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부터 일찍 옆동네로 산책을 나섰다. 

얼마 전부터 화요일을 일종의 나만의 휴무로 정해두고 꼭 집앞 카페라도 가려고 마음먹고 있다.

 

이강하 미술관에 딸아이 사생대회 상장이 있어 받으러 갔다가 전시도 보고 차도 마시고 일대를 산책하기로 작정했다.

 

양림동에는 여러 미술관이 있는데 작고 소소하게 잘 운영되는 듯하다. 비엔날레 전시 기간이라 연계 작품을 잘 보고 점찍어둔 카페로 갔다.

 

다형다방 자리에 육각커피라는 곳인데 코코넛커피와 게이샤로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 20대 아가씨들 인스타에 많이 보이는 카페다.

 

 

들어가보니 타일, 테이블, 작은 소품 등등 죄다 육각이다.

 

이상의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 생각나는.....그리고 어딘가 일본풍 인테리어

 

아 그런데 거기서 멈춰야만 했어.

 

갑자기 뜬금없이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막혀>가 머릿속에서 끝없이 재생

 

검색하니 95년이네

 

중독성 강한 아주 오래된 수능금지송 되시겠다.

 

간만에 코트도 차려입고 뭔가 우아하게 책 좀 읽다가려 했는데 ㅜ.ㅠ 창가에서 실실

 

 

 햇살 좋은 창가 같지만 실은 눈이 부시고 책 오래 볼  환경이 아님

 

게다가 거의 공사장 뷰

 

 

양림동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빠르게 진행되어 오래된 가정집이 거의 식당, 카페로 변하는 중이라 늘 공사중이다.

 

한 달에 한번이나 자주 갈 때는 이주마다 가기도 하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데가 보인다.

 

 

 

 

 

나만의 단풍 명소

양림미술관 하고 사직공원 샛길

호남신학대에서 복음성가가 흐르는데 나같은 죄인 살리신....

어쩐지 오늘은 별로 거북하지 않다.

하늘도 그렇고 초록과 빨강이 섞인 잎들이 나를 관대하게 만들었다.

 

조금더 힘을 내서 사직 전망대에도 올라보았다. 아이들 없이 혼자 온 건 처음이다.

올라가보니 노부부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고 할아버지 한 분과 어떤 한국말 잘하는 청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본인이 다녀온 나라들, 세계사에 대한 여러 지식을 이야기하는 중이셨다. 한국 패치 완료되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이야기를 듣는 청년이 인상 깊었다. 얼핏 우크라이나계라고 들은 것 같다. 청년은 한국말이 정말 능숙했고 공손했다, 우왕. 어서와 한국은 자주 이러지.

 

 

내려와서 산책길로 접어든다.

가을의 남산길이 그리워서 이렇게라도 가을에 걸어본다.

 

아직 단풍이 온전히 다 들기 전 초록 잎과 붉은 잎이 섞인 이 시기도 참 좋다.

 

 

한예리의 <최악의 하루>를 떠올리며 은희라도 되는 냥 걸어본다. 이십대에는 나도 저렇게 하늘거리는 치마 입고 남산도 걷고 그랬지. 설레고 삐치고 별별 드라마 다 찍었지.

 

 

 

 

미스터 션샤인 이완익이 들으면 "개나발 퉁소부니? 내 하도 기가 막혀서리 이 욕을 삼십 년만에 다 해본다. 니는 면경도 아이 보니? 언제적 일패를 들이미니" 할 소리 ㅋ

 

양림동에 오면 항상 들르는 이장우 가옥

 

혼자 조용히 멍 때리며 하늘 구름 흘러가는 것 보고 대나무 흔들리는 소리 듣다가 다른 혼자 오신 분이 있어 고요히 즐기시라고 자리를 내어드렸다. 딱 봐도 멀리 서울에서 오신 것 같아서.

 

 

 

아이들 저녁 주고 운동가야 하지만 체육관 사정으로 쉬게 되어 영화를 봤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고 이제야 제대로 본다.

 

이삼십대에 봤다면 연애사에 감정이입해서 짜증이 났겠지만

서로 속고 속이고 아파하고 상처주고 하는 모습이 그냥 다 안쓰럽기만 하다.

 

은희는 하루동안 옛날에 만나던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오늘 처음 본 낯선 남자들을 만난다.

