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서툰 어른입니다 -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살기 위한 어른의 기본기
사이토 다카시 지음, 정미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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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는 유독 외양적인 젊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무언가에 도전하고 계속 성장해가는 사람이 정말 매력적이다. 안주하지 않고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경험을 쌓되, 내 안의 힘을 믿고 젊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어른의 모습이다." P.7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 숫자가 시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크다. 나도 내 나이에 연연하지 말자고 나 자신에게 몇 번도 더 되뇌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나이를 들먹거리고 있는 걸 보면.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어른이 되려면 19세가 되어야 하고, 그때부터는 소위 말하는 <어른>이 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 또한, 나의 언행에 내가 스스로 책임져야 함은 물론, <어른>으로써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게 사회가 만든 규칙이다. 그래서 어른은 힘들어서도 안되고, 울어서도 안된다. 왜냐? 어른이니까. 


하지만 메이지대 괴짜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여전히 서툰 어른입니다>에서 어른이어도 서툴 수 있고,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잘 살기 위해 하나하나 배워 가고 있는 사람들이니.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어느 순간에도 정답은 내 안에 있다: 나를 대하는 태도

2장: 꿀을 얻으려거든 벌집을 걷어차지 마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

3장: 어른이 되어서도 성장하는 사람들의 비밀: 세상을 대하는 태도 

4장: 당신이 몇 살이든 인생은 매일 출발선에 있다: 미래를 대하는 태도 


"자화자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자기 긍정을 잘하는 사람은 대개 여유가 있다. 여유를 가질수록 우리는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나갈 수가 있다. 대단찮은 강점이라 할지라도 당당하게 드러내는 여유를 지니자." P.28

- 내가 사람들을 만날 때 다른 건 몰라도 당당한 사람, 특히 자기 긍정을 잘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특유의 여유가 있다. 여유가 있기에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 역시 여유 넘치고, 그들이 가진 강점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멋진 시간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긍정이 있는 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개인적으로 즐겁다. 나 역시 내가 여유로울 수 있게 나 자신에 대한 긍정과 확신이 넘치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앞으로도 쭉 나 자신을 가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의 시간을 생명처럼 아껴라." P.121

- 반면에 내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바로 남의 시간을 생명처럼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시간은 금이기에 반드시 아껴야 하는 것이고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것일진대, 남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사람은 본인이 가진 시간의 가치 역시 알지 못할 테니 그들의 삶은 안 봐도 뻔하다. 그래서 나도 시간 약속을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타인의 시간을 나의 시간처럼 소중하게 다루고자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 약속은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내가 누군가를 꺼리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 중에 하나는 상대가 나의 시간을 존중해준다는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을 때다. 그가 내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나를 존중하는 것이 아닐 테니.


-

이 책은 잘 사는 방법을 총망라한 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 타인, 세상, 그리고 미래라는 키워드 속에서 내가 반드시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에티켓과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 있는 내용에 반만이라도 내가 이해하고 행동으로 내비 출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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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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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 냅. <명랑의 은둔자>를 통해 처음 만났던 작가. 그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북하우스에서 <욕구들: 여성은 왜 원하는가>를 보내주셨고, 나는 목차를 보자마자 이 책은 내가 꼭 읽고 쓰고 사유해야 하는 책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욕심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한마디로 욕구가 그득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과 부제에서부터 멋짐이 흘러내린다고 생각한다. 


책은 총 6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케이크 더하기, 자존감 빼기: 불안, 그리고 욕망의 수학

2장: 어머니와의 관계: 허기, 그리고 자유의 대가

3장: 내 배가 싫어, 내 허벅지가 싫어: 육체 혐오, 그리고 억제에 대한 학습된 포용

4장: 브라 태우기에서 폭풍 쇼핑으로: 욕구와 시대정신 

5장: 목소리가 된 몸: 슬픔의 감춰진 무언극 

6장: 희망을 향해 헤엄치기: 신념, 행위 주체성, 그리고 만족을 향한 손 내민 


"무엇이든 당신을 몸과, 자신과, 다른 여자들과 연결하는 것은 당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무엇이든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우리의 빈 곳을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P.311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글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들이 이 책에 다 담겨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쩜 여성의 욕구를 이렇게 세세하게 분석했는지!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여성의 육체, 욕구, 신념 등 사회적으로 <금기> 시 되는 것들에 대해 속 시원하게 글로 써준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당장 나의 브런치에 있는 글만 봐도 내가 <자아실현의 욕구>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을 거다. 나는 늘 성공에 목말라있고, 더 높은 곳에 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며,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린다. 이는 나의 성격이고, 아이덴티티이며,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는데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나처럼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하도 많이 들어서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나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높은 사람이기에 이런 삶을 즐기는 것일 뿐, 이렇게 산다고 해서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기회를 빌어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욕구가 있다. 예뻐 보이고 싶은 욕구, 건강해지고 싶은 욕구,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 똑똑해지고 싶은 욕구, 나 답게 살고 싶은 욕구, 자유를 더 만끽하고 싶은 욕구. 내가 이렇게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여기저기 일을 벌이고 다니는 것 역시 나의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인 것이다. 


