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수 없기에 쓰는 글

여행을 다녀오고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텔레비전을 봐도 글을 쓸 수 없다. 글이 쓸 수 없어서 이 글을 쓴다. 연휵 끝나는 마지막 날 저녁이 다음날 출근길보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같은 이치겠지. 마음은 시간보다 더 예민한 동물이다.

글은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는 공을 낚아채는 것, 이성복 시인은 시에 대해, 쓰지 않으면 허위이고 쓰면 불가능해지는 것을 쓴다고 하셨지만 내 글은 쓸 수록 허구에 같힌 진실에 가까워진다. 

한 글자가 다음 글자를 토하고, 한 행이 다음 행을 밀어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나는 자꾸 뒤로 걷고 있다. 거제 몽돌해변에서 돌무지 사이로 튀기는 파도의 물줄기처럼 내 옷깃 적시는 놈도 있겠지. 반반한 돌을 골라 앉아 기다린다. 

아침일찍 문 연 커피가게에 매일 똑같은 시간에 문을 열며 "따뜻한 아메리카노요!"소리치는 단골처럼 내 가게에도 단골이 생기겠지. 쿠폰도 마구 찍어줘야겠다. 쿠폰 10개 모이면 글 하나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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