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쓰고, 함께 살다 - 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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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님이 벌써 등단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20세기 한국 현대사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다듬어 개정판으로도 출간되었는지라 이미 읽은 독자마저도 재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50주년을 개정판 작업만으로 끝내기는 아쉬웠다며 40주년 때 『황홀한 글감옥』에 이어 독자와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조정래 작가의 문학론, 인생론, 사회론, 역사론을 담은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읽으면 '작가 조정래'를 종합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대하소설 3부작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많아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고, 아직 그 소설을 제대로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호기심 유발용으로도 무척 좋습니다.


총 3부에 걸쳐 작가로서의 인생, 대하소설 3부작, 우리 사회와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50년 문학 인생은 의자와 일체가 되었던 시간이었더군요. 만족할 만큼 글을 써내고서야 의자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글쓰기 재능이 탁월한 천재로 바라봤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치열한 노력이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승리의 성취감이야말로 다음 원고를 자신 있게 써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조정래 작가님. 문학의 길이 쉼 없는 정신작업의 실천임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읽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쓰고 또 쓰면, 열리는 길". 50년 동안 한 시도 잊은 적 없이 곱씹어온 경구라고 합니다. 쉼 없이 지치지 않고 실천해 나가는 것으로 문학의 길을 걸어오신 겁니다.


순수문학에 대한 탄생의 비밀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정치와 무관하게 순수한 아름다움의 예술을 창조한다는 말은 겉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식민통치의 고통, 참상, 불행을 외면하겠다는 의미라는 걸 일깨웁니다.


조지 오웰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정치적 태도"라고 말했고, 조정래 작가님도 그 시대 현실의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는지 묻습니다. 순수문학과 달리 조정래 작가님의 소설을 참여문학이라 부르는 이분법적 구분은 이제 시대착오적 유치함이라고 단언합니다. 오직 좋은 소설, 감동적인 작품이 있을 뿐이라는 당찬 외침에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 하는 조언도 있습니다. 1인칭 소설만 쓰지 말고 3인칭 소설을 쓸 줄 알아야 대하소설이 나온다고 말이죠. 그러고 보니 조정래 작가님의 현대사 3부작의 후속작으로 꼭 써주셨으면 하는 시기가 있죠. <한강> 이후 80년대~2000년대 민주화 여정을 조정래 작가님의 시선으로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작가님은 대하소설을 쓸 만한 여력은 이제 없다고 고백하십니다. 젊은 작가들에게 공이 넘어갔지만, 기대는 크지 않은 듯합니다.





50년 문학인생을 소회하는 조정래 작가님의 말씀을 읽다 보면 울컥하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정치사회적 언어가 센 작가로만 알고 있던 이들은 손자와 그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를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곳곳에서 엿볼 수도 있어 뜻밖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1970년 스물여덟 살에 등단해 상처 많고 고통 많은 우리의 역사를 써온 조정래 작가님. 대하소설의 세계관을 꼼꼼히 살펴보는 일은 작품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가 됩니다.


소설 쓰는 것만큼의 정성을 바쳐야 하는 취재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강연 외 어디서 듣겠어요. 취재가 어떻게 영감이 되어 소설에 반영되는지. 여행의 낭만 따위 없는 고된 취재 현장, 열정 가득한 취재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순간순간 느끼는 좌절감, 방황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노력뿐이라고 합니다.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말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게 정답이라고 합니다. 작가로서의 직업병은 조정래 작가님에게도 닥칩니다. 위궤양은 기본이고 재발이 잦은 탈장도 겪으며 예술의 길은 끝없이 외롭고 고달픈 길임을 소회합니다.


최근 작품인 <천년의 질문>은 저도 무척 인상 깊게 읽은 소설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라는 말로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우리는 투표를 한 것으로 권리를 다 행사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소설입니다.


