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더 사랑해
션.정혜영 지음 / 홍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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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 남편과 결혼을 할 것입니다.
이유는 제 남편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 같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도 제 남편보다 저를 더 이해하고 저를 더 사랑해 줄 수 없을 거 같기 때문입니다.
나로 하여금 작은 것에 감사하게 하고, 나눔의 행복을 알게 하고, 나를 긍정적으로 바뀌게 한 사람입니다.
지금 남편 없인,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거 같은 하음이와 하랑이를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
하나님만나게 해 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p. 67>
 

  탤런트 정혜영의 고백이다. 지난 2004년 10월 8일 힙합그룹 지누션의 션과 탤런트 정혜영은 백년가약을 맺었다. 자신의 콘서트에서 6,000명의 팬들 앞에 공개 프로포즈를 하여 뭇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동경을 받았던 션은 첫눈에 반한 여자 혜영과 한 가정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3년여 동안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부부의 사랑은 더욱 오롯해진다. 『오늘 더the 사랑해』는 이러한 션·정혜영 부부의 행복일기를 담은 포토 에세이다. 평소 자신들의 개인홈피에 올렸던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올칼라판으로 출간한 이 책은 독실한 기독교 가정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서로 한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부부애,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충만히 담겨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책의 내용은 총 다섯 파트로 가름된다. 아내 혜영에 대한 남편 션의 사랑의 메시지를 시작으로 첫 아이 하음과 둘째 아이 하랑에 대한 연이은 사랑의 테마가 이어진다. 계속해서 두 부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돕고 봉사하며 기부하는 일과 아내 혜영의 요리 이야기를 소개한다. 책 속 곳곳에 소개된 몇몇 동료 연예인들의 피처링 문장이 이목을 끌기도 한다. 각 장 마다 두 부부와 하음이 하랑이, 그리고 가정의 비전과 관련된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한 가정의 진면목이 어떠한 것인지를 이미지화하게 된다. 

  션·정혜영 부부의 행복의 근원은 바로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에 의해 그들의 행복은 태동했고 완성되었다. 책 속에서 사진과 조합되는 각 장의 문장들마다 션과 정혜영은 행복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의 깊은 사랑을 수없이 예찬한다. 션은 고백한다. 혜영이를 만난 것, 두 자녀를 가진 것, 그리고 자신이 지금 이토록 행복한 것, 그 모든 것은 바로 하나님 아버지의 놀라운 은혜라는 것을. 주님을 의지하고, 찬양하며, 사랑하는 두 부부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가정을 작은 천국으로 만드는 근원적 힘이 바로 하나님으로부터 발현된다는 사실을 션·정혜영 부부의 삶은 온전히 보여주고 있다. 

  두 아이의 이름이 자못 아름답다. 하음이와 하랑이. '하나님의 마음'과 '하나님의 사랑'을 의미하는 하음이와 하랑이는 두 아이의 귀엽고 앙증맞은 외연적 얼굴 못지 않게 내면적으로도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소망이 함의되어 있다. 이름을 지은 부모의 바람대로 하음이와 하랑이가 성장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복된 주의 자녀가 되기를 축복한다. 더욱이 이 축복은 션·혜영 부부의 간절한 기도로 보증되기에 더욱 고차원적으로 실현될 것이다. 

  기실 우리사회에서 연예인 부부의 삶은 대부분 아름답지 못 해 왔다. 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연애했고, 수많은 대중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으며 결혼했지만,오래잖아 변변찮은 이유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마지막 이별의 모습이 심히 추하여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연예인 가정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연예계에서 션과 정혜영 부부는 주변 동료 연예인들도 부러워하며 벤치마킹하고픈 행복한 연예인 가정의 아이콘으로 통한다고 한다. 하나님 안에서 남편과 아내가 서로 사랑하고, 자녀를 하나님중심주의로 양육하며,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두 부부의 모습은 하나님께서 태곳적에 창조하신 에덴의 가정의 전형이리라. 

