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한 달 살기 조지아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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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이 즐거운 여행, 웅장한 코카서스산맥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는 조지아의 매력을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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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 우리가 지나쳐 온 무의식적 편견들
돌리 추그 지음, 홍선영 옮김 / 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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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가 철학적인 울림을 주는 이야기에 반한 책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우리는 모두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돌리 추그 저자는 진정으로, 완전히 선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누구나 가끔은 완벽히 윤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놀라운 점은 그러면서 다들 자신이 선한 사람이라고 굳게 믿는다는 것입니다."라고 한 돌리 추그의 말은 그간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사소할 수도 있지만 그리 떳떳하지 못한 순간들이 떠오를 겁니다. 물론 믿음과 실제의 차이는 정상적이고 흔한 일이라고 안심시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방 날립니다.


선한 사람들의 무의식적 편견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 심리학자 돌리 추그는 평등, 공평,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도 그렇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믿는 사람으로 멈춰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려줍니다. 언제나 되고자 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기에 믿음을 구축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돌리 추그는 시위운동에 직접 나서는 성향은 아니라고 고백합니다. 조용한 혁명가 스타일입니다. 작지만 신중하게 현재 상황에 이의를 제기하여 변화를 이끄는 촉매 역할을 합니다. 개인적 행동은 혁명이 아니지만, 일상의 노력들이 하나둘 모이면 진정한 발전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기회에 방해되는 걸림돌이 참 많습니다. 자칫 자기만족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믿음을 구축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봅니다. 개인이 문화와 법, 제도와 삶의 전통 등 사회 시스템 안에서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실생활 구석구석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들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구해 주고 싶다는 충동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연민과 '백인의 눈물'이 얼마나 무용한 지. 마음속에 품은 의도와 겉으로 드러나는 영향력이 언제나 같진 않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공감하며 위로를 한답시고 한 말이 정작 당사자에겐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지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맞이할 겁니다.


선한 사람 대신 계속 발전하는 선한 듯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사고방식은 성장형 사고방식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살얼음판을 걷는다고 해요. 스트레스가 높고 자기 위협이 높아지는 순간 노력 자체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선한 개인의 무의식적 편견에 대한 내용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드러나는 무의식적 편견은 쉽게 드러나지 않기에 책을 통해 이렇게 인지하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평생 동안 누린 특권의 실체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을 걸을 수 없는 사람에 비해 자기 다리에 대해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없는 사람들은 쉽게 얻을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상적 특권.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볼 뿐이었던 겁니다.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 중 한 가지는 의도적 인식입니다. 배울 것이 많은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조차 우리는 여태 잘못된 접근법을 많이 썼다고 해요. 피부색 외면, 용인 같은 건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대놓고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뜻으로 한 말인데도 그렇습니다.


선의로 하는 행동이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오는 사례를 접할 때마다 뜨끔하게 됩니다. 진정한 포용은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 이제라도 잘 배우고 싶어요.


책을 통한 가치관 구축도 효과가 좋다는 걸 알려줍니다. 특히 사회적 내용이 담긴 소설을 읽길 권합니다. 믿음을 변화시키는 데에 소설이 비소설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정유정 작가의 이야기가 떠오르는데요. 열다섯 살 광주 5.18 혁명을 직접 경험한 그날, 대학생 오빠의 방에서 수면제로 보이는 두꺼운 책을 한 권 가져와 읽었다고 합니다.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입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밤새 읽게 되었는데, 당시 광주의 상황과 묘하게 닮아 가슴이 터지도록 오열하며 울었다고 합니다. 켄 키지의 책을 통해 정유정 작가의 가슴에는 "나를 통해 세상이 타오르게" 하고 싶은 열망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한 권의 소설이 그의 인생에 작은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편견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더 능숙하게 신념을 구축하는 사람이 되도록 힘을 실어주는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무의식적으로 온정적 차별을 하진 않았는지, 개인의 변화는 결국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오진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사회적 차별을 강화해 온 것은 아닌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자신과 타인에 대한 생각을 세심하게 조종할 수 있게 안내하는 책입니다.


"구축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은 힘들다. 힘들지 않다면, 적어도 가끔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믿는 사람일 것이다." -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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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 손잡고 웅진 모두의 그림책 33
전미화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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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가씨가 오빠의 손을 꼬옥 잡고 어디론가 갑니다. 개나리색 원피스가 발랄하고 개구진 꼬마 아가씨의 설렘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주제를 알고 보면 정말 짠하면서도 뭉클해집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요.


이른 새벽 엄마와 아빠는 일찌감치 일을 하러 나가고 오빠와 동생만 집에 있습니다. 오빠는 동생의 아침도 챙겨주고, 양치질도 해줍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오빠와 함께 하루 종일 밖에서 보냅니다. 천진난만 발랄한 아이답게 꽃들도, 나무도, 구름과도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힘들면 오빠 등에 업혀서 가기도 합니다. 뒷모습만 등장하는 오빠가 참 의젓해 보여요. 단단한 입매가 듬직 그 자체죠.


