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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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재와 특별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급속도로 소설 속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 특징인 기욤 뮈소의 소설은 한번 펼치면 끝을 볼 때까지 몰입하게 된다. 결말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되니 말이다. 덕분에 나는 나만의 기욤 뮈소의 소설 읽기의 공식이랄까, 휴일이나 주말 등 시간이 확보되었을 때 책을 읽기 시작한다.

2005년 열린책들 출판사와 2006년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기욤 뮈소의 소설이 첫 소개된 후 18종 이상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기욤 뮈소는 데뷔 후 최단기간 1천만 부 이상을 판매하며 프랑스 소설의 새 아이콘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그의 열번째 소설인 『내일』 은 2013년에 국내에 소개된 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는데, 변화한 시대에 맞춰 새롭게 교정 작업을 거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표지로 새 단장하여 나왔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내일』 은 매튜와 엠마라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버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철학교수 매튜는 일년 전, 성탄절을 앞둔 저녁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내 케이트를 잃고 보스턴에서 어린 딸 에밀리를 돌보며 혼자 살아가고 있다. 유명한 뉴욕 최고급 식당에서 일하는 와인감별사인 삼십 대 독신 커리어우먼인 엠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매달리며 정서불안을 겪고 있다.

매튜는 이웃 동네 벼룩시작에서 우연히 중고 노트북을 한 대 구입하게 되고,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의 원주인인 엠마에게 메일을 보낸다. 이렇게 우연히 메일을 주고 받게 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약속한다. 그러나 둘 다 약속한 시간, 약속한 장소로 나갔지만 서로를 만나지 못한다.

알고보니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메일은 무려 1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었던 것. 매튜는 일 년 전의 엠마와 메일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노트북이 타임슬립의 매체가 된 것이다. 매튜는 엠마가 과거의 시간에 존재하는 사람임을 이용해 아내의 사고를 막고자 애원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다. 당신과 가장 가까운 이는 믿을만한 사람들인가? 사람의 마음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내일』 이 던지는 질문이다.

과거의 엠마가 매튜의 아내의 비밀을 밝히는 과정은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러의 전개를 따른다. 매튜와 엠마의 미묘한 관계에서는 한 편의 로맨스처럼 느껴진다. 책의 도입부에 나왔던 장면은 책의 후반부에서 반복된다. 그러나 미묘하게 다르다. 굵직한 흐름은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이 달라져 있는데, 1년 전의 엠마가 바꾸어놓은 미래다. 기욤 뮈소 특유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생생한 화면 구성과 빠른 전개는 이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듯 속도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작가는 책 서두의 작가의 말에서 미래로 메시지를 배달해주는 웹사이트 취재 기사를 신문에서 읽고 작품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 오늘날의 놀라운 기술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생각하자면 때때로 무섭다는 느낌도 들지만, 작가 입장에서 보자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금맥이기도 합니다. 작가들은 현대의 놀라운 기술을 활용해가며 가상 세계, 과거, 공간, 시간, 현실 세계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금을 캘 수 있으니까요" 라고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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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레벨 3 : 우주 탐사 -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 3
이정모.최향숙 지음, 젠틀멜로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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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레벨 두번째 편 『메타버스』 에 이어 세번째 편은 『우주탐사』 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울 수 있도록 게임처럼 구성되어 있는 것은 넥스트레벨 시리즈의 특성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각 장은 게임의 레벨처럼 구성되어 한 레벨을 클리어하고 다음 레벨로 레벨업하는 느낌을 주도록 구성되어 있다. Level1 에서는 우주탐사가 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고, 레벨업하여 읽을 Level2 에서는 우주 탐사가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하게 되었는지 들려준다. Level3 에서는 우주 탐사를 통해 알게 된 우주의 비밀은 무엇인지를, 마지막 Next Level 에서 우리는 왜 우주를 탐사하고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풀어낸다.




시리즈의 이름이자 제목에 포함된 단어 '넥스트레벨' 은 '비교 불가능한, 이전보다 더 나은, 보다 발전한 ...' 등의 뜻을 내포한다. 저자는 '한마디로 한수 위라는 거지!' 라고 외치며 아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1969년 인류가 달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은 모두에게 벅찬 감동을 주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쯤이면 일반인의 우주여행이 세계여행만큼 대중화 되어있읅거라 상상해보기도 했다.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려는 이유는 관광 때문만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자원의 보고와 생활터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구 소련처럼 초강대국만 가능하리라 믿었던 우주진출이 이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 중국, 인도 등의 나라도 가능해졌다.

초창기의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밤톨군은 유아 시절 「라이카는 말했다』 와 같은 그림책에서 라이카라는 강아지의 존재를 알았고, 이후 그래픽노블 「라이카』 로 소련의 우주개발 계획을 접한 적이 있다. 함께 읽으면 더욱 배경지식이 넓어질 듯 하다.


