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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이지환 지음 / 부키 / 2021년 9월
평점 :
부키의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는 이지환 의사가 쓴 책으로, 탐정이 된 의사가 역사 속 천재들을 본격 진찰하는 책이다. 내가 살면서 위인들의 업적과 삶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많이 읽어봤다만, 그들의 건강상태와 그들이 바라본 질병은 어땠는지 읽게 된 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워낙 <건강>이라는 단어가 우리 모두의 화두이기도 하고, 위인들이 살았던 시대에는 과연 <웰빙>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배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간에, <건강>에 대해서 읽어보는 것은 늘 좋지 아니한가. 우리 모두 챙겨야 하는 것이니.
책은 총 10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세종의 허리: 조선 최고의 리더가 운동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2부: 가우디의 뼈: 천상의 건축가는 왜 하필 해골 집을 지었을까?
3부: 도스토옙스키의 발작: 세계적인 대문호가 도박꾼이 된 사연
4부: 모차르트의 부종: 음악 신동의 사인은 질투인가 돼지고기 인가?
5부: 로트레크의 키: 물랭 루주의 천재 화가는 왜 난쟁이로 태어났을까?
6부: 니체의 두통: 실존 철학의 선구자는 어쩌다 정신 병원에 입원했을까?
7부: 모네의 눈: 인상파의 거장이 추상화처럼 그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8부: 프리다의 다리: 자화상의 대가는 왜 자기 자신을 붉은 과일로 그렸을까?
9부: 퀴리의 피: 노벨상 2회 수상 과학자가 정말 방사능의 위험을 몰랐을까?
10부: 말리의 피부: 희망을 노래한 레게의 대부는 왜 암을 방치했을까?
"통증에 시달리던 니체는 맑은 아침에도 진리를 찾기 위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간 인간적인 철학자다. 묵묵히 니체를 따랐던 가스트는 친구를 묻으며 이렇게 말했다. "모든 후세에 당신의 이름이 거룩하게 불리길." P.165
- 책이 조명한 10명의 위인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엄청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으나, 개인적으로 니체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렸을 때부터 어지러움을 호소해오면서도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은 그의 배움을 향한 열정과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진리를 찾았던 니체가 있었기에 오늘날 내가 그의 주옥같은 글을 읽을 수 있었구나 싶어서 감동스럽기도 하고, 너무 고통스럽게 간 것 같아서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만약 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그의 사상은 달랐을까? 철학을 향한 고집스러운 그의 행보가 어쩌면 중간에 멈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 처럼 내가 몰랐던 것을 독서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 또한 새로운 정보로 인해 파생되는 물음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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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니 이들 역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나의 건강을 염려하고 나의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염려하듯이, 이들도 건강에 대한 걱정이 있었고,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지 평생을 탐구했다. 이들도 나처럼 "건강"을 챙겼다는 것 -- 감히 내가 이토록 위대한 분들과 공유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 본다.
명심하자. 첫째도 건강이요, 둘째도 건강이다.
"의학은 한 편의 추리다. 의사는 통증이라는 사건을 안긴 가해자 질병을 탐정처럼 수색해 나간다." P.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