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스키와 올림픽공원

친구와 『안나 카레니나』를 함께 읽고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친구와 같은 책을 동시에 읽어 간다는 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짜릿함을 준다. 그 책 내용이 슬펐든 어쨌든간에.  

친구와 나는 수시로 자신이 인상깊었던 장면을 문자메세지로 찍어준다. 우리는 같은 책으로 읽고 있기 때문에 쪽수를 써준다. 서로가 밑줄 그은 부분이 같다고 환호를 하기도 하고, 톨스토이는 천재라고 자꾸만 문자 사이로 얘기한다. 

톨스토이는 여자가 됐다가 남자가 됐다가 엄마가 됐다가 아빠가 됐다가 아이가 됐다가 개도 됐다가 하고, 톨스토이는 사랑했다가 사랑을 잃었다가 질투를 했다가 행복했다가 불행해 하기도 한다. 이 모든걸 이 작가가 다 해낸다. 1권에서는 레빈과 키티가 절망하고 브론스키와 안나가 빛났다면, 2권에서는 레빈과 키티가 빛이 나고 브론스키와 안나가 절망한다. 그 둘도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빛남으로, 열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던 그 때가 있었는데! 

 

   
 

요즘 들어 더욱더 자주 그녀에게 일어나는 이런 질투의 발작은 그에게 두려움을 품게 했고, 자연히 그녀에 대한 그의 감정을 식게 했다. 질투의 원인이 자기에 대한 사랑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 느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척 애도 쓰긴 했지만, 그는 몇 차례나 그녀의 사랑은 행복이라고 자기에게 타일렀는지 모른다. (p.241) 

 
   

질투를 해본 사람, 혹은 질투하는 연인을 두어본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처음, 연인으로 발전할 그때, 질투조차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기뻤는지. 그러나 좀 오랜 연인이 된 후에는 질투가 얼마나 나의 목을 조르는지. 브론스키와 안나에게도 주변의 여건이 그리고 시간이 찾아든다.  

   
 

그녀는 이제 전혀 그가 처음보았을 무렵의 그녀가 아니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쁜쪽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온몸이 턱 퍼져버렸고, 방금 전 그 여배우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는 얼굴에 미모를 찌그러뜨리는 앙칼스러운 표정이 나타날 정도였다. 그는 아름다운 꽃을 사랑한 나머지 꺾어서 못쓰게 만들어놓고 나서야 겨우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이제는 자기의 수중에서 시들어버린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p.242) 

 
   

처음의 그녀가 아니라니. 슬프다. 더할나위 없이 슬프다. 슬프다. 

400쪽을 넘어가면 안나와 브론스키는 드디어 바라던 삶을 산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바라보며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그가 얼마나 빛나는지, 사랑이 멈출 생각을 않고 점점 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를 잃는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브론스키는, 

   
 

한편 브론스키는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바라던 것이 완전히 실현됐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행복하지는 않았다. (p.445) 

 
   

 

그녀는 그가 원한 모든것이었는데! 그의 모든 지위와 명예를 포기하게 할 만한 그 무엇이었는데! 슬프다. 

 

점심을 먹는데 반찬으로 호박전이 나왔다. 나는 테이블에 놓여진 호박전을 초토화 시켰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물론 숙주나물도, 김치도 다 먹었다. 제육볶음은 말할것도 없고 ;; 사무실에 들어와 안나와 브론스키의 이 슬프디 슬픈 사랑을 읽다가, 그리고 레빈과 키티의 반짝거리는 이야기를 읽다가, 보았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 반값이라는 것을! 나는 이때다 싶어 장바구니에 책을 쓸어 담는다. 

 

 

 

 

『연을 쫓는 아이』를 선물 받아 가지고 있는데, 영화로 이미 보았던 나는 그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도 늘 찜해두고 있었는데, 오, 반값이라니!  

『전태일 평전』은 지난주 시사인과 경향신문에서 자꾸만 전태일 기사가 나와서, 아 나도 제대로 몰라, 이젠 좀 알아야 겠어 싶은 마음으로 주문. 