책은 각 장의 시작에 <다큐툰>코너에서 카툰으로 주제를 열고, <Check it up> 코너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상식, 기술, 인물 등의 소주제로 분류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Level1 에 스푸트니크와 아폴로 11호로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면서, 상식면으로는 왜 인공위성부터 쏘아올렸는지, 기술면에서는 로켓은 어떻게 인공위성을 우주로 실어나를 수 있는지, 인물면에서는 닐 암스트롱을 비롯하여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거스 그리섬, 에드워드 화이트 로저 채피 등을 소환하고, 그들 뒤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많은 과학자들과 우주인들이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영화 <히든 피겨스> 의 세 여성 또한 그런 인물들이었다.



서로 경쟁하던 미국과 소련은 우주 탐사를 위해 협력하게 된다. 또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함께 하게 된다. 그 결과는 국제 우주정거장(ISS )이 건설된다. 우주정거장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우주정거장을 지나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우주로 눈을 돌리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아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에 대해 유튜브나 뉴스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민간 기업들의 우주 탐사 분야 참여로 이제 우주 탐사는 우주 산업으로 여겨지게 된다. 경제논리에 따른 경쟁의 분야로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허블과 제임스 웹, 두 과학자들이 우주 개발 영역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로 시작하는 세번째 장에서는 그들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과 발전사를 풀어낸다. 인공위성, 우주선, 우주망원경에 대한 이야기는 달, 화성과 같은 천체를 탐사하기 위한 비행체인 탐사선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골든 레코드와 칼 세이건을 소환한다.

단순한 과학적 지식이 아닌 여러 분야에서의 우주탐사에 관한 이야기는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은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우주 탐사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마지막 Next Level 장의 끝에는 <Another Round> 코너를 두어 이 책을 통해 우주 탐사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게 되었는지 그래픽 오거나이저 Graphic Organizer 로 표현해보도록 이끈다. 아이들과 독후활동을 해보기에 좋다. 우주에 대해, 우주 탐사에 대해 궁금한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틔워보는 것은 어떨까. 미래의 우주과학자, 우주기업가 혹은 우주여행가 등 우주에서 활약할 미래 세대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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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레벨 2 : 메타버스 -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 2
원종우.최향숙 지음, 젠틀멜로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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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에서는 고글과 글러브 같은 장비를 끼고 컴퓨터에 접속하면 가상세계 오아이스에 접속하게 되고, 자신의 아바타가 가상현실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넥스트 레벨 메타버스』 에서는 만화형식으로 꾸며진 프롤로그에서, 영화 속 가상세계도 메타버스라고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메타버스가 도대체 어떤 '버스' 인지 타보자고 하면서 말이다. 




컴퓨터, 노트북 등에 쓰이는 그래픽 카드를 디자인하는 반도체 회사로 출발, 지금은 인공지능 컴퓨팅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CEO 인 젠슨 황은 'The Metaverse is coming!' 이라고 했다. 메타버스는 Meta + Universe 의 합성어로 가상+세계 라는 뜻이다. 메타버스는 1992년에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 크래시 』 에 처음 등장했다. 코로나19로 경험했던 메타버스는 아이들의 놀이 사이트나 조금 실감나는 게임 정도였던 터라 그 모습이 메타버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로 급히 등장했을 뿐, 『넥스트 레벨 메타버스』  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의 목차를 살펴본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울 수 있도록 게임처럼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게임의 렙벨처럼 구성되어 한 레벨ㅁ을 클리어하고 다음 레벨로 레벨업하는 느낌을 주도록 한다. Level1 에서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메타버스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레벨업하여 Level2 에서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이a유가 무엇인지 들려준다. 


이어지는 Level3 에서는 메타버스가 발달했을 때 우리의 삶과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Next Level 에서 메타버스의 발달로 새롭게 안게 될 문제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자고 이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시리즈 제목인 '넥스트 레벨' 은 '비교 불가능한, 이전보다 더 나은, 보다 발전한 ....' 등의 뜻을 가진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3개의 레벨을 클리어하고 메타버스 분야의 넥스트 레벨이 되어보자며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운다. 


