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SF를 쓰는가 -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에서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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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 작품을 좋아한다. 『시녀이야기』, 『고양이눈』, 『도둑신부』, 『그레이스』, 『오릭스와 크레이크』, 『홍수의 해』, 『눈먼 암살자』 등이 있다. 부커상을 수상한 『눈먼 암살자』와 『증언들』도 인상깊게 남았던 작품이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에서라는 부제로 글을 담고 있다. 작품을 집필하기까지 구도를 짜는 과정들이 그려진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소설들과 상황들이 영향력을 주었는지도 글에서 만나게 된다.


케이시 애커, 마틴 에이미스, 주제 사라마구, 커트 보니것 등 진지한 작가들이 열거된다. 언급되는 작가들과 이외의 많은 소설들과 작가들이 촘촘하게 채워진다. 유스토피아 장편소설 『시녀이야기』, 『오릭스와 크레이크』, 『홍수의 해』 3편이 언급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아바타, 돈키호테, 모비딕, 우주 전쟁, 프랑켄슈타인 등까지 확장을 시킨다. 말로의 희곡 <포스터스 박사>의 "지옥은 한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한 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니, 우리가 있는 곳이 지옥이오. 또 지옥이 있는 곳에 우리는 늘 있게 마련이라오." (125쪽) " 벗어날 수 없는 곳은 전부 지옥이야" (387쪽) 글귀도 긴 시간 부여잡게 한다. 이와 관련된 작품들도 생각나게 한다. 천국에 대한 작가의 사유에도 같은 발걸음으로 보폭을 유지하게 된다. 성경의 글귀에서 비밀스러운 의미를 무수히 유추하게 된다. 스스로 찾아내는 곳에서 천국과 지옥도 존재한다.


소설들이 전하는 상징성은 SF 소설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농장』의 돼지, 양, 움직임, 말들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조지 오웰의 『1984』 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언급된다. 아끼는 책장의 책들도 언급되는 만큼 그 소설들의 후폭풍도 가름하게 된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와 아스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까지도 소개된다. 읽은 작품들은 이해하기가 쉽지만 읽지 않은 작품들은 맥락이 자꾸만 끊어진다. 언급되는 작품들을 읽고 다시 한번 더 읽을 책이 된다.


17세기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청교도들은 처음에는 유토피아 주의자였다. 뉴잉글랜드 식민지 개척자들은 신의 도시로 간주... 식민지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공공시설은 교도소와 교수대였다. 유토피아의 이면에 존재하는 디스토피아를 인정한 셈이었다. 137


< 아웃랜드 시리즈 > 7까지 모두 시청을 하면서 불편했던 이유들이 상기되는 글귀이다. 기독교인들의 한 손에는 성경이 있었지만 다른 한 손에는 자식을 때리는 매와 채찍과 총과 칼이 있었고 교도소와 교수대, 죽은 시체를 매달아 놓는 문화까지도 아웃랜드 시리즈에서 목도하면서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장면들이 가진 의미까지 이해하게 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쉼없이 관조하면서 작품들을 다시 읽게 한다. 종교에 존재한 디스토피아의 흔적들을 찾는 여정으로 길안내가 된다. 역사 속에 등장한 불편한 진실들이 디스토피아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매끄럽지 못한 것들이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형식으로 존재하는지도 디스토피아를 찾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소위 '해방된' 현대 서구 여자들이 밟고서 있는 이 빙판 얼마나 얇은 걸까? 이 여자들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이 여자들 얼마나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는 걸까? 이 여자들이 강물에 빠지기라도 하면 그 안에서는 무얼 보게 될까? 144

시체 매달기는 일찍이 영국에서 자행된 적 있고, 집단 돌팔매 처형은 아직도 몇몇 국가에서 행해진다... 모두가 가담해 버리면 책임은 어느 한 개인에게 부과되지는 않는 법이다. 146