동생 돌보는 걸 귀찮아할 법한 오빠일 텐데, 고생이 많겠다 싶어요. 오빠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맞벌이 부모 아래서 아직 어린 동생을 돌보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천지가 요동치는 듯한 분위기로 바뀝니다. 거친 붓 터치의 그림만으로도 아이들의 두려움이 전달되는 기분입니다. '크고 무서운 사람들이 또 왔어.'라는 걸 보고 빚쟁이들이 찾아온 건가 싶었어요. 오빠와 동생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꽁꽁 숨는 게 최선입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이 숨어 있어도 언제나 잘 찾습니다. 난리통에 떨어뜨린 오빠의 파란 모자도 뒷주머니에 잘 챙긴 아빠의 모습에 쿵쾅거렸던 마음이 사르륵 진정됩니다.


그림책 <오빠와 손잡고>를 처음 읽을 땐 부모의 부재 속에 놓인 아이들의 고통을 다룬 이야기이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더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고요.


<오빠와 손잡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와 뉴타운 사업으로 동네가 철거된 철거 현장에서 시작합니다. 전미화 작가가 이 그림책을 내놓게 된 배경을 알게 된 이후에는 미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다시 보입니다. 집이 요동치는 그림은 포크레인의 굉음과 함께 철거가 시작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거예요.


오빠는 동생을 지켜주지만 오빠 역시 아이일 뿐입니다. 부모의 든든한 품이 필요하죠. 동생을 업어줄 땐 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오빠의 등은 한없이 넓었던 것처럼, 오빠도 아빠의 등에 업힐 땐 그저 작은 아이입니다. 그런 디테일한 그림 표현이 울컥하게 만듭니다. 철거민 가족의 애환을 배경으로 한 <오빠와 손잡고>는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이라는 온기가 주는 치유를 보여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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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 읽고 씩 웃으면 싹 풀리는 인생공부 - 세상에서 가장 기발하고 재밌는 멘탈 트레이닝
존 자브나.고든 자브나 지음, 정유선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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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자기계발서가 결합된 <쓱 읽고 씩 웃으면 싹 풀리는 인생공부>. 이솝우화, 탈무드, 채근담처럼 촌철살인 화법을 날리며 날카로운 통찰을 낳는 이야기들은 음미하기 딱 좋지만 조금 거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쓱씩싹 인생공부 책에는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해학과 풍자가 담긴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좀 더 지금의 내 이야기처럼 다가와 공감하며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웃음과 헌신을 꼽는 자브나 형제는 1,5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전달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피식 웃고 잊어버리는 농담 수준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웃음과 동시에 생각거리를 안겨줍니다.


이야기 속에서 삶의 교훈과 지혜를 건져올렸다면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필요합니다. 보통의 자기계발서처럼 우리의 맹점을 알아차리라는 지식 정보만 전달했다면 주입식 공부하듯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준이었을 텐데, <쓱 읽고 씩 웃으면 싹 풀리는 인생공부>는 빵 터지게 하는 이야기를 읽다가 아하!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선사하니 은근 카타르시스가 있더라고요.


명사들의 어록, 영화 명구절 등으로 마무리하는 부분도 맘에 들었어요. 재미있는 사례, 그 속에서 건져올리는 통찰,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스킬, 명언까지. 청소년 자녀와 한 편씩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100가지 이야기를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쭉쭉 읽어내려가기보다는 한 번에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음미하는 게 중요합니다. 심각한 조언 대신 유머를 섞으면 훨씬 쉽게 이해되는데다가 남과 대화할 때 써먹을 만한 주제도 많아 두고두고 한 번씩 들춰볼 만한 책입니다. 대신 아메리칸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어이없음 표정을 지을만한 유머도 있긴 하니 참고하세요. 미국 시트콤 스타일 유머 좋아한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는 결핍보다 풍요에 초점을 맞추라는 조언에 등장한 이야기입니다. 한 노인이 숨을 거두기 전 가족들에게 이런 유언을 남깁니다. "제이슨, 퍼시픽 하이츠에 있는 집들은 네가 맡아주면 좋겠다.", "조쉬, 시티 센터에 있는 사무실 건물은 네게 주고 싶구나.", "수잔,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시내에 있는 모든 상점과 주거용 건물들을 남기겠소."


이 말을 들으니 어떤가요. 사망한 노인이 어마어마한 부호라고 생각되죠. 곁에서 듣고 있던 간호사는 부러운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가 남긴 건 다름 아닌 신문 배달구역입니다. 이렇듯 내가 갖기 못한 것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지려 할 때, 쓱씩싹 인생공부는 생각을 고쳐먹게 하는 인생 조언을 알려줍니다. 결핍이 아닌 풍요에 초점을 맞추고,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라고 말이죠.