각 장( 각 레벨 ) 의 시작에는 '다큐툰' 이라는 코너를 두어 만화형식으로 해당 장의 주제를 먼저 소개하고, 3~4가지의 'Check it up' 파트로 나누어 자세히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Level2 의 Check it up2 에서는 'AR/VR 기기 개발 경쟁의 비밀' 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풀어내고 있다. 애플이 XR기기 개발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하면서 웹의 3단계를 덧붙여 설명한다. Web1.0 이 PC 기반이었고, Web2.0이 스마트폰 기반이었다면, VR/AR 기기가 기반이 되는 Web3.0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이다. 휴대전화의 노키아를 넘어서, 애플이 웹 2.0 시대를 자신의 시대로 가져오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배경은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를 장악했던 영향력이라는 것을 설명하며 디바이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메타버스의 활성화와 관련되어 가상화폐를 언급하고,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설명으로 이어가며 NFT 까지 슬쩍 확장한다. 기술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기 보다는 키워드 중심으로 아이들의 배경지식을 확장시키는 정도의 설명이라 크게 어렵지 않다. 또한 IT 기술적인 이야기만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대해 상상해보게 하면서 장자의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의 일화까지 연결한다. <호접몽>의 그림까지 감상해보게 되는 시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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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보통날의 그림책 2
칼릴 지브란 지음, 안나 피롤리 그림, 정회성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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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내 아이를 만나고 나서 온라인에 발췌해놓고, 벽에 붙여놓았던 글이 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The Prophet )」 에 나오는 '아이들' 에 관한 글이다. 당시 류시화 시인의 번역으로 읽었었는데,  "그대들의 아이들은 그대들의 것이 아닙니다." 로 시작하는 시는 아이를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리라는 내 다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주되 영혼의 집까지 주려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들이 꿈에서도 찾아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그림책으로 다시 만났다.  사랑, 결혼, 선과 악, 일, 자유 등의 삶의 근원적인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하는 칼릴 지브란의 산문시  「예언자」 가 아이들 눈높이 맞춘 그림책으로 나왔다. 한 페이지,한 페이지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다. 




예언자

The Prophet

칼릴 지브란 지음, 안나 피롤리 그림

보통날의 그림책 - 02

책 읽는 곰



칼릴 지브란의 산문시는 두 줄의 프레임이 그려진 페이지에 제목과 발췌된 텍스트가 놓인다. 프롤로그처럼 진행되는 처음의 이야기는 가상의 도시 오르펠리스에서 12년간 머무르며 고향으로 데려다줄 배를 기다리던 예언자 알 무스타파가 주민들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시작된다. 



모든 주민이 작별을 아쉬워하는 가운데 떠나기 전 한 가지 부탁이라며 그가 깨달은 진리를 들려달라고 청한다. 그에게 들은 진리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아이들은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전할 테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서 말이다. 처음의 시작은 '사랑' 에 대하여, 이어 '결혼' 에 대하여 이어지는 질문은 다른 이들의 '아이들', '나눔', '기쁨과 슬픔', '옷', '사고파는 일', '죄와 벌', '자유', '이성과 열정', '우정', '쾌락', '작별' 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예언자(The Prophet )」 원문은 스물 여섯가지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림책에는 아이들과 이야기해볼 수 있는 열 세가지의 주제가 담겨있다. 



안나 피롤리 (Anna Pirolli)






일러스트레이터인 안나 피롤리 (Anna Pirolli) 는 이전 다비드 칼리와 작업했던 「난 고양이가 싫어요」 란 그림책에서 만나본 적이 있는데, 이번 그림책의 일러스트는 붉은 색을 주조로 한 선명한 색감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그려낸 터라 아기자기한 느낌의 이전 책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림을 먼저 보고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인지를 짐작해본다. 해와 달, 빛과 어둠. 이 장면은 '기쁨과 슬픔' 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대들은 슬픔과 기쁨 사이에 저울추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직 비어 있을 때만 평온한 가운데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p20)





'죄와 벌' 에 관한 일러스트를 보자. 개인적으로 이 그림은 일러스트만으로는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텍스트를 읽고 나서야 시 속의 '나무 전체의 묵인 없이는 잎사귀 하나도 노랗게 물들지 못합니다'(p27) 란 문장과 어울리는 장면이다. 텍스트가 놓인 옆 페이지에서 나무 주변의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노란 옷을 입은 이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놓치지 마시길. 




이 그림책은 '보통날의 그림책'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0세부터 100세까지의 전 연령을 아우르는 그림책을 엄선하여 독자에게 선보이는 시리즈다. 그렇기에 아이도, 함께 읽는 어른도 저마다의 느낌으로 책을 감상하게 된다.   



「예언자(The Prophet )」 는 1923년 뉴욕 크노프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절판되지 않은 책이라고 한다. 놀랍다. 순수한 문학서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철학적이고 순수한 철학서로 보기엔 너무나도 문학적이다. 레바논 출신의 작가인 칼릴 지브란이 짧은 생을 통해 추구했던 것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영성과 물질주의, 동양과 서양의 화해였다고 한다. 그리스도교를 모태 신앙으로 하여 성경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지만, 이슬람교나 그 신비주의 분파인 수피즘으로부터도 많은 영향 받았다. 그는 여성의 억압이나 교회의 폭정에 분노했고, 당시 서아시아를 지배하던 오스만 제국으로부터의 자유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의 그러한 행적 때문에 한때 이슬람 사회에서는 칼릴 지브란의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불태우기도 했다. 



