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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의 백인 신부
짐 퍼커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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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도 아무 잘못 없었어. 작년에 헨리 대위와 버펄로 사냥꾼들은 새파 강가의 남부 샤이엔 족을 급습해서 천막촌을 태우고 그 주민을 남김없이 죽였지. 갓난아기를 갓 불에 던지고. 군은 원하는 짓은 어떤 짓이나 다 해. 신병들을 갓 뽑아다가 겨울에 알지 못하는 적을 상대로 싸우면서 고초를 겪게 해봐. 겁에 질린 자들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 특히 명령이 떨어지면."
"인디언들이 죽이는 사람도 죄 없는 사람들이야. 결론은 늘 그렇지만 이 나라에는 인디언과 백인이 함께 살 수 없다는 거야. 한 가지 확실한 건 백인들은 물러가지 않은 거라는 거.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인디언들은 이 싸움을 이길 수 없다는 거지." (pp.445-4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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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빠져나오자, 내가 딪고 서 있는 땅이 한없이 초라하게만 보인다. 비정성시(非情城市). 여기는 오색찬란한 슬픔이 깃든 비정하지만 성스러운 대한민국이고, 다녀온 곳은 1800년대 후반의 인디언 본거지다. 인간은 본디 질기디 질겨 풀 한포기 나지 않는 땅에도 기어이 뿌리 내리고 만다 했었나. 이미 결론 내어진 싸움을 두고 오래 애를 태웠더니 먹먹해져 가슴을 쓸어내린다.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때 언제였는지, 어느새 휑하다.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차고 나간다. 좋아하지 않는 서부 영화 한 편이 간절해진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이 바뀌고, 세대가 교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온한 대평원의 쨍쨍한 태양 아래 보송보송한 발바닥으로 하염없이 치달린 것마냥 피곤하다. 모두 처연한 꿈결처럼 아련하다. 가만히 인물을 하나씩 입으로 불러내본다. 아, 이런 삶도 있었지. 표면적으로는 아메리칸 인디언 멸망사, 속은 한때 거대했던 미국 역사를 아우르는 들장미 같고 들풀 같은 백인 여자들과 강인하고 올곧던 샤이엔 족의 찬란한 일대기. 오랫동안 영광스럽게도 읽었다. 참 먼 길을 걸어왔다. 저절로 고개 숙여질 만큼 앙상하고도 힘찬 길을. 그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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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아래 미친 듯이 휘몰아친 우리 모습은 얼마나 요란했을까. 왈츠와 지그와 폴카, 그리고 예쁜 프랑스 처녀 마리 블랑슈의 캉캉까지, 어떤 춤으로 시작했건 상관없었어. 모든 동작이 점점 빨라져서 마침내 색깔과 동작과 소리가 하나로 뒤엉켜 버렸으니까. 사람들은 번식기 새들 같았어. 깃털을 일으키고, 수컷은 가슴을 부풀리고, 암컷은 뒤집힌 엉덩이를 공중으로 쳐드는. 우리는 앞뒤로 왔다갔다 하고 또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었어. 음악 속에는 뇌조의 북 치는 듯한 울음이 들리고 지구의 규칙적인 박동이 울렸으며, 노래 속에는 천둥, 바람, 비의 소리가 들렸지. 이건 대지의 춤이었어. 하늘의 신들은 자기 창조물들을 보며 아주 즐거웠을 거야. (p.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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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엔의 '온화한 주술' 족장 리틀 울프는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세상을 뒤흔들 만한 제안을 내놓는다. 천 명의 백인 신부를 선물로 주면 말 천 마리를 주겠다는 것. 철저한 모계사회이던 샤이엔 족은 백인 사회와의 결합을 위해 본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한 마디로 정략결혼. 당황하던 미 행정부의 어이없음도 잠시, 놀랍게도 제안은 받아들여진다. 행정부는 이름하여 '인디언 신부 계획'의 물밑 작전을 시작하며 자원자가 부족할 경우 감옥, 감화원, 채무 감옥, 정신병원의 여자들에게 완전한 사면과 무조건 석방을 약속하며 채우기로 한다. 속셈은 단 하나. 여자들이 인디언족의 삶을 완전히 교화시켜 놓는 것. 리틀 울프의 제안이 있은 지 불과 6개월, 네브래스카 준주에 위치한 캠프 로빈슨으로 떠나는 기차에는 시카고 북쪽의 한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던 메이 도드가 친구 마사와 함께 타고 있다.
