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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 황혼이 깃든 예술가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분투기
윌리엄 E. 월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2월
평점 :
"이제 나의 백발과 나의 고령을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
실로 멋진 말이 아닐 리 없다.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의 맨 뒤에 쓰여 있는 이 구절을 보고 2021년의 마무리는 이 책으로 해도 좋겠다 싶었다. 이 구절이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에 미켈란젤로라는 천재 건축가가 이야기했다면 감동은 더해지지 않을까. 하기사 요즘이야 엄청난 발전으로 인해 100세 시대다, 120세 시대다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살았을 그 시절이라면 "늙음"과 "죽음"을 저렇게 편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한 채 백발이 된 자신의 모습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그가 노년에 세운 엄청난 업적들이 그의 삶을 뒷받침해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미켈란젤로의 생애 만년은 그가 70세가 된 1545년부터 시작된다. 그 당시의 70세라면 기대 수명을 훨씬 넘어선 상태였지만 나이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한 예술가 경력의 최종 단계에 막 들어선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미켈란젤로는 무려 17년간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에 몰입하며 혼신의 힘을 다 바쳤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천재 건축가 미켈란젤로를 만난 것도, 그가 남긴 업적에 대해 배우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인간> 미켈란젤로를 만날 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다. 그 역시 늙어감에 대해 두려워했고,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을 덮치려 할 때마다 신을 찾았다. 그가 자신의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까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평생 사랑해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의 곁을 떠났고, 그는 혼자 남겨져야 했다. 평생을 지지자들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그에게 참 끔찍한 시련이 닥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일을 멈추지 않았고,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다. 자신의 삶이 끝나기 전까지 몰두했으며, 훗날 그가 이 세상을 미련 없이 떠난다고 해도 계속해서 작품 활동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고 그만의 유산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그의 일에 대한 열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미켈란젤로와 같은 천재적인 인물이 수세기에 걸쳐 나올까 말까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예술가는 언제나 자신의 구상을 수정했고 그런 다음에도 좀처럼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P.28
이 책을 통해 미켈란젤로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미켈란젤로에 대한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겠지만,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가 70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끝까지 도전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일을 멈추지 않았다는 그 사실이 고귀하기에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자세는 그가 살았을 시절보다 기대 수명이 훨씬 더 높은 우리들이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미켈란젤로 생애 후반의 특징은 그가 많은 프로젝트에 창의적인 책임을 맡았고 또 그를 주요 건축가로 인정하는 그보다 더 많은 프로젝트에 활발히 개입했다는 것이다. 그가 생애 만년에 정성을 기울여 이룩한 높은 업적 덕분에 로마는 다시 한번 스스로 '카푸트 문디' [Caput Mundi - 세상의 머리]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P.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