현대 여성들의 빙판 두께와 어디까지 허락되는 여정인지도 골똘하게 살펴보게 된다. 여성의 곤경이 어느 정도까지 추락하는지, 추락한 세계에서 여자가 보게 될 것들까지도 짐작하게 된다. 양면성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자에게 요구하는 것들과 실제적으로 얄팍한 주머니를 건네는 사회의 부조리를 떠올리게 한다. 평등한 사회를 가로막고 핀셋으로 골라서 기회가 박탈되는 불평등한 사회의 현대 여성을 무수히 열거하면서 작가의 질문들은 아직도 유효한 것임을 확인하게 한다.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과 셜리 잭슨의 단편소설 『제비뽑기』에 대한 내용도 언급된다. 잊었던 장면이 다시 살아나는 제르미날의 장면이다. 착취당한 여성들의 하나 된 행동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그 여성들의 기나긴 숨죽임이 작가의 소설이 집필되기까지 영향력을 주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질문이 쏟아진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을 하나씩 주워서 펼쳐보게 한다. '우리'란 정확히 누구를 의미하는 것인지 질문한다. 그들은 누구인지도 확인시켜준다. 유전자 보유 계층과 유전자 빈곤 계층으로 분리되는 계층은 귀족 사회와 유사성을 띤다. 행복에 대한 작가의 글귀도 여러 번 읽게 된다. 행복에 대한 질문을 무수히 하였을 작가를 떠올리면서 작가의 소설 『도둑 신부』 2권을 펼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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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에세이 - 우리가 함께 쓴 일기와 편지
샬럿 브론테 외 지음, 김자영 외 옮김 / 미행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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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소설 작가의 세 자매의 일기와 편지, 에세이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앤 브론테 세 자매의 모습도 실려있다. 각주 설명과 그림 자료들이 실려있어서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상적인 모습을 전하는 일기글과 편지글, 프랑스어로 적힌 에세이까지도 구성된다.

죽은 앤을 기억하면서 적은 글과 시는 몇 번을 읽게 한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는 것, 고통스럽게 힘들어하는 것을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찾아온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게 한다.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기도의 의미를 온전히 느끼게 된다. 어둠과 폭풍, 홀로 감내하는 지치는 싸움들을 무수히 떠올려보게 된다.

현재의 모습과 지난날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미래에 그려질 모습들도 궁금해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계획한 것들이 무산되기도 하고 무산된 이유도 거론한다. 빚을 청산하고 경제적 활동을 하는 모습과 힘겨운 경험까지도 회고한다. 할 일도 많고 쓸 글도 많지만 열심히 한다고 글에 남긴다. 일기나 편지글보다도 에세이는 더 강열한 어조로 전해진다. 주제가 던진 의미들을 함께 관조하게 한다. 고양이에 대한 글과 인도인 과부의 희생에 대한 글은 인상 깊게 자리잡는다. 과부의 단호한 발걸음이 향한 장작더미가 가진 의미는 남편의 죽음을 뒤따른다는 의미이다. 관습의 의미와 법이 가지는 의미가 절대적인지 다시금 의문을 제시하게 하는 상황이다. 의구심을 가지지 않고 답습하는 문화의 단면을 엿보게 된다. "인도제국은 부유하고 강력하나 그 모든 부와 권력에도 불구하고 노예이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이 넘쳐난들, 그것이 오만하고 잔혹한 지배국의 전횡하에 놓여 있다면 다 무슨 소용인가? "(63쪽)

애벌에 대한 에세이도 흥미롭다. 나비의 삶을 완전한 영적인 삶에 비유하면서 애벌레는 어리석고 물질적인 삶이라고 언급한다. "세속적인 일들이 그를 압도한다. 육체가 욕망하는 것이 영혼이 갈망하는 것을 방해한다. 악한 인간은 유혹에 저항하지 않아도 되므로 더욱 평온한 삶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104쪽) 영적인 삶과 물질적인 삶에 대한 착각들을 대비시키는 내용이다.



고양이 모습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본성이 가진 악함에 대해서 언급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위선과 잔혹함, 과도한 이기주의와 배은망덕한 모습을 조목조목 짚어보게 된다. "위선, 잔혹함, 배은망덕함이 악인만이 가지는 특성이라면 악인의 분류에는 모든 인간이 포함된다고 난 답할 것이다." (69쪽) 형제가 형제에게 글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친오빠에 대한 각주의 설명글을 통해서 『폭풍의 언덕』 소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해럴드의 초상, 헤이스팅스 전투 전날』 글도 강열하게 자리잡는다. 왕과 전쟁을 깊게 관조하게 한다. 왕은 감옥의 죄수이며 신하들이 그의 간수라고 언급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유사한 모습들이 떠오른다. 꽤 재미있게 읽는 내용이 된다. 꾸준히 사유하고 글쓰기를 반복하였을 나날의 흔적들을 마주할 수 있는 글들이다.