이야기는 메이의 일기로 진행된다. 인디언들을 만나러 가는 길, 만난 이후, 샤이엔의 여자로 사는 삶, 그 이후. 비교적 담담하고 못견디게 자세하여 종종 목이 메일 지경이다. 대자연을 이토록 생생하게 복원한 것도, 저마다의 캐릭터와 얽힌 사연을 이다지도 매끄럽게 연결시킬 줄 아는 작가는 이미 넘버 원. 제안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제안을 수용한 것은 허구이기에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메이는 시카고 대부호의 딸이지만 별볼 일 없는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도덕성 상실'이란 진단을 받고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지옥같은 삶을 살았다. 다시 아이들을 만나 자유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란 인디언 신부 계획 뿐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한다.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해야 할 말을 참지 않으며, 때에 따라 지혜롭고 영리한 백인 여자 메이는 이 거대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파견된 부대의 존 버커 대위와 사랑에 빠진다. 인디언에게로 인도되는 바로 그 짧은 순간에도 사랑은 싹텄고, 첫날밤은 치뤄졌고, 일생일대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지만 결코 약혼녀 있는 독실한 가톨릭교 대위를 곤란하게는 하지 않았다. 메이는 존을 사랑하는 만큼 자유를 사랑했고 그래서 그의 곁을 떠나 백인 신부의 길을 계속 간다. 마침내 샤이엔 족과 조우했을 때에 메이는 첫 눈에 리틀 울프의 세 번째 부인으로 낙점된다. 프라이버시라고는 전혀 없는 부족 생활, 가족 공간 틈에서 탄탄한 근육에 말수가 적은 진중한 남자 리틀 울프와의 접촉을 간절히 기다리던 차, 백인 여자 메이에게 꿈같고 보석같은 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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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깊은 잠에 빠져서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어. 아니면 꿈같은 일이 일어났어. 꿈이었을 거야. 남편이 나와 함께 천막에 있었으니까. 그는 아직도 소리 없이 춤을 추고 있었어. 모카신을 신은 발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부드럽게 오르락내리락 했고, 모닥불을 돌며 조롱박 딸랑이를 흔들었는데 그것도 소리가 나지 않았어. 남편은 그렇게 혼령처럼 춤을 추며 내가 누워 자는 곳을 빙글빙글 돌았어. 나는 점점 몸이 달아올랐어. 그의 춤을 보니 배 속이 짜릿해지고 가랑이 사이에서 욕망이 간지럽게 끓어올랐어. 꿈에서 나는 앞가리개 천 밑에서 그의 남성이 뱀처럼 부풀어 오르는 걸 보았어. 그는 춤을 추었고 담요에 배를 대고 엎드린 나는 그 자리에서 폭발해 버릴 것처럼 얕은 숨을 쉬었어. 내가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그는 비켜나서 내 뒤로 오더니 이제 벌거벗은 내 엉덩이에 깃털을 댄 듯 나를 간지럽혀서 나는 더욱더 흥분했어. 그런 뒤 나는 엎드린 채 엉덩이를 들어올려 나를 바쳤고, 간질거림이 거세어지자 다시 담요에 납작 엎드렸어. 몸속을 채우고 싶은 열망이 고통스러울 만큼 커졌지. 하지만 그는 계속 내 뒤에서 소리 없이 발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가볍게 춤을 추었어. 꿈 속에서 내 목에서 어떤 소리가 났어. 다른 사람이 내는 것 같은 소리, 내가 들어 본 적 없는 소리였고 나는 엉덩이를 더 높이 올려서 천천히 돌렸어. 그건 자연 현상이었어. 다시 깃털이 다가오더니 마침내 살과 살이 가볍게 닿았고, 이빨이 목을 가볍게 물었어. 따뜻하고 건조한 뱀이 엉덩이에 내려와서 다리 사이에 놓인 채 박동치다가 내 다리를 벌리고 내 몸을 열더니 천천히 고통 없이 들어왔다가 물러났고 다시 들어왔다가 물러나서 나는 그것을 영원히 잡아 삼켜 버릴 듯 몸을 뒤로 밀었어. 그런 뒤 그것이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고, 나는 목에서 다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몸이 덜그럭거렸고, 더 이상 독립적인 의식을 가진 개체가 아니라 무언가 더 오래고 원시적이고 진실한 것의 일부가 되었어. 동물처럼, 이라고 존 버크는 말했지. 그 말뜻을 알았어. 동물 같았어.
