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현기증‬





하이패스는 없다

안녕하세요, 는 안녕하며 지나가지만

하이(Hi)는 How are you? 라며 붙잡는다 대답을 기다린다







내 발로 걸을 땐 머리 속이 끈끈해지는데

남의 등에 업혀 도로를 달리면 딱딱히 굳는다






등산로 입구에 템플스테이 간판이 보인다

절박한 자가 절에 묵으러 오는 곳, 절에 묶는 곳, 

절박,절숙, 절묵음, 절묶음이 반복되는 곳







담임 선생님은 말했다

" 3학년 2반 가서 김형수한테 교무실로 오라고 해라"

"선생님, 제가 형순데요"








길가에는 얼굴만 알고 이름을 모르는 꽃나무가 너무 많다

열매를 맺어도 꽃은 피지 않는다는 무화과가 야속하다








떨어지는 폭포수는

여름과 가을, 학생과 선생, 밖의 나와 안의 나의 

낙차를 선물한다 

어지럽다 시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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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력

‪#‎부력‬ ‪#‎무릉계곡‬
고개를 들었다
등이 굽은 할머니는 팔지 못한 나물이 담긴 대야를 머리에 이었다



고개를 숙였다
뱃 속에 넣었을 땐 분명 가벼웠는데
양 어깨에 맨 가방 속 맥주 캔은 왜이리 무거운가
사람 실은 엘리베이터는 가뿐한데
짐 실은 사다리 차는 힘겹다



사부작대는 아이 업은 어미의 발걸음은 조심스럽고
출근 길 사람들이 이고 가는 빈 가마는 덜커덩거린다



교실 뒤로 책상 물리고 했던 햄버거놀이처럼
너는 양파가
나는 고깃덩이가 되어
조여오는 빵 틈에서 기어나와
토마토 한 조각 붙잡았다




목구멍에 걸렸다
뱉은 침은 말이 되고
삼킨 울음은 글이 되었다
고개가 들렸다
빨갛게 크렌베리가 물을 먹고 떠오른다





손목은 떨리지만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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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엄마에게



엄마는 결혼식날 치마저고리 대신 환자복을 입었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드레스에는 고드름이 걸렸다
수술실은 아가리를 다문채 말이 없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했던가
인내는 짧고 수술은 길었다



한쪽만 들리는 칼국수 이어폰에서 엄마목소리가 나왔다
부위가 부위인지라 마음의 준비는 하거래이
십년 전에 세상 베린 아버님이 보고싶다 며늘아 딱 오 년만
더 살고싶다 하셨는데
이모는 주저 앉고 아빠는 고개를 돌렸다
고장난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방울은 침대를 적셨다



간이침대는 엄마의 자궁처럼 편안하다
나도 엄마가 되어 엄마에게 젖을 물린다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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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초록 눈을 깜빡거리다가 노란 잎에 붉은 피가 베이면

가슴이 뛴다

망설임은 길고 짧음은 누가 정하는가

망설임의 신호가 없는 비보호의 심장은 소리없이 뛴다






예외없는 규칙과 규칙없는 예외의 길섶을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규칙의 철판에 예외를 긋는다

어른들의 무단횡단은 노랗다

규칙은 예외에 짓눌려 숨이 가쁘다







그린라이트

눈동자가 노랗다가 초록이 되면 심장은 성큼성금 2루로 뛴다

간발의 차로 아웃이라도 허리띠에 묻은 진흙을 털며 씨익 웃는다

신호등 옆 빵집에서 망설임은 샛노란 숨을 내쉰다






#신호등 #그린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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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울퉁불퉁하고 굴곡진 카페트를 걷는다
츄러스 하나 입에 문 사람만 입장할 것
가로수 길에서
이태원에서 
쫓겨난 사람만 손들엇
쭈그려 앉아 번호표만 쳐다보는 얼굴 속에
갓익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즈가 혀를 내민다
자동차는 카페트 위를 지나고
머지 않아 편지 한통 흐느적거리며 날아들겠지
입소문으로 다시 카페트를 깔아야 한다
경리단은 돌돌 말아 구석에 세워지고
새들은 옥상에 앉아 고개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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