-

나는 나의 욕구에 대해 좀 더 솔직하고 싶다. 숨길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는 나의 욕구를 맘껏 펼치라고 배웠고, 내가 이렇게 나의 욕구에 대해 세상 만천하에 떠벌리는 것이 잘못되었다며 나를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나의 당당함을 지지하고 너라면 할 수 있다며 박수를 쳐줬으면 쳐줬지. 


이는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내가 바라보는 이상을 함께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천운을 타고난 것이라 칭하겠다. 자신의 욕구에 대해 손가락질받고 비난받는 여성들이 내 주변에 더 많았으면 더 많았지 적진 않을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욕구를 내비쳤을 때 그들을 대체적으로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반드시 멈춰야 한다. 


누구에게나 욕구는 있는 법. 


My life, my choice. 그것에 대해, 나의 삶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걱정을 가장한 무례한 메시지를 끼얹는 결례는 멈출 때가 되었다. 아니, 진즉에 멈춰졌어야 했다. 


-

이 책은 책 제목 그대로 여성의 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때론 작가가 너무 솔직해서 그 솔직함에 소스라치게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세상 모든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욕구이고, 캐롤라인 냅의 거침없는 질주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졌거나 아직도 놀랍게 느껴진다면 이는 여성의 욕구가 그만큼 짓밟히고 금기시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니.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충족시킬 만큼, 세상에서 기쁨을 누리고 살아 있음을 마음껏 즐길 만큼 그 사람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 안에 진정한 성배가, 한 여자의 갈망의 핵심이 들어 있다."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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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모모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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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주 재밌고 스릴 넘치는 소설을 읽었다. 바로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 이 책을 읽기 전에 네이버에 슬쩍 이 책을 알아봤더니 최고의 반전을 가진 소설 of 소설이었고, 나는 이내 "바로 이거다!"를 외치며 전투적으로 책 읽기에 돌입했다. 


내가 <반전>이라는 요소를 즐길 뿐만 아니라, 그 반전을 추리해 나아가며 책을 읽는 것을 특히나 좋아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양한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는 말에 한번 끌리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라는 많은 사람들에 말에 두 번 끌린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덮었을 때, 내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음을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의 띠지에 적혀있는 "마지막 4글자"는 이 책을 자세하게 음미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반전이다. 우리가 평상시에 자주 쓰는 말이 아닐뿐더러, 이 책을 읽은 자만이 알 수 있고, 이 말이 자주 나오면서도 그렇게 집중적으로 각광받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설렁설렁 읽었다가는 큰코다친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해도 반전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소문>을 읽고 나서 드디어 "스포 주의" 리뷰들을 마주 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리뷰어들은 이 책의 반전에 놀랐다고 이야기했으나, 몇몇의 리뷰어들은 이것이 반전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짐작컨대 이 책을 찬찬히 뜯어보고 씹어먹지 않아서 아닐까, 라는 추측을 감히 해본다.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반전이 재미없을 리가 없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유의 팔 할은 <반전>이라는 요소가 들어갔기 때문이기에 살면서 많은 스릴러 장르의 영화와 책을 <반전>때문에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지금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반전 영화와 책의 제목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하나의 영화, <유슈얼 서스펙트>와 그리고 하나의 책, <소문> 뿐. 


단 네 글자로 소름 돋고 싶다면, 

단 네 글자로 짜릿한 반전을 느끼고 싶다면, 

This is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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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흑역사 - 왜 금융은 우리의 경제와 삶을 망치는 악당이 되었나
니컬러스 섁슨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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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약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벽돌 책을 읽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책의 시작점에 있던 한 글귀였다. 


"이제 세상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자와 빼앗는 자로 나뉜다."


그렇다. 여태까지는 뭣도 모른 채 금융 공부를 게을리하며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금융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는 살 수는 없다,라고 마음먹게 만든 이 글귀 덕분에 나는 <부의 흑역사>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자칫하면 어려울 수 있는 금융에 대해서 쉽게 풀이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책이다. 실제로 내가 직접 읽어보니 금융이라는 큰 토픽을 설명시키려 하는 노력보다는 독자들이 좀 더 즐기며 읽을 수 있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즐비했다. 왜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기보다는 쉽고 재밌게 느껴진다는 평가가 많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찰나였다.