국민들의 철저한 권력 감시와 감독의 부재를 짚어 현재 한국의 현실을 진단합니다. 그리고 시민단체 활성화 방안을 통해 해결책까지 제시합니다. 꼴 보기 싫은 정치, 머리 아픈 정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은 솔직히 그동안은 외면하기 일쑤였던 저도 읽을만했으니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은 읽어보세요.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 조정래 작가 


제목 <홀로 쓰고, 함께 살다>처럼 문학의 길은 오로지 혼자 걷는 길이라고 합니다. 혼자 걷는 길이 어둡지 않으려면 깨달음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책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작가의 태도론과 창작론에 대한 이야기는 문학도에게 깊이 있는 통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고,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비하인드스토리를 하나씩 알게 되는 즐거움을 얻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정치 사회적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앞으로의 20년 집필 계획도 세워두셨다니 다음 작품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독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구성으로 진행된 <홀로 쓰고, 함께 살다>. 질문의 질은 수준이 들쑥날쑥이지만 답변만큼은 예리합니다. 그나저나 자꾸 독자에게 문제를 냅니다. "문학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 말이죠. 답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며 독자에게 되려 질문을 던지는데 몇몇 질문에 대한 답을 해내려면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야 하니 이참에 정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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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랑 -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26
조우리 지음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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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금사빠가 되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그 순간 만큼은 온 마음을 담아 사랑을 한, 찬란했던 그 시절. 소설 <오, 사랑>의 주인공 오사랑은 조금 낯선 사랑을 합니다. 열여덟 살에 마주한 첫 설렘의 감정은 동성 동급생에게 향합니다.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오, 사랑>은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입니다. 마침 우리집 청소년 아들 학교 도서관에서도 구비해 신간도서로 소개를 하고 있길래 얼른 읽어야겠다 싶더라고요. <어쨌거나 스무살은 되고 싶지 않아>로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는 조우리 작가는 <오, 사랑>으로 청소년 문학작가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세워 앞으로의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청소년 소설 이렇게 예쁘게 나오는군요. 상큼한 일러스트와 함께 해시태그를 활용한 목차와 키워드가 눈에 띕니다.


유튜버가 되고 싶은 오사랑과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이솔은 우연히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난 후 학교에서도 친구가 됩니다. 특출난 게 없이 모든게 평범한 사랑이는 그냥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뷰티 유튜버를 꿈꾸는 고등학생입니다. 빵 뜨고 싶어하지만 뚜렷한 목표도 없고, 노력은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솔이는 타투이스트라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느슨함과 무심함이라는 아우라를 풀풀 풍기면서도 취향만큼은 확고한 학생입니다. 꿈이 있는 솔이의 반짝거림에 비해 사랑이는 스스로가 보잘것 없어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함께 있으면 편안해지는 친구 사이가 됩니다.


사랑이는 다른 어떤 친구에게도 가져 본 적 없는 감정이 싹틉니다. 이 감정의 정체가 뭔지 자신도 잘 모르던 찰나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솔이의 성적지향성이 본의아니게 아웃팅되면서 둘의 관계를 호기심과 혐오가 뒤섞인 눈으로 바라봅니다.


십 대의 사랑, 십 대의 커밍아웃을 주제로 SNS에서는 난리가 납니다. 사랑이에게 가해지는 왕따는 도를 넘어섭니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미움과 혐오.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현실에 놓인 사랑이는 가출, 자살 등을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밀이 있어.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건 비밀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거야." - 오, 사랑 


부모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겪게 된 사랑이에게 가족 문제까지 덮칩니다. 사랑이의 생물학적 아빠가 따로 있었던 겁니다. 영국에 살던 친아빠에게서 그동안 왔던 카드를 숨겨온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하나씩 진실을 알아갈 때마다 자기만 소외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결국 솔이와 함께 가출을 단행하게 됩니다. 그것도 친아빠가 있다는 영국으로 말이지요.


