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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감성 - 기업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시마 노부히코 지음, 이왕돈.송진명 옮김 / GenBook(젠북)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시대의 시류(時流)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콘은 오랜 기간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음 시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대체된다.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이 진행됐던 20세기 이후부터는 그 교체주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잘 발견하며, 잘 해석하는 개인이나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IQ(지능지수, intelligence quotient)'가 개인의 중요한 가치로 인식될 때가 있었다. 한 개인의 능력의 범주를 수치화된 지능의 지수로 한정하여 일반화 했던 것이다. 하지만 머리만 좋아서는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음을 인간 스스로 자각하게 되었고 어느새 'EQ(감성지수, emotional quotient)'가 부각되는 시대가 되었다. 단지 머리만 좋은 것보다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CQ(소통지수)', 'NQ(공존지수)' 등의 신조어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지만 당분간은 감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연구와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사에 입사하여 기자와 특파원으로 폭넓게 시대의 조류(潮流)를 탐구한 시마 노부히코는 『돈 버는 감성』을 통해 경제적 관점에서의 감성코드를 풀이한다. 기업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감성의 힘이 일본의 기업과 지역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실현되었는지를 다양한 예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빛의 속도로 급변하는 시대의 감성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역설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21세기의 감성 키워드로 여러가지 항목을 소개하고 있다. 안전·안심, 청결, 건강, 살기 편한 커뮤니티, 간호·의료, 교육, 자연·환경, 엔터테인먼트, 문화·전통·역사, 즐거운 식사, 친구·가족 등이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시대를 선도할 감성의 키워드들이다. 이것들이 앞으로 10~20년 동안의 사회와 소비, 라이프스타일, 정치 등에 이르기까지 기둥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저자는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인 1990년대 이후 성장한 기업이나 유행하는 상품, 인기 있는 장소, 지역·도시, 라이프스타일 등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어 설득력을 갖는다. 일본경제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날카로운 '감성'의 시대를 예견한 기업과 지역의 선견지명이 결국 돈 되는 성공을 창출하였던 것이다. 도요타, 세콤, 샤프 등 일본 내의 세계적인 대기업들과 해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실이 알찬 중소기업들의 성공신화 속에 담겨있는 감성코드를 많이 소개하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저자는 21세기의 조류로 여성과 실버 세대의 주도적인 소비문화를 예견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남성과 기업이 경제를 이끌면서 20세기 고도성장기의 주역이 되었다면, 21세기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는 소비 패턴의 극변에 따른 여성과 고령자들의 역할이 매우 커지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응당 고개가 주억거리게 되는 내용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 또한 경제 생산성과 국가정책 등의 문제에서 많은 고심을 하고 있는 터라 남의 일이 아님이 실감된다.
한 사회의 경제적 현재와 미래를 감성적 코드로 해석한 저자의 논지는 전반적으로 신선하고 흥미롭다. 하지만 지나치게 일본의 상황과 실례를 중심으로만 기술하여 공감 형성이 안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뒷부분에서는 일본의 지역적 실례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비공감적 지루함이 발산된다. 또한 '돈 버는 감성'이라는 제목과 핀트가 맞지 않는 내용들이 다수 있어 책 전체의 통일성과 몰입도가 떨어진 점은 아쉽기만 하다.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서 1988년 조지 부시(George Bush)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하는데, '가족이란 무엇인가?', '친구란 무엇인가?', '지역이란 무엇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건조해진 미국사회의 단면을 지적하고 국민들을 환기시킨 내용이다. 21세기는 결국 <인간>이라는 소중한 존재감을 재확인하는 시대가 될 것이며, 이는 커뮤니티 정신과 봉사의 정신이 개인과 기업, 지역과 국가에 충분히 고양될 때에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21세기 일본사회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며, 그것이 진정한 '감성'의 올바른 미래상임을 강조한다. 응당 동의되는 내용이리라.
앞서 언급했듯이 시대의 냄새와 색깔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변화를 감지하고 흐름을 읽어 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 불리우는 꽤 현명한 종족으로 자찬하지만 기실 그렇지 않은 면이 더욱 많다. 이성적인 만큼 감성적인 종족이 바로 인간이다. 인류의 역사에는 분명 한 시대를 대표하고 주도하는 감성적 조류가 있어 왔다. 그리고 그 흐름은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바로 이 점을 인정한다면, 어떤 감성이 돈이 되는 감성이요, 성공하는 감성인지를 추출하는 작업이 녹록지 않은 일임을 동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유의 연장선상에서 이 한 권의 책은 적절한 앎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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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