적들이 부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영토는 그의 것, ...숲도 그의 것... 자신의 군대를 바라보았다... 용감한만큼 충성스러웠다... 시대가 평화로웠더라면,... 왕궁에 갇혀 향락에 의해 망가지고, 아첨에 속는 호화스러운 노예에 불과했을 것이다... 국민 중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 행동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람... 주변에 모든 이들이 그가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들기 위해 분투... 그는 감옥에 갇힌 고귀한 죄수였고, 신하들이 그의 간수였다. 82

무모함이 사라졌고... 거만함이 사라졌고...

오만이 사라졌고... 부당함은 사라졌다. 82 (전투 전날)

모두가 나만큼 넉넉하고 나만큼 낙담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꽤 살 만한 세상을 누리게 될 것이다... 어제는 오늘과 너무나도 똑같은 날이었지만 아침만큼은 굉장했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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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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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각각의 계절』을 인상 깊게 읽으면서 작가의 작품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언니가 공원에서 살해되면서 용의자와 목격자, 남겨진 가족들과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누가 죽였을까? 왜 죽였는지 추리하기 시작한다.


봄날을 빼앗긴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가 있다. 봄날을 왜 빼앗긴 것인지 의문을 찾고자 복수가 시작되는 주문, 레몬, 레몬, 레몬. 갑자기 가족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 왜 죽었어야 했는지 이유도 모른 채 덮어버린 사건이 있다. 용의자와 목격자들이 흐려지는 형체처럼 사라지면서 남겨진 가족도 멀리 이사를 가고 남겨진 여동생도 전학을 가버린다. 피해자 가족들의 삶은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소설은 펼쳐놓는다.

사랑하는 가족이 갑작스럽게 죽으면 남겨진 가족들은 어떠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지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아기 엄마가 자살하는 이유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 어린 아들의 교통사고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 엄마의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게 된다. 남겨진 가족들이 어떻게 치열하게 이겨내야 하는지, 이겨내지 못하여 자멸하는 어둠속으로 깊게 빠져드는지도 전해진다.

이 소설의 피해자 엄마와 여동생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자신들이 일상을 찾은 듯하지만 어느 누구도 괜찮지가 않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불꽃이 활활 타오르듯이 현실을 혼동하기 시작하는 엄마와 여동생의 선택들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죽은 큰 딸의 이름은 개명하는 움직임과 둘째 딸의 얼굴을 성형시키는 움직임은 끔찍하고도 오싹하게 전해진다. "무서울만큼 다연은 말라 있었다." (42쪽) 바싹 마른 몸으로 살아가는 여동생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언니의 죽음은 그렇게 남겨진 가족들의 인생까지도 혼탁해지면서 여동생의 복수를 향한 발걸음을 뒤따르게 한다.



목격자의 진술과 형사의 수사 진행 상황을 통해서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정학시킨 학생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전해진다. 치킨을 배달하는 목격자였던 한만우의 인생도 놓치지 않게 한다. 부자의 아들과 생의 전선에서 치열하게 살아간 만우의 인생은 공평하게 법과 사회가 보호하였는지도 조목조목 상황들을 대비시킨다.

범인일 거라고 추정하면서 학교 학생들은 두 편으로 나뉜다. 또 다른 추정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목소리가 더 크고 의견 표명이 거침 없었기에... (다른 쪽) 조심스럽고 목소리는 작고 낮았다... 주장에 더 끈질기고 집요하게 설득되는 느낌 " (56쪽) 목소리가 크다는 것의 의미는 상징적이다. 진실인지는 중요하지도 않은 사회에서 모순적인 공방이 이 상황에서도 전개된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약자, 가난한 자, 권력이 없는 소외계층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형사가 만우를 대하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따지고 다그치고 집에 찾아와서 이 가족을 괴롭힐 상황들이 불편해진다.

만우가 형사에게 진술하는 모습이 꽤 위태롭다. 불리할 수 있는 진술들이 이어진다. 억지를 부리면서 짜집기하는 형사의 모습도 낯설지가 않다. 범인을 잡는 것인지,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진다. 범인은 누구였을까? 누가 언니의 머리를 가격했는지 밝혀진다.



