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박상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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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외롭고, 타인은 힘들고. 안 그래도 관계 맺기에 자신 없었던 이들은 재택근무 등 온라인 소통까지 더해져 더욱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관계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2020년 9월 영국에서는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 '관계 맺기' 교육과정을 필수교과로 도입할 만큼행복한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알지만, 우리에겐 그런 기회가 여전히 없습니다.


상처 치유, 관계 회복, 소통을 주제로 좋은 강연을 하는 박상미 저자의 책은 그 부재를 채워줄 만한 책입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면서 관계 맺기 할 수 있는 방법,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서 알려줍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 가족관계, 연인관계, 친구관계 등 우리가 고민하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나를 위한 관계 수업입니다. 나를 지키고 타인을 존중하는 '경계'를 배우는 겁니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한 말이 관계 맺기의 핵심이더라고요. "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대하듯 하라. 다가갈 때는 타지 않을 정도로. 멀어질 때도 얼지 않을 정도로."


사실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법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내 기준에서 타인을 받아들이기에 인간관계에서 누구나 상처를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두며 잘 지내는 관계 연습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상대가 의도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내가 바꾸는 것은 힘듭니다. 하지만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할 자유와 힘은 나에게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를 괴롭히는 방법 대신 나의 행복을 해치지 않는 행동으로 전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해요. '저 사람 도대체 왜 저리지?', '내가 왜 이런 비난을 들어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감정을 계속 상하게 만들지 말고, '정말 불쾌하지만 상대할 가치가 없지. 완벽하게 무대응하는 게 상책이야. 너는 영혼이 병든 불쌍한 사람이구나! 너에게 나의 행복을 내어줄 순 없어. 네가 던진 음식물 쓰레기를 나는 받지 않겠어! 네가 만든 쓰레기는 너 혼자 잘 끌어안고 다녀!'로 바꿔 대처하는 겁니다. 사이다 같은 문장 덕분에 뭔가 벌써부터 후련해집니다.


흥미로운 연구가 있더라고요. 비만, 흡연, 행복, 불행 등이 전염성이 있는 겁니다. 친구와 가족에게 전염되는 거죠. 끼리끼리라고 하는 말이 맞는듯해요. 긍정 에너지가 높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헤어지고 나서도 유쾌한 감정이 오래 남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과 함께였다면 에너지 탈탈 털린 기분만 남게 되는 건 다들 경험해보셨을 거예요. 서로의 심신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관계라니 나부터 지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또라이 같은 상사, 일은 잘하는데 소통은 전혀 안 되는 동료, 모이기만 하면 싸우는 가족, 독심술만 부리다가 이별하는 연인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대인관계 처세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소극적인 것 같지만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 방법들이 의외로 많았어요.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일괄 적용되는 방법은 아니지만, 어차피 듣지도 않을 것 같다며 지레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길 독려합니다.


내가 상처받는 진짜 이유는 나의 주관적인 해석 때문입니다. 수시로 생기는 불편한 감정을 알아가야 하는데 감정의 주체인 나도 내 감정을 몰라서 그렇습니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좋은 반응을 선택하는 능력을 키우는 연습을 매일 해야 합니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에서는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직접 책에 쓰면서 연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단어는 많이 쓰진 않는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불필요하게 '죄송합니다'라고 예의 차리는 말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은 습관이더라고요.


관계를 살리는 핵심 요소는 공감대화라고 합니다. 우울, 불안, 불면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했던 박상미 저자는 그래서인지 공감력 만렙러인 것 같아요. 공감대화는 생각을 말하지 말고 소망을 말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 마 대신 ~하면 좋겠어 처럼요. 같은 뜻이지만 다르게 표현하는 겁니다. 이 부분도 다양한 예시가 제시되어 있어 연습하기 좋아요.


스트레스 호르몬은 1분 동안 짜증을 내면 40배의 시간인 40분 동안 코르티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하루 15분 짜증을 내면 무려 15시간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에 잠식되는 셈입니다.


