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에세이 - 우리가 함께 쓴 일기와 편지
샬럿 브론테 외 지음, 김자영 외 옮김 / 미행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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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소설 작가의 세 자매의 일기와 편지, 에세이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앤 브론테 세 자매의 모습도 실려있다. 각주 설명과 그림 자료들이 실려있어서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상적인 모습을 전하는 일기글과 편지글, 프랑스어로 적힌 에세이까지도 구성된다.

죽은 앤을 기억하면서 적은 글과 시는 몇 번을 읽게 한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는 것, 고통스럽게 힘들어하는 것을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찾아온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게 한다.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기도의 의미를 온전히 느끼게 된다. 어둠과 폭풍, 홀로 감내하는 지치는 싸움들을 무수히 떠올려보게 된다.

현재의 모습과 지난날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미래에 그려질 모습들도 궁금해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계획한 것들이 무산되기도 하고 무산된 이유도 거론한다. 빚을 청산하고 경제적 활동을 하는 모습과 힘겨운 경험까지도 회고한다. 할 일도 많고 쓸 글도 많지만 열심히 한다고 글에 남긴다. 일기나 편지글보다도 에세이는 더 강열한 어조로 전해진다. 주제가 던진 의미들을 함께 관조하게 한다. 고양이에 대한 글과 인도인 과부의 희생에 대한 글은 인상 깊게 자리잡는다. 과부의 단호한 발걸음이 향한 장작더미가 가진 의미는 남편의 죽음을 뒤따른다는 의미이다. 관습의 의미와 법이 가지는 의미가 절대적인지 다시금 의문을 제시하게 하는 상황이다. 의구심을 가지지 않고 답습하는 문화의 단면을 엿보게 된다. "인도제국은 부유하고 강력하나 그 모든 부와 권력에도 불구하고 노예이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이 넘쳐난들, 그것이 오만하고 잔혹한 지배국의 전횡하에 놓여 있다면 다 무슨 소용인가? "(63쪽)

애벌에 대한 에세이도 흥미롭다. 나비의 삶을 완전한 영적인 삶에 비유하면서 애벌레는 어리석고 물질적인 삶이라고 언급한다. "세속적인 일들이 그를 압도한다. 육체가 욕망하는 것이 영혼이 갈망하는 것을 방해한다. 악한 인간은 유혹에 저항하지 않아도 되므로 더욱 평온한 삶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104쪽) 영적인 삶과 물질적인 삶에 대한 착각들을 대비시키는 내용이다.



고양이 모습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본성이 가진 악함에 대해서 언급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위선과 잔혹함, 과도한 이기주의와 배은망덕한 모습을 조목조목 짚어보게 된다. "위선, 잔혹함, 배은망덕함이 악인만이 가지는 특성이라면 악인의 분류에는 모든 인간이 포함된다고 난 답할 것이다." (69쪽) 형제가 형제에게 글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친오빠에 대한 각주의 설명글을 통해서 『폭풍의 언덕』 소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해럴드의 초상, 헤이스팅스 전투 전날』 글도 강열하게 자리잡는다. 왕과 전쟁을 깊게 관조하게 한다. 왕은 감옥의 죄수이며 신하들이 그의 간수라고 언급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유사한 모습들이 떠오른다. 꽤 재미있게 읽는 내용이 된다. 꾸준히 사유하고 글쓰기를 반복하였을 나날의 흔적들을 마주할 수 있는 글들이다.

적들이 부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영토는 그의 것, ...숲도 그의 것... 자신의 군대를 바라보았다... 용감한만큼 충성스러웠다... 시대가 평화로웠더라면,... 왕궁에 갇혀 향락에 의해 망가지고, 아첨에 속는 호화스러운 노예에 불과했을 것이다... 국민 중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 행동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람... 주변에 모든 이들이 그가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들기 위해 분투... 그는 감옥에 갇힌 고귀한 죄수였고, 신하들이 그의 간수였다. 82

무모함이 사라졌고... 거만함이 사라졌고...

오만이 사라졌고... 부당함은 사라졌다. 82 (전투 전날)

모두가 나만큼 넉넉하고 나만큼 낙담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꽤 살 만한 세상을 누리게 될 것이다... 어제는 오늘과 너무나도 똑같은 날이었지만 아침만큼은 굉장했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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