그림작가가 해석해 낸 또 다른 이미지를 만나는 시간이기에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칼릴 지브란의 시는 더욱 새로운 방향의 생각들을 이끌어 온다. 오랜 만에 만난  「예언자」 의 문장은 더욱 좋았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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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밀 통로 - 2022년 랑데르노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국민서관 그림동화 258
막스 뒤코스 지음, 이주희 옮김 / 국민서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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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막스 뒤코스의 이름을 보고 전작인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비밀의 정원』 등을 떠올렸다가 그림체가 너무 달라져서 깜짝 놀랐다. 표지의 그림책 작가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막스 뒤코스의 작품인지도 몰랐을 듯! 2022년 랑데르노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내 비밀 통로』 의 이야기다.

오래된 안락의자 같은 그림책이다. 『내 비밀 통로』 는 안락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오래도록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글도 심플하고 편안하다. 무엇보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그들도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

Un album comme un bon vieux fauteuil : on s’assoit dedans, on y est à l’aise, on pourrait y rester longtemps, seul ou à plusieurs. L’écriture est simple et confortable (encore !), et surtout, surtout, surtout, on avance dans l’histoire en se demandant comment elle va finir. En bref, c’est un album comme on les aime, et qu’on a envie de faire aimer à ceux qu’on aime en le leur offrant.

-랑데르노상(Le prix Landerneau Album Jeunesse 2022) 심사평 중에서



내 비밀통로

Mon passage secret

막스 뒤코스 ( Max Ducos )

국민서관

하드커버의 그림책 표지에는 오래된 회색빛의 돌로 된 터널로 이어지는 비밀통로의 입구가 정사각형으로 뚫려있다. 두 명의 아이들이 컷아웃된 구멍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소년은 빛을 비추고 있고, 소녀는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있다. 표지를 넘기며 우리는 비밀통로 속에 있는 그 '무엇'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시작이다.

비 내리는 일요일, 조부모의 오래되고 낡은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리즈와 루이는 비가 오니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다. 일러스트 속의 이런 모습, 낯설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이럴 때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을테지.



그런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는 ‘내 비밀 통로’를 찾아보라는 말을 건넨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탐험을 시작한다. 아이들의 탐험은 2층 할아버지 방에서 시작하고 '보물'을 찾아내 할아버지에게 가져간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런데 그것 말고 내 비밀 통로는 못 찾은 거냐?" 라고 한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힌트에 따라 욕실로, 서재로, 지하실로 탐험의 공간을 옮겨간다. 이제 지루하기 짝이 없던 공간이 모험의 세계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가져올 때마다 할아버지는 계속 "그런데 그것 말고 내 비밀 통로는 못 찾은 거냐?" 라고 묻는다. 이 반복은 할아버지의 '비밀 통로' 는 어디에 있으며, 그 속에는 무엇이 있을지 끝까지 궁금하게 하는 요소다.




그림책 초반의 표정과는 매우 다른 아이들의 표정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집 안의 모든 것이 이제 아이들에게는 비밀 통로를 여는 장치처럼 여겨진다. 지루하게 여겨졌던 일상이 ( 스마트폰이 없어도, 게임기가 없어도 )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집과 그 주변이 훌륭한 놀이터이며 무엇보다도 상상력이 있으면 일상은 지루하지 않다.

문득 여름방학마다 갔었던 나의 외가집이 떠오른다. 외갓집에는 벽장을 열면 속에 계단이 있었고, 계단을 오르면 다락이 나왔었다. 용기를 불러일으켰던 다락방의 묘한 분위기와 더불어, 외할머니가 보관하시던 여러 물건들이 있었는데 동생과 내게는 매우 신기한 것들이 많았던 것이 떠오른다. 이제 내 부모님은 아파트에 사시다보니 내 아이에게는 장소가 불러일으킬 모험심은 크지 않겠지만, 녀석도 역시 창고로 쓰이는 방을 뒤지며 이런 저런 보물을 찾아내고는 했다. 나조차도 잊고 있던 추억의 물건들을 아이를 통해 발견하면 얼마나 기쁘던지.



할아버지의 진짜 '비밀 통로' 는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막스 뒤코스의 재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다. 문득 마지막 페이지에서 할아버지가 추억에 젖어 놀고 있는 기차놀이셋트를 보니 보관장소가 마땅치않아 동네에 나눠줬던 아이의 기차놀이 셋트가 떠오른다. 그림책 속 모습 같은 구성이었는데 말이다. 아이는 기차놀이셋트보다는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G12를 더 아쉬워하는 듯 하지만. 문득 막스 뒤코스의 추억들 또한 그림들 속에 숨어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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