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에 늘 그렇듯 애들 재우다 잠들어 새벽에 깼다.

한 음악프로그램에서 윤영배를 보았다.

"삶은 그다지 멋지지 않다. 멋있어야 한다는 환상 때문에 삶이 힘든 것이다."

자다 깨서 정확하지 않지만 그런 요지의 얘기였다.

 공감한다.

다음날 <좀 웃긴>을 세 번쯤 들었다.

 

 

2.

 

 

 

 

 

 

 

 

 

 

 

 

 

 

 

"나는 인생의 목적이 흔히 말하듯 인생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님을 얼마의 시간이 걸리건 상관없이 기어코 납득시킨 끝에, 고달파진 우리가 최후의 상실까지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데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p. 183

 

 

3.

 

대개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모습에 기반에 과거를 구성한다. 아주 어렸던 시절마저 심하게 왜곡된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여러 기억의 편린들과 마주하게 된다.

괴로운 순간이 꽤 되었다.

지금은 내가 완전하지 않고 아이들 역시 계속 그럴 것이기 때문에 너무 조바심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만 한다. 그러다 보니 일상은 그냥 블랙코미디 ㅋ

 

4.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역시 공감한다.

 

가장 부끄러운 이야기는 일기장에도 쓰지 않는다. 아주 오래 전에 확인했다.

 

어릴 때 엄마를 격하게 미워했던 적이 있다.

저주의 편지를 몇 장에 걸쳐 쓰고 국기함에 넣어 장롱 뒤에 두었다. 이사나오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이후로 어찌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책을 읽고 나니 그때 생각이 났다.

 

 

 



 
 
2012-05-24 10:31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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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마지막 주말에 외삼촌 아들이 결혼을 한다고 하여 가는 길

 

선물로 준다고 인형까지 들었다.

 

요즘엔 공주 바람이 불어서

 

자나깨나 드레스 타령

 

저 핑크 버버리 안에 화려한 공주 드레스 

 

또 여자라면 레이스양말까지

 

정말 못말려!  



 
 
2012-04-12 14:10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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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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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거의 5년 만에 영화관에 가서 <건축학개론>을 보고 왔다.

 

예전의 그 음악들은 어느새 지나간 세월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간만에 클리셰 이런 단어들도 내뱉어보았다. 퓨전중화 요리점에서 이야기를 하고는 좀 뒤통수가 따가웠다.  

 

항간에 자주 회자되는 '납뜩이' 때문에 웃기도 하고 그 시절의 패션이나 삐삐 같은 것들에 미소 짓기도 했다.

 

96학번 그 시절에 나는 여학교 학생이었다.

 

늘 아르바이트와 학교 근로와 동아리 잡다한 행사 등으로 근근이 지내는 내게 연애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학교 근로를 도서관에서 했는데 바보같이 몰입해서 일하다 학교 수업에 늦은 적도 있고 축제 때 동기들이 이웃학교 남자친구들을 데려와 이거저거 시키는 동안 열심히 전만 부친 적도 부지기수.

 

수지보다는 승민과 그의 엄마에 깊이 감정이입하여 영화를 보았고 자주 울컥했다.

 

1학년 때 받아든 학과 교수님, 학생들 주소록 대개는 압서방(압구정, 서초, 방배)으로 채워져 있었다.

 

오티 때 강남이 집인 한 아이가 내가 경기도 소재의 우리집에 대해 말하자

 

'그럼 넌 자취하니? 하숙하니?' 하고 묻기도 했다.

 

봄이었는데도 학교는 늘 추웠고 내가 속한 동아리 방은 낡은 가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3학년 선배언니들의 담배연기 자욱한 그곳에서 들리는 연애담은 대개 씁쓸한 것들 뿐이었다.

 

여중여고여대로 이어지는 초건어물녀인 내게 그래도 약간의 희망의 불씨가 있다면 

연합동아리라서 가끔은 남자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나마 그 희망의 불씨도 한 학기가 지나자 꺼져버렸다. 

 

여러 학교를 돌며 경험한 결과 같은 학교 여학우를 대할 때의 존중도(?)와 여학교의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그 모임의 특성상 수질이 영 ㅜ.ㅠ  

 

남자애들이 영화 속의 승민이랑 패션만 같았다.

 

주책맞기는 납뜩이 저리가라였고.

 

나 역시 그러했을 테지만 ㅋ

 

이제 80년대 학번이 영화 속에서 자신들의 젊은 날을 찾듯 90년대 학번이 그렇게 추억을 소비하는 세대가 되었다.

 

이런저런 아련한 짝사랑을 거쳐 첫연애를 거쳐 바로 결혼에 골인한 심심한 아줌마는 서연의 아버지나 승민의 어머니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늘 생계에 치여 냉장고 정리 같은 것은 할 수 없어 냉장고를 열 때마다 발밑에 채이는 봉다리들....아들이 버린 목 늘어난 짝퉁 티를 입은 모습.....이런 것들에 울컥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자명한 현실은 이제 진짜 어느새 '젊음'이 저만치로.

 

열아홉 그때는 진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제일 많은 게 시간인 줄로만 알았지.

 

아깝고 또 아깝다.

 

그때 왜 그 아까운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보같이 내주었는지.

 

*

 

강릉 프리머스는 고맙게도 엔딩을 끊지 않아주었다.

 

옆자리의 남자는 뭔생각을 하는지 미동도 않고 있다. 아마 첫사랑 생각을 하는듯.

 

싱숭생숭이였던 여고생이 어느덧 그마저도 아무렇지 않은 그런 덤덤이가 되어버렸어.

 

1호가 영화 속 승민이 같은 날들을 맞겠지, 2호는 서연이만큼 예뻐질까 뭐 그런 잡생각을 하며 조수석에서 잠시 졸았을 뿐. 

