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얼마 전, 회사 근처로 이사를 왔다.

덕분에 남편의 직장은 집으로부터 더 멀어졌다.

나는 남편의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려고 했고, 남편은 내 직장에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려고 했다.

얼마 전부터 나는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남편 직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게 되면, 내가 곧 임신을 하고, 직장을 그만두게 될 것을 염두해 선택한 것이다. 내 생각을 알고, 미리 선수를 치는 남편의 선택이 어쩐지 알다가도 알다가도, 알다가도, 그렇다.

 

어차피 차를 끌고 가봐야 주차난에 허덕거리기에 걸어가면 좋지. 하는 생각에 걸었는데, 이상하게 다리가 퉁퉁 붓고, 저녁에는 문명의 힘을 빌러 세븐라이너에 다리를 끼고 있어야되는 지경이 되었다. 걷는게 분명 몸에 좋을텐데? 건강해져야하는거 아니야? 라는 의문이 들때쯤, 세상은 참..

뉴스에 걷기가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는데.. 웃음이 나왔다. 더욱이 갈수록 한국 사람들이 운동은 적게 하고, 고열량을 섭취해 뚱뚱해진다고 한다. 특히 걷기는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는데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걷는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루에 한시간씩 10년을 걷다보면, 뇌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곁들여 나오기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나를 다독이려하느냐. 그렇다면 남편이 끼워준 세븐라이너를 한번 더 작동시키며 나는 지금 건강을 위해 출퇴근 시간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려 노력해보았다.

 

참고로, 남편은 출근시간에는 택시를 타고, 퇴근시간에는 버스를 타는데, 한시간을 버스를 타고 하차 후 10분 정도를 걸어야 집에 도착할 수 있다. 그 시간이 안쓰러웠었는데, 운동을 하는 남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싶다(서울의 출퇴근 시간과 지방을 비교해서 보지는 말라-여기는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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