사회가 얼마나 어정쩡한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이 소설을 통해서도 엿보게 된다. 만우 가족의 이야기가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가난한 가정환경과 난쟁이 엄마, 아버지가 다른 두 남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는지 만우에게 고스란히 남겨진다. 만우가 치열하게 배달 일을 하면서 살아간 이유와 여동생이 좋아하는 꽈배기를 사서 가져다주는 이유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아버지처럼 사라지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했을 만우의 십 대 이야기와 위협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휘어졌는 법과 사회가 두드러진다. "오빠가 죽어라 돈 버는 게, 아빠들처럼 안되려고... 안 사라질라고 그런 거 아닌가." (143쪽)

육종이라는 암으로 무릎을 절단한 상황까지의 안타까운 사연과 장애인의 노동과 만우의 죽음까지가 짙고 무겁게 전해진다. 만우집에 가까이에 있는 종교시설은 어떤 의미로 있었는지도 질문을 쏟아붓는다. '신을 믿지 않지만 시는 믿는다'는 묵직한 글귀가 무겁게 자리잡는다.



윤태림의 시를 유심히 바라보게 한다. 태림이 들려주는 말에는 범인과 피해자가 죽은 상황과 끈, 태림이 피해자와 같은 상황으로 죽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가 조명된다. 태림이 쓰는 시와 종교적 말들은 진실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진짜 범인이 누구였는지 알게 해준다. 지옥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유도 태림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 부부의 사라진 아이와 피해자 언니의 죽음도 같은 슬픔이 된다.


소중한 가족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진다. 죽음의 원인도 범인도 모른다는 것은 남은 가족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는 흐지부지한 덮개로 가리는 사건이 된다. 가혹한 삶에 던져진 이들이 이겨낼지 이겨내지 못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회는 강제적으로 사건을 덮는다. 작가가 레몬리본을 상기시킨다고 언급하는 인터뷰를 보면서 세월호 사건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깊은 의중과 시선을 소설을 통해서 여러 번 여러 날을 되새김질하게 한다. 밝은 말투와 생기 있는 얼굴, 두터운 외투에 가득해지는 육체가 회복이며 치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라지지 않기를 희망하게 된다. 자신의 삶과 인생은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지 않도록 남은 가족들 모두를 불러보게 한다. 만우의 여동생, 만우의 엄마, 다언의 엄마, 다언.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그 속에서 우리는 가려한 벌레처럼

가혹한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145

휴지처럼 우리 자매도 죽었다...

나는 내 삶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잃었다.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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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9
빌렘 엘스호트 지음, 금경숙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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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6의 『식탁 위의 봄날』, 『크리스마스 잉어』, 『은수저』, 『치즈』,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 5권 중의 한 권에 해당한다.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라는 타이틀로 기획된 소설 5권이다. 다섯 작품의 만찬을 한 권씩 만나보도록 기획된 세계문학전집이다. "회사원에게는 거룩한 뭔가가 없지. 그저 맨몸으로 이 세상에 서 있는 인생들인 걸." 글귀가 강하게 책장을 펼쳐들게 한다.

화자 어머니의 죽음과 영면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대처하는 아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머니가 죽음과 싸우고 있는 날 그는 술을 마셨고 취기가 오르면서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실수하지 않기를 희망하게 된다. 죽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도 슬픔을 몇 걸음 더 물러나 있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친척인 수녀의 모습과 큰 형님의 모습, 몸이 불편하였던 어머니를 돌보았던 누이와 매형의 모습도 몇 걸음 물러난 관찰자처럼 보인다. 직접 어머니를 돌보지도 않았고, 어머니가 홀로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집안에서도 멀찍이 물러나서 갈피를 못 잡는 모습만 보인다. 깊은 슬픔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가 느끼는 만큼만 느낄 뿐이다.



나이가 오십이 코앞인 그에게 찾아온 우연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회사원으로 살아온 긴 세월과는 대조적인 사업을 제안받는다. 부자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으면서 부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공실과 세입자 문제, 임대료 지체에 대한 불평과 불만들을 듣게 된다.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와 이탈리아 이야기도 듣게 된다. 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사퇴한 이유와 결혼할 때 재산을 공평하게 내놓았느냐는 찬반 의사 표명도 모임에서 듣는다. 그가 살아온 긴 세월 동안 나누었던 대화들과는 간극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어떤 대화의 흐름에도 호흡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모임을 주선하는 집주인이 사업을 제안하는데 돈도 필요 없다는 제안에 솔깃해진다. 치즈 사업 대리점을 제안받으면서 그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그가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전해진다. "먹는 장사는 망할 일이 없어. 어쨌거나 사람들은 먹어야 하니까." (33쪽)