 

 

 

남자들과 만날 때마다 은희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연예인병 걸린 현재의 남자친구에게는 질투도 하고 발랄하게 대하고 지지부진한 유부남인 전 남자친구와 우연히 만나서는 세상 제일 불행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낯선 일본인에게 은희는 순수하고 친절하고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이 작품 말미에 다시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와 조우하여 밤길을 걸으며 은희가 춤사위를 펼칠 때 특히 정말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다웠다. 한예리 씨 무용을 해서 그런지 참 선이 곱다. 진짜 그렇게 웃고 말하지 마요, 자꾸 반하니까. 

 

 

이와세 료의 연기도 자연스럽고 나지막하게 읊는 대사들, 어눌한 영어로 속삭이듯이 대화하는 장면들도 좋았다.

 

둘이 특별히 연인관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은희는 은희대로 배우로서, 료헤이도 그저 작가로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영화 초반에 은희가 연습하는 대사들이 다 은희의 삶과 맞닿아 있는 게 인상 깊었고 배우들이 다 캐릭터에 꼭 맞게 그 상황을 잘 표현해서 진짜 순식간에 영화가 끝난듯이 느껴졌다.

 

N각관계에 얽힌 모두가 항상 서로의 진정성 운운하지만

진짜라는 게 뭘까요? 사실 다 솔직했는걸요, 라는 은희의 말과 같이

순간순간 각자의 감정에 따라 살아낼 뿐이다.

 

다른 리뷰를 보니 은희나 남자들(한남이라 하며) 행태에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약하고 모지리들이 만나는 게 세상사다.

 

그냥 남자들 찌질함이 한없이 웃겼다.

헤어진 은희를 스토킹해 남산까지 찾아와 절절하게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나는 행복해지지 않기로 했다며 부인과 재결합한다는 운철도 웃기고

데이트 중에 다른 여자 이름 부르고 딴눈도 팔았으면서 은희에게는 저주를 퍼붓는 현재의 남자친구 현오도 우습다.

 

그냥 대사 하나하나가 많이 웃겼다.

 

*

 

<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오전에 카페에서 볼 때 초반에는 전작과 별다를 바 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후반에 이르니 이 땅에서 결혼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고달픔에 대한 이야기,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결혼초부터 명절에 시댁에 안 간다고 이야기하고 불화 없이 잘 살아간다.

요즘 새댁들은 이렇게 주체적으로 잘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함부로 내 경계를 넘는 사람들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데.

시부모님을 '몰랐던 중년부모'라고 표현한 부분만 딱 떨어뜨려두어 욕도 많이 먹은 것 같은데 틀린 표현은 아니다. 잘 몰랐던 분들이니 잘 알아가야 하고 서로 맞춰가야 한다. 억지로 관계속에 끌어 맞추려하지 말고.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 포스팅.

 

그래도 책에서 본대로 나에게 다정했던 어떤 하루를 기억해둔다.

정말 힘들어질 앞으로의 어떤 날에 대비해 힘을 내려면

이런 풍경들 그때 그마음들 차곡차곡 저축해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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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나 2018-10-3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에 양림동에 놀러 갔어요~ 좋았던 기억이 새록 나네요^^

뚜유 2018-11-01 06:24   좋아요 0 | URL
5월에도 참 좋았어요. 양림동.
옆 동네지만 여행가는 기분으로 종종 가요 ^^
 

 

 

 

 

 

 

 

 

 

 

 

 

 

 

 

건강에 관련된 책을 읽게 되는 것도 중년기의 한 현상인가보다.

 

대사량은 줄었는데 여전히 세 끼 꼬박 먹고 아이들 간식 챙기고 하다보니 몇 년 사이 전에 알던 사람들도 몰라보게 몸이 불고 있다.

 

사소한 스트레스에 탄수화물 중독으로 대처해서 그렇고

소소하게 마신 음료들 때문에 자꾸 살이 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탓이 크다.

 

여전히 안달내고 힘들어하고 있다.

 

어제는 나가는 학교의 공개수업 날이었는데 여러 가지가 꼬여서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유독 말썽인 아이가 있는데 점점 심해진다. 며칠 전에도 나와 다른 아이들에게 특히 나에게 불쾌한 언행을 자주 해서 상담도 했는데 나아지지 않는다. 어머니에게도 말을 해보았으나 훈육을 잘 할 타입이 아니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뭔가 말을 많이 하고 기발하게 하면 창의력이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그 결과 수업시간에 저마다 맥락없이 말을 마구 뱉는다.