주위와 편한 관계를 맺으려면 마음을 튼튼히 훈련시켜야 상처를 덜 받게 된다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인간관계에 힘들었던 사람들을 위한 관계심리학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로 이제는 마음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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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신의 맛있는 저염밥상 - 우리 몸에 이로운 제철 저염식
윤혜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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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을 적게 넣어도 이렇게나 맛있다!는 문구에 훅 끌렸어요. 동네에 어린 자녀 키우는 엄마들을 주 고객으로 둔 반찬집이 있어서 간이 약하게 된 반찬이나 국을 저도 몇 번 사다 먹었었는데요. 솔직히 몇 프로 부족한 감이 있었거든요. 쉬운 듯 어려운 게 바로 저염요리라잖아요. <윤혜신의 맛있는 저염밥상>의 저염식 레시피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국은 건더기보다 국물을 더 좋아하는 데다가 국보다 더 간이 센 찌개도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배달음식이나 간편식에 익숙한 요즘 너무 열심히 먹어댔더니... 이제는 간이 센 음식에 점차 지쳐가고 있더라고요. 보리밥이나 시골밥상 전문 음식점을 가도 예전에 먹던 그 맛이 나질 않아 아쉬웠습니다.


그렇다면 직접 해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어도 그 맛을 내가 제대로 낼 수나 있을까 싶어 도전조차 안 하고 있었는데, 마침 <윤혜신의 맛있는 저염밥상>을 만나게 되었으니! 딱 필요한 요리책이어서 반갑습니다. 귀촌 후 착한 밥집을 차린 오너셰프 윤혜신 저자의 비법을 담았습니다.


요리책인데 감성 포토에세이를 보는 것처럼 청량한 분위기를 내는 사진들이 많이 등장해 힐링되는 요리책은 또 처음 만나네요. 음식 세팅샷도 맘에 들어요. 한식이라고 하면 가짓수 많은 그릇부터 떠올릴 정도인데 이 요리책은 간결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소박합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맛이 없으면 꾸준히 먹기 힘들죠. 좋은 제철 재료로 영양은 쏙 잡고, 담백하면서도 맛은 좋게! <윤혜신의 맛있는 저염밥상>은 사계절을 담은 맛있는 저염밥상을 소개합니다. 싱그럽고 산뜻한 봄의 저염밥상, 간간하고 시원한 여름 저염밥상, 달곰삼삼 넉넉한 가을 저염밥상, 슴슴하고 따스한 겨울 저염밥상을 테마로 펼쳐집니다.





정확하게는 저염식보다는 저나트륨식이 맞는 말이라고 합니다. 소금 속에서 80% 이상의 나트륨이 있는데 너무 많이 먹었을 때 건강을 해치게 되니 나트륨을 줄여 먹어야 하는 겁니다.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 경로 1위인 김치도 저염김치를 담가 그때그때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저염김치라고 해서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소금 양을 조금 줄인 겉절이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저염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시작해서 저염식에 익숙해지는 노하우, 가장 우려하는 심심함을 없애주는 비결 등 저염식 초보자도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비법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음식들이 모두 정갈합니다. 더덕을 고추장 맛으로 먹어온 저로서는 더덕 고유의 맛을 살린 더덕들깨구이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주꾸미 볶음도 좋아하는데 봄에 한창 나오는 마늘종과 함께 볶아먹으면 정말 맛나다는 말에 군침이 쓱 듭니다.


매일 먹는 밥상부터 손님 초대상, 간단하면서 맛난 별미 간식, 선물용 음식 등 사계절 어떤 상황에서건 든든하게 담당해 줄 요리책입니다. 한식만 있는 게 아니라 서양식은 물론이고 면 요리도 있어요. 사실 재료들은 흔하디흔한 뻔한 재료이지만 조금만 방법을 바꾸면 새로운 요리가 탄생되는 마술을 볼 수 있습니다. 분명히 레시피대로 따라했는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면 밸런스를 잘 맞춘 상차림에도 주목해 보세요.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도록 저염식 노하우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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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다빈치 노트 - 역사상 가장 비범한 인간의 7가지 생각 도구
사쿠라가와 다빈치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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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 과학, 건축, 의학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기고, 5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주목받는 존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만능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는 노력형 천재였습니다. 그 노력과 전략 여정은 그가 직접 쓴 노트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초역 다빈치 노트>는 8,000장의 다빈치 노트에서 선별한 71개의 문장이 등장합니다. 다빈치 마니아이자 연구가인 사쿠라가와 다빈치(얼마나 다빈치 덕후인지 이름마저도!) 그 문장들이 가진 의미를 분석해 천재적 사고의 원천을 밝힙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기록물을 통칭하는 다빈치 코덱스는 종류가 무척 많습니다. 지도책과 같은 크기의 대형 노트 <코덱스 아틀란티스>, 라틴어 공부에 열중할 때 사용한 <코덱스 트리불지아누스>, 새에 관한 내용이 가득한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연구한 <파리 매뉴스크립트 C> 등 동물, 회화, 무기, 기계, 악기 등 방대한 주제의 노트가 있습니다.


