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행복해질 것 같았습니다... 안녕...  그녀와 나, 피해자와 가해자. 하지만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 그리고 행복해질 것 같았기에 안녕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집단성폭행.. 16년전의 기억에 발목을 묶인 채 어느곳으로도 도망치지 못했던 그녀와 내가 그렇게 만나 행복해질 것 같았던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그녀는 피해자였고 나는 가해자였다. 내가 떠나면, 내가 없어져 버리면, 내가 그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면 그가 행복하게 잘 살 것만 같아서, 그를 용서하게 되는 게 싫었던 여자가 어느날 문득 안녕이라는 단 한마디 말만 남긴 채 그의 곁을 떠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찾아낼 겁니다. 아직은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무슨 인연이었기에 그들은 그토록이나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었는지 알 수 없다. 서로의 불행을 핥아주며 그렇게 살았던 몇개월의 시간조차도 그들에게는 허락되어질 수 없었나 보다. 용서할 수 없었으나 끝내는 용서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 나쓰미와 나 슌스케의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파편], [돌풍], [열대어], [7월24일 거리], [나가사키], [악인]등 그의 작품이 의외로 엄청 많았지만 그를 처음 만나게 해 주었던 <일요일들>이란 작품이 떠오른다.  현란한 수식어들을 달고 있었던 탓에 그 작품을 만나게 된 것 같지만 그많은 일요일들속에 담겨져 있던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불안한 삶의 형태들을 기억한다. 도시라는 테두리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그들 나름대로 밀고 가야할 생의 수레바퀴는 제각각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고 기억되어진다. 요시다 슈이치의 문장속에는 저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와 끝내는 울컥 쏟아내버리고 싶은 그런게 있는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사시처럼 변해만가는 사회적인 편견을 앞에 두고서 당신들의 편견이 더 많은 아픔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절규하는 듯 하다. 제발 좀 색안경을 벗어보라고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덜컥 겁이 나기도 하는 순간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때도 있다.

아무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 순간의 분위기가 묘하게도 그런 상황을 연출해버리고 말았다. 처음부터 그녀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던 거다. 일이 그렇게 되어버리고 촉망받던 운동선수로써의 생활을 접어야 했을 때까지도 그는 잊을 수 있을거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녀 역시 자신의 기억속에서 그 일이 일어났던 순간을 떼어내버릴 수 있을거라고만 믿었었다. 하지만 타인의 기억이 그와 그녀의 기억을 놓아주지 않은 채 물귀신처럼 잡고 늘어지는데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해버려야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속에서 그들은 마주섰고, 운명이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잔인한 느낌으로 그들의 기묘한 인연은 시작되어진다. 행복해 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불행을 받아들이자고.. 

범죄소설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나의 연애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묘한 매력을 모른체 할 수가 없었다. 이 소설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도 내가 지금 그 현장을 보고  있는것만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들의 곁에서 유령처럼 따라다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들의 불행앞에서 나도 아파했다. 차마 가질 수 없었던 그들만의 행복앞에서 안타까워야 했다. 마침내는 그와 그녀일거라고 느껴지던 순간 가슴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던 그 울컥거림의 정체를 토해내고 싶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앞에서도 우리는 모두 왜 그랬느냐고, 그러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책망한다. 그러고나서는 그 순간이 어땠었느냐고 잔인한 호기심을 드러내고야 만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아니 내가 경험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대해 잔인하게도 해부용칼을 들이대고야 마는 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또하나의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무에게도 용서받지 못했기에 나 자신조차도 용서할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앞에 섰을 때 그 아픔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조차도 용서할 수 없었던 그런 일이 생겨나게 했었던 원인앞에서야 그들은 후욱~ 긴 한숨을 뱉어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하나가 그들의 가슴속에서 잉태되어지던 순간이 그들에게는 하나의 용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안녕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은 당신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사랑이었다는 걸 그녀가 몰랐을까? 아니 그렇지 않기에 그는 그녀를 찾아낼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힘겹게 만난 사랑앞에서, 행복앞에서 이제 더이상은 무너지고 싶지 않았을 게다. 너무도 안타까웠던 말 한마디, 안녕.. 안녕..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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