대리점 사무실을 준비하는 과정들과 달라질 자신의 남은 인생에 대한 희망들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하지만 아내와 큰 형님은 그와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다. 계약서를 사인하고 온 그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는 아내의 모습부터 떠올리게 된다. 바느질하고 살림을 살아가는 아내이지만 그녀는 계약서를 조목조목 한 문항도 놓치지 않고 읽고 이해하면서 난해한 문항의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난해한 조항의 의미를 어떻게 간파했는지" (70쪽) "바느질을 했지. 그 모습에는 어떤 엄숙함이 어려 있었는데, 마치 세상에 홀로 서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기 길을 걷는 사람 같았어." (62쪽) 아내가 바느질하는 모습에서도 깨닫는 것이 스쳐 지나간다. 홀로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의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놓치고 있지 않는지 반문해 보게 한다.



부자 모임에서 서로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직업이 어떻게 타인에게 인식되는지도 꼬집는다. 묵묵히 살아온 기나긴 세월의 자신의 일은 어떻게 흩어지고 조각나는지 그는 그 모임에서 경험하게 된다. 모임의 자리에서도 그의 위치는 정해진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일 때와 사업을 시작하면서 달라지는 모임의 자리 위치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모임 사람들의 응대하는 모습까지도 예리하게 전해진다. 위선적인 모습들이 모임에서와 사업을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펼쳐놓는다. "직함이 나 하나의 위선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자신과 모든 친구의 위선까지 올려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106쪽) 건들거림이 묻어나면서 노동자들을 바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은 사업을 시작하였다는 자만심에 녹아흐르는 속내들이 거침없이 전개된다.

치즈 꿈은 기어이 이루어질 것인가?...

건들거림이 묻어났지. 34

저 바보들은 저렇게 살고 있다네.

반면에 나는 비즈니스 세계라는 정글 속에서

내 손으로 열심히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어. 88

치즈 사업이 시작된다. 그의 치즈 사업은 출세의 시작이 되었을까? 허세가 어느 정도 첨가되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안전한 미래를 위한 방법도 모색하는 아내와 큰 형님의 도움도 준비된다. 영업할 사람들을 모집하였으니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하였을까? 절묘한 순간에 그의 성공은 폭죽을 터트렸는지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사무원과 노동자를 비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러시아 노동자들이 이룬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킨다. 19세기 작가가 집필한 소설에서 현대 노동자들을 대비시켜보게 된다. 사무원들이 어떻게 대체되고 버려지는지 직설적으로 묘사한 글귀에 섬뜩해진다. 계약직의 용도, 인턴의 용도, 아르바이트의 용도 등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노동자와 부자들의 관점과 삶의 궤도가 대립적으로 묘사된다. 부자들이 돈을 버는 방식과 노동자가 돈을 버는 방식을 펼쳐놓는다.

쓸모를 다하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사회의 노동자의 삶을 보게 한다. 단조로 노래되는 인생의 단면이 연주된다. 부자 모임에서 노동자의 신분을 향하는 멸시하는 분위기도 기억하게 된다. 쓰임을 다하면 어떻게 정리되는지도 계약서의 문항을 통해서 시사하는 소설이다. 자신이 오랜 세월 몸을 담았던 직장의 분위기가 편안했는지 처음으로 인지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가 여행한 짧은 사업가의 삶이 변화시켜준 것들이 무엇인지도 보여주는 작품이다.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찾게 해준 경험이 치즈 사업이다. 치열하게 포착한 것들이 작품에서 펼쳐진다. 네덜란드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이고 언론인인 얀 흐레스호프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찾고 바라보고, 희망하고 기다린다"라고 말하는 밤의 흔적들을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치즈 문제로 안 히던 기도를 갑자기 하게 된 치즈 재앙이 무엇인지 흥미롭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나는 종합해양조선 회사의 노예 신분 51