  나는 가정 예찬론자이다. 행복한 가정이 밝은 사회를 만들며 강건한 국가의 기틀이 됨을 인류역사는 명징하게 증명한다. 하나님 안에서 아가페를 누리며 살아가는 안정감. 바로 그 안정감이야말로 가정이 <천국>이 되는 기적의 보증이다. 션·정혜영 부부가 누리고 있는 작은 천국을 찬미하며, 그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숨결을 찬양한다.  

  요컨대 『오늘 더the 사랑해』는 에덴의 가정이 되어 천국을 이뤄가는 젊은 연예인 부부의 작은 흔적이다. 찬란하게 빛나고 심히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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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욕망공화국 - 어느 청년백수의 날카로운 사회비평서
신승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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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단 교훈을 얻는다거나 유희를 즐긴다거나 하는 등의 문학의 기능을 열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독서에는 반드시 목적이 따르게 마련이다. 독자는 시를 통해 아름다운 메타포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며, 소설 속에서 다양한 인간탐구의 장에 노출되기도 한다. 인문학을 통해 인간 본연의 고전적 통찰을 이끌어내며, 자기계발서로부터 자신에게 결락된 부분을 확인하고 도전을 얻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수많은 독서의 방향은 결국 '나'를 인식하고, '너'를 이해하며, '우리'를 통찰하는 데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비평서가 많이 출간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부터 시작된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보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지나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그 질적 수준을 상향화해왔다. 한국사회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였던 국가보안법은 그 악한 기능과 본성을 잃어버린지 오래 되었고, 이제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대통령과 정부를 마음껏 비판해도 뒤탈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해 신문과 책과 인터넷을 포함한 온갖 미디어는 자유의 만개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사회비평서의 범람 또한 바로 이러한 변화된 사회적 흐름의 연장에 기반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느 백수청년의 날카로운 사회비평서'라는 재미있는 부제를 달고 있는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은 부제 만큼이나 흥미있는 소재를 재료로 하여 한국사회의 단면을 말하는 책이다. 더욱 흥미있는 것은 바로 '욕망'이라는 코드로 한국사회를 비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저자 신승철은 욕망의 코드로 21세기 한국사회를 맛깔나게 얘기한다. 

