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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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자란 나에겐 책을 읽을 때 철칙이 있다. 한국어로 읽은 책은 영어로 읽지 않고, 영어로 읽은 책은 한국어로 읽지 않는 것. 영어, 한국어 버전들 둘 다 읽다 보면 괜히 번역이 잘 되어있나 찾아보게 돼서 책의 내용보다는 메카닉의 요소에 빠져 정작 중요한 걸 놓치는 게 싫어서다. 하지만, 규칙에 늘 예외는 있는 법. 번역된 언어로 읽고 나서 책이 너무 좋았을 때, 원서로 찾아본다. 번역된 책이 이렇게 좋은데, 원서는 또 얼마나 어마어마할까 라는 기대감 때문에.


북하우스의 <콜카타의 세 사람>이 바로 그런 책이다. 원서로 써졌다는 것을 모르고 읽었다면, 주인공의 이름이 <지반> 또는 <러블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한국 소설인가 싶을 정도다. 내가 책에 푹 빠질 수 있게 한 것에는 <이수영> 번역가의 부드러운 번역이 제대로 한몫했다. 


또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콜카타의 세계는 나의 시간을 콜카타에서 흐르는 시간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한순간에 나라의 경찰들과 정부를 테러리스트로 몰고 간 역적이 되어버린 <지반>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는 배우 지망생 <러블리>와 <체육선생>이 주인공이다. 세명의 시선으로 하나의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비슷하면서도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사건을 읽다 보면 어느새 손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책의 서스펜스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요소 중에 하나는 단연 모든 일이 <콜카타>에서 일어난다는 것 역시 한몫했다. 부조리함과 부패가 가득한 도시에서 역적으로 몰리고,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린 자가 진실을 위해 윗분들과 싸운다는 것은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보다 더 허무한 싸움일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멈추지 않는다. 


나는 주인공인 <지반>은 이 사건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쳐도, 그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 <러블리>와 <체육선생> 시선이 특히나 흥미로웠다. 부패로 가득한 도시에서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진 대, 다른 사람을 위해서 과연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을까. 나의 선택이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말이다. 글쎄,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처럼 <콜카타의 세 사람>은 제목처럼 콜카타의 세 사람이 하나의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렸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세심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를 포함한 콜카타의 네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끄트머리에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선은 덤이다. 


끝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메가 마줌다르>라는 작가를 만난 것에 감사하다. 그의 데뷔 작품이 <콜카타의 세 사람>이라니. 가히 <타임스>가 말한바처럼,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을 알린 역작>이라 칭할만하다. 한 도시를 이토록 잔인하게, 혹은 철저하게 분석한 그의 비범함과 예리한 통찰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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