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동물로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는 대학원 생활에서도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였다. 전공인 심리학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위축되는 나를 보면서 옳다구나 하며 덤벼들었다. 비단 학교폭력이 청소년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반복된다. 특히 곪아있고, 폐쇄되어 있는 곳일수록.

얼마 전 그렇게 나의 피 맛을 보며 즐거워하는 이들의 선물을 샀다. 그리곤 방어였는지 두려움이었는지, 한동안 전하지 못하고 방 한 켠에 방치했더랬다. 그러다가 편지지를 사서, 한 장씩 써내려 가는데, 참으로도 쓸 말이 없었다. 손바닥만한 편지지 한 장에 이리도 쓸 말이 없다는 것이 나를 더 씁쓸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동물 중 희생양의 입장을 제대로 표명하기라도 하듯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는 말을 써내려가는 내 손을 보면서, ‘그래도 나도 나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회적 동물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를 보면서 그들은 지금.. 그래 지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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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3일..

 

현세를 벗어나야겠다. 하고 무작정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것저것 그리도 벗어나고만 싶었다. 사람들이 이기주의로 가득찬 듯이 보이고, 그 길을 내가 헤쳐나갈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고작 3일이다. 벌써 3일이다. 내가 벗어날 수 없다고 여겼던 길에서 벗어났다고 여기는 순간, ‘길’이라는 카페가 나타났고, 그곳에서 창문에 다닥다닥 붙은 큰파리들을 보면서, 돈을 생각하고, 그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제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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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얼마 전, 회사 근처로 이사를 왔다.

덕분에 남편의 직장은 집으로부터 더 멀어졌다.

나는 남편의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려고 했고, 남편은 내 직장에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려고 했다.

얼마 전부터 나는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남편 직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게 되면, 내가 곧 임신을 하고, 직장을 그만두게 될 것을 염두해 선택한 것이다. 내 생각을 알고, 미리 선수를 치는 남편의 선택이 어쩐지 알다가도 알다가도, 알다가도, 그렇다.

 

어차피 차를 끌고 가봐야 주차난에 허덕거리기에 걸어가면 좋지. 하는 생각에 걸었는데, 이상하게 다리가 퉁퉁 붓고, 저녁에는 문명의 힘을 빌러 세븐라이너에 다리를 끼고 있어야되는 지경이 되었다. 걷는게 분명 몸에 좋을텐데? 건강해져야하는거 아니야? 라는 의문이 들때쯤, 세상은 참..

뉴스에 걷기가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는데.. 웃음이 나왔다. 더욱이 갈수록 한국 사람들이 운동은 적게 하고, 고열량을 섭취해 뚱뚱해진다고 한다. 특히 걷기는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는데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걷는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루에 한시간씩 10년을 걷다보면, 뇌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곁들여 나오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나를 다독이려하느냐. 그렇다면 남편이 끼워준 세븐라이너를 한번 더 작동시키며 나는 지금 건강을 위해 출퇴근 시간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려 노력해보았다.

 

참고로, 남편은 출근시간에는 택시를 타고, 퇴근시간에는 버스를 타는데, 한시간을 버스를 타고 하차 후 10분 정도를 걸어야 집에 도착할 수 있다. 그 시간이 안쓰러웠었는데, 운동을 하는 남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싶다(서울의 출퇴근 시간과 지방을 비교해서 보지는 말라-여기는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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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 남았다. 그는 눈을 찡그렸다. 눈앞에 그녀가 보인다. 하지만 그건 환영일 뿐이다.

 

내가 그곳으로 갈 수 있을까? 잠시 후면 나는 그녀를 보기 위해 큰 모험을 해야 한다. 만약 그곳으로 가지 못하게 된다면 더 이상 나는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든다. 내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그렇게 무서운 일일까? 보통은 두렵다고들 하지만 순간 그것이 두려움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텐데 무엇이 두렵게 되는 것일까? 어찌됐든 난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15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15분은 무슨 15분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그녀에게 가야한다는 생각은 나지만, 내가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무슨 시간인지 모르겠다. 내 말에 두서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 옆으로 가야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4분...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누구인지 조차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내 이름이 뭐였지?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의 얼굴만은 더 또렷해진다. 놓치면 안 된다. 무엇일까? 나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1분...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듯하다. 내가 지금 앉아있는 의자가 아래로 꺼지는 듯 하다. 여기가 맞는 것이다. 이 장소에서 나는 그녀의 장소로 간다.

 

타임아웃

 

응애~응애~응애~

네. 아들이시네요. 건강합니다. 손발 모두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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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창문을 열어다오.

 

어멋! 나는 지우개를 잘 안 써요.

도서관에서 지우개 찌꺼기를 치우지 않고 가는 애들 정말 싫어요.

 

그대는 나의 줄리엣.

이제 그대를 위해 난 볼펜으로만 쓰면서 인생을 살겠소.

 

인생이랄 것까지야.

도서관에서만 안 쓰면 되죠.

아니지. 써도 치우기만 잘 치우면 되죠.

 

역시 그대는 나의 줄리엣.

무조건 당신 말에 따르리다.

 

어멋! 재미없어.

그대는 나의 로미오가 아니에요.

나의 로미오는 쫑알쫑알 말이 많은 생각 없는 사람이에요.

 

나의 줄리엣.

내가 그 모든 걸 해주리다.

 

나의 로미오는 내 말을 들을 생각도 없이 쫑알쫑알 댄다구요.

이렇게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 자체로

그대는 나의 로미오가 될 수 없어요.

 

.. 사람들은 흔히들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공감이 되는 사람...들을 이상형이라고 한다. 말이 넘쳐나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는 사람이 그리운 누군가도 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두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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