집을 떠나자마자 매 순간이 후회 투성이지만 왜 떠나게 되었는지 진짜 속마음을 하나씩 깨달아가는 사랑이의 여정을 응원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상처 입히거나 피해 주지도 않는데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도 뾰족했던 한국과 달리 그곳에서 문화 충격을 경험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관대함이라는 감정으로 누그러뜨리고 인정해달라고 세상에 요청하는 것조차 이상한 일이라는 걸 느낍니다. "이상하다는 건 나와 다르다는 것인데 장소마다 사람마다 다름의 기준이 또 다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건 다 다르기 때문에 또 다르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비로소 사랑이는 스스로도 알게 모르게 갖고 있었던, 무의식 속에 깊이 자리했던 습관 같은 편견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져도, 어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 오, 사랑 


<오, 사랑>은 여자는 엄마 역할, 남자는 아빠 역할이라는 관습적 편견에 저항하는 성소수자와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공동체의 시선 (이 소설에는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로 연결되지요), 획일화된 가족 구성을 벗어난 가족의 개념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말로는 다문화 사회를 외치며 포용을 강조하면서도 공동체로부터의 배제가 얼마나 쉽게 일어나는지 여실히 드러나고, 자아정체성이 아직은 덜여문 청소년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 소설 분야 중에서도 특히 현실감 있는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나 조력자가 필요하고 수동적인 태도에 머무는 뻔한 인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도 인상 깊습니다.


현실적인 해법에서 한계는 있을 수가 있는데요. 소설 속 오사랑의 아빠는 특히 부러움의 대상이 될만한 캐릭터입니다. 저런 아빠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가족은 저렇지 않다며 더 우울해질 수도 있을만한)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긴 했어요.


한때는 성소수자 문제를 청소년 소설에서는 금기시할 정도로 만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한 권씩 이렇게 세상에 선보이고 있네요. 성소수자 청소년 소설은 《나》 (이경화, 바람의아이들, 2006), 《비너스에게》 (권하은, 자음과모음, 2010), 《나는 즐겁다》 (김이연, 사계절, 2011) 등이 있으니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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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독서 노트의 힘 - 책 읽고 난 후 쓰기 습관 들이기
이은정 지음 / 미디어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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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해온 12년 차 초등 교사 이은정 저자의 책 <초등 독서 노트의 힘>. 책을 읽은 것으로만 끝내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기록한 내용을 언제든 꺼내 활용할 수 있는 독서 노트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꾸준히 독서 노트를 쓰고 있는 저도 이 책에서 소개한 독서 노트 기록과 보관에 관한 아이디어가 마음에 쏙 들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얻었습니다.


독서 노트가 왜 좋은지, 어떻게 쓰면 좋은지,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면 좋은지 <초등 독서 노트의 힘>에서 하나씩 알려줍니다. 아이 스스로 유익한 독서 활동을 하게끔 만드는 독서 노트. 아무런 안내 없이 독서 노트를 쓰라고 해봤자 아이들은 막막할 뿐입니다. 노트 앞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붙여주면 막연해하지 않아 하고, 나중에는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독서 노트는 잊고 있었던 생각들을 연결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낸다." - 초등 독서 노트의 힘


애초에 책 읽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의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줄 수 있게 부모와 선생님이 나서야 합니다. 독서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으로 몇 가지 기술을 조언하고 있어요.


독서와 독서 노트 쓰기가 얼마나 좋은지 과학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고,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독서왕 세종대왕, 조앤 롤링, 빌 게이츠, 아인슈타인과 독서 노트의 달인 뉴턴, 정약용,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암 박지원의 사례를 통해 독서 동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독서 노트를 쓰고 나면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편집의 중요성을 놓칠 수 없습니다.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고 확장이 이뤄지니까요. 축적된 독서 노트를 대 주제별로 정리해 보는 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아날로그 노트에서는 A4 용지처럼 낱장 용지와 바인더 조합으로 해야 쉽게 편집이 가능해집니다.