빌게이츠가 350억에 낙찰받았다는 다빈치 노트는 물과 우주에 관해 고찰한 <코덱스 레스터>입니다. 현존하는 다빈치 노트는 대부분 유서 깊은 도서관과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이 노트는 개인이 소장하게 된 노트이지요.


저는 2017년 다빈치 코덱스전에서 몇 가지 코덱스를 직접 본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다시 본다면 더 의미깊게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거울문자를 직접 봤을 때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단순히 현상을 기록하는 관찰 노트 정도로만 알았다면 의외의 감성 문장들을 만날 때 놀랄 수도 있습니다. 어록이 어마어마하네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다재다능인이 될 수 있었던 근간에는 자신을 존중하는 힘, 몰입하는 힘, 통찰하는 힘, 창조하는 힘, 인간관계의 힘, 실천하는 힘, 행복을 불러오는 힘이라는 7가지의 힘이 있습니다. 이 책은 다빈치식 생각 도구를 만든 7가지 힘을 통해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시스티나 성당 벽화 프로젝트에 같은 공방에서 일한 보티첼리는 뽑혔는데 자기는 선발되지 못했을 때 그는 어떻게 그 위기를 이겨냈는지, 지성인들이 다니던 플라톤 아카데미에 가고 싶었지만 학력이 없던 그는 못 들어가자 어떻게 행동했는지...


열등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었고, 자존감이 떨어져 위축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겨냈습니다. 삶 곳곳에 등장했던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이 노트에 있습니다. 남이 무시한 말 한마디에도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밝히며 자존감을 지켰습니다. 결점을 고치는 데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 강점을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코덱스를 볼 때마다 그는 기록의 의미를 잘 살리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좋은 인상을 받거나 가슴에 와닿은 일을 그대로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는 겁니다. 기록함으로써 말이죠. 어떤 점이 창의적이고 좋았는지 핵심을 기록해두고 자신도 실천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의문조차 품지 않을 것들을 '왜'라는 의문으로 접근해 탐구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호기심을 좇아 의문을 해결하는 데 몰입하는 힘이 다빈치식 생각 도구의 근원입니다. 물론 몰입도 잘해야 합니다.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기에 때때로 일에서 벗어나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합니다. 그래야 다시 일로 돌아갔을 때 더욱 뛰어난 발상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이죠. 탄력 있게 완급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다빈치 코덱스는 문자를 반전시킨 거울문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추측이 있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일을 함으로써 자존감과 몰입하는 힘이 커진 건 사실일 겁니다.


23세 무렵부터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인 후 40년 넘게 기록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스로를 가엾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로 번민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자문자답하며 결국 문제 해결을 해나갑니다.


자만심에 빠지지 않았던 그는 서른 살이나 어린 사람의 제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에게 배우는 걸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인물입니다.


인상적인 기록이 있었는데요. 해야 할 일 목록이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여서 다른 건가 싶을 정도로 놀랍습니다. 산술의 달인에게 삼각형의 면적 계산법을 배운다, 이탈리아 블레라 지역의 수도사에게 <중량에 관해서>를 보여달라고 청한다, 포병 잔니노에게 페라라의 탑에 구멍을 내지 않고 벽을 세우는 방법에 관해 묻는다, 베네데트 포르티나리에게 플랑드르 사람들은 어떻게 얼음 위를 걷는지 물어본다... 와우! 15개 할 일 중 8개가 다른 전문가에게 묻고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인풋 기술과 아웃풋 기술에 관한 파트도 실용적입니다. 독서를 즐겨 했던 그처럼 인풋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책장 정리법에서부터 목적별 글쓰기를 통한 아웃풋까지 메모광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방대해서 쏟아져들어오는 정보가 무척 많습니다. 지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학습법도 그가 일찌감치 활용했던 것들이 많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사람에 대해 경이로운 감정이 솟아납니다.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이고, 실행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언하는 <초역 다빈치 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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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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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인 미국의 노학자 마사 누스바움. 현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우리 시대 만연한 혐오에 대한 주제를 다룬 그의 책들을 기회 되면 몇 권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감명 깊게 읽었던 <말이 칼이 될 때>의 홍성수 교수님의 추천사가 들어간 <타인에 대한 연민>부터 읽어봅니다.