 

일단은 듣고 주어진 자료를 응시하고 해야 배움이 시작되는데 이해도 없이 표현만이 넘친다.

 

일단 교문을 나서면 생각을 하지 않는 쪽으로 해야 하는데 시간제 일에 너무 마음을 쏟고 있다.

 

그 아이 부모, 담임, 학원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내가 붙들고 있으면 무엇하겠는지.

 

그 시간의 일은 그 시간에 해결하고

더 깊이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주말에 아들 생일 기념으로 고흥에 다녀왔다.

 

아들 생일 기념이지만 아들이 원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요즘에 진짜 어디가 되었든 가려고 하지 않는 아들이라 이것도 나의 큰 고민 중 하나이다.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나로우주발사전망대, 분청문화박물관, 조정래 가족문학관을 돌아보았다.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가보고 싶은 데를 다 가다보니 차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거의 다 해안도로이고 날이 좋아서 바깥을 보기만 해도 좋았다.

 

우주센터는 원래 단체 위주의 곳인데 마침 당직자 분이 계셔서 체험을 몇 가지 도와주셨다. 문 워커라는 우주비행훈련하고 직접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4D가 인상 깊었다.

 

발사 전망대까지는 거리가 상당했지만 날이 좋아서 전망대는 가보고 싶었다. 360도로 바닥이 회전한다는 전망대는 관광지의 흔한 전망대.  

 

분청문화박물관에서부터 아들이 삐딱해서 딸하고만 둘러보고 조정래 가족박물관도 딸과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새로 생긴 곳들이라 시설이 깔끔하고 구성도 알찬 편이었다. 부여 때도 그렇고 거의 여행 막바지 문학관 방문 때는 부자는 쉬고 있고 딸하고만 보게 되는 수순을 밟는다. 부여 신동엽 문학관 때도 그렇게 잘봤는데 아쉽기는 하다.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이 또한 마음 비우고 욕심 내려두어야겠지.

 

풍경도 아름답고 일정이 순조롭고 도움 주신 분도 많은 감사한 여행이었는데 아들하고는 이제 다니기 힘들듯하다. 불평 듣고 맞추어주는 것이 이제는 참 싫다. 나와 맞추어주지 않는다고 미워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냥 사춘기 남자아이가 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아겠지.

 

 

 

*

고흥이 아버지의 고향인데 작년에 유산 분쟁? 으로 친척과 문제가 있어 군청을 방문한 게 다여서 이번에야 제대로 관광을 해보았다.

 

아주 어릴 때 고흥에 1년 정도 살았다는데 기억에도 없는 곳이다.

 

국민학교 때 기차 타고 버스 타고 힘들게 찾아간 시골집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고흥' 하면 아, 멀고 불편해 하는 기억뿐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고흥에 대해 다시 순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저 책은 안 보았지만

고흥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표현이 이 계절에는 꼭 들어맞는다.

 

쪽빛 바다와 크고 작은 섬, 유자, 하늘, 분청사기 조각, 운석이 있는 고흥

 

내 기억속 항상 어린, 영원히 늙지 않는 아버지의 고향 고흥에

이제는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다.

 

미움도, 원망도 다 털어버리고. 

 

다음에 고흥에 가게 되면 고흥 가고파그집에서 북스테이하며 쉬고 싶다.

 

 

 

사진은 즐건마암님 블로그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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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게도 최근에 다시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미스터 션샤인.

나도 볼 줄이야.

 

응팔과 운빨로맨스를 끝으로 시간 아니 특히 감정을 너무 소모하는듯해서 드라마는 자제하고 있다가 수업 나가는 곳에서 애들이 본다 하여 보기 시작했다.

 

1-2회는 식민사관에 입각해 기술했나 싶을 정도로 조선 내부에 문제가 많아(신분제의 병폐. 세도정치, 친일파 득세 등) 일제 강점이 시작되었다는 시각 같아 불편했는데 전체를 보니 이 정도면 양호하다 싶다. 내가 어릴 때 여명의 눈동자를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을 애들이 맛보고 있는듯하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역사에 대해 많이 모른다. 그래도 방영 이후 정미칠적이라든가 여러 의병들 관련해 관심이 많아져 고무적인 변화이다.

