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탐정록 경성탐정록 1
한동진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했다는 명탐정 셜록 홈즈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탐정사무실 주소가 '런던 베이커가 221번지 B호"로 설정되었지만 실재하지 않는 주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전세계에 많은 팬을 갖고 있다는 셜록 홈즈.. 셜록 홈즈 박물관이 있는 것만 봐도 그 인기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그 셜록 홈즈가 일제시대의 조선 땅에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설홍주. 그리고 셜록 홈즈를 도와 주던 조수 와트슨 역시 한의사 왕도손으로 다시 태어났다. 흥미로운 것은 셜록 홈즈나 와트슨의 발음이 설홍주와 왕도손과 비슷하다는 거다. 그 외에도 최초의 법의학자 손다이크 박사는 손다익 박사로, 하숙집 주인 허드슨 부인은 허도순으로 개명을 했다. 배경 또한 영국 런던에서 일제시대의 경성으로 바뀌었지만 셜록 홈즈의 그 명쾌한 추리를 생각해본다면 이 소설 역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추리소설을 접해본지가 꽤나 오래된 듯 했지만 이 책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나는 숨가쁘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산뜻하다. 별 것도 아닌 사건, 즉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사건에 매달리기 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에만 매달리는 것 또한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다섯편의 단편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사건을 쫓아가는 일인지라 단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 사건들의 제목조차 <운수 좋은 날>, <광화사>, <천변풍경>, <소나기>등 우리나라 작가의 단편제목을 빌려왔다. 그렇다고해서 그 내용이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단편소설 내용이 떠올려진다.  

소설속에는 일제시대의 부도덕함이나 일본의 폭력앞에 무참하게 무너져내리는 상황, 혹은 그 폭력에 동조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인 모습들이 보여진다. 식민지였던 자신의 나라를 바라보며 한탄하는 설홍주의 내면 역시도 잘 표현되어져 있다. 철저한 증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추리를 하며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육체를 바탕으로 직접 발로 뛰는 사건 해결의 과정은 정말 깔끔하다. 현실을 도피하지 않는 현실주의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외로움을 가슴속에 안고 사는 설홍주의 매력은 참 대단한 것 같다. 한의사 왕도손의 눈을 통하여 보여지는 설홍주라는 인물은 옳지 못한 것을 보면 옳지 않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 식민지의 아픔앞에서 현실과 타협하는 지식인들을 과감하게 꾸짖을 줄 아는 사람이다.

설홍주가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속에서 일제시대의 사회적인 시대상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수확이 아닐까 싶다. 모던보이나 스틱걸 혹은 신여성에 관한 이야기등도 그렇고, 신설정(지금의 신설동)이라거나 본정통(지금의 충무로 일대), 명치정(지금의 명동), 황금정(지금의 을지로) 같은 옛지명을 만나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또한 <황금사각형>이라는 단편속에서 족보를 통해 단순하지만 복잡하게 느껴지는 암호를 풀어가는 과정 역시 괜찮았다. 

얼마전부터 아들녀석이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에 푹 빠져 지내고 있는 덕분에 나도 몇 편 보기는 했지만 명석한 추리력의 꼬마 탐정 코난을 보면서 무릎을 치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다. 철저한 증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추리력이야말로 탐정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해설부문에서 소설의 배경이라거나 추리소설의 재미라거나 인물에 대한 탐구같은  소설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풀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맛본 추리소설의 즐거움이었다. 형제가 함께 썼다는 추리소설 <경성탐정록>.. 한국 미스터리 문단에 새로운 자극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책날개의 말처럼 이 소설을 계기로 한국의 미스터리를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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