지금까지 한 권의 노트에 날짜순으로 쭉 기록하던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편집에 이르는 새로운 방식에 도전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저도 아날로그 노트에 기록한 건 다시 찾아 읽는 건 힘들더라고요. 대신 블로그가 있으니 검색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어 다행이지요. 다만 이것저것 가지치기하고 다듬어 올리는 리뷰 외 더 상세한 내용들은 노트에 고스란히 잠자고 있으니, 저도 고민을 더 해봐야겠습니다.




신사임당이 아들 율곡 이이에게 소모적인 독서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초, 전공, 심화로 구분해 읽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눈이 번쩍!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헤매는 초보 독서가에게 딱 좋은 내용입니다. 취미와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책, 진로나 전공과 관련한 책, 양서로 구성된 추천도서로 구분하면 독서 노트의 큰 인덱스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저도 한창 육아서와 자기계발서를 읽던 시기에 도서관에서 도서 분류표에 따라 꽂힌 책장 한두 칸을 좌르륵 훑어보며 해당 주제에 어떤 소주제의 책들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다독했던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되더라고요.


읽을 책을 찾았다면 이젠 제대로 읽어봐야죠. 생각하는 책 읽기를 위해 독서 활동에서 꼭 필요한 사항을 짚어줍니다. 독서 노트를 쓰는 방법으로는 A~E 타입으로 구분해 다양한 스타일을 소개하는 것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단 한 가지의 일률적인 양식보다 큰 틀 안에서 책에 잘 맞는 독서 기록 양식을 선택하면 됩니다.


매일 조금씩 오래 읽어야 하는 고전을 읽을 때, 장·단편 동화를 읽을 때, 유의미한 질문거리가 많은 책을 읽을 때 등 독서 노트 쓰는 법을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주니 이해가 쉽게 됩니다.


독서 노트를 쓰면 달라지는 것은 무척 많습니다. 과거의 독서 노트에서 자기와의 대화를 할 수 있고, 곱씹어 읽는 슬로리딩과 접목하기 좋습니다. 뇌가 활성화되어 심층적 이해력이 높아지고 기억도 오래갑니다. 사교육으로도 힘든 나만의 독서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독서 노트가 최고라고 합니다.


동·서양 고전, 인물 단편집, 세계명작, 국내외 수상작 등 저자가 정리한 추천도서는 호기심 유발하기 위해 들려주면 좋을 만한 배경 정보도 함께 실려 있어 도움이 됩니다.


나만의 생각들을 꾸준히 쌓아 나가는 기록, 독서 노트. 초등을 대상으로 한 제목이지만 만만히 보면 안 됩니다. 성인이지만 독서 노트를 제대로 써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무척 실용적인 책입니다. <초등 독서 노트의 힘>으로 나만의 독서 노트를 만들어 나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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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뇌를 해부한다면 - 허언증부터 가짜 뉴스까지 거짓말로 읽는 심리학 지식 더하기 진로 시리즈 6
이남석 지음 / 다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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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정의에 따라 차이는 크지만 하루 최소 1.5회부터 많게는 200회 정도 거짓말을 하는 인간. 심리학에서는 말로 하는 것 외 속임수, 치장, 과장, 왜곡 모두 거짓말로 정의한다고 합니다. 진심, 진실과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거짓말.


