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우물



두레우물에 두레박이 없다 

이끼 낀 물동이만 뒹군다




우물 속에는 인형이 있다

가만히 쳐다본다

가만히 쳐다본다

얼굴을 그린다





마중물을 부었다

뒤주를 던졌다

달빛이 베여 나온다

짜고 부었다





우물의 깊이를 잰다 

뛰는 대신 파고든다

개구리는 없다





동네사람들은 우물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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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스탠드






책상에 엎드려 봉침을 맞는다 

책은 나무 젓가락처럼 가랑이를 벌리기만 할 뿐 

오므림을 가르치지 않는다

견딤을 가리키지 않는다 

스탠드는 견딤의 등에 침을 꽂는다

이제 그만 일어서









상하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스탠드의 그림자는 없다

빛과 그림자는 그렇게 헤어졌다

증발한 불꽃을 기리며 스탠드는 기지개를 켠다

스탠드는 가로등처럼 엎드린 어둠을 깨운다








스탠드는 수험생의 연대보증인이다 

스탠드의 불빛이 흐려질수록 머릿속의 주름은 늘어간다

수능시험 날 1시간 늦은 출근은 수험생을 위한 위한 시간이 아니다

시험을 보지 않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스탠드가 꿈틀거린다 

몸을 뒤튼다 

고름은 짙다

주름은 물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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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은 밥이다

똥은 입으로 싼다 
침을 발라 돌돌 말아 뱉어내고 손으로 적으면 거름이 된다
똥으로 키운 유기농 상추를 똥에 찍어 삼킨다

아버지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며 문을 열고 똥을 쌌다
엄마는 방가지똥이 단백질이 많고 소화에도 좋다며 밥숟갈에 올려준다
천천히 꼭꼭 씹으면 몸에 해로우니 짧고 굵게 
어제는 꼬두밥이었는데 오늘은 질다
물똥 된똥 굵은 똥 가는 똥 밥짓는 법도 다르다

똥 밟은 날은 웃는 날이다
똥지게는 문에 기대어 코를 막고 입으로 숨쉰다
똥기저귀 가는 엄마 얼굴 보고 
아기는 웃는다

사람들이 킁킁거린다 뱃속에서 소리가 났다
비가 오려나 바람이 분다 방귀는 지하철 선로에 달라 붙었다
환승역에는 화장실이 없다
일기를 썼다 오늘은 외식을 했다고 


쇠똥구리는 엎드러 뻗쳐 뒷다리로 세 시간째 밥을 짓고 있다
개들은 밥차를 끌고 담벼락에 세운다 밥을 나누어 준다
똥을 말아 들이킨다 
국물이 시원하다며 배를 만진다

‪#‎똥‬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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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미아 #고아





고아는 집을 알지만 미아는 집을 모른다






찾아올거라 믿고 기다릴지 찾으러 떠날지
입양의 순간이 온다
잃음과 잊음의 무게가 수평을 이루면
나은 정과 기른 정은 한 점에서 만난다







한참을 뛰어도 제자리다
오토바이 탄 경찰은 웃으며 이 쪽이 아니라며
반대편을 가리킨다





미아는 울지 않는다
울음을 길라잡이 세우고 길섶에서 고아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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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탱크로리 안에서 용접하던 사내의 눈에 불꽃이 튄다
자명종이 걷어낸 아침 안개는
저녁에 몸을 숨겼다가 사내를 쓰러뜨린다








도시락은 두개 였고
아들의 가정통신문 학력란은 매년 달랐다
주말마다 쉬는 공무원이나 선생질 하려면
책을 봐야 한다 책은 사준다
주말마다 사내는 기름차 조수석에 아들을 태웠다
아들은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동화책을 읽었다








집에 가면 씻어도 기름 냄새가 났다
기름밥을 함께 먹은
아들은 커지고 사내는 작아졌다









탱크로리 지입계약을 하던 날
사내는 아들이 법대생이라고 차장은
삼촌이 검사라고 했다








아들이 내민 손에 불꽃이 보인다
옷장에서 뭉칫돈 들고 도망나온 날처럼
사내는 불꽃을 따라 나와 늦은 저녁

기름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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