  저자는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끄집어낸다. 대마초 비범죄화, 폰섹스, 디카와 개인 블로그 문화, 휴대폰 사회, 얼짱 신드롬, 동성애, 그리고 최근 불거진 이명박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에 이르기까지 솔직하면서도 거친 문장으로 독자와 호흡하길 원하고 있다. 총 36가지의 주제로 우리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각종 문화와 습속, 오류와 모순에 대해 저자 자신의 생각을 '욕망'의 코드로 풀어내고 있어 자못 신선하고 흥미롭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매우 날카롭게 소재를 추출해서 매우 솔직한 문장으로 사회를 비평하는 데 있다. 대마초, 섹스, 동성애 등 오픈하기 힘든 내밀한 소재들을 다분히 솔직하고 자신의 고백적 문체로 연결지어 얘기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공감하고 웃음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저자의 솔직한 접근 방식에 기인한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강점에도 불구하고 중량감은 한없이 가볍기만 하다. 저자가 사회를 비평하는 수준이 고작 '반영'에 머물러 '해석'에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세계의 거울이자 증상인 책으로, 해석을 부인하고 그저 '사실'에 입각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해석을 통해 기존 세계를 비틀고 자기 세계를 만들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맞아. 정말 그래. 근데 어쩌라고?"라며 질문하는 독자의 독백에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날카롭다. 그리고 흥미있다. 그래서 공감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사회를 비평하기 위해 활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해석'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 얇은 사회비평서의 존재감은 바로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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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김현아 지음, 유순미 사진 / 호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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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회사 업무로 인해 수원 영통 근처에 갔을 때였다. 그리 크지 않은 자그만 도로가 뻗어 있었는데 도로표지판에 '박지성로'로 명명되어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전후 비약적인 부흥으로 최고의 축구인생을 살고 있는, 더욱이 국익과 국가 브랜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축구선수 박지성에 대한 수원시와 시민들의 기념적 배려일 것이다. 사실 '박지성로' 외에도 유명한 도로명들에 과거 위인들의 이름이 사용된 것을 우리 주변에서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퇴계로, 세종로, 을지로, 충무로, 원효로 등등 인물과 관계된 도로와 지역명은 수없이 많다. 국가와 지역을 빛낸 인물을 기념하고, 그 사람의 존재성과 정신과 가치를 곱씹자는 데 아마도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인물과 지역의 관계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에서 더욱 많이 발견된다. 대부분 정치적 위인들에 한정된 국내와는 달리 외국의 그것은 문화와 예술의 영역에까지 폭넓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유럽여행에서는 작가나 예술가의 생가를 방문하거나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와 기념관을 목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프라하가 그렇고, 런던이 그러하며, 빈이 그렇다. 더욱이 잘츠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를 기념하고 추억할 정도다. 한 인간이 태어났고, 어떻게 번영했으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산 증거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그 지역에 존재하면서 수백, 아니 수천 년의 세월을 넘어 후세에까지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호미출판사의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는 이러한 지역과 사람과의 관계성을 기반으로 엮은 수필집이다. 1993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현아는 신라 천 년의 도시 경주에서부터 시인의 마을 해남까지 다섯 도시의 여행을 그 지역과 농밀한 관련성을 갖는 '여인코드'로 풀어낸다. <그 곳>에서 과연 <그 여자>들의 삶이 어떠했고, 어떤 존재성을 지니는지를 저자는 앎과 느낌과 논설로 독자에게 소개한다. 

  경주에서는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의 채취를 느끼고, 해남에서는 고정희 시인의 삶과 시를 사유한다. 강릉에서는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을 비교 천착하며, 수덕사에서는 나쁜 여자 나혜석의 삶에서 드러난 '신여성'의 의미를 해석한다. 부안에선 기생 매창의 삶과 시와 여성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더욱이 유교사회의 미덕화로 오랜 기간 동안 절제된 여성성을 고착해왔던 한국사회의 오류와 모순을 지적하며 과거 여성들의 용기와 기백을 상찬한다. 

  저자는 신라를 구한 애국충정의 대명사 박제상의 부인의 전설이 담긴 치술령곡을 전면에 배치한다. 나라를 위해 일본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끝내 망부석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숨결과 정신을 치술령에서 읽어내는 저자의 감상은 자못 흥미롭다. 더욱이 박제상과 그 부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상 차이점을 언급하며 12세기와 13세기 후반의 시대적 배경의 해석과 평가절하된 망부석 설화의 재인식은 굉장히 인상깊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강릉을 대표하는 두 여인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에 대한 비교적 고찰이었다. 한 여인은 너무 과한 비판을, 한 여인은 너무 진한 찬사를 받았다는 점. 또한 한 여자는 너무 불행했고, 한 여자는 너무 완벽했다는 점. 그 차이점 속에서 두 여인의 유사한 공통점을 추출하는 저자의 관찰력은 많은 부분에서 공감적이다. 중요한 것은 예술가로서 글과 그림의 뛰어난 작품성을 갖고 있음에도 작품 자체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작금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소외된 평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한 여자는 너무 음란하고 표절이라는 등의 시비로 비판을 받아왔고, 한 여자는 위대한 어머니로서만 부각될 뿐이었다. 본질이 아닌 비본질로 재단된 두 여인의 웅숭깊은 삶과 예술의 세계를 재천착하는 저자의 문장들은 오롯이 공감되며 흥미를 발산시킨다. 