성인과 청소년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심리변화연구소 소장 이남석 저자는 <거짓말쟁이의 뇌를 해부한다면>에서 여러 이유로 진실과 다른 말을 하는 인간의 양면을 보여주는 거짓말을 심리학으로 파헤치고 있습니다. 거짓말하는 사람의 특징과 거짓말을 가려 내는 법 등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는 심리학 분야 직업군을 두루 다뤄 청소년 진로 탐색에 도움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거짓말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본능이라고 설명합니다. 본능은 지능 이전에 작동하는 거죠. 어린 아기도 거짓말을 할 정도로 모든 생물 중 인간이 거짓말을 가장 잘합니다. 발달심리학에서도 아이의 거짓말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거짓말쟁이의 뇌를 해부한다면>은 다양한 거짓말들을 소개합니다. 인간관계를 위해 배려의 의미에서 하는 하얀 거짓말도 있고, 직업상 마음을 사로잡을 화려한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적, 정치적, 경제적 이익 등을 위해 다양한 이유로 하는 거짓말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건강에 이로운 착각을 일으키는 플라세보 효과는 긍정적 마음이 실제 효과를 나타내는 겁니다. 반대로 부정적 마음이 효과를 나타내는 건 노세보 효과라고 부릅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비슷한 개념들로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골렘 효과, 스티그마 효과가 있습니다. 핵심은 거짓말로라도 부정적 낙인을 찍으면 실제로 부정적인 성과를 나타낸다는 겁니다. 결국 나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인 자기효능감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네요.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자기 자신을 위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실패 후에 쏟아질 비난을 피해 보려는 심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자기 입맛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쟁이로 보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하얀 거짓말에서 검은 거짓말로 넘어서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기기만으로 가는 거짓말의 피해는 생각보다 큽니다.


요즘처럼 SNS 활동이 많은 시대에는 인정받기 위한 나르시시즘에 바탕을 둔 거짓말도 많습니다. 리플리 증후군 같은 경우는 SNS에 중독되면 나타나기 쉽다고 합니다. 현실을 잊어버리고 SNS 속에서의 자신을 진짜라고 생각하면서 상습적, 반복적인 거짓말로 삶을 채워나가게 됩니다.


다양한 지식을 통해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는 지식 더하지 진로 시리즈 <거짓말쟁이의 뇌를 해부한다면>. 거짓말을 중심으로 심리학의 다양한 연구, 연관 직업을 소개합니다. 해당 직업이 하는 일, 갖춰야 할 역량, 관련 자격증, 진출 분야를 살펴보며 심리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궁금증을 해소합니다.


거짓말이라는 특정 주제를 통해 심리학을 이야기하고 있어 쉬운 비유로 이해가 잘 되기도 하고, 심리학의 다양한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는 책입니다. 심리학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을 갖추고 싶은 성인도 읽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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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물리학 -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에서 양자과학 시대 위상물질까지
한정훈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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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질은 양자 물질이다.'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쓰인 책 <물질의 물리학>. 양자라는 개념이 들어가면 뭔가 어렵고 낯설게 느껴져요. 이 책은 전문가들끼리 하는 말만으로는 헤매기 일쑤지만, 과학에 관심은 있는 일반인들을 위해 친절히 풀어쓴 책입니다.


2016년 노벨물리학상의 수상 업적은 '위상 물리학 이론'이었습니다. 수상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사울레스를 지도교수로 뒀던 경험이 있는 한정훈 저자는 당시 대중에게 이 개념을 소개하는 일이 무척 어려웠었다고 토로하는데요. 30여 년의 연구 경험과 수년간의 대중강연과 글쓰기 경험을 아울러 과학적 배경이 탄탄한 독자가 아니어도 읽을 수 있는 <물질의 물리학>을 선보입니다.


우주에는 100여 종의 원자가 있고 주기율표에 이름을 올린 바로 그것들입니다. 일상생활의 뿌리이자 뼈대인 원자. 그 원자를 설명하는 게 양자역학입니다.