원제는 <두려움의 군주제: 우리의 정치 위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라는 조금은 딱딱한 제목이지만,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훨씬 부드러워 진입 장벽이 낮아보이는 효과를 주네요.


마사 누스바움과 친우 솔 레브모어와의 대화를 다룬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 노년의 혐오와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하는 바가 많았는데요. 노년기에 대한 혐오는 우리 자신의 두려움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연민>은 바로 그 두려움을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앞에서 우리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잠식당합니다. 두려움에 굴복하고 그 흐름에 휩쓸리고 회의적 사고를 거부한다면, 외부 집단을 향한 비난 혹은 타자화로 쉽게 전환되어 공격을 띠게 됩니다. 우리와 그들로 나뉘고, 비주류 집단을 희생양 삼아 선과 악의 구조가 됩니다.


증오, 혐오, 분노는 두려움을 먹고 자랍니다. 즉각적인 거부감에서 시작되는 혐오는 특정한 집단에 투사되어 그들을 배척하기 위한 사회적 무기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런 혐오가 정치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역사적으로 절대 군주들은 두려움을 이용해 통제력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에도 이런 일은 만연합니다. 혐오와 분노에 기반한 정치적 호소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처럼 말입니다. <타인에 대한 연민>은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밤 느꼈던 무력감을 기반으로 해 탄생한 책입니다.


두려움은 인간을 너무나도 손쉽게 자기중심적으로 되돌려버린다고 합니다. 삶은 원래 어렵고 두려워할 일들도 많습니다. 두려움은 이성적이고 유용한 부분도 존재해 도움이 될 때도 있긴 하지만 두려움으로 인한 오류는 심각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건전한 사고와 협력을 방해할 정도입니다. 무슬림에 대한 두려움처럼 말입니다. 트럼프는 이슬람 전체가 위험의 근원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반복했고, 결국 그쪽에서 온 이민자들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두려움은 분노-비난과 결합할 때 수많은 부적절한 행동을 추동합니다. 이 관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의 부재가 이 시대의 문제입니다. 두려움은 분노의 전제 조건일 뿐만 아니라 분노의 오류에 불을 붙이는 독입니다.


"두려움은 다양한 혐오 낙인을 통해 넓게 가지를 친다." - 타인에 대한 연민 中


타인을 배제하는 감정은 '혐오'입니다. 불합리한 혐오는 많은 사회악의 뿌리입니다. 벌레를 피하는 것 같은 단순한 혐오가 아닙니다. 혐오를 조장하는 신체, 동물성, 변화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 때문에 평등한 시민권을 방해하고 편견으로 인한 범죄까지 유발합니다.


두려움으로 인한 비난과 비슷한 양식을 보이는 건 또 있습니다. 두려움에 바탕한 시기로 인한 여성 혐오입니다. 여성들이 내 삶을 뒤흔든다는 깊은 불안과 분노 때문입니다. 반대로 남성 혐오는 불만으로 인한 분노, 보복에 대한 염원이라고 덧붙입니다.


신체의 취약성과 역겨움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 있는 혐오에 대한 이야기는 트럼프의 문제적 발언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성차별주의와는 또 다릅니다. 그에게는 여성 혐오라는 꼬리표가 더 적절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 외 시기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정당한 원인으로 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시기심은 문제가 많다고 말합니다. 시기의 적대적 욕구가 문제라고 말이죠. 분노의 보복적 측면과 비슷합니다. 내가 잘살기 위해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시기심의 악의는 근본적으로 무력감에서 발생하고, 역시 원초적 두려움과 관련이 있습니다.


혐오의 시대에 노철학자가 제시한 해법은 자기 성찰이며 그에 앞서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누군가를 맹렬히 비난하는 일보다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더 어렵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우리 내면의 조그마한 감정의 변화로부터 시작됨을 강조합니다. 타인에 대한 연민, 인류애에 기반한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 작은 발자국을 떼는 힘이 됩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신념과 간디처럼 보복에 대한 환상 없이도 부당함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역사적으로 나타난 사실들입니다. 부당함을 묵인하라는 게 아닙니다. 보복 없는 저항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타인의 인간성을 포용하면서 그들이 저질렀을지 모르는 잘못된 행동만을 반대하는 겁니다.