  고정희 시인에 대한 저자의 강한 사랑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남성적 문체를 거부하고 시적 혁명을 이끈 한 여성 시인에 대한 저자의 상찬은 시인의 마을 해남에서 그 채취와 정신을 음미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한 시인의 시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그 시인의 고향을 찾아가 봐야 한다고 말한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들의 명문장을 인용한다. 그리고 시인 고정희를 만들고 키운 남도의 땅과 남도의 공기와 남도의 바람을 느끼며 상념에 잠긴다. 이러한 저자의 감상은 한 예술가에 대한, 그리고 동일 여성으로서의 공감과 애정이 내재되어 있어 아름답다. 1980년대 한국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하나인 고정희의 존재감. 그것은 애초부터 해남에 있었고, 아직도 그곳에 존재하며, 저자의 경험과 느낌, 그리고 그녀의 활자 너머로 내게까지 온전히 전달되었다. 

  여행은 좋은 것이다. 더욱이 목적이 있는 여행은 더욱 힘있는 <좋음>을 여행자에게 선사한다. 과거 <그 곳>에 있었던 여자들의 삶과 예술과 사랑을 곱씹으며 여행이 주는 최고 수준의 <얻음>을 추출해내는 저자 김현아의 활자가 참 좋다. 한 지역과 한 여자에 대한 연관성, 그리고 아름다운 시를 통해 잔잔하고 공감가는 문장으로 엮어진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를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시공간의 간접적 일탈을 소원하는 독자들에게 살포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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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하는 진보
지성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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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야흐로 보수의 시대다. 지난 4월 9일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위시한 보수정당이 200석을 넘게 획득함으로써 행정부와 지방권력은 물론 의회까지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다. 지난 97년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이후 10년간 지속된 진보의 도약은 작년 대선과 금번 총선으로 처참히 정리되기에 이른 것이다. 국민들은 왜 그토록 많은 몰표를 보수에게 몰아준 것일까. 

  사실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의 명확한 개념 정립이 쉽지 않은 국가다. 노무현 정부 때 집권당이었던 거대여당 열린우리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다수였음을 감안하면 아직도 한국사회의 글로벌 스탠다드적인 보혁구도의 구분은 요원하기만 하다. 남북의 분단 상황, 짧은 민주화 기간, 국가보안법의 존치 등은 한국적 보혁의 의미가 국제 표준에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전제들이다. 

  진보지식인임을 자처하는 조국 교수는 『성찰하는 진보』를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한 각종 모순과 오류를 지적한다. 더욱이 지난 10년 동안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며 무능과 독선을 보여왔던 진보진영에 대한 문제제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진보의 가치와 정신이 존중되어야 하는지를 명쾌하고 기백있게 설파한다. 

  저자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최임 직후와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에 쓴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책의 전면부에 제일 먼저 소개한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말과 행동과 선택 하나 하나가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두 대통령 모두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국민의 기대와 성원을 녹록지 않게 받았던 만큼 시대를 변혁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는 지식인으로서 저자가 대통령에게 바치는 글의 내용은 십분 공감이 된다. 한비자가 군주에게 악이 되는 여덟 가지 장애로 열거한 '팔간八姦'의 문언과 특정 지배세력이 아닌 다수 서민층을 위한 '성공 시대'를 현직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있는 저자의 기백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저자는 정치개혁을 위시하여 사회와 경제, 인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법률, 학문과 대학, 여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곳곳에 치유되지 않는 다양한 문제점들과 이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저자가 제기한 다양한 주제들 중에서 나는 두 가지 정도를 선정하여 거론하고자 한다. 

