은 동아줄같은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까? 굳이 <인간연습>이라고 제목을 달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심 궁금했다. 한 인간으로써 살아감에 있어 필요했던 모든 조건들을 모른척하며 이념속에 갇힌채 오직 한가지만 바라볼 수 있었던 그들에게 사회주의의 몰락은 벼락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념은 어느곳에나 있다. 사회주의가 되었든 민주주의가 되었든 그것을 만드는 것이 이념일테니 말이다. 더구나 이렇게 반쪽으로 갈라진 채 서로 으르렁거리는 대한민국에서의 이념은 어쩌면 더 강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윤혁과 박동건이란 사람을 내세워 작가는 하고싶은 말을 속살거린다. 어느편도 정도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단된 조국의 미래에 대하여 속살거린다. 아주 조금씩은 서로를 인정하며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라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던 어린날의 노래가 떠오른다. 통일... 과연 그 통일이란 낱말이 부여잡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우리는 얼만큼이나 알고 있는 것일까? 통일이 되면,이라고 뇌까릴 수 있는 세대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의 현실속에서 나는  '지구촌'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넓디넓은 세상을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려 말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말이다. 조금씩 이념의 테두리에서 빠져나오던 윤혁의 모습은 이채로웠다. 인간으로써 살아가기 위하여 그가 선택해야 했던 아니 그에게 선택되어져야만 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앞세워 그에게 선택을 강요했고, 이미 지나가버린 옛시절의 그림자를 아름답게 포장한 채 그에게 선택을 강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필요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결국 행복하냐고 묻지도 못할 것을.. 자신있게 묻지도 못할 질문을 가슴에 안아들면서까지 그토록이나 그에게 안겨주고 싶어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래... 인간은 이성적이기 이전에 본능적 존재야. 그래, 본능적 존재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이성의 힘이 큰 존재로 보려고 한 것이 착각이고... 큰 오해를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104쪽)  사회주의에 대한 강한 반론처럼 보여지기도 하는 문장들을 풀어헤쳐놓으면서 작가는 우리의 통일에 대한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어디까지를 믿을 수 잇는 존재인가. 인간의 이성이란 본능을 이길 수 없고, 그것이 인간의 한계 아닐까. 그 '인간의 한계'가 사회주의 몰락의 절대 원인은 아닐까...(-120쪽)  문득 나는 '반복적'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 말조차도 이길 수 있는 것이 '본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교묘하게 작가의 심리전에 말려들었다. 매일매일 부족하고 모자란것들 투성이, 그래서 이놈의 세상 한번 확 뒤집어져 버렸음 좋겠다고 생각하고 사는, 대단히 강퍅하게 살아가고 있는 철저하게 서민인 나는 이래서 이 땅에 살고 있는것일게다. 윤혁에게 과연 인간이 되기 위한 연습은 끝났을까? 그가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이 인간연습이었다면 성공했기를 바래본다. 어찌되었든 인간이 살아내야 할 삶은 어떤 형태의 삶이 되었든 끝없는 연습의 연속일테니..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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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나 있어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 1
쿠르트 회르텐후버 글, 코니 볼프 그림, 이승은 옮김 / 꽃삽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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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쁘다. 글도 이쁘고 그림도 이쁘고. 그 안에 담겨진 마음도 이쁘고 이 글을 쓰는 순간 작가의  손끝에 묻어났을 그 행복이 정말 이쁘다.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와 나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마음별에서 온 꼬마천사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꼬마천사를 만나기전부터 그 만남에 대한 설레임을 숨길수가 없었다. 저렇게 귀여운 모습을 하고 인간세상에 나타난 꼬마천사가 상처입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진정한 행복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찾아보면 행복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해주는 꼬마천사를 보면서 나는 문득 어느나라의 이야기인지 짧은 신화 한토막이 생각났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려 열어보니 너무나도 아름답고 예쁜 행운의 여신이 문 밖에 서 있는 것이었다.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묻는 행운의 여신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었지만 머뭇거리며 들어오지 않았다. 그 까닭을 물으니 '제가 들어가면 제 뒤의 동생도 함께 들어가야 한답니다.' 행운의 여신 뒤에는 너무도 못생기고 험악한 불행의 여신이 서 있는 것이었다. 차마 들어오란 소리를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머뭇거렸다던... 기쁨과 슬픔이 한 형제이듯이 행운과 불행도 한 자매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난감했던 기억이라니... 하지만 모든 것은 내 마음속으로부터 비롯되어지는 것을 어찌할까. 그 마음별에서 내게로 온 꼬마천사를 만나보기로 하자.

너무 바쁘니까 행복할 시간도 없잖아. 마음을 잃어버리니까 네 자신도 잃어버리고 만 거야. 손으로 한 뼘, 행복은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소제목만 들어도 대충은 어떤 내용일지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지레짐작만으로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꼬마천사가 전해주는 말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따스한 느낌을 전해주는지 그것은 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까닭이다. "사람들은 늘 행복을 찾고 있어. 하지만 너무 빨리 걷느라 행복을 지나치고 말지" 느린 달팽이가 꼬마천사에게 해 주었던 한마디나, 손으로 한 뼘, 행복은 정말 어디에나 있어.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있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말한마디에는 마음 깊숙한 공감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어쩌면 너무도 흔한 말인탓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릴 수도 있는 말들이지만 내게는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왔다. 저 책표지의 그림처럼이나.  

아주 작다. 그리고 아주 얇다. 하지만 아주 크다. 그리고 아주 두껍다. 형식과 내면을 비교해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마음별로 떠나기 전에 꼬마천사가 사람들에게 준비한 선물 '큰'것이 든 작은 꾸러미, 그것이 사랑으로 가득 찬 꾸러미였다는 말을 보면서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생각하게 된다. 이길 수 없었던 호기심으로 인하여 열려버렸던 판도라의 상자속에서 미처 나오지 못했던 것이 '희망'이었다던가? 그래서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 있을 '희망'을 찾아 온통 헤맨다고 했던가? 하지만 꼬마천사가 주고 간 선물 '사랑'만큼은 그다지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바로 나 자신에게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은 사랑을 선물해보는것도 좋을거라는 꼬마천사의 말이 울림처럼 내게 남는다. 참으로 아름다웠던 이야기. 작고 얇았지만 너무나도 크고 두꺼웠던 이야기 한편속으로 눈을 감은 채 잠시 들어가 본다. 그 사랑이 나한테 가득 채워지면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꼬마천사의 당부를 잊지 않기 위해... /아이비생각

책과 함께 나란히 내게 왔던 노란 수첩을 바라본다. 책보다도 더 작은 크기의 수첩에 무얼 적을까 생각해본다. 아주 잠깐씩 스쳐지나는 작은 것들을 찾아낸다면 나는 그것을 옮겨보리라 한다. 기회란 놈은 앞에는 털이 숭숭 났지만 뒤는 민머리라는 말처럼 작은 행복이 내 앞으로 지나쳐갈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순간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배워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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