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엄마에게



엄마는 결혼식날 치마저고리 대신 환자복을 입었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드레스에는 고드름이 걸렸다
수술실은 아가리를 다문채 말이 없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했던가
인내는 짧고 수술은 길었다



한쪽만 들리는 칼국수 이어폰에서 엄마목소리가 나왔다
부위가 부위인지라 마음의 준비는 하거래이
십년 전에 세상 베린 아버님이 보고싶다 며늘아 딱 오 년만
더 살고싶다 하셨는데
이모는 주저 앉고 아빠는 고개를 돌렸다
고장난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방울은 침대를 적셨다



간이침대는 엄마의 자궁처럼 편안하다
나도 엄마가 되어 엄마에게 젖을 물린다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