거기서 꿈은 끝났고 새벽에 깨어 보니 머릿속에 다른 기억은 전혀 없지만 나는 여전히 담요에 엎드려 있고, 여전히 사슴 가죽 혼례복 차림이었지. 나는 그것이 꿈, 내가 경험한 적 없는 에로틱한 꿈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마술처럼 내 안에 아기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도 알겠어. (pp.20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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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남자든 백인 여자든 흑인 여자든 상관없이 결합은 진정 아름다운 것. 꿈결 같은 기억처럼 몸안에 남아있는 느낌.
미개인 사회의 규칙. 여자와 남자의 역할 분리. 남녀차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수없이 많은 것들 사이에서 메이는 아주 쉽고 빠르게 인내하고 변화시킨다. 메이 뿐 아니라 백인 신부 계획에 참여한 수많은 여자들 역시, 시행착오와 부딪침 속에서 깊은 평화와 만족감을 느끼며 샤이엔 족의 삶에 적응하려 애쓴다. 이들의 삶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부조리한 단어 하나로 이들을 묶어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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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기이할 정도로 행운아인가.'
그렇다, 미개인 사회의 그 모든 낯섦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새 세상은 오늘 아침 말할 수 없이 달콤해 보였다. 나는 원주민들이 대지와 전원에 묻혀 사는, 교묘하고도 완벽한 방법에 감탄했다. 그들은 봄풀처럼 이 평원 정경의 일부인 것 같다. 그림의 뗄 수 없는 일부로 여기 속해 있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p.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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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사랑. 그들을 가까워지게 하고 한 가족으로 묶는 끈은 단 두 가지 뿐이었다. 진심으로 두 가지만 있으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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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리틀 울프에 대한 나의 감정이 존 버크에 대한 감정과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존 버크와의 일은 내가 평생 겪어 본 적 없는 열정, 지성과 육체, 몸과 마음, 영혼의 결합이었다. 나는 세 번의 사랑으로 벌써 세 번의 인생을 산 것 같은 느낌이다. 첫 사랑 해리 에임스와 나눈 불꽃같은 육체적 사랑은 정신병원 독방 생활의 어둠 속에 꺼져 버렸다. 그런 뒤 별똥별처럼 환상적인 새 사랑이 그것을 다시 점화시키고 지나갔다. 그렇다, 해리 에임스가 내 여성성을 끌어낸 예측 불허의 밝은 불꽃이었다면, 존 버크는 강렬하게 타오른 나의 별똥별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 리틀 울프는 내게 온기와 안전을 주는 오두막 모닥불이다. 그는 나의 남편이고 나는 그의 착하고 충실한 아내가 될 것이다. 나는 그의 아이들을 낳을 것이다. (p.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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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남과 여, 어른과 아이, 어머니와 아이, 친구와 친구. 모든 관계들이 아름답지만 사랑이 제일이다. 사랑으로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메이는 따뜻한 마음과 충실한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모두를 진정시킬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백인 여자와 인디언 남자의 오붓한 동거는 샤이엔 족에게 꽤 낭만적으로 보였다. 이때까지는. 마시는 알코올. 술. 술이 들어오기 전날까지는. 술만 마시면 미쳐버린다 했다. 신도 주술사도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했다. 버펄로를 잡기 위해 늑대를 죽일 수 있는 약을 놓던 샤이엔 족이 되려 약을 먹고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그들이 알아차리는 사실과도 같다. 샤이엔 족을 샤이엔 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늑대가 아니라 술, 백인 사회 또는 문명 사회가 유통시킨 바로 그 문명의 알코올이었음을. 늑대는 샤이엔 족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 그들은 당장 늑대잡는 약 사용을 중단한다. 그들에 의하면 자연은 어떠한 경우에도 위대한 것이다.