책은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경쟁과 세금은 부의 적이다

2장: 신자유주의,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3장: 악의 소굴이 된 제국의 심장

4장: 우리에게 독식을 허하라

5장: 제3의 길은 없다

6장: 켈트 호랑이의 폭풍성장과 추락 

7장: 누가 금융위기를 불렀나

8장: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신탁의 마법

9장: 단순하지만 위력적인 수탈 장치 사모투자 

10장: 왜 금융은 경제를 망치는 악당이 되었다

11장: 부의 약탈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들 


"막대한 부는 유다른 잔인성과 앙갚음을 낳는 듯하다. 시티 오브 런던이나 월스트리트의 중개인들은 폭력적인 언사를 즐겨 일삼는다." P.319

-이 두꺼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부자들은 왜 더 많은 부를 원할까?"라는 제목을 가진 자그마한 섹션이었다. 부를 본인이 축적했던, 상속받았든 간에 부자들은 더더욱 많은 부를 원하고 행복과 소득은 연봉 7만 5000달러까지만 비례한다는 이야기. 행복과 돈은 비례하다만, 왜 연봉이 7만 5000달러 이상이 되면 더 이상 연봉이 오르는 것에 대해 행복하지 않은 걸까. 책에 의하면 연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람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사실이나, 오르는 금액만큼이나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 거기서 거기-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신기하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데 어느 정도에 도달했을 때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사람의 행복이. 그리고 그 많은 부를 이미 축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부를 창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간사한 마음과 끝없는 욕심이 '인간은 별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나도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는 사람으로서 금융에 대해, 돈에 대해 하루면 수백 번을 생각하게 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돈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살면서 책이 말했던 것처럼, "유다른 잔인성과 앙갚음을 낳을 정도로"의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돈 앞에 무릎 꿇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했듯, 돈을 좇는 삶을 살기보다는 나의 가치관을 올바르게 확장해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이 많은 사람, 플렉스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 실제로 플렉스 하는 걸 좋아한다. 거짓말하지 않겠다. -- 잔인성과 앙갚음에 도태되는 사람보다는 그 누구보다 돈 앞에 여유롭고 내가 세운 가치관과 목표를 따라가기에 바쁜 사람이 되기를 오늘도 바라본다.


-

이 책은 금융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재밌는 이야기로 금융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가진 자와 못가 진 자로 나뉜 세상이 아닌, 가치를 만드는 자와 빼앗는 자로 나뉜 세상을 앞으로 살아갈 분들께도. 가치를 빼앗는 자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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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기억
류주연 지음 / 채륜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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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것을 보는 것만큼이나 세상에 아프고 힘든 것이 있을까. 나에겐 없을 것 같다. 그 이유에서 나는 나의 가족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픈 것이 세상에서 가장 두렵다. 어쩌면 나의 죽음보다도, 나의 고통보다도 더 아픈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인생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픈 것, 혹은 그들을 보내는 시간은 반드시 온다. 삶이 있다면 고통이 있고 죽음이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본 경험이 있지만, 겪을 때마다 익숙해지기는 커녕 더 아픈 것 같다. 마치 아픈 상처를 더 후벼 파는 것처럼 말이다. 


류주연의 <딸의 기억>은 암 투병하는 엄마를 살리고 싶은 저자의 고백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사실 이 고백은 살고자 하는 발버둥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살리고, 엄마를 살리고, 혹시라도 글을 읽고 눈물 흘렸을 당신을 살리고. 가능하면 모두가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나 역시 저자가 이 책을 소개할 때 말했던 것처럼, <딸의 기억>이 많은 이들을 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괜찮다는 음절의 사이

2장: 투병의 역설

3장: 함부로 하는 동정

4장: 개화와 직면한다는 것 


"그때 함부로 하는 동정 따위가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얼마나 힘이 없는지를 깨달았으므로 나는 오늘도 쓴다. 솔직하고,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 하고. 누군가 나를 불쌍하다 생각하게 될지라도." P.138


-나는 이 책에서 "함부로 하는 동정" 이란 제목을 가진 3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 누군가를 함부로 불쌍하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TV 속에서 만난 투병하는 분들이나 어렵게 살고 계신 분들을 볼 때마다 '불쌍하다' 라며 그들을 도울 생각부터 했다. 그 마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불쌍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가 도와야 한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니, 그들이 더 잘 살 수 있게 내가 도와야겠다 라는 생각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꽤나 이성적인 사람이어서 감성적인 것에 쉽게 흔들리지 않지만, '동정심'만큼은 그 어떤 감정보다도 크게 느끼는 사람으로서 나의 동정이 함부로 하는 동정이 아녔는지 돌이켜본다. 그들 역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을. 그들을 동정하는 대신 존중하는 것이 옳은 것이었음을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이 글을 마친다.


-

이 책은 우리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 혹은 이미 마주한 -- 슬픔에 대한 책이다. 따라서 눈물은 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슬픔보다는,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는 슬픔을 마주 하는 게 덜 슬프지 않을까. 이 역시 나의 간절한 바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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