『유리망치』는 남동생을 위한 것. 이자식은 다른 책 주면 잘 안읽고 추리,미스테리만 읽을라고 해서 ;;  일전에 재밌다는 리뷰를 보고 기억해 두고 있던 터였는데, 오, 사랑해, 반값이다. ㅠㅠ 알라딘은 내사랑 ♡

『톰소여의 모험』은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를 읽고 꼭 읽어보리라 생각하고 담아뒀는데, 근데, 내가 한권을 사긴 샀는데, 허클베리를 샀는지 톰소여를 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결재시에 이전에 구매한 상품이라고 뜨지 않았으니, 지난번에 산게 허클베리가 맞겠지? 그러니까 사두고 안읽어서... 얼마전에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결제하다가 이전에 구매한 상품이라는 말을 보고 깜짝 놀라서 내가 언제, 하고 사무실을 막 뒤졌더니 있었다, 그 책이. 만약 그 문구가 뜨지 않았다면 난 또 샀을거야. ㅠㅠ  어쨌든 톰소여의 모험, 이 책은 30프로 할인. 아 좋아.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는 '니콜 크라우스'의 책. 그녀는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아내다, 아내다, 아내다.

원래 3만원어치만 담아뒀는데 4만원이상 1,500원 할인 쿠폰이 있어서 다시 4만원을 채우고 신한카드 사이트에 가서 3프로 할인받아 결재를 했는데, 결재를 다 하고 나서야 내가 쿠폰을 쓰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윽. 내가 4만원을 왜 채웠는데! 다시 급 취소하고 쿠폰 써서 재결재하는 삽질을. 후아-  

 

그리고 이 책들은 방출. 읽고 싶은 분 공개댓글로 말씀하시면 그냥 보내드릴게요. 다 제가 읽은 책들이고, 한권씩만 선택해 주세요. 그래야 다섯분께 드릴 수 있으니까요. 

김려령, 우아한 거짓말 (매버릭꾸랑님)
죠반니노 과레스키, 까칠한 가정부(미르비님)
히가시노 게이고, 11문자 살인사건(파비아나님)
야키모토 야스시, 코끼리의 등(베리베리님) 
김사과, 미나(이리스님)

 

 

 

내일부터는 『안나 카레니나 3』을 읽을 예정이다. 그런데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의 2권은 정말 무겁다. 많이 무겁다. 아주 무겁다. 뭐, 정말 팔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팔이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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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5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5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5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11-16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잘 받았습니다. 잘 보겠습니다 ^^

얼마전에 친한 후배 가방에 책을 두고 와서 소포로 부치라고 하니까 이 녀석이 착불로 부쳐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생면부지의 다락방님도 책도 선물하고 착불로 안 부치는데, 제 후배녀석은... ㅋㅋ 그 녀석을 원망할게

아니라 제 소심함을 탓해야겠죠. 그 친구가 그래도 택배붙이면서 공기 빵빵하게 하는 책 다치지 않게 하는

장치는 했더군요. 귀엽게도~

아무튼 고맙습니다 잘 볼께요 ㅎㅎㅎ

다락방 2010-11-18 10:01   좋아요 0 | URL
저는 보고싶은 사람에게 선물하려는 의도였으니 착불로 안한게 당연한거고,
매버릭님의 후배분은 본인의 실수도 아닌데 소포를 부치는 행위까지 더해져야 했으니 착불로 하는게 당연한 것 같은데요. 저였어도 그런 경우엔 착불했을거에요.
네, 재미있게 읽으세요.

자하(紫霞) 2010-11-1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잘 받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사이즈의 책이어서 정말 좋았어요.
가방에 쏙 들어가니...
감사해요!다락방님*^^*

다락방 2010-11-19 18:22   좋아요 0 | URL
일본 여행갈 때 챙겨갈건가요, 베리베리님?
잘 다녀와요!
:)

차짠 2010-11-29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받은 지 한참 됐는데 이제야 댓글 남기네요 죄송합니다 ㅠㅠㅎㅎ
그동안 여러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어서요..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좀 마무리가 된 듯 하네요
책 정말 감사하구요^^ 지금은 까칠한 가족 읽고 있어요! 내일이면 드디어 가정부 읽을 수 있을 듯!
기대되네요 달콤한 선물 감사합니다:D

다락방 2010-11-29 14:43   좋아요 0 | URL
제가 읽어본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까칠한 가족]쪽이 좀 더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네, 까칠한 가정부도 재미있게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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