 

  



 
 
2012-04-12 14:10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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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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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2 14:10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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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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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어린시절 서울 변두리에 살았던 내게 망태할아버지는 실존하는 '공포' 그 자체였다.

단지 추억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53개월, 27개월 아이들에게 읽어주니 열광 또 열광!

밤에 적어도 다섯 번은 읽어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망태할아버지가 온다는 엄마의 협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할말 다하는 꼬마의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이 책이 좋은 것이겠지.

 

그리고 정말 무서운 망태할아버지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결국 꿈이었다는 것과 엄마가 금세 달려온다는 데 안도한다.

 

그래도 처음 망태할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 27개월 2호는 망태할아버지가 나타나는 장에서 매번 긴장한다. 은근 스릴러!

 

책을 다 읽고 나면 53개월 1호가 2호에게 덧붙인다.

 

"내가 다 아는데 망태할아버지는 서울 살아 여기 안 와."

 

그리고는 2호가 까불면 노래를 부르며 놀린다.

 

"망태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망태할아버지 진짜 무서워하던 내가 애들한테 망태할아버지 얘기를 하게 되다니

추억은 방울방울.



 
 
 

 

 

 

 

 

 

 

 

 

 

 

 

 

 

초등학교, 아니지 국민학교 5학년 때 나는 특활부로 바둑부를 신청했다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여학생이 혼자였고 또 학생수가 홀수라 선생님이랑 오목이나 두다 온 것 같다. 특별히 바둑을 배우고 싶다기보단 심부름 다녀오고 나니 테니스부랑 바둑부랑 남았다길래 나가는 게 싫어 아무생각없이 바둑부를 택했다.

 

그렇게 바둑은 나와 별 인연이 없었는데 바둑 애호가(?)랑 사는 덕분에 이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애들 아빠가 지금 일하는 곳과 관련된 곳에서 아마추어 바둑대회에 나갔다 받아온 것이다. 무려 1등하고 상금도 받아왔다.

 

그간 조훈현에 대해선 무수히 들어왔고 이창호에 대해선 잘 모르는 편이라 읽기 시작했는데 주말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바둑에만 몰두하면서도 어찌나 책도 많이 읽는지 존경스럽다. 특이할 만한 점으로 이 국수는 실수로 책을 잘못 택해 재미가 없더라도 일단 시작했으면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아, 정말 우직한 그 모습답다.

 

75년생이라 나랑 비슷한 연배이지만 아직 생이 다한 것도 아니지만, 인생 전반부를  '성의'를 다해 살아온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일찍 재능을 발견했고 집안도 화목하고 좋은 스승들을 만날 수 있었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만 보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며 하루하루는 얼마나 벅찼을지 안쓰럽기도 했다.

 

바둑에 문외한이라 읽는 재미가 덜했을 것 같아 아쉽다.

 

*1호랑 2호는 가끔 알까기를 하는데(그마저도 아직은 잘 못한다) 서로 흑을 쥐려고 한다. 아조 웃긴다.

더 웃긴 일.

애들 아빠는 6살이 된 1호에게 바둑을 가르치려다 심히 좌절하고야 말았다. 이창호도 시작은 갤러그였다는데 ㅋ



 
 
wintersong 2012-03-28 12:44   댓글달기 | URL
하하, 우선 축하해요! 훌륭한 큰아들이었군요!ㅋㅋ 이유식의 공이 아니었을까.ㅋㅋㅋ
저 어릴 때도 바둑을 사람들이 참 많이 뒀는데요...동네마다 기원이 있었고요. 요즘은 참 흔치 않아요. 저도 어릴 때 조금 했다가 때려쳤는데...저희 아버지 요즘 마실 가셔서 바둑 두시는 걸로 소일하시더라고요.
저도 뭐든 열심히 우직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극도 받고 존경스럽고 그래요. 오늘 아침도 어떤 기사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죠.
1호는 놔두면 자연스럽게 바둑 두게 될 것 같은데요. 누가 알아요? 재능을 조금 늦게 발견하게 될지.ㅎㅎ

뚜유 2012-03-28 16:10   URL
ㅋㅋㅋ 거창하게 해준 것도 없어요. 그날은 큰아드님 새벽 일찍 서울 가느라 채식라면 끓여먹고 갔더라고요. 차려주지 않으면 ㅜ.ㅠ
애들 보다가도 바둑채널에 눈이 가서 속터지곤 했는데 그래도 취미가 낚시나 골프인 것보단 나은 것 같아요.
어제도 1호는 집 만들고 그러면서 좋아했어요. 좋은 취미가 생기면 그걸로 족해요.

mong 2012-03-28 14:14   댓글달기 | URL
무슨 일이든 우직하게 한 길을 가는 사람은 존경스러워요.
지난주던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23주년 이야기 듣고 그런 생각을 새삼 했네요.
이유식의 공은 무엇일까 잠깐 생각하다가 마틸다님이 정성들여 이유식을 해주셨다는 말씀 아닐까 대충 짐작해 봅니다.
병하는 이제 집안을 걸어서 배회하는 중이구요. 급할때는 코모도 도마뱀처럼(자기 아들한테 이런 비유를!) 우다다 기어와요. 아래 페이퍼 읽고 마틸다님께 한살림 보태 드렸어요. 으쓱 :)

뚜유 2012-03-28 16:12   URL
다들 이유식의 공이라고 하시니 부끄럽네요. 그냥 나물이나 무쳐주고 그게 다에요.
아공 귀여운 병하 드디어 걷기 시작했군요. 사방 어지르고 만져보고 얼마나 신날까요.
참, 한살림 보태주셔서 감사해요. 역시 서재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