내 나이가 오십이 코앞이고 30년 동안 종살이를 한 흔적은 당연히 내 몸에 새겨져 있지. 사무원은 고분고분한 사람들이야. 저항과 단결을 무기 삼아 어느 정도 존중을 얻어낸 노동자들보다 훨씬 고분고분하지. 러시아 노동자...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고들 하지 않나... 어쨌거나 피의 대가로 얻은 결과이니까. 사무원들은 대체로 전문성도 별로 없는 데다... 하루아침에 뻥 차 버리고 똑같이 일을 잘하면서 싸게 먹히는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힐 수 있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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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채소 - 매일 채식으로 100세까지 건강하게
이와사키 마사히로 지음, 홍성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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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1인당 연간 의료비 530만원 시대에 채소로 평생 의료비를 버는 고수익 투자에 대해 언급하는 채식에 대해 언급하는 건강도서이다. 아마존 재팬 영양학 분야 베스트셀러 도서이다. 질의문답 형식으로 채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설명된다. 과일과 채소는 같은 것인지, 채소를 먹으면 다이어트가 되는지,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 채소 조리과정을 귀찮아하는 사람에게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는 채소식사법도 소개된다.

채소를 먹었다고 착각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투자법으로 접근하는 채식요법이다. 저위험 고수익이라는 투자 방식으로 시작하는 채식법이다. 장기, 적립, 분산이라는 3대 원칙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채소 투자와 3대 원칙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려준다. 꾸준함이 요구되는 건강식사법이다. 어느 순간 몸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데 정말 꾸준히 채식위주로 식사하다 보면 달라진 건강을 확인하게 된다. 1년 넘게 꾸준히 채식을 우선으로 식사하고 있기에 많이 공감하는 글귀가 된다. 42일, 6주 동안 꾸준히 채식을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올바른 방식으로 채소를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시판되는 채소주스의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지방과 당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지 확인을 요한다. 혀가 너무 달다고 느끼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고 설명한다. 당질을 관리하다 보면 단맛을 싫어하게 된다. 디저트 간식들을 카페에서 즐기지 않는다. 카페 음료도 마찬가지이다. 당질 범벅 음료를 피하게 된다. 당분도 조절해달라고 카페 주문할 때도 요구하게 된다. 당질을 관리하여도 건강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채소를 생으로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여러 영양소를 통째로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필요한 채소 섭취량은 350g이다. 이에 대한 샐러드 채소량도 예시로 설명된다. 영양제가 채소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도 언급된다. 한 종류 채소만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수입산 채소만 먹는 것도 좋지 않은 이유도 설명된다.



주 1회 채식파가 아닌지도 살펴보게 한다. 과거의 영광 채식파, 기분만 채식파, 한 입 채식파 등이 설명된다. 양과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각성하게 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녹황색 채소, 담색 채소, 버섯류, 해조류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화학물질이 얼마나 건강을 해치는지도 언급된다. 잔류농약과 정자수, 난임 치료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알레르기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된다. 식품과 세제, 화장품 등도 화학물질 범벅임을 인지시킨다. 농약과 방부제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채소는 생으로 먹거나 짧은 시간 조리하여야 한다. 수용성 비타민과 지용성 비타민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채소의 색에 따라 영양성분도 설명된다. 6주 투자하라고 강조한다. 생활습관도 관리하라고 한다. 수면의 질 높이기. 물을 많이 마시라고 조언한다. 운동을 습관화하라고 한다. 커피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는 물을 더 마시라고 조언한다.



기분 좋은 아침이라고 의식하는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아침 햇살 쐬기가 왜 중요한지도 언급된다. 수면 시간 7시간이 강조되는 이유도 연구결과와 관련해서 설명된다. 일상적인 집안일, 산책, 자전거 타기와 계단오르기도 강조한다. 활동강도가 가장 높은 줄넘기와 축구는 10, 계단 빠르게 오르기는 8, 조깅은 7, 등산은 6.5, 빠르게 걷기는 5, 수중 워킹은 4.5, 걷기는 3.5, 가벼운 근력 운동은 3.5, 욕조 청소는 3.5, 청소기 돌리기는 3.3, 요리와 세탁은 2, 요가와 스트레칭은 2.5, 책상에서 업무 보기는 1.5라고 한다. 이 수치는 활동강도 수치이다.

물, 수면, 운동, 채소 투자는 함께 투자해야 하는 좋은 습관이다. 최고의 레버리지가 되는 방법들이 소개된다. 근거 없는 건강 비법에 쉽게 속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일 년 넘게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보니 좋은 습관들이 많이 생겨난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 과정에 읽는 건강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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