 

드라마는 물론 완벽하게 판타지다.

 

비록 식민지 시기이지만 이런 고귀한 사람들도 있었다면 하는 바람들이 모인 것.

 

구한말 진짜 역사를 알고 싶으면 역사책을 읽거나 다큐를 봐야지.

 

양반의병장이 평민출신 의병이 예를 다하지 않는다 해서 처벌하기도 하고 삼년상을 치른다고 다 버려두고 고향에 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유진 초이같이 조선 출신인 정의로운 미국인 따위는 없었다. 드라마에서는 너무 미국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다 보고 나니 제국주의 열강의 문제를 유진 초이 입으로 간간이 언급하는 부분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절반의 성공이다.

 

양반 출신의 고귀하고 정의로운 여성이 각계각층 남성의 두터운 신망과 보호 끝에 꿈을 이룬다는 판타지에 모두가 열광한듯하다. 세세하게 아재 개그라든가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들도 좋았다.

 

작가가 굉장히 대중의 욕구를 잘 파악했고 배우들이 노력을 엄청 한 듯하다. 김태리 한복, 양장과 그 화적떼 같은 옷에도 반했다. 보고나면 한동안 하오체를 달고 살게 된다. 옛날 사람이라 놀림받는 사십대 아예 구한말로 가버렷.

 

<단박에 한국사>는 우리나라 역사만이 아닌 주변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통해 우리의 위치를 진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국주의 열강 틈에서 이렇게 고통을 당했구나 싶고 고종이나 민비, 대신들이 다 원망스럽다. 어찌 그리 현실인식이 낮았는지.

 

그리고 일본을 막연하게 나쁘고 이전에 엄청 미개했던 나라로만 규정하지 말고 어떻게 먼저 아시아 최초로 근대국가가 되었고 어떤 전차를 밟았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사 배울 때도 그랬는데 여러 사건들 자체는 잘 아는데 전후 관계를 연결해 맥이 잘 닿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나와 와닿는 문제라 더 설명하기 어렵고 답답한 주제를 다룬 책들도 보았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은 학술서라기보다는 어쩐지 에세이 같았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닌 사회학자가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부딪히는 문제들을 사회학을 빌려 기술했다.

패기있게 모든 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던 이십대 시절을 지나 늦은 연애,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며 내 계급적 한계를 더욱더 실감하게 되고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N포세대 전이라 결혼과 출산이라도 겪어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과연 다행일까?

 

양육과 노부모 부양에 대한 무게가 심각한 가운데 머리 식히려 읽은 <붉은 손가락>에서도 노부모 봉양과 자식 양육 모두에 실패한 가장이 나와 씁쓸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사교육에 대한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경제적 상층 전문직 부모가 일반의 사교육 행태를 비웃으며 사교육이 어리석고 나쁘다고 하는 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서민의 사교육은 어느 소설에도 나오듯이 보육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며 최고 상층은 교육을 통해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필요가 없기에 입시에 연연하지 않는다.

 

교육은 언제나 사회에 종속적이고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

 

"좋은 사회란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165쪽

 

우리가 과연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지 묻게 된다.

육아 역시 경쟁의 장이 되어 힐링육아서니 소박한 엄마표니 하지만 결국 육아계발서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이 엄마들에게 편한 현실인가?

 

<네 이웃의 식탁>은 정말 마을이 아이를 키웠던 과거 공동체가 요즘에도 가능한지 묻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좋았던 옛 시절을 떠올리지만, 산후조리라는 것도 없이 바로 밭매고 층층시하 관계에 시달리고 공동육아가 아닌 공동의 방치인 시절이 더 낫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전이 더 아이들 키우기 좋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사는 집에서는 유모를 따로 두었을 정도로 육아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다. 가난한 집에서는 자녀를 많이 나아 그중 살아남은 아이들이 다시 가정의 노동력의 원천이 되었을 뿐이다.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는 삶을 살기보다 집단의 부속품으로 살다가는 것이 이전의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동주택에 입주한 네 가족은 공동으로 출자해서 돌아가며 아이들을 보고 함께하다 보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 여기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러간다.

 

육아의 일상 풍경이나 육아로 얽힌 인간관계의 민낯이 내가 겪었던 것과 너무나 흡사해서 답답하기만 했다.

