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걷다 - 2009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 Nobless Club 11
김정률 외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꿈을 걷다?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이라고? 제목부터가 난해했다. 일단은 경계문학이란 말이 의심스러웠다. 경계문학이라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선을 긋는 경계를 말하는 것일까? 순전히 그런 뜻으로만 이해를 했다는 것이 솔직한 내 대답이다. 그랬는데 또 꿈을 걷잔다. 꿈속을 걷는게 아니라 꿈을 걷는다라는 표현에 왠지 쏠림 현상을 느꼈다는 것도 솔직한 내 심정이다. 이래저래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받아들었는데 어라? 이건 또 두께가 예상을 넘어섰다. 문득 한때 즐겨보았던 <이상문학전집>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를 설레임이 다가왔다. 책장을 펼친다. 그리고 열세편의 이야기.. 정말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까 싶었다. 처음부터 긴장.. 오래전에 읽었던 <영웅문>을 다시 읽는것 같은 착각.. 오래전에 보았던 <신용문객잔>이나 <백발마녀전>이란 영화를 다시 보고 있는 것만 같은 환상.. 그랬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무엇으로부터의 경계인가를 알게 되면서 책을 읽는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 우리가 꿈꾸는 어떤 것들로부터 시작하여 현실로, 혹은 현실로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꿈꿀 수 있는 모든 것들에게로의 경계.. 그 선을 그어놓는 것 또한 우리겠지만 그 선을 넘어서고 싶어하는 것 또한 우리일게다. 환타지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건 무슨 까닭일까? 내 좁은 식견으로 그냥 환타지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왜그런지는 묻지 마시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경계를 넘나들며 이상속에서 현실을 보고 현실속에서 이상을 본다. 행과 불행이, 기쁨과 슬픔이, 즐거움과 괴로움이 늘 함께 이듯이 어쩌면 현실과 이상도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억지일까? 그 이상이 현실속에서 잉태되고 그 현실이 이상의 날개를 타고 날아가니 억지라고도 할 수 없을듯 싶다.

책을 읽으면서 속으로 감춰야 했던 것은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색다름이었다. 왜그랬을까? 이런 경계문학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없는줄로만 알았다. 우리의 작가들은 이런걸 쓰지 않거나 쓰면 안되는건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내 편협하고도 짧고 얕은 식견을 탓해야 하리라..) 간혹 아주 가끔씩만 나타나는 어떤 신기루같은거라고 여기며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이처럼 멋진 경계문학이라는 게 있었구나 싶어 정말 놀랐다. 그리고 멋졌다. 단순히 만화속에서만 게임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치부했었던 내가 새삼 부끄러웠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넘기는 손끝이 조마조마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고..

이상을 통하여 우리의 현실을 아주 통렬하게 비판하는 힘이 그들에게 있었다. 그 꿈같은 세상을 빌어 우리의 잘못된 삶에 대해 따끔하게 일갈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힘이 들어간 그들의 문체가 하나의 느낌처럼 내게 와 꽂힐때마다 움찔거린다. 사랑에 대하여, 욕심에 대하여,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정보에 대하여...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많은듯 하다. 처음 대하는 경계문학임에도 불구하고 김정률의 [이계의 구원자] 나,하지은의 [앵무새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다]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깊은 울림을 내게 전해주었다. 물론 그 이외의 글들도 상당했지만 말이다. 여러편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받아들이기 수월치않은 점도 있었지만 그건 사람마다 각자의 관심이 다 다를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책을 읽고나니 나도 하나의 권법을 익힌 것 같다. 순간이동이나 공간이동같은 것 말이다. 책이란 매개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저쪽 세상으로 나만의 문을 통해 드나들 수 있었으니 그 또한 권법이 아니겠는가! 독을 잘 다루고 무술의 최고가 되지 않아도, 끝도없이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나는 이미 권법 하나를 익혔다. 책을 통해 다른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권법말이다. 멋지다. 아들녀석때문에 즐겨보았던 <이누야샤>라는 만화가 떠오른다. 가보지 못한, 혹은 가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김.. 꿈과 현실이 공존하는 세상.. 양다리를 걸친 우리모두가 살아가는 세상.. 그 세상속에서 만난 경계문학이란 낯설음이 한결 부드럽게 내게 남겨질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멋진 글들을 자주 만날 수 없었던거야?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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