일상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재밌고 기발한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쓱 읽고 씩 웃으면 싹 풀리는 인생공부>. 이야기 한 편을 읽고 내가 생각한 느낌과 작가가 제안하는 인사이트 주제가 다를 땐 오히려 다양한 시선을 접하게 된 느낌이어서 더 좋더라고요. 가볍게 읽으면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지혜와 교훈을 안겨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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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의 말 -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선 불꽃 인생
나혜석 지음, 조일동 옮김 / 이다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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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는 '나혜석거리'가 있습니다. 주변 문화예술회관과 야외 음악당이 있어 그저 스쳐 지나갔던 정도뿐이었는데 이제는 나혜석의 삶을 생각하며 찬찬히 거닐어보고 싶어집니다.


수원 태생 나혜석은 우리나라 여성 최초 서양화가이자 작가, 여성의 주체적 권리와 인권을 펼친 운동가입니다. 조혼이 횡행하던 시절 여성도 인간임을 주장하는 단편소설 <경희(1918)>를 썼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육아맘의 경험을 공론화시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모(母)된 감상기(1923)>,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이혼 고백서(1934)> 등 한결같은 마음으로 여성의 주체적 권리를 위한 행보를 펼쳤던 여성입니다.


당시 가부장적 시대 상황을 생각해보면 정말 입이 쩍 벌어질만한 이야기를 많이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으며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됩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신여성으로 살면서도 시대의 벽을 허물지 못한 그의 말년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심신이 병들어간 채 무연고자로 사망해 무덤조차 있지 않은 나혜석의 삶이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나혜석의 말>은 나혜석의 산문과 대담, 논평 가운데 여성권을 비롯해 진보적인 관점에서 쓰고 밝힌 것을 엮은 책입니다.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선 나혜석의 말은 100년의 세월이 흐른 이 시대에 읽어도 공감할 바가 많습니다.


현부양부란 말은 없으면서 현모양처라는 말로 여성들의 삶을 속박한 사회와 가정. 여자는 자각 없는 존재고, 사물에 어둡고, 처리가 둔하다는 편견은 오랜 세월 자리 잡았습니다. 똑 부러지게 말하는 여자는 드센 여자고, 말 없고 생각 없는 자를 여자답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집에서는 아버지를 좇고 출가해 남편을 좇고,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을 좇으라는 삼종지도도 있지요. 


이미 남녀평등사상이 널리 퍼져 여자의 지위가 변해 가기 시작한 당시 서양처럼 나혜석은 "조선 여자도 사람이 될 욕심을 가져야겠소."라는 말로 변화를 촉구합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듯 나혜석은 "자기 소유를 만들려는 욕심과 활동할 욕심"을 가져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우리도 남과 같이 사람다운 여자가 되고 남의 일을 나도 판단할 줄 알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할 줄 알며, 더러운 것을 더럽다 할 줄 알거든." - 나혜석의 말 


낮밤 가리지 않고 우는 아이 때문에 심신이 쇠약해진 나혜석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내 평생소원은 잠이나 실컷 자 보았으면."이라고 할 정도로 수면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경험해보지 않은 이라면 그 고통을 짐작할 수 없을 겁니다.


모성애에 대해 이성과 감정의 충돌을 제대로 겪고 쓴 나혜석의 글은 지금 시대라면 공감할 육아맘들이 정말 많을 테지만 당시엔 두들겨맞는 비난 일색이었습니다. 한창 경력을 쌓을 나이에 육아를 하느라 경력 단절을 겪고, 본능적으로 맹목적으로 육체와 영혼을 자식을 위해 바치는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건만. 그가 받은 비난들은 사실 일반 여성, 조선 여자 전반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말들이었습니다.


"우리 조선 여자는 너무 오랫동안 자기에게 제일 중요한 것을 잃고 살아왔습니다. 즉 나도 '다른 사람과 같이 생명이 있다.' 하는 것을 억제하고 왔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제 숨소리를 들어보시오. '여자도 사람이다.' 하는 자부심이 이상스럽게 전신에 흐르리다." - 나혜석의 말


자신을 잊고 살아온 삶을 처량하게 생각할 줄 알았던 나혜석은 가정 살림살이 개량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남자가 자기만 일하는 줄 알고 자기만 잘난 줄 알며, 사회제도가 그릇되고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여자들의 대물림 과실도 짚었습니다. 자기를 잊고 살아온 여자들에 대한 일침입니다. 자기 자신을 진실로 사랑할 줄 알면 진심으로 살 수 있을 거라는 한 줄기 희망을 안겨줍니다.


10년의 결혼 생활과 사 남매를 뒀던 나혜석은 이혼을 하게 됩니다. 그 여정도 참 파란만장합니다. 이혼 과정에서 겪은 사건과 감정을 기록한 <이혼 고백서>는 정말 눈물겹습니다. 주부로서 화가 생활을 어떻게 견뎌냈고, 이혼 과정에서 경험한 남편과 자식에 대한 감정을 토해 놓았습니다.


너무 슬픈 말년을 보내 가슴이 아린 나혜석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서 살기 위해 여성의 목소리 대신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한 인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 <나혜석의 말>. 화가와 작가이기 전에 인형이 되기를 거부한 여성 나혜석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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