 

양육을 개인 혹은  무작위 집단의 선함에 맡기기보다 사회 제도적으로 시스템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합리적인 가격의 가사 서비스가 개개인의 짐을 덜 수 있을 뿐이다. 상업화한 비대한 키즈카페보다 공공 실내놀이터 시설이 더 많아진다면 부모의 부담을 덜 수 있을 터.

 

그런데 저출산 해소 정책에만 몰두하기에는 이미 비혼이나 일인가정도 많은 추세라 사회 모두가 이런 정책에 동의할지 미지수이고 모든 게 참 쉽지 않다.

 

혼자 세상 심각하다 읽은 이 책 <예의 없는 .....> 

 

제목도 저자 이름도 범상치 않다.

 

김불꽃 ㅋㅋㅋ

 

뭔가 확 타오르는  

 

아이 낳고 커뮤니티 중독이라 이미 읽은 내용이지만 또 빌려봤다.

 

정말 예전같이 가정의례준칙이라도 만들어 배포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예절이 각자의 개념, 각자의 감각에만 맡겨진 지 오래되었다.

 

결혼식, 돌잔치, 산후조리, 조문 등 일상에서 맞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진상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청학동 에미넴이라는 별칭에 맞게 적재적소에 거친 입담을 뽐낸다.

 

무개념들에게 가정교육 원격으로 받은 티, 이비에스로 받은 티내지 말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꼰대들에게는 그러다 단명하십니다, 라고 응수.

 

 

 

 

 

 

 

 

 

 

 

 

 

 

 

 

다 읽고 나니 생활예절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에서 각자가 품고 있는 감정의 온도를 가늠하지 못하고 혼자 정성 쏟고 상처 받는 사람들을 위한 소심한 속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정도로 개념(?)이 없고 자기 중심적으로 연을 맺는 사람들은 애초 이런 고민을 안하기 마련이므로.

 

미스터 션샤인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대로

그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거늘 네가 호구다. (네가 호구다, 호구다, 호구다가 에코로 계속 퍼져야 실감난다 ㅋ)

 

 

호구의 삶, 호구지책 속에서

 

유일한

숨구멍 틔우는 일.

 

그 일에 마음 쏟으며 또 이 계절 보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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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 마음이 상하고 몸이 지치는 그런 연휴였다. 

 

명절 직후에 육아커뮤니티 들어가면 다들 시,시,시와 무심한 남편, 짜증내고 아픈 아이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나에게도 명절 직후면 펑 사연(답답해서 말할 곳이 없어 적었다가 부끄러워 나중에는 폭파하는 글) 가득이다. 특별히 막장이거나 나쁜? 시가와 식구들은 아니지만 명절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일단 명절 스트레스는 물리적으로는 먼거리 이동과 좁은 공간에서 여러 세대가 갑자기 생활해야 하는 불편함, 필요 이상의 무의미한 가사노동(무한 음식 공급)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상당수가 감정 노동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시가와 시가 친척들이 밀집해 살고 나의 본가는 멀다는 이유로 항상 안 가게 된다. 이건 내가 배우자와 아이들 고생하는 게 싫어 내 스스로 명절에는 나만 가는 걸로 해두어 큰 불만은 없다.

 

그런데 이번 명절에는 미묘한 분위기 조성으로 일정 마치고도 다른 친척집 방문 코스가 하나 있어서 짜증이 났다. 나만 모르는 주제로 대화가 이어지고 시가 쪽 어른이 뭔가를 준비하고 내가 도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친하지도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모여 어색한 대화가 이어진다. 몇 년만에 만나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함부로 묻고 재단하면 그게 반가울까. 맥락없이 결혼은, 취직은?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갑자기 본인 차만 따라오면 된다고 먼저 출발해버리는 데 어버버하다가 가게 되었는데 이게 나의 결정적 실수였다.

 

같은 지역인데 얼굴 비추는 게 뭐가 어렵냐고는 하지만 아이도 짜증이 나서 툴툴거리고 나도 화가 난 상태로 그쪽 분위기 맞추느라 결국 저녁에는 터졌다.

 

오래 대화를 나누어보니 결국 모두가 바라는 건 온전한 '쉼'이었다.

 

구습은 자꾸 폐지되어 김영란 법도 생긴 마당에 왜 명절은 없애지 않는 걸까.

