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필독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본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무슨 책을 읽었는가에 대하여. 그리고 내가 학교다닐적의 필독서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하여..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책이 좋아서 무조건적으로 도서관에 틀어박힌채 살았던 것 같다. 세계문학쪽을 더 많이 읽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우리의 고전쪽에는 늘상 대하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뿐이라고 허접한 그리고 못나빠진 생각을 했을 것이다. 순정만화에도 엄청 빠졌던 것 같고..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나의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박완서라는 작가.. 내가 작가의 책을 언제, 아니 얼마나 많이 만났을까 생각한다. <엄마의 말뚝>, <휘청거리는 오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쯤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수많은 작품중에서 고작 몇 편뿐이라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나왔을때 싱아가 무엇인지 궁금해 묻고 다녔으면서도 나는 왠지 그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그 강한 느낌이 너무도 싫었던 탓도 있지만 왠지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만날 것만 같아 두려웠던 까닭도 있었을것이다. 학창시절 선배였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을 통하여 수도없이 많이 들었던 작가의 이름.. 내가 다시 그이름을 부른다. 이 책을 대하게 된 것은 순전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말때문이었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책장을 덮으면서 얼핏 교과서적(?)인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랬는데 책띠에 정말 그렇다고 써 있다. 초등학교,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아하, 그러면 그렇지. 우리의 정서를 어찌 무시하랴 싶기도 하다. 하나 하나 콕집어서 말해봐야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다 인정하는 교훈적 메세지가 가득하다. 교과서에 실릴만 하다 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한송이 꽃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후욱~ 숨을 들이마시면 그 꽃송이가 전해주는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이런류의 책이 좋다. 작가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책이라고 말하는, 소설로는 못 풀어 낼 답답한 심정을 동화라는 형식에 의탁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아련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사람의 냄새를 잃어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오직 작가의 마음뿐일까?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잘 안되는 아이러니가 현실이다. 문제점은 콕콕 잘도 찍어내면서 나는 아닐것이라고 외면해버리고 만다. 끝없는 아집과 고집불통들.. 오직 하나뿐인, 저만을 위한 법을 지켜야 했던 <마지막 임금님>같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지만 그 모두가 자신보다 더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하나뿐인 법을 지켜내기 위하여 끝내는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했던 마지막 임금님.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감옥에서 나오려하지 않았던 마지막 임금님.. 서글픈 그 현실이 우리의 현실은 아닐까 싶다. 속삭여도 들리지 않고 확성기를 통해도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 제 코가 막혀 향기를 맡지 못하는데 향기 없는 꽃이라고 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일 것이다. 아픈 현실 비켜가기.. 그래서 나는 작가의 이름을 다시 부를 것 같다. <세가지 소원>을 통하여..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