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김밥
#참치김밥





밤은 지샌 콘트리트 벽의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종소리에
밥알은 아스팔트에 드러 누워 잠이 든다
어깨를 맞대고 몸을 비비니
식었던 아스팔트에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아주머니
참치김밥? 오늘은 조금 늦었네
밥알은 어린아이 감싸던 포대기끈에
묶여 목구멍을 지난다





수많은 밥알을 삼킨 내가
참치김밥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기신기신 일어나 달구어진
아스팔트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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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숫개가 전화하나 언제 한 번 올래 못오제 내 죽어야

오겠제 죽을랑가 밤나무 가시에 찌신듯이 아프다 뭐라

카는지 안듣긴다 전화비 마이 나온다 끊어라



객기댁 정지를 들락날락 강셰이 오믄 뭐를 주꼬

고동국에 정구지 찌짐 해줄까 수루메 꺼내고 물고메 삶는다



밤나무골 너른 평상을 폴짝폴짝 뛰댕기는 공깃돌은

참외 한 조각 물고 땀을 식힌다



우리 숫개 모랭이 돌아 할배 산소 앞에 넙쭉 엎드린다 보소

할배 우짜등가 우리 강셰이 복마이 주소 안그라믄

내 저승가서 욕을 한 바가지 할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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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




파도의 눈두덩이가 부었다

포말 속에 떠다니는 방울은

빗물인가 바닷물인가

맛이 없다








바다가 앙상한 뼈를 드러낼때까지

볏짚으로 억새로 갈대로

이엉을 엮는다

넘설거리는 청보리 베개 베고

유채꽃 한 송이 누워 있다








바위에 서서 손 흔들던 아이는

옹이 진 솔나무 가지 꺾어

수런대는 파도에 꽂았다





파도의 토악질은 멈추지 않고

바람은 바위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진다




#초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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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초(草)

고깃국에 살점 하나 더

찢어주지 못했다

귀대시간 앞두고 들어가기 

싫어, 칭얼거림에 행여 붙잡을까

안아주지 못하고 

그럴거면 다신 휴가나오지 마라,

며 모질었구나






영하20도에 눈 치울

아들도 있다며 토라진 

어깨죽지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무초가 몸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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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쫓던 개, 개 쫓던 닭





닭 쫓던 개, 개 쫓던 닭이

콘크리트 담벽에 기대며 터얼썩

주저 않는다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자동차는

반품되는 택배처럼

이중 삼중 주름 잡힌

바람을 실어나른다





언젠가는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오겠지

두레박 타고 하늘 가면은

밑은 쳐다보지마

누가 먼저 올라가든 서로

울어주는 거야






닭 쫓던 개, 개 쫓던 닭은

하늘을 보며

등을 맞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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