  우선 국가보안법의 존폐 문제이다. 한국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은 인권을 위협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이다. 헌법에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명시해 놓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보안법과 같은 비인권적, 비민주적 법이 존재한다는 것이 수치스럽다. 지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이 미개한 법으로 인해 얼마나 무고한 시민과 학생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고통을 당했던가. 국회의원들은 어설픈 논리로 국보법 문제를 건너뛰려 하지 말고 양심과 용기로 폐지(최소한 개정이라도)해 줄 것을 요구한다. 국가보안법의 존폐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 논리가 아니라 철저히 '자유'와 '인권'의 코드로 해석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황우석 사태에서 드러난 한국인들의 잘못된 대중 '애국주의'이다. 2005년 황우석 사건은 한국사회가 '진실'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하고 호도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진실을 밝히려는 젊은 과학자들과 MBC 보도에 대해 어설픈 애국주의로 무장한 대중은 총단결해 비난과 매도의 공세를 퍼부었다. 아무리 민주주의 시대의 대중이라 할지라도 자기성찰과 진실에 대한 바른 이해와 양심이 없으면 우중衆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징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만약 황 교수 논문의 허위 여부가 국내가 아닌 외국 과학자나 언론으로부터 밝혀졌다고 상상해보라. 생각만 해도 소름 돋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저자는 많은 사회적 담론을 쏟아낸다. 저자의 논설이 힘있는 이유는 각 주제별 문제제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학자로서의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류대학의 법대교수로서 연구하고 쌓아온 지식, 지식인으로서의 양심과 용기, 한국사회의 오류와 모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통찰이 잘 버무러져 꽤 훌륭한 수준의 진보담론집이 완성되었다. 

  이 책과 비슷한 주제와 내용을 다루고 있는 한겨레출판사의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도 함께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진중권을 위시하여 각계 각층의 진보지식인들의 강연 인터뷰를 모아 놓은 책이다. 한국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한 진보적 접근을 비롯하여 이 책에선 다루지 않은 문화와 과학의 영역에서도 진보적 담론을 추출하고 있어 다양성을 배가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칼 마르크스는 말했다. 학문의 임무는 '해석'이 아니라 '변혁'이라는 것을. 지식인들이 세계를 반영하고 해석하는 차원을 넘어 옳고 상식적인 세계로의 <변혁>을 꿈꾸고자 할 때에 우리사회의 미래는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 진보 지식인이 설파하는 이 한 권의 얇은 진보 성찰론을 살포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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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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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부인할 수 없는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 사회와 예술과 과학과 교육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표준을 리드해가는 나라다. 두 차례의 거대한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존재감은 더욱더 절대적인 것이 되었다. 가장 큰 경제 시장과 넓은 구매력, 세계 최고의 강력한 군대, 다양하게 발전된 문화와 예술,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도시와 빌딩 등은 '팍스 아메리카나'라 불리는 미국의 국가브랜드를 완전한 것으로 보이게끔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수식어들이 미국 내 상위 5%의 상위계층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과연 미국을 '행복한 나라'로 명명할 수 있을까. 

  노엄 촘스키와 함께 미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하워드 진은 『살아있는 미국역사』를 통해 조국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얘기한다. 저자는 약 500여년 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부터 작금의 부시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는 주류 역사와는 궤를 달리하며 내밀하게 가려진 어두운 미국사를 소개한다.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가려져 있고 호도되었던 역사를 용기있고 진실하게 기록하고 있어 매우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미국의 역사를 총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설명한다. 1부에서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정복과 차별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앓고 있는 흑백의 인종 갈등과 여성의 빈약한 인권, 노동자 및 사회적 약자의 소외 등은 바로 그 때부터 태동되었음을 언급한다. 2부에서는 인디언들을 핍박하고 내쫓으면서 끊임없이 서쪽(태평양)으로 팽창하는 야욕의 시대를 소개한다. 더욱이 이 파트에서는 노예 문제와 노사 갈등, 부의 독점과 국가의 제국화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3, 4부에서는 '전쟁'이라는 암울한 아이콘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근현대사를 언급하면서 미국 사회에 불거진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해 서슴없이 비판한다. 

