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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전에 읽은 <알렉스>의 이야기가 여전히 생생한 가운데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를 읽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그저 빠져들고 말았다. 알렉스에서의 최단신 형사반장 ‘카미유’가 등장하는 이야기인가 내심 기대하기도 하였고, 살인을 서슴지 않는 한 여성의 삶의 이면에 감춰진 어떤 비밀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카미유’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책은 아니었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리란 기대, 그리고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왜?’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를 읽을 수밖에 없는 마력이었다.

 

여섯 살 레오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왠지 평온한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도는 집안, 그 집의 외동아들 레오의 보모로 취직한 ‘소피’는 그 집에서 처음으로 잔 날, 레오의 죽음을 발견한다. 그녀의 운동화 끈에 목이 졸린 채. 아무런 외부 침입자를 확인할 수 없는데,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것이 이야기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 그리고 그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 그녀는 도주를 결심하는데, 연달아 또 다른 살인사건에 휩쓸리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러한 소피의 상황들, 일련의 도피 과정을 다루고 있다. 1급살인용의자로써 수배대상인 삶은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위조한 신분을 이용해 결혼을 결심하기로 하면서 이야기를 끝을 맺었다. 하지만 <알렉스>의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이야기 속 소피의 진짜 이야기가 숨어있으리라 기대했다. 물론 그녀의 살인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았고 그녀의 살인 동기의 정당성(?)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의 진짜 이야기, 기억이 없는 살인 속에 감춰진 엄청난 비밀이 있을 것이라며 참혹한 살인에도 느긋하게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수사에 난항을 보이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리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형사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심 기대했던 ‘카미유’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미 <알렉스>를 통해 형사 ‘카미유’의 활약상을 다룬 이야기가 시리즈로 출간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의 아내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 말이다.

단순히, 그녀의 도피를 추적하는 예리한 형사, 그가 파헤쳐가는 소피의 삶을 지배하는 어떤 비밀이 조금씩 드러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에 더욱 압도되었다. 정말 난데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가 막힌 설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차례는 ‘소피, 프란츠, 프란츠와 소피, 소피와 프란츠’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의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는 구성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프란츠’란 인물이 주는 반전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 어떤 결말의 반전보다도 더 파급이 강한 반전인 것이다. 이성적으로, 아닌 감정적으로도 ‘왜?’에 대한 합당한 설명, 이유가 필요했고,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로 ‘왜?’란 의문의 올가미에 갇힌 기분이랄까? 그리고 소피의 상황들, 한 여성의 삶을 낱낱이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면서 오늘의 우리가 누리는 이 문명의 무자비함을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소피’가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이기에 어떤 살인의 동기, 그리고 살해 장면들에 대한 세세한 묘사 없이 전개될 수 있어, 스릴러 소설이 주는 부담감, 즉 핏빛으로 물든 잔혹한 살인들이 주는 위압감은 다소 덜했다. 그래서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그 어떤 살인보다도 잔혹한 이야기임엔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스릴러 소설보다 팽팽한 긴장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는 ‘왜?’란 의문이 가져온 강력한 흡입력이 압도적인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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