학교만이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는 걸 알려줍니다. 사랑이 증오보다 훨씬 강력함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습니다. 특히 최소한의 정의가 존재하는 사회라면, 모든 시민이 최소한의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역량 접근법이 눈길을 끕니다.


유명인들의 뒤를 좇는 문화와 자기애 넘치는 소셜미디어 덕분에 개인적, 사회적, 제도적 측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걸 하나씩 짚어주는 <타인에 대한 연민>. 희망을 품는다는 것이 추상적인 것이 아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어 책장을 덮고 나서는 조금이나마 후련해지는 감정을 맛볼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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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한 달 살기 조지아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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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에게 죽기 전에 반드시 가야 할 여행지로 꼽히는 곳, 조지아. 러시아, 터키와 인접해 있어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지역에 위치해 묘한 분위기를 가진 나라입니다. 스위스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프랑스처럼 풍부한 와인이 있고, 이탈리아처럼 맛있는 음식이 있고, 스페인처럼 정열적인 품과 음악이 있는 곳. 알면 알수록 무한 매력을 뽐내는 조지아를 뉴노멀 한 달 살기 조지아 가이드북으로 만나봅니다.


조지아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까지 세 나라를 일컬어 코카서스 3국이라 부릅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서로 분쟁국가여서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할 땐 조지아를 잘 끼워 넣어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조지아도 러시아와 분쟁인 지역이 있어 여행 자제해야 하는 곳이 있으니 가이드북에 알려주는 정보를 놓치지 마세요. <뉴노멀, 한 달 살기 조지아>에서는 코카서스 3국 여행과 조지아 단독 여행 일정을 잘 소개해뒀습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는 조지아 여행의 거점도시입니다. 5세기에 세워진 구시가지를 도보 여행하기 좋게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쿠라 강 주변으로 유적지가 많은 트빌리시는 거리를 따라 걷기 좋은 도시입니다. 여행자거리라고 부르지만 실상 카페골목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는 골목길에서 카페 투어도 해보고 싶어요. 동서양 문화의 조화, 고대와 현대의 양면성을 다 보여주는 랜드마크 건축물 등 트빌리시 곳곳을 구석구석 여행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았습니다.


조지아에는 동굴 도시가 있는데요. 정말 가보고 싶더라고요. 수도원의 기능을 한 동굴 도시, 실제 도시의 기능을 수행한 동굴 도시 등 다양한 동굴 도시가 있습니다. 동굴 도시 투어시 필요한 준비물과 소요 시간, 볼거리 등이 꼼꼼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조지아의 옛 수도이자 역사적인 마을 므츠헤타, 스탈린의 고향 고리, 독특한 요새 아나누리, 힐링 휴양지 보르조미, 프로메테우스 동굴이 있는 쿠타이시, 작은 스위스 메스티아, 낭만의 도시 시그나기, 조지아 여행의 완성 카즈베기, 현대적 매력을 가진 바투미 등 트빌리스 근교 외 조지아 소도시를 소개합니다.


알프스에 에비앙이 있다면 코카서스에는 보르조미가 있습니다. 보르조미 생수가 나오는 남부 코카서스의 보르조미 지역은 제정러시아 시절 황실 휴양지이기도 했다고 해요. 울창한 숲이 발아래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보는 것도 추천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집중해서 봐야 할 포인트는 물론이고,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맛집과 숙소도 정직한 후기를 더해 실속있는 정보를 실었습니다. 핵심 도보 여행 코너는 초보자도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작은 스위스라고 불리는 메스티아와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카즈베기의 자연이 만든 작품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조지아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죠. 자연과 함께 트레킹 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코카서스 주둔군 복부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고, 막심 고리키는 트빌리시에 왔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푸시킨은 '조지아 음식은 하나하나가 시와 같다'라고 칭송할 만큼 조지아 음식과 유황온천에 반할 정도로 러시아 문호들이 사랑했던 조지아.


물가도 저렴해 여유롭게 한 달 여행하기 좋은 곳입니다. 트빌리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한 달 살기 관련 정보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행 계획하며 준비해야 할 것들을 꼼꼼히 알려주는 <뉴노멀, 한 달 살기 조지아> 가이드북으로 오감이 즐거운 여행, 웅장한 코카서스산맥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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