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현기증‬





하이패스는 없다

안녕하세요, 는 안녕하며 지나가지만

하이(Hi)는 How are you? 라며 붙잡는다 대답을 기다린다







내 발로 걸을 땐 머리 속이 끈끈해지는데

남의 등에 업혀 도로를 달리면 딱딱히 굳는다






등산로 입구에 템플스테이 간판이 보인다

절박한 자가 절에 묵으러 오는 곳, 절에 묶는 곳, 

절박,절숙, 절묵음, 절묶음이 반복되는 곳







담임 선생님은 말했다

" 3학년 2반 가서 김형수한테 교무실로 오라고 해라"

"선생님, 제가 형순데요"








길가에는 얼굴만 알고 이름을 모르는 꽃나무가 너무 많다

열매를 맺어도 꽃은 피지 않는다는 무화과가 야속하다








떨어지는 폭포수는

여름과 가을, 학생과 선생, 밖의 나와 안의 나의 

낙차를 선물한다 

어지럽다 시차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부력

‪#‎부력‬ ‪#‎무릉계곡‬
고개를 들었다
등이 굽은 할머니는 팔지 못한 나물이 담긴 대야를 머리에 이었다



고개를 숙였다
뱃 속에 넣었을 땐 분명 가벼웠는데
양 어깨에 맨 가방 속 맥주 캔은 왜이리 무거운가
사람 실은 엘리베이터는 가뿐한데
짐 실은 사다리 차는 힘겹다



사부작대는 아이 업은 어미의 발걸음은 조심스럽고
출근 길 사람들이 이고 가는 빈 가마는 덜커덩거린다



교실 뒤로 책상 물리고 했던 햄버거놀이처럼
너는 양파가
나는 고깃덩이가 되어
조여오는 빵 틈에서 기어나와
토마토 한 조각 붙잡았다




목구멍에 걸렸다
뱉은 침은 말이 되고
삼킨 울음은 글이 되었다
고개가 들렸다
빨갛게 크렌베리가 물을 먹고 떠오른다





손목은 떨리지만
고개를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을 쓸 수 없기에 쓰는 글

여행을 다녀오고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텔레비전을 봐도 글을 쓸 수 없다. 글이 쓸 수 없어서 이 글을 쓴다. 연휵 끝나는 마지막 날 저녁이 다음날 출근길보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같은 이치겠지. 마음은 시간보다 더 예민한 동물이다.

글은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는 공을 낚아채는 것, 이성복 시인은 시에 대해, 쓰지 않으면 허위이고 쓰면 불가능해지는 것을 쓴다고 하셨지만 내 글은 쓸 수록 허구에 같힌 진실에 가까워진다. 

한 글자가 다음 글자를 토하고, 한 행이 다음 행을 밀어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나는 자꾸 뒤로 걷고 있다. 거제 몽돌해변에서 돌무지 사이로 튀기는 파도의 물줄기처럼 내 옷깃 적시는 놈도 있겠지. 반반한 돌을 골라 앉아 기다린다. 

아침일찍 문 연 커피가게에 매일 똑같은 시간에 문을 열며 "따뜻한 아메리카노요!"소리치는 단골처럼 내 가게에도 단골이 생기겠지. 쿠폰도 마구 찍어줘야겠다. 쿠폰 10개 모이면 글 하나 공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엄마가 엄마에게



엄마는 결혼식날 치마저고리 대신 환자복을 입었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드레스에는 고드름이 걸렸다
수술실은 아가리를 다문채 말이 없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했던가
인내는 짧고 수술은 길었다



한쪽만 들리는 칼국수 이어폰에서 엄마목소리가 나왔다
부위가 부위인지라 마음의 준비는 하거래이
십년 전에 세상 베린 아버님이 보고싶다 며늘아 딱 오 년만
더 살고싶다 하셨는데
이모는 주저 앉고 아빠는 고개를 돌렸다
고장난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방울은 침대를 적셨다



간이침대는 엄마의 자궁처럼 편안하다
나도 엄마가 되어 엄마에게 젖을 물린다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신호등







초록 눈을 깜빡거리다가 노란 잎에 붉은 피가 베이면

가슴이 뛴다

망설임은 길고 짧음은 누가 정하는가

망설임의 신호가 없는 비보호의 심장은 소리없이 뛴다






예외없는 규칙과 규칙없는 예외의 길섶을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규칙의 철판에 예외를 긋는다

어른들의 무단횡단은 노랗다

규칙은 예외에 짓눌려 숨이 가쁘다







그린라이트

눈동자가 노랗다가 초록이 되면 심장은 성큼성금 2루로 뛴다

간발의 차로 아웃이라도 허리띠에 묻은 진흙을 털며 씨익 웃는다

신호등 옆 빵집에서 망설임은 샛노란 숨을 내쉰다






#신호등 #그린라이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