 

대규모 이동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명절이나 여름휴가 집중을 없애고 연중 개인이 휴가를 자유로이 선택하게끔 바꾸면 명절 스트레스는 한결 덜할 텐데. 명절로 쉬는 날보다 두세 배쯤은 많은 개인 휴가를 자유로이 쓰게끔 하면 더 좋고.

 

내 얘기를 듣고 누군가는 노년층이 크게 반대할 것이라 한다.  

그나마 '명절'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어야 오지 명절을 없애면 아예 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자녀들이 찾아오고 싶지 않게 만든 역사가 있지 않을까.

의무만이 남은 관계.

할많하않

 

얘기하다보면

 

너도 늙어보라는 이야기만 들을듯

 

**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보면 양가 부모 도움으로 결혼한 경우 최대주주인 부모들이 여전히 결혼생활에 대해 지분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부분이 있다.

 

나의 경우는 어머님은 크게 지분을 행사하지 않는데 늘 지분을 행사하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가족, 친족의 의미가 핵가족과 양가 부모로 한정된 지 꽤 되었는데도 명절이면 여기저기 인사 가고 선물 돌리고 자신과 집안이 잘 되고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내가 불편해지는 지점에서 싸워야 하는데 오래도록 좋은 게 좋은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건 남이 좋은 거지 내가 좋은 게 아니었다.

 

우리집의 경우는 경제적 지분보다는 심리적인 죄책감을 자극하는 식으로 내 일상을 파고든다는 게 큰 문제다.

 

사회정의를 해치는 것도 아니고 나 좀 더 이기적이어도 된다.

 

그리고 내 아이는 누구의 아들, '장손'의 짐을 지고 무겁게 살지 말고 한 개인으로 시민으로 가볍고 행복하게 잘 커가면 좋겠다.

 

 

*

 

추석 전 주말에는 나의 본가인 경기도에 다녀오려고 기차를 타고 혼자 갔다. 가면서 <파과>를 읽었다. 노년에 이른 여성 청부살인업자 이야기라니 무슨 사연일까, 싶었는데 읽다보니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

 

의지가지 없는 '조각'의 황폐한 삶,

조각은 나이와 성별로 인한 차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다 읽어낼 이동시간인데 이번에는 자리 운이 꽝이어서 다 못 봤다. 

옆에서는 어떤 여자애가 계속 통화하고 뒤에서는 아이가 패드를 보며 발로 차대는 통에 책도 못보고 잠도 못 잤다.

 

<파과> 진짜 집중해서 봐야 하는데 ㅜ.ㅠ

 

낯선 단어도 꽤 보인다.

 

내가 모르는 건지 단어 하나하나 고르고 골라서 공들여 쓰신 것인지.

후훗.

후자쪽이라고 우기고 싶다.  

 

'조각'의 일상,

 

뭉그러질 대로 뭉그러진 조각의 삶은 냉장고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진 과육과도 닮아 있다. 언제 둔지도 모르고 방치했다가 못 쓰게 되어버린.

 

나도 내 자신을 방치하고 아무 데나 놓아두면 결국에 으스러질 것이다.

 

항상 내가 있을 곳을 스스로 정하고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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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27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9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0 0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항상 그렇듯이 제목이 책의 운명을 가르는 듯하다.

 

<죽고 싶지만....>이 오래도록 순위권인데 나는 별로 공감을 하지 못했다. 항상 약간은 기분 부전 문제를 겪고 있지만 세대가 달라서 그런지 구성이나 문체가 와닿지 않는지 소장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최근에 생긴 북카페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읽었다.

 

제목이 참 정직하고 문체도 위트 있다. 솔직하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찾아보니 개정판은 제목이 바뀌었는데 표지도 제목도 이 판이 훨씬 좋다.  

 

 

 

 

 

 

 

 

 

 

 

 

 

 

 

 

우왕 명성 자자했던 천명관을 이제 읽었다.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여성에 대한 시선이나 질펀함, 육덕짐? 뭔가 그런 불편의 산을 넘고 등장인물의 인생유전 전체를 보면 납득이 가기도 하고 아니 그런 납득의 세계를 넘어야 한다. 고전소설 전기수 같기도 하고 환상성 짙은 남미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어릴 때 할머니나 엄마에게 들었던 동네에 누구집 아이 혹은 그집 이렇게 저렇게 해서 잘 살다 망했고 누가 누구에게 시집 장가를 갔고 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놀라운 건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는데도 짠하고 애잔하게 만드는 기술이 있다.

