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운명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 2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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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배운 동요 하나. 혜은이의 '파란 나라'가 생각났어요. 그 노랫말 가운데, '난 치르치르의 파랑새를 알아요'가 있지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 동요를 들었지만, 저는 '치르치르의 파랑새'를 알지 못했어요. 안데르센만 알았지요. 치르치르의 파랑새는 제게 물음표였어요. 그 물음표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느낌표가 됐지요. 소년 치르치르는 여동생과 함께 파랑새를 찾으러 다녔대요. 헤매다가요. 결국 집에서 파랑새를 찾았대요.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었어요. 그런데, 새장을 여는 순간 날아갔다고 하네요. 제가 조금 더 자라서 그렇게 알게 됐지요. 그리고 지금, 그 '파랑새'의 지은이가 '모리스 마테를링크'라는 걸 알게 됐네요. 치르치르의 원래 이름은 틸틸이었고, 그 여동생 미치르의 원래 이름도 미텔이었다는 걸 알게 됐고요1. '파랑새'의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준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산문집을 만나면서요. 그래서 혜은이의 '파란 나라'가 생각난 거예요.

 

(사진 출처: 아르테 네이버 포스트)


 '세상 누군가는 행복을 생각하고,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행동해야 합니다.' -19쪽.


 '조금 더 많은 생각과 조금 더 많은 용기, 조금 더 많은 사랑과 호기심, 조금 더 많은 삶의 열정으로 언젠가는 진실과 기쁨의 문이 활짝 열리리라 믿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좋은 일에 대한 상상은 절대로 허상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고 현명해지기를 얼마든지 희망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 해도 희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20~21쪽.

  

 '당신은 행복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행복을 만만하게 봐선 안 됩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가장 잘 인지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행복을 가장 잘 인지하는 사람은 인간적인 용기와 지칠 줄 모르는 자긍심으로 비탄에서조차 행복을 추출해낼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1쪽.


 '사람은 지혜로워지는 딱 그만큼 본능적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불행을 극복한 사람의 영혼을 괴롭힐 수 있는 운명이란 없습니다.' -36~37쪽.


 '사랑의 힘을 갖지 못한 지혜는 진정한 지혜가 아닙니다.' -39쪽.


 '사랑하십시오. 당신은 지혜로워질 것입니다. 지혜로워지십시오. 당신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 사랑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기를 멈출 수 없기에 끊임없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64쪽.


 '사실 우리 삶에 모자란 것은 행복이 아니라 '행복의 깨달음'입니다.' -102쪽.


 '지혜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도 덜도 말고 인생에서 행복의 고정점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108쪽.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시인, 극작가, 수필가, 1862~1949)의 산문집 '지혜와 운명(1898)'. 사랑을 품은 지혜가 운명을 넘어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의 글들. 역시 탁월하네요. 오랫동안 넓고 깊은 생각에서 움튼 그의 글들이에요! '벨기에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에 어울려요. 그렇기에 191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겠지요. 옮긴이 서문에서도 ''영적인 경지', '신비스런 힘', '심오함' 등의 평가는 마테를링크의 대표적인 희곡들은 물론 후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산문들을 보아도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10쪽)'고 하고요. 또, '체계적인 논리를 초극한 직관적 깨달음을 담아냈기에, 그는 한 편의 글에서도 모순된 언술을 피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 그는 모순되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오히려 "새로운 나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12쪽)'고 해요. 시인이기에 시적 언어로 담아낸 그의 생각. 역설법으로도 담겼겠지요.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동요 '파란 나라'에 이런 노랫말도 있지요.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이라고요. 이제 우리에게 파랑새는 행복을 상징하는 동의어가 되었으니, 파란 나라도 행복을 상징할 거예요. '꿈과 사랑이 가득한' 행복. 사랑이 깃든 지혜로 운명을 넘어 행복에 이른다는 '지혜와 운명'의 생각과 이어지네요. 또, 동요 '파란 나라'에 노랫말에 이런 것도 있지요. '동화책 속에 있고 텔레비전에 있고, 아빠의 꿈에 엄마의 눈 속에 언제나 있는 나라,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누구나 한 번 가 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라는 노랫말이요. 동화책, 텔레비전, 아빠의 꿈, 엄마의 눈 속에 언제나 있는 행복이지만요.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누구나 한 번 가 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행복이지요. 동화 같은 희곡 '파랑새'에서도 그래요. 가까이에 있지만, 깨닫기 어려운 행복이지요. 물론, 산문집 '지혜와 운명'에서도 '행복의 깨달음'을 이야기하고요. 그리고 동요 '파란 나라'의 마지막에 이런 노랫말이 있지요. '어린이 손에 주세요. 손'이라는 노랫말이에요. 어린이 손에 행복을 달라는 뜻이에요. 어찌하여 어린이일까요? 어린이는 자라나는 꿈나무잖아요. 그렇기에 행복이 손에 닿을 수 있을 거예요. 꿈꾸지 않는 사람은 행복에 닿을 수 없지요. 역시, '파랑새'에서도 파랑새를 새장에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행복은 가둘 수 없지요. 날개를 펼쳐 날아올라야 해요. '지혜와 운명'에서도 '행복을 생각하고,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행동해야 한다'고 하고요.


 '지혜와 운명'을 읽으며, 같은 작가의 작품인 '파랑새'뿐만 아니라, 우리 동요 '파란 나라'까지 생각의 고리가 이어지더라고요. 그 담긴 뜻이 다르지 않았어요. 깊은 숲 속의 오랜 샘에서 길어 올린 맑은 물 같은 글과 노래인 거예요. 사실, 어릴 적에 동요 '파란 나라'를 배울 때는 가볍게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생각을 담았더라고요. 그의 '파랑새'가 '파란 나라'에 날아간 것이겠지요? 그곳에서 지혜로 운명을 넘으라고 노래하고 있겠고요. 그 지혜는 사랑이 담겼고, 운명을 넘으면 행복이 있다고 또 이어서 노래하겠지요. 그 노래에 귀를 기울이게 되네요.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1. 일본에서 '파랑새'를 번역할 때 주인공 이름을 바꾸었고 일본어 번역본을 우리말로 중역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굳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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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과나비🍎 2017-09-14 22:00   좋아요 1 | URL
아, 답글이 늦어서 죄송해요~ AgalmA 님~^^; 댓글 남겨 주셔서 무한 감사입니다~^^*
예~ 검색하니, 예쁜 파랑새가 있더라고요~^^; 그럼, AgalmA 님~ 좋은 밤되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