물질이란 무엇일까요. 저자는 물질이란 용어가 물리학적이면서 동시에 사회학적인 용어라고 합니다. 주기율표처럼 물질 명부라는 건 없습니다. 원자의 조합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니까요. 왜 원자는 서로 뭉쳐 물질을 만들까요. 왜 어떤 물질은 자석이 될까요. 왜 어떤 물질은 금속이어서 전기를 통하고 다른 물질은 그러지 못할까요. 이 모든 것을 양자역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고대 철학자들의 물질 이론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엉뚱한 결론을 내놓은 셈이지만 사유의 과정과 방법론은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원자라는 이름을 명명한 데모크리토스, 고대 그리스의 4원소설 이후 2천 년 넘게 발전이 없다가 20세기 초반 양자역학의 발견과 함께 몇 년 사이에 제대로 된 물질 이론이 하나씩 만들어졌습니다. 과학적 실험 도구와 수학적 언어가 발전하면서 일궈낸 여정을 주요 물리학자의 업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하나의 입자인 줄로만 알았던 원자가 사실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라는 세 가지 기본 입자를 조합해 만든 복합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래로 원자의 구조를 지배하는 법칙인 양자역학의 원리를 충실히 다룹니다. 현대적 원자 모델을 완성하는 과정이 꽤 흥미진진합니다. 한정훈 교수의 문체는 문과적 느낌이 폴폴 풍기면서 방정식 풀이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19세기 중반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분광학의 결과물이 19세기 후반 원자의 비밀을 풀어내는 열쇠인 양자역학의 탄생을 견인했고, 여기서 오너스의 절대 냉장고는 이후 힉스 입자까지도 발견할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질의 물리학>은 쉬운 이해를 위해 비유를 사용합니다. 특히 전자의 특이한 배타성을 설명하는데 쓰인 파울리 호텔 비유는 멋지더라고요. 어떤 방이든 각 방에는 남자도 한 명, 여자도 한 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파울리 호텔. 남자끼리는 방을 바꿔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규칙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모든 물질은 일종의 파울리 호텔인 겁니다.


재미있는 건 전자는 게으르다는 거예요. 1층에 있는 방부터 서로 차지한다고 합니다. 어떤 물질이든 자신의 에너지를 최소화한 상태가 가장 안정적인 상태라고 하는 물리학 법칙의 일부가 전자의 게으름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2층은 꽉 찼지만 3층은 절반만 찼다면 유동성이 생겨 그게 바로 금속이 되는 거라고 합니다. 이 방식으로 부도체와 도체를 분류해봅니다. 만약 자유로운 혼거를 허용했다면 이 세상에 절연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물질세계의 질서는 정말 심오합니다.


호텔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건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 운영방식은 194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파울리의 배타원리. 명쾌하게 이해되는 파울리 호텔 비유는 이후 책에서 쭉 이어지니 잘 기억해둬야 합니다.


빛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빛도 물질일까요? 입자, 알갱이와 결부될 만한 성질만 생각하고는 빛은 물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쉽지만 빛도 입자입니다. 이걸 인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양자역학 이론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양자라는 건 물건의 개수를 세듯 빛이 품고 있는 에너지의 양을 셀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뉴런의 프리즘, 맥스웰의 대발견,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의 공식, 슈뢰딩거의 방정식 탄생까지 이어집니다. 빛은 양자화된 에너지 덩어리라는 개념이 과학의 보편적 상식이 되어가는 여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자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파울리 호텔의 비유로 설명할 때만 해도 이해는 잘 된 편인데요. 위상수학과 양자 물질의 만남으로 대도약을 이뤄 위상 물질 시대에 이른 최근 물리학 이론은 여전히 어렵게 다가오긴 합니다. 은연중에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3차원적인 물질만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눈으로 볼 수 없는 전자 세계를 연구한다는 것,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면 이 책은 꼭 읽어보세요. 1차원 물질 나노튜브, 2차원 탄소물질 그래핀에 이어 한정훈 저자의 주요 연구 분야인 스커미온 이론, 양자 스핀계 이론 등 앞으로 더욱 가치 높아질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하드 드라이브가 땅콩 크기만 해진다면 스커미온을 발견한 연구자들에게 감사해야 할 거라고 하는데, 그날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응집물질물리학을 소개하는 최초의 교양서 <물질의 물리학>. 알쏭달쏭한 위상 물질에 대한 이야기까지 속시원히 다루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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