 

이 책에서는 고래로 형상화한, 살면서 인간이 품는 거대한 욕망은 생을 파괴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다들 남과는 다르게 특별하게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지만 결국 운명에 굴복하고 마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용모의 미추나 개인의 능력, 성품, 주변 환경, 국가의 흥망성쇠 등 한 사람의 인생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다. 이 소설의 히로인인 금복은 밑바닥에 있다 솟아오르기도 하지만 그녀의 딸 춘희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은 내내 바닥을 기다 사라질 뿐이다. 읽다보니 으으으 온몸의 기가 빠지는듯 힘들긴 했지만 어릴 때 전설의 고향 보듯이 두려워하면서도 그냥 다 봤다.   

 

전에 모임 분이 야쿠마루 가쿠의 <침묵을 삼킨 소년>을 추천해서<돌이킬 수 없는 약속>도 보게 되었다.

 

이건 사실 내용 유출이라 자세히 쓸 수 없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답게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미미 여사의 <모방범>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일본도 성 관련 강력범죄가 많고 성폭력 신고율은 우리나라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 같다. 일본 여성들도 정조 개념이 강해서 성폭행을 당하면 신고하고 싸우기보다는 자살하고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쪽이 훨씬 많은듯하다.

 

<고래>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남성 작가들이 뭔가 생생하게 그려내는 어떤 장면들을 여성 작가는 그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기 힘들다. 겪었든 겪지 않았든 각기 다른 차원에서 묘사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  항상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면, 을 무시할 수가 없고 그런 상황에 대한 묘사는 '말할 수 없음'의 영역으로 가라앉는다. 내 은밀한 상처나 고통이 전시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글 속에서만이 아니라 평온한 일상에서도 종종 당혹스런 상황 아니 공포스러운 상황이 닥친다.

 

얼마 전에 주말에 딸이랑 충장로 알라딘에 갔다. 지하이고 화장실이 빌딩 후미진 곳에 있어서 딸이 화장실에 가면 항상 앞에서 기다린다. 알라딘 매장 쪽 문이 열리고 어떤 남자가 나왔는데 흔히 보이는 노숙인 풍의 사내였다. 머리는 여기저기 솟아 있고 옷은 때가 타서 더럽고 화장실도 가기 전에 허리띠를 다 푸르고 지퍼를 내리며 실실 웃으며 내 쪽을 보는 것이 수상하고 공포스러워 얼른 여자화장실로 갔는데 다행히 딸은 나오지 않았다. 나도 다른 칸으로 들어가고 옆칸의 딸에게도 이상한 사람이 있으니 나오지 말라고 했다. 이어서 어떤 아가씨가 들어와서 입구에 누구 없냐고  물으니 없다고 해서 알라딘 매장으로 얼른 들어갔다. 어느 틈엔가 매장에 다시 그 남자가 들어와 있어 다시 나를 보고 실실 웃어서 매장을 아예 나왔다. 그냥 그 정도인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고 딸이 혼자 화장실에 갔더라면 어떠했을지 생각하니 너무 공포스러워 당분간 그쪽에 가기 힘들 것 같다.

 

성추행, 성폭행 미수 형량이 낮은 것도 정말 말이 안 된다.  

미수,

시도했으나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그 분위기 자체가 이미 폭력이다.

 

앞의 상황을 매장이나 경찰에 말해봐야 내가 예민하다는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요 며칠 센 책들을 읽어서 책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문자가 왔다.

 

 

오정희 님 책은 주문 전이고

염승숙 님은 어느 모음집에서 읽은 작가인데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딸이랑 양말 고르며 엄청 웃었다.

책 제목을 양말로만 바꿔도 얼마나 재미난지.

 

웃다가 브레멘 양말, 그리고 양말도 없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양말을 골랐다.

 

 

 

 

 

 

 

 

 

 

 

 

 

 

생각보다 질은 나쁘지 않고

M은 220 정도인 딸 발에도 잘 맞는다.

 

이제 애들 아침도 줘야 하고 마무리해야 하는데

제목을 뭐라 해야 하나 고심하다

나도 낚아보려고 이리저리 섞었다. 

 

'돌이킬 수 없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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