백인과 흑인의 사이만큼이나 백인과 샤이엔 족의 사이 역시 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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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술만 빼면, 아이들이 살기 좋은 곳이야. 처음에 이 사람들한테 납치당했을 때는 죽을 만큼 괴로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내 본래 인종은 거의 잊었어. 꼭 동화 속을 사는 것 같았지. 그리고 그 동화를 깨뜨리는 건 백인의 세계야. 어젯밤에 그런 일이 일어난 거지. 내 경우는 샌드 크릭에서 그랬고." (중략)
"여기 생활이 그렇게 좋았다면 왜 백인 세상으로 돌아갔니, 거티?" (중략)
"하지만 내가 백인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기도 했어.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 (p.2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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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세계를 깨뜨리는 건 역시 백인의 세계. 그건 분명한 말이기도 했다. 미국 지질학자들이 인디언들의 땅인 블랙 힐스의 금광에 대한 희망적인 보고를 가지고 돌아오면서 채굴꾼들은 모여들기 시작했고, 대중들의 인디언 몰아내기 요구가 먹혀 들어갔다. 백인 개척민들의 안전을 위해 블랙 힐스에서 인디언들을 몰아내는 것. 그 작전은 은밀하고도 어김없이 진행된다. 마치 본래 자신들의 땅인 듯. 약속도, 대화도, 설득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위 또는 마구잡이 식으로.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키려는 존 버크 대위와 반항하는 메이의 다툼은 이미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감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기대했다. 인디언들의 일상적 터전과 소소한 행복이 유지 되기를. 순진한 바람은 소설 속에서조차 오래 가지 못했고, 그들은 내가 아는 한 가장 비참하고 어이없는 방식으로 도망하거나 배반하거나 죽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자식들은 살아남아 미래를 바꾸어 나갈 것이다. 화해를 청할 것이고, 소통을 원할 것이고, 수용하는 법과 거래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메이의 일기는 반 세기 동안 오래된 빛에 갇혀 있었다. 메이의 딸이 아들을 낳고, 아들이 또 아이를 낳을 때까지. 그녀가 증조 할머니라고 불릴 때까지. 메이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용기있고 당차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백인 여자는 우둔하고 잘난 척만 하면서 남자 밝히고 쇼핑중독자일 거라는 편견을 단번에 날려주는 오래된 신 백인여자라고 해도 좋겠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에 적응하고, 보지 못하고 겪지 못한 생활문화에 살며시 내려앉는 것. 더불어 후회와 원망조차 하지 않는 것. 그녀는 예뻤다. 총명하고 똑똑하고 지혜로웠다. 지금 내 인생에서 그녀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생각나지 않는다. 이미 그녀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나 또한 변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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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아침 차가운 바람 속을 달리면서 이들에 대한 나의 충성은 내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에 의해 봉인되었다는 것을, 내가 아무리 원했다 해도 내가 변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p.3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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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다. 심장 속에 봉인되어 있는 각인 같은 것이다. 변화라는 것은 웬만하면 자발적, 순종적, 점진적인 게 낫다. 모두 안고 갈 수 있어야 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녀에 의하면 의지여야 하고, 나에 의하면 '그렇게 되어버리는 행위'여야 한다. 즉, 녹아들어감 또는 흡수. 흡수라는 단어 참 좋다. 튀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도 마음에 든다. 인디언들의 세계는 내게조차 정말로 동화 속 같았다. 대평원을 질주하는 기분과 한없이 바다 속으로 침잠하는 기운이 동시에 들곤 했다. 광활한 땅에 자신들만의 뿌리를 세우고 싶었던 인디언들에게 평화를 선물하노니 부디 편히 잠드소서. <천 명의 백인 신부>는 촌스럽고 칙칙한 표지에 비해 정말로 흡인력 높은 한 편의 서사극이다. 대장정의. 아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