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 김진영의 벤야민 강의실
김진영 지음 / 포스트카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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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번역한 저자가 2012년에 "벤야민과 근대성의 좌표"

 

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10강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는 20188월에 영면했지만 만나지도 못했고, 더이상 만날 수도 없는(유투브에는 그의 강연 영상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철학자의 목소리를 활자로 듣는다.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는 책의 제목부터 두서없이 시작해보면,

 

벤야민은 근대적 자본주의와 기독교의 무한한 미래로의 연기적 시간관을 비판한다.

희망의 역사는 레드카펫처럼 아이들의 미래에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묻혀 있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끙끙 앓고 버려진 존재들, 쓰레기들

처럼 아버지들의 얼굴에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사실이

아니라 깨어나야 하고, 깨어난 현재와 만나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현실을 도래케 하는 힘이다.

 

10강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개념과 내용은 깊다.


'근대성, 비상사태, 자본주의, 판타스마고리, 종교, 무의식, 폭력, , 육체, 사진, 영화, 정치, 메트로폴리스, 아카이브' 이 정도만 나열해도 이 책 안에 언급된 주제들의 광범성을 짐작할 수 있다.

 

벤야민 세계의 입문용으로 더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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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행자의 그곳, 남미
오재철.정민아 지음 / 미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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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는 어림 없겠지만,

내 손 안에 90일의 시간과 세계일주 비행티켓이 놓여 있다면

나는 언제 어디로 누구와 함께 떠날 수 있을까



사진과 그림, 언어와 요리

수영과 튼튼한 다리를 미리 준비한다면

좀 더 나은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떠나는 날을 기약할 수 없지만

여행은 본래 계획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고 하지 않나



여행을 꿈꾸고

그 꿈을 준비하는 자의 얼굴은

뭐랄까, 흥분되고 설렌다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아름답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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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허은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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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역 광장 앞 꽃집에 들러 노란 프리지아 한 다발을 샀습니다.

지난 번에 산 튤립 한 송이가 시들 무렵,

예전 이탈리아에서 스페인 광장에서 무릎을 붙이고 앉은

당신이 한 눈에 들어온 것처럼 그렇게 눈이 갔습니다.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이 책을 읽고 프리지아의 꽃말을 알게 되었군요.

출발선에서 숨을 죽이고 가슴에 번호표를 달고

총성을 기다리는 생애 처음 완주를 도전하는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게

이 책은 가장 든든한 페이스메이커,


처음부터 의욕이 앞서 전속력 질주를 시작하는 사람은

얼마 못 가 처지는 걸 봅니다.

묵묵하게, 말없이, 일정한 호흡으로, 일정한 보폭으로 

고개를 꼿꼿이 들고 양팔을 흔들며

앞을 바라보되 곁을 놓치지 않는 


그런 당신과 오랫동안 곁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같이 멀리 바다로 가는 마라토너가 되겠습니다.

파도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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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젊어지는 엄지손가락 자극법
하세가와 요시야 지음, 김현주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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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저자가 쓴 "백년두뇌"를 읽고 한국에 번역된 책을 찾아보았다.

치매전문가인 그를 처음으로 알린 책인데, 생활습관에 관한 조언은

"백년두뇌"와 중복되는 부분도 있다(예를 들어 치과치료를 강조하는 부분 등).


1장 2장은 엄지손가락의 기능과 그것이 왜 뇌에 중요한 지에 대한 서론이자 일반론이므로, 통독하면 충분하다.


결국 핵심은 3장의 자극법을 소개하는 부분인데,

1) 매일 하는 기본 엄지 자극법 2) 좌우뇌를 단련시키는 엄지 자극법

3) 혈 주무르기와 누르기를 소개한다.


그림을 있어서 따라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특히 엄지 손톱의 옆면을 반대 손으로 자극하는 자극법이 개인적으로 제일 자극이 컸다.


당장 못해드리지만 명절이나 생신 때 어머니께 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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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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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읽으면 아내에게 그 내용을 말하는 편이 아니다.

시집, 철학서, 여행 에세이, 역사서를 주로 읽는 나와

미스테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은 꽤 다른 편인데,

그래도 공통분모가 있어 내용을 말해주고 의견을 묻는 경우는

내가 소설을 읽을 때다.


저자가 7년 동안 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오직 두 사람'과 '아이를 찾습니다'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는데,

전자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후자는 아내와 내가 딸을 

기르는 부모라는 '입장의 동일함' 때문이었다.


'오직 두 사람'에서 과연 그 두 사람은 누구일까.

다른 가족을 배제하고 대학시험이 끝난 큰딸만 데리고 한 달 간

유럽여행을 떠난 아버지, 그때 아들은 군대에 있고

딸은 이제 고3이 되며 엄마는 철저히 소외되었다.


죽어가는 아버지와 결국 그 곁을 지키게 된 큰딸, 뉴욕으로 

이주한 엄마한 작은 딸, 그 중에 오직 두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를 찾습니다'는 마트에서 아이를 유괴당한 부부에 대한 이야기다.

십년이 넘게 아이를 찾아다니다가 어찌어찌 아이는 부부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더 큰 비극이 시작된다.

길러 준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었고, 내 엄마가 실은 나를 유괴했다는 사실, 친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는 사실, 새로운 집, 새로운 학교, 새로운 사람들. 


아이의 부모의 입장과 일련의 사정을 혼자 감당해야할 아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나라면? 우리라면? 


작가의 말에서 책에 실린 단편의 순서와 실제 발표된 순서가 다른 것을 알았다.

전후 3편의 중심에 '아이를 찾습니다'가 척추처럼 받치고 있는데,

그전에 묵혀 둔 원고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이후에 집필을 시작했다고 했다.

저자처럼, 이 땅에 사는 많은 독자들이 그 사건 이후에 글을 읽을 때

'세월, 침몰, 가라앉다, 안산, 노란 리본, 팽목, 가만히' 이런 단어들을 볼 때 그 사건을 필연적으로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원인에 대해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얘기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지우고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 상처를 꺼내 윤이 나고 닦고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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