  저자는 강력히 주장한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개척의 이면에는 피비린내 나는 종족의 말살이 있었고, 미국이 자랑하는 독립선언서에는 여성, 흑인, 인디언이 제외되었으며, 링컨이 일으킨 남북전쟁의 본질적 목적은 노예 해방이 결코 아니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엄청난 경제적 장사를 일구었으며, 베트남 전쟁의 목적은 자유민주주의의 전파가 아니라 고무, 주석, 석유 등을 얻고자 함이었고, 고어와 부시의 선거 결과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은 '석유를 위한 전쟁'이었음을 말이다. 그 외에도 많은 양심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마치 붕대에 가려진 곪은 상처를 잘라내 처참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과 같이 저자는 일관된 '진실 코드'로 미국사를 해부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역사를 '지배층'이 아닌 '피지배층'의 관점으로 관통한 점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상대적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저자가 5%의 '지배층코드'가 아닌 95%의 '민중코드'로 미국사를 천착한 점은 응당 귀한 작업이다. 사실 '세계 제일의 부자 국가'라는 타이틀의 내면 속에는 '세계 제일의 양극화 국가'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엄연히 내재되어 있다. 세계 제일의 부자들과 수천만 명의 극빈층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미국. 흑인과 여성과 노동자의 비인권과 이로 인한 갈등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미국. 1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국가 채무로 안고 있어 국방비보다 많은 달러를 빚을 갚는 데 지불하는 나라 미국. 이러한 미국의 내밀한 현재적 아픔을 이해하는 데 그네들의 진실된 민중사만큼 적확한 것이 어디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사실 현재의 미국은 위기감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겼지만 실패한 전쟁인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미국 국민은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쌓고 있다. 또한 오래전부터 활력을 잃고 있던 미국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그 위기 수준이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초강대국과는 맞지 않은 후진적 의료보험제도는 수많은 국민들을 의료의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국제적으로는 푸틴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러시아는 점차 강대국으로의 체질 변환을 꾀하며 미국을 뒤쫓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게 추월당하기 직전의 상황에 있어 미국의 형편이 꼴이 아니기도 하다. 현재의 암울한 미국의 주소가 하워드 진이 설파한 거짓되고 굴곡진 미국사의 업보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의 헤게모니는 현재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직시하고 미국의 현재성을 제대로 천착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주류인가 비주류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비본질이다. 사실인가 아닌가, 혹은 옳은 것인가 아닌가, 좋은 것인가 아닌가가 본질이다. 90세에 가까운 한 미국 사회학자의 연구와 저서가 많은 대중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의 내면에는 바로 역사에 대한 진실된 접근에 공감하는 깨어있는 자들의 욕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비단 미국뿐만아니라 어떤 국가와 사회든지간에 역사에 대한 진실된 접근과 용기있는 고백은 반드시 그 공동체를 도약케 하는 원동임을 나는 확신한다.  

  역사는 반드시 <사실>이어야 한다. 사실의 전제 하에 역사라는 학문의 본질은 완성된다. 한국 사회 또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트라우마에 자유롭지 못하다. 애국자를 빨갱이로 알았고, 쿠테타를 혁명으로 알았으며, 민주항쟁을 불순한 무리들의 폭동으로 알았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한국은 참 빠른 사회다. 번영도 빠르고, 잘못도 빠르며, 회복도 빠르다. 호도된 진실을 신속히 바로 세워가고 있는 한국 현대사의 힘은 '진실'에 갈증하는 한국민들의 용기와 투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밝은 미래는 보증된다고 믿는다. 

  지식인은 세계를 변혁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지식인의 의무라 생각한다. 자신의 지적 수준의 유지나 자기방어에만 관심이 있는 지식인은 지식으로 세상을 낭비하는 자의 전형이다. '지식'이 '진실'과 '양심'을 만나 서로 호흡하고 세계 속에서 작동하며 움직일 때에 우리사회는 올바르고 상식적이며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도 그러한 용기있고 양심있는 지식인들의 활개가 풍성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갈망한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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